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법보시·무외보시·재보시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그런데 별로 주는 것도 없어 보이는데 자꾸 베풀라고만 하니 난감하기도 할 것이다. 돈 안 들고 종교 좀 할 수는 없나? 짐 내려놓으러 갔다가 군더더기 번뇌까지 덤으로 지고 오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돈 안 드는 방법이 있다. 아니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고 조금은 든다. 숨을 쉬어도 들고 눈을 감아도 드는 게 돈인데 기본적인 거야 불교를 하든 안 하든 드는 거니까 불교 때문에 돈 든다고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먼저 법을 전하면 된다. 바로 법보시다. 남편과 아내 사귀는 애인부터 시작이다. 하고 한날 먹고사는 얘기나 어디 놀러 다니면서 즐기는 얘기만 하지 말고 적당한 분위기를 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섞어 넣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광신자처럼 상대를 질리게 하란 소리가 아니다. 알고 있는 만큼 관심 있는 만큼 자연스레 화제로 삼고 행동에 모범을 보인다.
그러자면 평소에 법문도 귀 기울여 듣고 책을 읽기도 하는 등 공부를 좀 해 두어야겠지. 꽃을 하나 키우거나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더라도 제대로 하자면 공부를 좀 해야 되지 않나. 이리하면 사랑하는 이와의 속삭임도 한층 아기자기해지고 정분도 도타워질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무게가 실리면서 오래 가고 좋은 결실을 맺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장담한다.
그리고 자식과 부모 친척 친구들에게도 좋은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동심원이 직장 동료 이웃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게까지 퍼져 나가면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나 자신도 차차 깊고 넓어질 것이다.
누구나 완벽하게 전체를 알고 있거나 이미 도를 깨치고 성불을 해서 법을 전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깨달은 만큼 전하는 것이 법보시다. 나에게 부족한 만큼은 다른 훌륭한 분들의 법보시를 도우면 된다.
스님의 좋은 법문을 여러 사람들이 더 많이 들을 수 있도록 이끈다. 그 밖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여러 방편들 불교 서적이나 잡지 음성이나 영상물 시각이나 공연 예술 등이 진흥 되도록 힘을 보탠다. 단순한 오락물이나 기호품에 쓰는 돈을 쪼개서 웬만하면 표를 사거나 구독을 해 주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팔아 준다. 십시일반이다.
돈이 별로 안 드는 게 또 있다. 사람을 안심시키는 무외보시다. 미신에 사로잡혀 있거나 외로움과 두려움에 떠는 이들을 달래고 편안히 잠재우는 것이다. 세상에는 믿기든 안 믿기든 뭘 안 믿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이들이 많다. 한 번이라도 무슨 집회에 빠지거나 하면 무슨 큰 재앙이 오는 줄 알고 안절부절 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달래고 진정시키는 게 무외보시다. 그런 게 다 부질없는 헛걱정임을 알게 하며 부처님의 밝은 이치로 혼돈을 걷어내 주고 대안을 제시하고 이끈다. 그리고 사해동포의 따뜻한 가슴으로 토닥거려 홀로 되는 두려움을 덜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이 돈이 좀 드는 재보시다. 좋은 일에 돈 쓰는 것만큼 좋은 일도 드물지만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떤 원이 서렸으며 얼마나 깨끗하고 정성 어린 보시냐가 관건이다. 내 형편에 맞게 내 정성에 찰만치 하는 게 보시지 고정된 액수나 비율이 있을 수 없다. 많고 적음은 오직 부처님이 아실 것이고 내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부처인 나 자신이 알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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