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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총,균,쇠』다이아몬드 교수가 김현미 국토 장관에게 해줄 조언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3 08:44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2017년 판 후기에 이혼 상담 얘기하며
직접 원인'과 '근본 원인' 구분 강조
현재 서울 주택시장 과열 진정도
근본 원인 파악과 해결이 관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아내가 뺨을 때렸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남편 뺨을 때리는 여자와 계속 살고 싶지 않아요.”

이혼 상담소를 찾아온 남자가 하소연했다. 상담사는 아내에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아내는 그렇다고 했다.

상담사는 아내에게 “남편 뺨을 때린 게 결혼 파탄의 원인이냐”고 질문했다.

“아뇨.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내가 남편 뺨을 때릴 만한 이유가 있어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거든요. 바람피우는 남편과 살고 싶지 않아요.”

논리적인 아내라면 차분하게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른 데 내가 남편 뺨을 때린 것은 직접 원인(proximate cause)이고 남편이 바람을 핀 게 근본 원인(ultimate cause)”이라고 말할 것이다.

상담사가 다시 남편에게 바람을 피웠냐고 묻자 남편이 말했다. “사실이지만 아내가 점점 차가워져 애정을 주지 않고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남자나 여자라면 누구든 원하기 마련인 애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여자를 만났어요.”

남편이 흥분을 삭이고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이랬을 것이다. “아내에게 뺨을 맞은 것은 직접 원인이고 내가 바람을 피운 건 그다음 직접 원인이지만 결혼 파탄의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아내가 싸늘해진 게 근본 원인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이나대 교수가 쓴 『총,균,쇠』 2017년 판 후기의 일부다. 문제 해결에서 근본 원인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내용이다. 직접 원인을 해결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다른 상황은 변함없이 아내가 남편 뺨을 다시는 때리지 않더라도 이 부부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듯이 말이다.

현재 서울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데 조언으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

자료: 통계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과열 원인으로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등 호재와 종부세 개편안 발표 등 정책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 현안질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방안 발표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시기적으로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7월 8일)와 종부세 개편안 발표(7월 6일) 시점부터 서울 집값 상승 폭이 확대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에 들어간 지난 4월 이후 주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 이하로 떨어졌다가 7월 중순부터 0.1%를 넘어서며 이번 주 0.37%까지 치솟았다. 주택 매매거래가 급증하고 집값이 급등한 연초 이후 최고이고 지난해 8·21대책 발표 직전 수준이다.

7월 이후 집값 상승세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이나 종부세와 별 상관이 없는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8월 들어서는 여의도·용산 보다 다른 강북지역이 더 많이 오르는 추세다.

서울 주택시장의 현재 판은 청약에서 세제, 대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규제를 도입한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8·2대책 후 1년 상황을 돌아보면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김 장관이 밝힌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는 선언이 무색해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6월 23일 취임사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주거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8·2대책이 나오기 전 1년과 비교해 집값 상승폭이 더 커졌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오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억1600만원이다. 강남권은 3억~4억원이다. 몇 달 새 수천만 원 올랐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473만원이다. 2년간 한 푼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돈을 1년 전에 아파트를 사서 가만히 있어도 번 셈이다. “투기를 잡아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김 장관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만 바보가 돼버렸다.

이처럼 8·2대책 후 지난 1년은 아파트의 ‘돈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주택 수요에 이런 허탈감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


자료: 한국감정원

물량 대부분을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공급하는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억대로 저렴하다 보니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문을 넓혔다기보다 ‘로또’ 당첨 기회를 주는 셈이다.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을 꺼내지 않고 정부가 좀 더 센 종부세 개편안을 냈더라면 집값이 안정됐을까. 아파트가 ‘돈’이 돼버린 현재 주택시장 구조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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