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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실력도 매너도 갑” 손흥민 따라 축구로 인성 키우는 아이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19 14:04

학교스포츠클럽 축구리그 르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 오른쪽은 지난 18일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2차전에서 골을 넣고 세레머니 중인 서울 원묵중학교 2학년 정욱(14)군. [연합뉴스, 임현동 기자]





“부딪히면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거야. 첫째도 둘째도 매너야, 알았지?”
18일 오전 서울시 중랑구 장안중학교 축구장에서 열린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2차전. 지난 주 첫 경기에서 1대 1로 비겨 승점을 1점을 따낸 원묵중은 이날 우승 후보인 상봉중과 맞붙었다. 감독인 권만근 체육교사는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절대 다치지 않을 것과 스포츠맨십을 지킬 것, 이 두 가지를 주문했다.

전반 휘슬이 올리고 3분가량 지났을 때 원묵중에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골키퍼 정철원(15)군이 찬 공이 한 번에 전방의 양현욱(15)군에게 연결됐다. 양군은 재치있게 수비를 따돌리고 패널티 박스 안의 정욱(14)군에게 날카롭게 땅볼 패스를 찔러줬다. 수비수를 등지고 안전하게 공을 받아낸 그는 침착하게 슛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며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에 나서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원묵중학교 학생들과 권만근 교사(가운데). 임현동 기자






원묵중 벤치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팀 매니저인 신지윤(15)양은 두 선수의 어시스트와 골 기록을 상황판에 기입했다. 신양은 또 다른 매니저인 장강물결(15)양과 함께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기록을 책임지고 감독인 권 교사를 도와 축구팀의 살림을 도맡고 있다. 두 학생은 “처음엔 축구를 좋아해서 매니저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원묵중의 선취골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상대편인 상봉중 벤치에선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시 휘슬이 올리고 상봉중이 침착하게 반격했다. 전통의 강호 상봉중은 스페인 축구팀 FC바르셀로나가 구사하는 ‘티키타카(tiqui taca·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로 맞섰다. 상봉중은 몇 분 후 ‘2대 1’ 패스를 이용한 공간 침투로 만회골을 넣었다. 얼마 후 또 다시 패널티 박스 바깥의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원묵중의 골망을 갈랐다.



원묵중 축구부 매니저인 3학년 신지윤(앞)·장강물결 양. 두 학생은 선수들의 어시스트, 골 기록 등을 관리하며 감독을 도와 축구팀 운영에 힘을 보탠다. 임현동 기자






이날 경기는 5대 1로 상봉중의 승리였다. 경기가 끝나고 양 팀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필드를 나와 제일 먼저 상대팀 벤치로 가 인사를 하고 환하게 웃으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각 시도별로 교육감이 주최해 우승자를 가리고, 11월에는 교육부 주최로 전국대회가 열린다. 2008년 4개 종목으로 시작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올해 24개 종목으로 치러진다. 전국 2573개 팀 4만4318명의 학생이 참가한다.

이 대회는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이 참여하는 경기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의 승패보다는 과정을 더욱 중요시 한다.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 정완섭 장학사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협력적 마인드를 기르는 것이 학교스포츠클럽의 목표”라며 “리그에 한번이라도 참여했던 아이들은 인성적인 부분에서 큰 성장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18일 원묵중과 경기를 벌인 상봉중 학생들(녹색 상의). 임현동 기자






2016년 교육부가 학교스포츠클럽 참여 학생 3만6413명을 조사한 결과 약 80%가 스포츠클럽 활동 후 체력증진과 인성발달, 정서순화 등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참여시간이 많을수록 만족도도 높았다. 주당 참여시간이 1시간 미만인 경우 만족도는 72.4%인 반면, 4시간 이상인 경우는 86%였다.

여러 종목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축구다. 특히 다음 달 2일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출전하는 손흥민(토트넘)은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우상이다. 아이들은 손흥민에 대해 “개인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방주한·14)거나 “언제나 팀을 우선하는 모습이 멋지다”(김광민·15)고 했다. 정철원군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손흥민은 매너까지 뛰어나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처럼 손흥민의 활약은 아이들에게 인성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봉화중 감독인 신철록 체육교사는 “축구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교육 방식”이라며 “체계적으로 경기를 뛰면서 개인플레이에만 의존하던 아이들도 협업의 중요성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특히 “아이들에게 손흥민은 최고의 우상”이라며 “결과에 상관없이 매너를 지키고,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그를 보면서 학생들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활약은 학생들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면목중 박장원(15)군은 ‘원묵중 vs 상봉중’보다 앞서 치러진 봉화중과의 경기에서 발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전반에서 수비수로 뛰다 후반 공격수로 들어간 지 3분만이었다. 박군은 “처음엔 주로 개인기로 돌파만 하려 했는데 손흥민을 보며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을 롤모델로 학교스포츠클럽을 활동하면서 나중에 아이들을 지도하는 체육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 [토트넘 인스타그램]






축구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손흥민에 대한 찬사는 실력과 매너 양쪽에 모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3월 가디언지는 그에 대해 “이 정도의 능력과 겸손까지 겸비한 선수는 정말 드물다”고 평가했다. 당시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공을 넣을 찬스가 있더라도 상대 선수가 넘어져 위급한 상황이면 볼을 버리더라도 도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배웠다, 축구선수 이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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