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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장수한 퇴사학교 대표의 퇴사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10:50

대한민국 직장인은 오늘도 탈출을 꿈꾼다. ‘퇴사’를 주제로 한 책이 출판 시장을 휩쓸고, 관련 콘텐츠가 인기 있는 이유다. 2016년 문을 연 성인 교육 스타트업 '퇴사학교'는 2년 사이 5000여 명의 직장인이 방문했을 정도로 문전성시다.

퇴사학교의 '교장' 장수한(34) 대표도 퇴사 경험자다. 2015년 그는 '신의 직장'이라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나왔을까?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안정적인 미래가 아까웠지만 삼성전자 안에서의 5년 뒤,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하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퇴사 후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면서 퇴사는 결론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첫 걸음이자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죠.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가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노희선 에디터


장 대표는 “퇴사학교를 찾는 퇴사지망생들 역시 퇴사를 원한다기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퇴사 열풍은 '자아 찾기'의 다른 말이란 얘기다.

3년 째 자신을 찾는 직장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장 대표는 퇴사지망생을 대표해 오는 20일 열리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의 (왜 일하는가) 컨퍼런스에 선다. '다른 길'을 걷는 연사들에게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관련 기사 : 폴인 9월 컨퍼런스 (왜 일하는가) 열려


Q : 왜 퇴사했나요?
A : 많은 분들이 퇴사가 결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원하는지 찾는 과정이요. 퇴사한 지 3년 반 쯤 됐는데요, 이제야 제가 왜 퇴사했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내가 하는 일은 내가 결정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회사에선 그럴 수 없죠. 조직 안에선 룰을 따라야 합니다. 회사 안에서 제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에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아마 퇴사하지 않았겠죠.


Q : 퇴사할 때 불안하진 않았나요?
A : 왜 아니었겠어요. 하지만 남은 인생이 50년이 넘는데, 이대로 살기는 싫었어요. 어떻게 살지, 뭘 할지 최대 1년은 찾아볼 생각이었어요. 긴 내 인생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죠.


Q :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뭔가요?
A : 잤어요.(웃음) 그리고 산책도 하고 요리도 하고 TV도 봤죠. 그런데 일주일 지나니까 지겹더군요. 그래서 매일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글을 썼어요. 회사 생활을 돌아보는 글을요. 3개월 정도 그렇게 한 끝에 나온 책이 (퇴사의 추억)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퇴사했지만, 그렇다고 방황하지 않은 건 아니다. 퇴사 후 백수 생활을 하던 1년을 돌이켜 보면 막막한 순간도 많았다. 전문 기술도 없고, 개발자도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의 고민은 결국 퇴사학교 창업으로 이어졌다.

저는 한국 교육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처럼 30대 이후 좀 더 행복한 삶, 가치있는 삶을 찾는 직장인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퇴사학교를 열게 됐습니다. 첫 번째 입학생이 저였고, 제게 필요했던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퇴사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수한 대표. 사진 퇴사학교



Q : 퇴사학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뭘까요?
A : 퇴사학교 선생님은 우리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주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누구나 2~3년 준비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죠. 먼저 퇴사를 경험하고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 선생님을 보면서 각자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고, 장기적인 인생 설계를 합니다. 손에 잡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Q : 퇴사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례를 좀 들려주세요.
A : 두 분이 떠오르는데요, 한 분은 30대 중반의 여성 분입니다. ‘프로 이직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직을 많이 한 분이었는데, 글쓰기·브랜딩 수업을 1년 넘게 듣고 최근에 1인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어요. 또다른 한 분은 회사 안에서 길을 찾으신 케이스인데요. 퇴사학교 수업을 듣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직을 해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콘텐츠를 모아 책도 낼 계획을 갖고 계시고요. 퇴사를 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나다운 길, 내가 행복한 길을 찾는 게 중요하죠.

장 대표는 퇴사지망생이라면 무엇보다 퇴사, 나아가 삶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없으면 충동적으로 퇴사하게 되고,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퇴사도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거다. 장 대표는 “나만의 관점과 기준이 있다면 퇴사하지 않고도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사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까?

좋아하는 걸로 먹고 사는 건 가능해요. 다만 굉장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죠. 그러려면 실력을 쌓아야 해요. 꿈만 좇아서는 돈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하고 싶을 일을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퇴사하면 안됩니다. 실력을 기르기 위해 말그대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해요.

퇴사를 독려할 것 같은 퇴사학교 대표는 냉정한 답을 내놓았다. “회사 밖은 정글”이라며 “피나는 노력을 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회사 안에 있는 게 낫다”고도 했다.

남들보다 먼저 적나라한 정글로 나온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수업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겁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은 행복한가요?' 제 답은 이겁니다. 힘들어요. 일하기 싫을 때도 있고요. '이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에 있을 때와는 정반대죠. 그땐 하루하루는 견딜만 했는데 늘 '내 인생은 어디로 가나' 고민했거든요.


Q : 이번 컨퍼런스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세 명의 연사와 대담을 나누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A : 퇴사하고 저도 여러 강연을 다녔어요. 구체적인 기술을 배우는 강연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일의 의미를 찾는 강연도 있었어요. 이번 컨퍼런스 연사 분들은 20년 이상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한 분들인데요, 이 분들이 인생과 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조명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가 진행하는 이번 컨퍼런스는 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성수동 카페 월닷서울(구 레필로소피)에서 열린다. 티켓은 폴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노희선 에디터 noh.hee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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