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Scattered Clouds
62.8°

2018.09.23(SUN)

Follow Us

징역형 받은 '곰탕집', 벌금형 받은 '노래방'···같은 성추행인데, 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2 00:38

합의·반성 없으면 6개월이 기본 형량


온라인에 공개된 사건 당시 CCTV 영상.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피해자)이 남성(피고인)을 향해 따지고 있는 장면이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쳐]


최근 '남편이 강제추행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CCTV를 공개한 것이 화제가 됐다. 사건장소가 곰탕집이어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불린다.

피고인의 아내는 "신랑의 억울함을 어디 가서 이야기해야 하나. 만졌다고 쳐도 징역 6개월이 말이 되느냐"는 글을 썼고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 사흘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판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12일 오후 4시 현재 참여인원이 26만 7000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성범죄 사건(강간 및 추행)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20% 정도다. 집행유예(34.5%)나 벌금(33%) 선고가 더 많다. 최근 3년(2014~2016년) 사법연감 자료를 토대로 평균을 낸 것이다.

위 수치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별 없이 합해 통계를 낸 것이기 때문에, 강제추행죄의 실형 선고 비율만을 보면 20%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실제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판결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김동욱 판사가 최근 6개월 동안 선고한 강제추행 판결 20건 중 12건은 벌금형, 5건은 집행유예였다.

같은 판사 다른 판결 살펴보니…합의·반성 중요

성추행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들은 피해자와 합의를 했거나, 합의를 못 했더라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바닥으로 10대 여학생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며 만진 40대 남성은 벌금 300만원(2018년 4월), 노래방에서 직장 동료인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고 소파에 눕힌 뒤 몸 위에 올라타 입에 혀를 집어넣은 60대 남성은 벌금 500만원(2018년 7월)을 선고받았다. 모두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였다. 창문이나 차량 문이 열리는 틈을 타 기습하는 방식으로 20대 여성 두 명의 엉덩이 허벅지를 만진 60대 남성은 피해자 두 명 중 한 명과 합의했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2018년 4월).

여성의 뒤로 걸어가며 엉덩이를 한차례 꾹 누른 혐의로 재판에 온 30대 남성은 피해 여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지만 "뒤늦게나마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2018년 8월). 수차례에 걸쳐 버스에 탄 20대 여성 3명의 손을 만진 40대 지적장애 남성(2018년 3월). 자동차 안에서 헤어진 옛 연인의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와 음부를 만진 50대 남성(2018년 4월), 사무실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직장동료의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배·등·허리를 만진 30대 남성(2018년 5월)은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지만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징역 6개월~2년'이 강제추행죄 기본형량

강제추행죄의 양형기준은 기본이 징역 6개월에서 2년 사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강제추행죄의 양형기준상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경우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반대로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계획적 범행인 경우, 청소년을 상대로 한 범행인 경우는 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도록 한다. 가중요소나 감경요소가 없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징역 6개월~2년 사이에서 선고하게 되어 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이전에도 김 판사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이 있었다. 지난 3월, 주택 수리를 하러 들어와 30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60대 남성은 "피해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를 반복했고 혼자 그곳에 있던 피해자는 상당한 공포심은 물론 수치심·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이 남성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2심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40대 남성은 "동종전과에 따른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고 불과 12일만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지난 4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비교하면 '곰탕집 사건' 피고인의 경우 전과 없이 한 차례 추행에 같은 형을 선고받은 것이어서 "이례적으로 형이 무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근찬 판사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2차적으로 가해행위를 하는 경우 실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벌금이냐 옥살이냐…'극과 극' 달리는 형량 왜

판결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들쑥날쑥 고무줄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만들어 모든 판사들이 선고할 때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그 적정 기간에 대한 기준이고, 이보다 앞서 결정해야 하는 벌금형과 징역형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 이도행 판사는 "통상 범행이 경미하고, 피해자와 합의된 경우, 초범이거나 별다른 전과가 없는 경우,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경우 등에서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건마다 양상이 제각각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판사 주관과 재량의 영역으로 남는다. 곰탕집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적당한 형량은 벌금 300만원이라고 봤다. 하지만 판사는 징역 6개월이 응당하다고 판단했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선택은) 판사마다 재량으로 하는 것이고 어떤 경우 벌금형, 어떤 경우 징역형을 선고할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무죄 주장 또한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가져온다. 무죄를 주장해 무죄가 선고되면 다행이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형이 무거워진다. 서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간 주장이 갈릴 경우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사실관계를 확정 지어야 하는데, 그런 사실관계 하에서 되돌아보면 (피고인이 무죄주장을 했던 것이) 불리한 사정이 된다"고 답했다. 이 판사는 "범행의 단순 부인을 반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긴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반성에 이르려면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것이 전제된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