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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알려주는 부동산 투기꾼의 얼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1 08:28

난을 일으키는 얼굴은 어떤 상인가
누가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가
"파도 말고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5년 전 이맘때인 2013년 9월 개봉해 10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관상’. 막바지 장면에서 1453년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은 계유정난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한명회가 당대 최고 관상가인 김내경을 찾았다. 김내경은 계유정난에 휘말려 아들을 잃고 한적한 어촌에서 은둔해 살고 있었다.

한명회: 거사(계유정난)를 일으킨 자들의 면면을 낱낱이 보았을 터인데 그 관상은 기록해 두었소? 난을 즐기는 자들의 특징을 상세히 기록해 두면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소.

김내경: 그날 당신들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줄 아시오. 염치없는 사기꾼 상도 있고 피보기를쉬이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었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소.

요즘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 ‘2라운드’에 들어갔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1년여만인 지난달 27일 투기지역 확대 등을 발표한 데 이어 정부와 여당이 투기를 잡겠다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장관 취임식에서 투기의 개념을 정의하고 투기꾼을 공개했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투기다. 투기꾼은 다주택자다.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 건수 급증 통계를 증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발표 때도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이 2015년 이전보다 2016~17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적시했다.

당연히 8·2대책은 다주택자를 정조준해 양도세 중과 등을 도입했다. 이런 기조는 이어져 정부는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에도 다주택자 중과를 적용하기로 하며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 과열 주범은 누구일까. 정부는 8·2대책 1년을 맞아 성과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형성”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얼마나 줄었는지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다주택자 주택 거래가 많이 줄었다면 자랑할 만도 한데 말이다.

‘실수요자 중심’이라는 정부 판단대로라면 실수요가 최근 서울 과열을 일으킨 셈이다.

시장과 업계, 전문가들은 8·2대책 후 다주택자 주택 매수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 요즘 집을 사며 시장 온도를 높이는 이는 무주택자이거나 주로 1주택자다. 정부는 무주택자를 위한 분양 물량을 대폭 늘렸지만 무주택 기간이 짧아 청약가점이 낮으면 분양받기 어렵다.

1주택자는 추가로 집을 사면 다주택자가 되지만 3년 이내에 기존 집을 팔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요건이 맞으면 기존 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도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풍부하다. 투기지역 주택담보 대출에 건수(세대당 1건) 제한이 있어도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거나 기존 주택담보 대출을 늘리면 된다. 신용대출로도 억대를 보탤 수 있다. 물론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사람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김내경 말대로 사기꾼이나 백정만이 아니다. 김내경이 난을 일으킨 자들의 얼굴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누구든 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잇단 정부 대책에도 주춤해지는 듯하더니 다시 뛰는 계단식 집값 상승에 뿔났다. 강남이 몇억원씩 뛰자 양극화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했다. 서울시장이 던진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8·2대책 후 집값 상승 기대를 접고 집을 팔았다가 가슴을 치며 다시 매수한 사람도 있다.

이들이 뿔나면 무섭다는 걸 요즘 시장이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서울 강남이 급등한 뒤 2007~8년엔 강북이 강남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며 달아오르기도 했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잠시 탔을 뿐이오. 우리는 그저 낮게 쓸려가는 중이었소만. 뭐 언젠가는 오를 날이 있지 않겠소. 높이 오른 파도가 언젠간 부서지듯 말이오.”
영화 ‘관상’에서 뒤이어 김내경이 한명회에게 말한 대사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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