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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석-윤시내 부부의 북유럽 자유여행-③] ‘노르웨이를 한눈에’ 관광상품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9/29 06:51

산·호수·폭포·피요르드…자연의 향연
유네스코 인류 자연유산 만끽

스톡홀름에서 오슬로행 기차는 오전 10시반 출발해 오후 5시 넘어 도착한다. 스칸디나비아 3국과 핀란드까지 네 나라를 한 달 안에 나흘 동안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철도권(Rail Europe Pass, 1인 235달러)을 사용했는데, 예약요금을 따로 내야 했다. 이번에도 호텔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택시비 50달러)에 있어 좀 마음이 언짢다.

오슬로의 무료도보 안내 집합장소는 중앙역 호랑이 조각상 앞이다. 스톡홀름에서 집합장소를 찾지 못한 적이 있어 일찍 서둘러서 메트로를 타고 간다. 약 30여 명이나 되는 여행객이 모였는데, 여자 안내원의 마이크 없는 육성 설명을 듣는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한 일이다. 대강 듣고, 명소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슬로 교외 열린 공원을 찾아,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목선, 프램(Fram)이 전시된 박물관에 들어간다. 프램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3번이나 북극과 남극 탐험에 사용되었으며, 세 번째 항해에서 탐험가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아문센과 선원들을 태우고 세계 최초로 남극에 이르렀다.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 없이 얼음뿐인 북극과 남극 탐험의 기록을 보며, 한 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그 나라의 국민성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박물관에서 버스 타고 시내로 나온 뒤 다시 전차로 갈아타고 비겔란 공원으로 간다.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작품 200여 개가 전시된 비겔란 공원은 한 조각가의 작품을 설치한 공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중앙로 좌우로 세워진 작품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한 단면을 포착, 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아기를 번쩍 들어 올리며 환희하는 어머니, 포옹하는 남녀, 새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나는 소녀, 그리고 너무 인기가 높아서 팔이 부러지고 얼굴도 훼손된 것을 고쳐놓은 ‘화가 잔뜩 난 소년’ 등 진지하고 사실적이며 섬세한 표정이 그냥 지나쳐가기 미안스러울 정도이다. 공원에는 조각품뿐만 아니라 원형의 분수, 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시냇물, 넓디넓은 운동장이 있어서 햇빛이 늘 그리운 이곳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 지어 거닐고 운동하고, 음식을 차려놓고 풀밭에 둘러 앉아있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모노리뜨(monolith)는 비겔란과 그의 조수들이 조각한 각양각색의 사람 121명이 서로 엉키고 또 엉켜서,서로의 어깨와 머리와 가슴을 짚고 계속 위로 14미터 올라가는 탑이다. “이 탑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하고 비겔란에게 물었을 때 그는 “이것은 나의 종교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무슨 뜻일까. 언뜻 모호하게 들리면서도 한편 수긍이 가는 대답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관광 상품에 ‘노르웨이를 한눈에’(Norway in a Nutshell)란 것이 있다. 오슬로에서 기차 타고 미르달을 거쳐 플램으로 간 뒤 거기서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2시간쯤 구경한 뒤 버스와 기차로 버겐까지 가면서(전체 약 13시간)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풍경, 즉 산과 호수, 폭포와 피요르드, 산골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1인당 약 240달러). 시간을 아껴 쓰는 것은 좋지만 온종일 기차-배-버스-기차로 갈아타면서, 게다가 짐까지 끌고 다니다 보면 피로해서 좋은 경치도 눈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남편과 상의해 우리는 플램에서 하루 쉬고 유명한 송네 피요르를 다녀오기로 했는데, 마침 관광철이라 플램 호텔은 만원이어서 호스텔에 가까스로 예약했다.

