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장수 업체] 정음사 '바른 글자 알리자' 90년 전통
한국선 출판, 미국선 유통 맥 이어
한국서적 영문판 미국인도 많이 찾아
LA한인타운 코리아타운 플라자 1층 서점 정음사의 마크 최(40) 사장의 설명이다.
정음사는 올해로 남가주에서 3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정음사'라는 이름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로 90년.
최 사장의 조부인 고 최현배씨가 1928년 한글 서적 출판사인 정음사를 세운 것이 시작이다.
최 사장은 "바른 소리(글자)를 알리자는 의미의 이름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으신 것"이라며 "비록 출판에서 판매로 분야는 조금 바뀌었지만 그 뜻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문을 닫은 정음사의 명맥은 남가주에서 이어지고 있다. 부친인 고 최성혜씨가 1976년 도미하면서 다시 '정음사'라는 이름으로 한글 서적 유통업으로 시작한 것. 그리고 1977년 올림픽과 아드모어 VIP플라자에서 한인들을 위한 서점을 오픈하며 소매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인들은 한국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아버지께서 이런 수요를 느껴 소매 서점을 오픈 함께 운영을 하셨죠."
이후 1988년 코리아타운 플라자가 오픈하면서 매장을 옮겨 20년을 한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다.
최 사장이 바로 정음사를 이어받았던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음향회사 사운디럭스사에서 음향편집기사로 6~7년을 일했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 '본아이덴터티'도 그가 작업한 작품 중 하나다.
하지만 2002년 할리우드 경력을 뒤로 하고 정음사를 이어받았다.
그는 "19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누나가 정음사를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힘에 부쳐하시곤 했다"며 "마침 음향편집기사로서 일하면서 많이 지친 상태여서 고민 끝에 정음사를 물려받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최 사장과 부인 최보라 사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점 경영이나 책 선정은 최보라 사장이 담당하고 마크 최 사장은 주로 뒤에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최보라 사장이 없었으면 정음사를 이어받는다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며 "아무래도 1.5세라 한글이 약한 편인데 최보라 사장이 그런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고 전했다.
정음사는 소매 판매와 함께 USC 도서관 등 도서관 및 학교에 한국책을 유통하고 있다.
마크 최 사장이 코리아타운 플라자 정음사에서 가장 강점으로 여기는 부분은 바로 아동 서적과 영문 서적 섹션이다.
태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서적을 준비했다. 단순히 교과서나 교재가 아닌 아동들이 자라면서 필요한 책들이 많다.
최 사장은 "두 자녀를 키우면서 '애들한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 뭘까' 고민을 하게 되면서 아동 서적 섹션을 따로 두게 됐다"며 "부모의 마음으로 고민한 만큼 아동 서적을 찾는 부모님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동 서적 섹션 뒷편으로는 영문 서적 섹션이 있다. 바로 한국 관련된 영문 번역 서적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한국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서부터 영문으로 번역된 한글 소설 등 문학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어가 약한 1.5세나 2세들이나 타인종 손님을 위해 준비해놨다.
"정음사를 물려받으며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었죠. 그래서 영문으로 번역된 한국 관련 서적을 준비했는데 의외로 미국 손님들도 이 때문에 일부러 정음사를 찾고 있습니다."
대형서점들이 앞다퉈 LA한인타운에 입점하고 있지만 정음사를 찾는 손님들은 꾸준한 편이다. 30년전 VIP플라자 시절부터 찾는 손님들이 아직까지 있다.
이처럼 정음사가 30년을 한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로 최 사장은 친절함을 꼽았다.
책을 사러 온 손님이 아니더라도 매장에 발을 들이는 누구에게라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정음사다.
때로는 손님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손님들을 친절하게 정겹게 대하는 모습은 최 사장이 어려서부터 봐온 아버지의 모습이다.
최 사장은 "어려서 부모님 비즈니스를 도우러 자주 정음사에 나오곤 했다"며 "그 당시 아버지가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요즘 대형 서점들이 LA한인타운에 입점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꾸준히 정음사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부쩍 많이 든다"며 "모든 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더 친절하게 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음사를 물려받고 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는 최 사장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꿈이 있다.
그는 "좋은 책들을 골라 한인 및 타인종 손님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정음사'의 맥을 이어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의:(213)738-9140
서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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