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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인공지능에게 ‘인격’을 허하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2/27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7/12/27 12:08

장준환/변호사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그 창작 능력이 인간이 상상하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멋진 성과물도 속속 나와 놀라움을 주고도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법적 권리와 책임이 없다.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한다. 배후의 ‘사람’만이 주체가 된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서 이러한 상황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빚어질 다양한 법률적 쟁점을 해결하는 데 장해가 되리라 예상한다. 인공지능의 법적 권리와 책임을 인정하고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람과 사회에도 유용할 것이다.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고 감정도 없는 인공지능에게 ‘저작권’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천만부당한 오해이다.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실행한다. 인간 두뇌와 흡사한 인공신경망으로 움직이는 독립적인 사고 체계이다.

인공지능이 그리는 그림을 생각해보자. “절망에 빠진 사람의 심정을 피카소 화풍으로 그려줘. 형식은 아크릴화가 좋겠어.” 사람의 영역은 여기까지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뒤져서 ‘절망’과 관련된 다양한 심상을 학습할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분석하여 구도와 스타일 등의 특성을 익힐 것이다. 아크릴화 느낌을 내는 최적의 방법도 찾아낼 것이다. 조각이라면 어떨까? 앞의 사례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3D 프린터를 통해 근사한 조각품을 내놓을 것이다. 이런 경우 누가 저작권자일까? 인공지능의 주인(개발자, 소유자)일까, 지시를 내린 인공지능 이용자일까? 아니면 인공지능일까?

인공지능은 그 속성상 비교적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매우 빠른 시간에 양산할 수 있다. 엇비슷한 작품을 다양하게 내놓기도 하고 이용자의 정황과 취향에 따라 개인화된 생산도 한다. 이런 인공지능에게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과 똑같은 저작권상의 권리를 주기 어렵다. 좀 더 제한된 형태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사람이나 다른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침해할 때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독립성 있는 고유한 개체로 인정하고 법률적으로 등록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인공지능에게 인격을 허락해야 한다.

사람이 아닌 존재를 어떻게 사람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기업과 기관이 ‘법인’으로서의 ‘인격’을 부여 받아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알파고, 왓슨, 로우, 딥드림 등 현대의 인공지능은 ‘이름’을 부여 받고 있다. 이들 각각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법인체와 유사하게 등록하고 관리하는 법률적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인공지능 산업이 발전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대필자(代筆者)와 대작자(代作者)는 자신의 작품을 자기 것이라 부르지 못해 깊은 응어리가 졌다. 최첨단 현대 사회에서 한 맺힌 인공지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10년여 전부터 정부 주도 하에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 4월에는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인공지능의 활약은 SF속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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