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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

"말수 적고 겉으론 착해 보여도 자아가 너무 강한 성격일 수도"

Q: 두려움이 너무 많고 눈치를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싫은 소리도 소화해 내지 못합니다. 남편에게 먼저 싫은 소리를 해 보았는데 '이기적인 사람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A: 질문하신 분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자기는 남을 배려해서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언제나 손해 보는 인간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 나는 겁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 상대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니고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래요.

'상대에게 어떤 얘기를 하면 상대가 내 말을 꼭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거예요.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안 들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이건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거예요. 그런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입을 딱 다물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말이 적고 굉장히 착해 보이지요. '착한 여자 무섭다'라는 말이 있어요. 착한 여자는 황소고집인데 그 이유는 자기가 고집이 센 줄 모르기 때문이에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찬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요. 착한 여자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보따리 싸서 나간다든지 하는 일을 저지릅니다. 착한 여자가 진짜 착한 게 아니에요.

자아가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에 그래요. 남편한테 대들고 싸움을 못 하는 이유가 '너 같은 인간 하고 싸우는 내 자신'이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겉으로는 그냥 입 다물고 있지만 속으로는 '너는 인간도 아니다'라며 멸시하고 있지요.

내가 어떤 얘기를 할 때 상대가 동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부터 버리세요.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나의 생각이고 나의 요구입니다. 그걸 상대가 들어줘야 할 어떤 이유도 없어요.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는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내 요구에 대한 결벽성과 완벽성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남편이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해버리세요.

그러면 상대방이 싫다고 할 거예요. 그때 상대가 싫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편이 "너는 너밖에 몰라"하면 "그래 당신 말이 맞네 듣고 보니 나는 나밖에 모르네"하고 받아들이란 말이에요. 그러면서 내일 또 얘기해 버려요. 그러면 "넌 너밖에 모른다고 내가 얘기해줬는데도 계속 그렇게 할래?" 하면 "그래 맞아 그렇네"하며 받아들여요. 이렇게 상대를 통해서 내 모습을 찾아가야 해요. 이런 지적을 계속 받으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연습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 내뱉으면 상대로부터 비판이 들어오겠죠?

그것을 비판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교감을 해나가면 상대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본인도 자기 말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상대의 의견도 다 들어줄 수가 있는 열린 자세가 되는 거예요. 지금 마음이 꽉 닫혀 있어서 자꾸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밖에 모릅니다. 이게 진실이에요. '나는 남을 위하는 사람이다.' 이건 거짓이에요. 나는 나밖에 모르는 인간임을 인정할 때 상대도 마찬가지임을 알고 그를 이해하게 되지요. 이렇게 진실을 알아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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