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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기지 내 손으로” 한국 우주거물 NASA가 먼저 알아봤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08:29

2002년부터 우주토목 분야 개척
유럽·미국 항공우주국과 협력
지난해 ‘국제 3D 챌린지’서 3등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경기도 안산 에리카캠퍼스의 실험실에서 자신이 고안한 높이 3m의 초대형 3D프린터 앞에 섰다. [사진 한양대]

[최준호의 사이언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그는 ‘달나라 건설’을 꿈꾸는 학자다. 미국이나 유럽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이태식(65) 건설환경공학과 특훈교수 얘기다. 그는 학부 때 토목공학을, 석ㆍ박사 시절 ‘건설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언제부턴가 자신을 우주토목 기술자라고 정의한다. 그가 몸 담은 건설ㆍ토목학계는 물론, 우주탐사 분야 주류들도 한동안 이 교수를‘엉뚱한 사람’취급했다. 전공 아닌‘남의 영역’을 ‘넘보는’데다, 아직 로켓 하나 제 손으로 못 쏘아올리는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니 말이다. 하지만 2012년 한양대에 국제우주탐사연구원을 유치했고,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을 지내면서‘극한건설연구단’을 만들어 달 기지 건설과 관련한 연구를 독려했다. 이런 그를 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에서 이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 우주 과학기술인 중 한 사람이다. 지난달 중순 이 교수는 미국에서 희소식을 하나 받았다. 그가 이사로 있는 국제 민간조직‘인터내셔널 문베이스 얼라이언스’가 NASA와 함께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에 400만㎡(약 120만 평) 규모의 달 기지 건설 실증단지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지난 3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2공학관의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Q : 근황이 궁금하다.

A :
“사실 지난달 31일부로 정년퇴직을 했다. 올해가 만 65세다. 하지만 학교에서 특훈교수 자리를 줘서 기존 직함과 연구실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나에겐 학자로서 아직 이뤄야 할 꿈이 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달과 화성에 우리 태극기를 꽂는 것이다. 나는 달 복제토와 달 기지 건설용 3D프린터 연구를 하고 있다. ”(한양대측은 이 교수의 재직 중 공로와 진행 중인 연구의 연속을 위해 특훈교수로 모셨다고 밝혔다.)


Q : 국제우주탐사연구원은 어떤 곳인가

A :
“3D 프린터와 화산 현무암을 이용해 달에 집을 짓는 것을 주로 연구한다. 물론 이 기술은 지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원장을 맡고있는 미국 허니비로보틱스는 화성탐사에 쓰는 드릴링 로봇을 개발한 회사다. 그간 국가 연구개발(R&D) 자금 95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허니로보틱스 뿐 아니라 NASA와도 처음부터 협력해왔다. 최근에는 ‘문 빌리지(moon village)’를 구상 중인 유럽 ESA와도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이 교수의 실험실 세 곳 중 하나인 우주 자동화 건설 실험실에는 높이 3m의 3D 프린터가 있다. ‘Moon X Construction’이라고 적힌 3D프린터는 화산 현무암으로 만든 달 복제토와 폴리머를 7대3으로 섞은 재료로 달 기지용 건축자재를 만들어낸다.)


지난달 소유즈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간 이태식 교수와 동료들의 사진. 그가 이사로 있는 국제 민간조직 인터내셔널 문베이스 얼라이언스에는 NASA의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알드린과 테트리스의 개발자 겸 오너 행크 로저스가 있다. [사진 이태식 교수]


Q : 3D 프린터로 달 기지를 찍어내겠다는 말인가.
A :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NASA에서는‘센테니얼 챌린지(Centennial Challenge)’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년 ‘3DP 챌린지(3D Printed Habitat Challenge)’라는 대회를 연다. 말 그대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어 보는 경연대회다.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에서 진행된 대회에서는 우리 한양대 국제우주탐사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동팀이 전세계 77개팀 중 종합 3위를 차지했다. 국제적으로도 우리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Q : 이쯤 되니 교수님의 전공이 뭔지 헷갈린다.
A :
“나는 내 전공을 ‘우주토목’이라고 정의한다. 나를‘우주토목 기술자’로 불러 달라. 나는 10년 전부터 NASA가 달에서 가져온 달 토양을 바탕으로 달 복제토를 연구해왔다. 학부(서울대)에서는 토목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로봇과 리모트 센싱, 지형정보시스템(GIS)을 전공했다. 경력에는 박사 전공이 ‘건설경영’으로 적혀있지만, 일종의 테크노롤로지(기술) MBA를 한 거다. 나는 기술자이면서 경영자다.”


한때 연구했던 달의 암석을 분쇄하는월면차와 달 복제토.


Q : 언제부터 우주를 얘기했나.

A :
“16년 전인 2002년이다.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젊은 공학인상’을 받았다. 당시 건설ㆍ토목분야에서 그 상을 받은 건 내가 처음이었다. 그러고 나니 토목 분야에서 최첨단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게 우주였다. 한국에서는 우주라고 하면 로켓과 위성이 전부이지만, 미국 NASA에는 토목공학 분야 기술자도 많다. 미국 토목학회에도 우주분과가 있다. 그때부터 미국 토목학회 회원이 돼 학술대회도 참석하고 연구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


달 복제토와 폴리머 재료를 이용한 '달 콘크리트'


Q : 그래도 국내에서는 건설ㆍ토목학자의 우주연구를 이상하게 봤을 것 같다.

A :
“정말 그랬다. 심지어는 나와 친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안하는 우주토목을 왜 하냐는 거였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처음에는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그럼에도 그때 정부 R&D 자금을 따내 국제우주탐사연구원을 만들고 관련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지금은 달 탐사와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나를 많이 이해해 준다. 미국ㆍ유럽 등의 관계기관과 협력할 때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달 복제토를 이용한 다양한 건축재료들.



Q : 한국 정부의 우주정책에 대해 얘기해 달라.

A :
“내년은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우주강국들은 이제 다시 달로 몰려가고 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까지도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혁신기술이 탄생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생겨난다. 외국에서 우주산업이 활성화되었을 때 우리가 쫓아가려고 하면 이미 늦다. 우주산업은 강대국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의 작은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NASA와 같은 우주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담 에이전시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출연기관들은 물론 대학들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안산=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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