미르달-플램 가는 기차는 가파른 산길(20km)을 1시간 걸려서 가는데 중간에 키요스 폭포를 구경시켜주려고 잠시 쉰다. 기차역 바로 앞의 골짜기 사이로 귀가 먹먹한 폭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도 속이 후련한 장관이려니와, 주홍색 옷을 입은 여인이 검고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문득 바위에 나타났다 한순간 폐허가 된 오막살이 집 뒤로 사라졌다 하면서 폭포에 얽힌 전설을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다음 날, 송네 피요르를 항해하는 오전 8시 배에 올라탄다. 시간도 이르고 날씨도 우중충해서 큰 배에 탄 사람은 모두 이십여명 정도이다. 아무도 없는 갑판에서 나는, 옹기종기 붙은 집들이 오른쪽 해안에 나타나면 오른쪽으로 가서 사진 찍고, 기가 막힌 절벽이 짙은 청회색으로 바다에서 솟아올라 있으면 왼편으로 가서 사진 찍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자서 신바람이 난다. 물은 고요하고 산은 높고, 물 위에 비친 산은 더욱 깊고 높다. 유네스코가 인류 자연유산으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버겐 호텔은 시내 중심에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짐을 방에 던져놓고 근처 생선 시장으로 나간다. 인천이나 부산 생선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이며 주로 즉석 음식과 생선 알을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곳이다. 우리가 기웃거리니까 남자 직원 한 명이 “어서 오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그 인사에 끌려 천막 아래 식탁에 앉아 꼬치구이와 연어를 시켰는데 맛은 추천할만하지 않다.

버겐은 12세기부터 약 200년간 노르웨이의 수도였으며, 오슬로로 수도가 옮겨간 뒤에는 19세기까지 발트해와 북해 해상무역의 중심이었던 역사 깊은 항구이다. 상인들이 지은 목조건물들은 1702년 화재로 없어지고 다시 옛 모양으로 재건한 건물들이 바다를 향해 서로에게 의지하듯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다. 달콤한 냄새로 행인의 발길을 잡는 베이커리와 장난감 가게, 기념품 가게, 카페들이 쓰러질 듯이 위태로워 보이는 건물 안에서 장사에 바쁘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가 살고 일하던 집, 트롤하우겐(요정이 사는 언덕이라는 뜻)이 버겐 시외에 있다 하여 관광안내소에 갔더니, 안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번호표를 뽑아 들고 2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 나이 또래라면 우물쭈물하더라도 처음 부분은 따라 부를 정도로 잘 알려진 곡, ‘솔베지의 노래’가 그리그의 곡이다. 그리그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사랑은 유난하여 버겐 곳곳에는 그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트롤하우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북구산 소나무로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이 아치를 이루며 서늘한 그늘을 던지고, 햇볕 가득한 정원에는 색색의 꽃들이 만발하였다. 일체의 소음을 피해 작곡에만 전념하려고 본관에서 떨어져 나와 지은 작업실은 문만 열면 발밑이 바로 바다이다. 트롤하우겐 관람과 더불어 약 30분간 피아노 연주가 있는 집은 요정들이 사는 것처럼 지붕이 뾰족한 삼각형으로 생기고, 실내 무대 뒤는 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연주자 머리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이번 연주회의 피아니스트는 최근에 무슨 상을 탄 유명한 사람으로 연주에 앞서 곡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친절을 보여준다. 그리그는 교향곡 같은 큰 곡보다는 자그마하고 아늑한 장소에서 소수의 사람이 모여 듣고 즐길 수 있는 피아노 소곡을 즐겨 쓰고 가곡도 100여 곡이 넘게 작곡하였다고 한다.

그의 가곡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한 사람이 바로 그의 아내 성악가 니나였으며, 그와 니나는 바닷가 큰 바위 속에 함께 잠들어 있다고 하여 음악회가 끝나고 찾아가 본다. 바닷물 찰랑대는 소리와 나뭇잎을 스쳐 가는 바람 소리와 좀 전에 들은 피아노의 여음과 생전에 인정받아서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산 한 예술가의 생애는 허공 속에서 합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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