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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가 뭐길래…中, 인천보다 작은 섬에 대사관 연 이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6/27 20:48

중국이 눈독 들이는 이유
①자원②미국 교두보③대만 견제
호주의 반격...태평양 관광업 51% 호주·뉴질랜드 의존

호주 동북부 적도 부근에 위치한 태평양의 작은 섬 키리바시. 이곳에 지난달 중국 대사관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최근 키리바시를 둘러싸고 중국과 호주가 패권 다툼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CNN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중국 베이징에서 7000㎞ 이상 떨어진 키리바시에 최근 중국 대사관이 들어섰다"면서 "지금까지 호주·뉴질랜드·쿠바의 세 나라만이 대사관을 두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타네티 마마우 키리바시 대통령(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키리바시 점 찍은 이유 세 가지

중국이 키리바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키리바시는 인천(1062㎢)보다 작은(811㎢) 섬이지만 자원의 보고다. 키리바시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세계 12위로 넓고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해 각국 참치 어선이 몰려든다.

둘째,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키리바시는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 하와이에 접근하는 교두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지렛대'로서도 키리바시는 유효하다.

원래 키리바시는 미국·대만을 비롯해 안보파트너인 호주 등 동맹국들과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외교 공세를 꾸준히 벌이면서 친중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묘한 기류 속에 지난해 키리바시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 품으로 돌아섰다.

친중 성향의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은 대만에 항구 건설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중국에 접근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대만과 단교하고 같은 달 곧바로 중국과 수교했다.

올해는 마마우 대통령이 대만에 호의적인 야당 경쟁자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레그 폴링 전략 국제문제 연구소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에 "키리바시 대선 결과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호주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나라들에는 타격이었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오른쪽)과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수교를 맺는다는 서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CNN은 "키리바시는 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장 최근 사례"라면서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지원으로 인해 중국과 키리바시가 밀착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다음으로 지원 규모가 크다. 태평양 제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중국 전체 GDP의 1%에도 못 미치는 337억7000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존재다.



중국이 키리바시에 대사관을 최근 열었다. 키리바시(왼쪽 두 번째)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중국은 태평양 섬 국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은 10개국에 190만 달러(22억8700만원)의 현금과 의약품을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10개 태평양 섬 국가와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 19 퇴치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를 며칠 앞두고 태평양 10개국 장관들이 중국이 소집한 코로나 화상회의에 동참했다. 회의는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긍정하면서 끝났다. 이들은 공동 발표를 통해 "중국이 시의적절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채택했다"면서 중국을 치켜세웠다.


로위 연구소 조나단 프라이크 연구원은 "중국이 태평양에 관여하는 것은 기회주의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태평양에서 가능한 한 많은 영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반격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호주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호주는 1억 호주달러(약 826억원)를 들여 이 지역 10개국에 '빠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018년 취임한 뒤 15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펀드 설립 등을 골자로 한 '태평양 스텝 업(Pacific Step-Up)' 구상을 시작했다.

호주 측은 중국이 약속한 투자금과 실제 집행금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도 강조한다.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호주는 약속한 금액(58억7000만 달러, 2011~2017년)보다 더 많은 62억5000만 달러를 태평양 제도 국가에 투자했지만, 중국은 약속한 금액(57억 달러)에 못 미치는 12억1000만 달러만을 집행했다.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왼쪽)가 태평양 제도 국가 중 하나인 마나세 소가바레(오른쪽) 솔로몬 제도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솔로몬 제도도 지난해 키리바시와 비슷하게 대만을 버리고 중국을 택했다. 이 때문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솔로몬 제도와의 만남을 취소하는 등 실망감을 표현했다. [EPA=연합뉴스]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프트파워'를 파고드는 것도 호주의 전략이다. 호주는 '마스터셰프'와 같은 인기 있는 호주 TV 쇼들을 태평양 섬 7개국에 방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NN은 "중국의 영향력 향상에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투발루에서 열린 태평양 제도 국가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가 대응카드로 쥐고 있는 건 관광업이다. 태평양 국가 경제가 주로 관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태평양 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호주·뉴질랜드인 100만 명 이상이 태평양 섬나라들을 찾았다. 이는 전체 관광 입국자의 51%다. 사실상 호주와 뉴질랜드 관광객들이 쓰는 돈으로 먹고사는 구조다. 반면 2018년 중국 관광객은 12만4939명으로 전년보다 10.9% 줄었다.


호주 자유당 소속이자 전직 외교관이었던 데이브 샤르마 하원의원은 지난달 "호주는 태평양 이웃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호주가 첫 번째 파트너"라고 기고했다. 프라이크 연구원은 "호주는 중국이 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공백이 생긴 자리를 채울까 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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