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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미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외국어는?

[LA중앙일보] 발행 2019/09/2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9/19 17:52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이 가장 배우기 힘든 외국어는 무엇일까. 한국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미국 국무부 기준으로는 한국어가 가장 어렵다.

국무부 산하에는 전세계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FSI(Foreign Service Institute)'라는 기관이 있다. 각국에 파견하는 외교관·관리들에게 해당 국가 언어를 교육한다. FSI는 67개국 언어를 습득의 난이도에 따라 가장 쉬운 카테고리 1에서 4까지 분류해 놓고 있다. 분류의 근거는 70여년간 언어교육 통해 얻은 경험이다. 카테고리 별로 해당 언어를 비교적 능숙하게 구사하기까지 걸리는 교육기간도 명시돼 있다.

미국인이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가 속한 카테고리 1은 24~30주의 교육이 필요하다. 학습시간은 600~700시간 정도다. 영어와 구조가 비슷한 덴마크어·네덜란드어·스패니시·이탈리아어(24주), 프랑스어(30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카테고리 2는 36주(900시간)를 교육한다.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어 등이 포함된다. 44주간 1100시간 교육이 필요한 카테고리 3에는 영어와 언어구조가 상이한 대부분의 말들이 속한다.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언어들이다.

최강의 난도인 카테고리 4는 88주 교육에 2200시간이 소요된다. 카테고리 1과 비교하면 약 4배 교육시간이 더 많다. FSI는 카테고리 4를 '극히 배우기 어려운 언어(Super-hard language)'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 카테고리 4에 한국어를 비롯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가 포함돼 있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어 습득이 어렵다면, 모국어가 영어인 한인 2세도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오래 전 교회 주말학교에서 학생들에게 SAT2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학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한국말과 한글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인에게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유사' 미국인인 2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에게는 한국어 원어민 엄마, 아빠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에게 "자녀와 한국말 대화를 많이 하고, 말할 때는 발음을 정확하게 할 것"을 당부했다.

한글은 전세계 언어 중에서 가장 완벽한 표음문자(소리문자)다. 가장 완벽하다는 것은 모든 소리를 가장 음가에 가깝게 문자로 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글에서 소리로 구별되지 않는 일부 단어(예: 읽다, 익다 등)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발음하면 그대로 적을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말을 배우고 음가를 기억하면 소리를 바로 문자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읽고 쓰는' 공부는 차후 문제다. 소리로 한국어를 배운 2세들은 표음문자인 한글 덕분에 독해와 작문을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 여기에 뚜렷한 학습 동기와 의지가 있으면 습득 속도는 더 빨라진다.

예전에는 한국인의 정체성 운운하며 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 구사능력이 글로벌 시대 한인 2세들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뿌리교육 차원을 넘어 효용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가주 의회가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자녀들의 한국어 지도를 포기했다면 한글날 제정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 국무부도 인정한, 그 어렵다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자부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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