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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봐라, 찍히면 끝" '인터넷 끝판왕' 커뮤니티 민심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19:56

많게는 수십만명, 공무원들도 매일 방문
국회의원들 '카페 동향' 보고받기도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는 정치인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인터넷 끝판왕'이라 불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 강서구에 지역구를 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주 보좌진들과 지역 주민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 민심을 살핀다. 보좌진들이 카페에서 언급된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보고하면 사안에 따라 예산 확보 등 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금태섭 의원실의 조현욱 보좌관은 "이렇게 체크해야 지역 현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번 찍히면 끝까지 간다"
일명 '커뮤니티 민심'에 이젠 상품을 파는 기업들뿐 아니라 정치권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게는 수천명부터 많게는 수십만명까지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회원들의 결집력이 단단해 "한번 커뮤니티에 찍히면 끝까지 간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렀던 한 여당 관계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보라. 당선은 됐지만 대형 커뮤니티에 찍혀 곤혹을 치르지 않았나"며 "커뮤니티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정치인의 메시지 관리가 불가능해 '인터넷 끝판왕'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의 주인을 묻는 신문 광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모금을 통해 게재했다. [중앙포토]

6월 지방선거 당시 맘카페인 '레몬테라스'와 인터넷 커뮤니티인 '82cook' 회원들은 자체 모금을 벌여 이 지사를 공격하는 신문 광고를 여러 중앙일간지 1면에 게재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광고 비용을 며칠 만에 모금하는 '화력'을 과시한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이런 커뮤니티에는 구매력이 있는 30·40 여성 회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의 영향력이 온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된 숙명여고 문제지 유출 의혹은 강남 학원 정보 사이트인 디스쿨에서 촉발됐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관련 의혹을 커뮤니티에 제기했고 이 사실은 강남 학원가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가 직접 장문의 해명 글을 디스쿨에 올렸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서울 숙명여고 앞에서 5일 학부모와 졸업생이 모여 문제지 유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숙명여고 사태도 강남 학원 커뮤니티인 디스쿨에서 촉발됐다. 박태인 기자

공무원도 정책 확인하러 매일 방문
대형 커뮤니티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언론의 해석을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민심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조현욱 보좌관은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바닥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했다.

현재 정부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경우도 인터넷 커뮤니티는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다. '민간 고수'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파훼법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물론 장관에 대한 평가는 말할 것도 없다.


회원수가 55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전문 네이버카페 '부동산 스터디' 국토부 공무원들이 매일 '출석 체크'를 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인터넷 캡처]

회원수가 55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카페 '부동산 공부하기'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검색하면 1170개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김 장관을 응원하는 글도 일부 눈에 띄지만 최근에는 "김 장관은 물러나라"는 다소 험악한 분위기의 게시물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이 카페에 매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이런 대형 부동산 카페의 운영진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과대 평가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의 민심이 실제 거리 민심과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론 다를 가능성은 항상 있어"
윤태곤 실장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정점을 찍은 상황"이라며 "실제 이 영향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커뮤니티가 정치적 행동이 늘어나자 이를 반대하는 회원들이 내부 견제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여론 연구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박사는 "아직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정확히 수치화해서 확인하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커뮤니티가 여론을 지배한다기보다 논란이 될 사건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이런 커뮤니티의 정치화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발달한 한국 인터넷의 특성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여론을 면밀히 체크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실제 거리 민심과 다를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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