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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스페인 어선에 기관총 쏜 캐나다, 이유는 가자미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13:01

아이슬란드, 영국 상대 ‘대구 전쟁’ 3전 3승
캐나다-스페인, 일촉즉발 이유는 ‘가자미’

국적 없는 물고기 놓고 바다 위 전쟁
6년 전 10월 8일, 프랑스 르아브르로부터 서쪽으로 24㎞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리비를 건져 올리던 영국 선박 5척을 프랑스 선박 수십 척이 에워쌌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욕설을 퍼붓고 영국 어선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죠. 조명탄까지 등장한 바다 위의 육탄전은 6시간이나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노르망디 앞바다에서 양국이 또다시 맞붙었습니다. 화염병이 뻗어 나가고 연막탄이 피어오르는 등 해전을 방불케 했죠. 이번에도 35척의 프랑스 선박이 영국 어선 5척을 공격했습니다. 역시 가리비 때문이었는데요. 영국 선박 두 척은 결국 창문이 깨진 채 패전 함대처럼 영국 브릭삼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프랑스 정부는 노르망디 주둔 해군까지 비상대기시키겠다고 발표했죠.

영국과 프랑스가 가리비를 놓고 충돌을 벌인 곳.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 간 ‘가리비 전쟁’은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탓입니다. 프랑스는 가리비 고갈을 막기 위해 자국 어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가리비를 잡을 수 있게 제한하는 반면 영국의 경우 길이 15m 이하 소형 선박에 한해 연중 내내 가리비 채취를 허용합니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가리비를 건질 수 있다는 얘기죠. 프랑스 어민들은 조업 금지 기간에 영국이 가리비를 싹쓸이한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들(영국인)은 강도”라는 클라우드 밀리내르 말처럼 프랑스 어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영국은 영해를 침범하는 게 아닌 이상 문제없다는 입장이죠.

인구는 늘고 어획량은 감소하는데 물고기엔 국적이 없고…. 세계 곳곳의 어장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과거에도 물고기를 둘러싼 바다 위의 육탄전이 종종 벌어졌는데요.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약소국 아이슬란드, 영국에 덤볐다?

피시앤드칩스. 음식 불모지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도 나름 맛을 인정받는 대표 메뉴죠. 이 생선튀김의 주재료는 대구인데요, 소비량이 세계 대구 어획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대구를 많이 먹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이런 영국이 아이슬란드 바다까지 넘어가 대구잡이에 나선 탓에 양국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이른바 ‘대구 전쟁’ 입니다.

옛 가디언지 ‘맨체스터 가디언’이 보도했던 ‘대구 전쟁’. [가디언 캡처]

아이슬란드는 당시 국가 수입의 95%를 어업에 의존하던 때였고, 대구의 황금어장이 바로 아이슬란드 근해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외국 어선들은 이곳을 자유자재로 드나들었고요. 그런데 경제 침체를 겪게 된 아이슬란드가 더 이상 이들의 남획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1958년 9월, 육지로부터 4해리(7.4㎞)까지인 바다의 국경, 배타적경제수역(EEZ)을 12해리까지로 넓히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때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유일하게 버틴 나라가 있었으니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어선을 가지고 있던 영국입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슬란드 앞마당에서 조업을 계속하던 영국은 자국의 트롤선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척의 전함까지 투입했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해군 전력을 자랑하던 시절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전력은 고작 경비정 6척과 경비대원 100명이 전부였다고 하죠. 1차 전쟁은 영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그럭저럭 마무리됐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슬란드가 영국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기 위해 쓴 그물 커터. [위키피디아]

1972년 아이슬란드가 협정을 깨고 이번엔 EEZ를 50해리로 넓히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2차 전쟁이 시작됐죠. 아이슬란드는 50해리 안으로 들어오는 외국 어선은 무조건 나포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그물 커터까지 동원해 영국 어선의 그물을 끊으며 조업을 방해했습니다. 대치는 1년 이상 계속됐고, 아이슬란드는 영국과 국교를 단절하는 것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아이슬란드가 ‘벼랑 끝 전술’을 쓴 셈이죠.

