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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가끔 무모한 용기도 필요하다, 자유를 얻기 위해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4 17:01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52)

누가 나에게 당신의 가장 큰 삶의 가치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자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그 자유는 무엇으로 지켜지는가? 그것은 당당함으로 지켜진다 믿는다. 그것은 남 아닌 나로서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인으로부터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생겨난다.

100세 시대는 두 번 살아야 할 시대다. 그런 시대의 자유는 더더욱 고귀할 것이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고뇌와 투쟁의 산물이다. 언젠가는 나도 자유로울 수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또는 무엇이 없어서라 말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쟁취하고 지키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산막을 향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자유롭게 산다’, ‘멋지다’며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도시인에게 산막의 전원생활은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온갖 자연의 푸성귀 갖춰놓고 때 되면 밥과 반찬에 철 따라 복숭아, 자두, 사과도 따 먹으며 눈 오는 겨울밤이면 장작 난로에서 활활 타는 불꽃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잠든다. 원두막 높이 앉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책 한 줄 읽고 한나절을 생각하는 여유를 즐긴다. 좋은 사람들 모아 파티라도 하는 날이면, 밤하늘의 별들과 좋은 사람들의 향기에 마냥 행복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얻기 위해서는 숱한 고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싱싱한 무공해 푸성귀를 얻기 위해서는 땀 흘려 밭 갈고, 잡초 뽑고, 벌레를 잡아야 하며, 장작 난로의 따사로움과 안온을 위해서는 땔감 마련하는 수고와 장작 패고 나르고 불 피우고 재 버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위해서는 읍내로 나가 고기며 쌈장, 마늘을 사와야 하고 파티 끝난 후의 적막함과 쓰레기와의 싸움도 감수치 않으면 안 된다.




추운 겨울이 언제 왔냐는 듯이 이제는 봄 기운이 완연한 산막의 모습. [사진 권대욱]






오래전부터 청춘합창단 단장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 삶 또한 그냥 얻어지지는 않는다. 현직 사장이 왜 저런 예능프로에? 저 많은 연주에 연습에, 회사 일은 제대로 하는 거야? 이런 시선 애써 무시하고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 새벽부터 설치고 봉급 덜 받을 테니 휴가를 더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무모함이 필요하다.

이렇듯 자유는 모험이고 용기이며, 엄중한 노력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이며 나를 지켜나가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는 여정이다. 자유가 없는 당신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노력을 하기 싫은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다가는 그냥 사라지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젊을 때는 젊으니까 그렇다 치고, 이뤄야 할 것도 많고 지켜내야 할 것도 많으니 그렇다 치자. 그러나 이제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를 앞둔 이 나이에도 그 무엇에 그 어디에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것은 단 한 번도 온전한 나의 삶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자유를 바라보며 마음을 먹어본다. 내 인생의 자유를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결코 남의 삶을 살지 않으리라. 결코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밑반찬만 줄창 먹을 순 없는지라, 읍내 마트에 전화한다.
“여기 스지고기 1kg, 참치 캔 일회용 10개, 대파 뿌리 달린 놈으로 두 단 갖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카드결제 시지요?”
“예.”
잠시 후 전화가 울린다.
“고객님, 스지고기 따로 있는 건 없고 도가니랑 함께 있는 건 있다는데요?”
“그럼 그걸로 그냥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이 산속까지 배송해준다. 애써 읍내 나갈 일도 없다. 자, 이제 물건 왔으니 예전에 그랬듯 곰국을 끓여본다. 한 서너 시간 푹 고아 고기는 따로 건져 냉장고에 두고 국물은 먹을 만큼 데워 먹으면 멋진 곰탕 식사가 된다. 파는 원두막 옆에 심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잘라 먹으면 된다. 후추와 매운 고추는 필수다. 그러고 보니 청양고추랑 마늘을 깜빡했다. 다시 전화해서 추가한다. 반찬은 김치에 참치캔 하나, 내키면 계란 하나면 충분하다. 먹기 좋고 맛있고 설거지하기 편해 좋다. 날이 풀렸으니 식사는 야외에서 한다. 흘려도 어질러도 사랑스러운 견공들이 주워 먹고 바람과 햇볕이 치워주니 이 얼마나 환상인가.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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