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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도 눈앞 … 노조 설립 바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08:04

포스코 정규직 15일 총회서 논의
삼성·네이버·넥슨 창립 잇따라

‘워라밸’ 추구, 갑질 반감도 영향
재계 “정규직 강성 노조화 경계”

# 포스코에선 새 노동조합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1990년 조합원 2만 명이 가입한 노조가 있었지만 노조 간부의 비리 사건으로 조합원이 대거 탈퇴해 현재는 97년 설립된 노경협의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포스코 새 노조 준비위원회는 오는 15일 가입 의향을 밝힌 조합원을 모아 총회를 연다. 총회에선 다음달 초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 지회 출범에 대한 찬반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 판교의 게임업계에선 이달에만 2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에 가입한 넥슨 지회와 스마일게이트 지회다. 이들 노조의 창립 선언문에는 게임업계 특유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 또 40대로 접어든 고령 개발자들의 노후 불안도 노조 설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넥슨 노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12조원대로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다”며 “과로가 일상이 된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던 삼성전자(2월)와 포스코는 물론 노조와 거리가 멀었던 정보기술(IT) 업계에까지 ‘노풍(勞風)’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네이버의 민주노총 산하 사원노조가 출범한 데 이어 이달에는 SK하이닉스의 기술사무직 노조도 문을 열었다.

특히 재계는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의 노조 설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설립돼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포스코 노조는 금속노조에서 현대차·기아차 노조에 이어 셋째로 조합원 수가 많은 정규직 노조가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불쑥 늘게 되면 노동계와 경영계 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에선 현 정부가 노동친화적인 까닭에 어느 때보다 포스코에 새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근 선임된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노동자·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와의 상생을 강조한 ‘더불어(With) 포스코’ 비전을 제시한 점도 노조 설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포스코 내부에선 회의적인 견해도 나온다. 노경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맡은 97년 이후에도 포스코 내부에선 새 노조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직원들이 노조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무산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스코 직원은 “자체 노조 설립은 몰라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세우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 직원이 많다”며 “철강업은 파업으로 용광로를 멈추면 노사 모두에 주는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노조 설립 여부를 떠나 노조 설립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직원들의 불만들이 터져나오다 오프라인 집회나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임원 갑질에 저항적인 신세대 직원들의 성향도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도 노조 설립은 근로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란 점은 인정한다. 다만 공장 자동화(무인화) 설비 도입과 사업 구조조정, 기업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 노조가 없었을 때는 가능했던 자율적인 경영 판단이 노조가 설립되면 불가능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 판단은 노조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대기업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정규직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결권이 보장된 현행법상 노조 설립은 노동자들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내 노동계가 정규직을 중심으로 강성 노조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저성과자들이 계속 자리를 보전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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