영국이 특정 지역에서 연간 13만t 한도 내로만 조업하는 조건을 달아 양국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2년간만 유효한 협정이었던 탓에 1975년 11월 3차 전쟁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때 양국의 갈등은 국민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져 아이슬란드 대학생들이 영국 대사관을 습격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미국과 나토가 중재에 나섰고, 아이슬란드는 원하는 대로 200해리까지 EEZ를 확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이던 아이슬란드가 영국과 붙어 3전 3승을 거둔 싸움이었죠. 왕실 해군까지 동원한 영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꼴이 됐고요. 타격을 받은 영국에선 당시 어부와 어업관계자 등 1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자미 전쟁’ 이끈 캐나다의 ‘터보네이터’ 장관은 누구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1995년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브라이언 토빈은 EEZ 바로 외곽의 그랜드 뱅크 어장을 사수하기 위해 강경한 대응을 지시합니다. 캐나다 순시정은 도주하는 스페인 트롤 어선 ‘에스타이호’의 뱃머리에 기관총탄을 퍼붓고 결국 어선을 나포했는데요. 선원들은 캐나다 세인트존스 항구까지 끌려가 전원 체포됩니다. 캐나다와 스페인 간 ‘가자미 전쟁’의 시작이었죠.

브라이언 토빈 전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 [위키피디아]

발끈한 스페인도 대서양에서 작전 중인 군함을 급파했는데요. 캐나다에 해적 행위를 그만두라며 비난했는데 유럽연합(EU)도 가세해 캐나다에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동남쪽에 있는 그랜드 뱅크는 가자미와 대구 등이 풍부한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등이 이곳을 노리면서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위기에 놓인 캐나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데요. 일종의 조업금지령이죠. 당시 대체 어종으로 가자미가 꼽혔고, 가자미까지 대구 꼴이 날까 두려웠던 캐나다는 치어를 잡을 수 없게 넓은 그물망을 쓰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내겁니다. 그런데 스페인이 불법 어구를 사용해 남획을 이어가자 캐나다는 국내 연안어업 보호법 위반이라며 나포까지 명령하게 된 겁니다.

양국의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넘겨졌는데요. 나포된 지점이 공해 상인 이유로 여론이 스페인에 유리하게 돌아갔다고 하네요. 캐나다는 억류 선원을 석방하고 나포했던 에스타이호 선주에게 4만1000달러의 피해 보상을 해줬다고 하는데 스페인은 승소를 예상하며 끝까지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캐나다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영국 등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결국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게 됐답니다.
당시 가자미 전쟁을 지휘했던 캐나다 토빈 장관에게는 ‘캡틴 캐나다’ ‘터보네이터(가자미를 뜻하는 ‘터보트’와 영화 ‘터미네이터’의 합성)’ 등의 별칭이 붙었다고 하죠. 토빈 장관은 이 분쟁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는데요. 강경책을 써 외부와의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치’ 된 꽁치…“어획량 쿼터 두자” 제안한 나라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중 하나인 꽁치를 두고 나라별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3년간 꽁치 어획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일본은 다급한 마음에 국제 수산회의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요. 어획량에 쿼터를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5일 일본 도쿄에서 북태평양어업위원회가 열려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8개 국가가 이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결국 중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일본처럼 연안 어업을 하는 한국과 러시아, 미국 등은 찬성했는데 공해 상에서 꽁치잡이를 하는 중국은 규제 도입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일본에서 최근 꽁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꽁치 값이 3년 새 60% 올랐다. [재팬타임스 캡처]

서민 생선 꽁치는 일본에서 몸값이 60%나 뛰면서 ‘금치’가 됐다고 하죠. 올해 처음 잡힌 꽁치 한 마리가 5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꽁치 축제를 줄줄이 취소했습니다. 꽁치는 산란기에 태평양에서 일본 근해로 찾아오는데 중국과 대만이 싹쓸이에 나서면서 자국 연안으로 오는 꽁치 양이 줄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입니다.

그나저나 영·불 간 가리비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양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런던과 파리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긴장감이 여전합니다. ‘휴전’ 상태인 셈이죠. 영국 BBC와 스코틀랜드 일간 더 스코츠맨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조업 금지 기간에 소규모의 영국 선박들도 가리비 채취를 하지 않는 대신 재정적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 쟁점인데 이견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 선박들은 자발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분쟁 지역에서 가리비잡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데요.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데드라인(2019년 3월 29일) 이후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 수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두고 볼 일이겠죠.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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