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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의 향기] 함께하는 삶

안철민 신부/샌디에이고 한인천주교회

이론 물리학에서 근래 들어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중 하나가 '협동현상(cooperative phenomena)'이라고 합니다.

협동현상의 대표적인 것이 물과 얼음입니다.

물은 H2O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온도를 낮추면 얼어서 얼음이 되고 온도를 높이면 녹아서 물이 됩니다.

물을 구성하는 H2O 분자와 얼음을 구성하는 H2O 분자는 완전히 똑같지만 서로 모여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때는 전혀 다른 성질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렇게 어떤 감각 대상의 구성 요소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차이가 없는데 이를 한데 모아 놓으면 분자 하나하나의 성질과 관계없이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전혀 다른 성질이 떠오르는 것을 '협동현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전혀 다른 성질이 떠오른다고 하여 '떠오름(emergenc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협동현상(cooperative phenomena)'이라고 칭하든 '떠오름(emergence)'이라고 칭하든 그 단어들이 가리키는 것은 개개의 것이 함께 모이면 개개의 것으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을 드러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 모여 서로 상호 작용하는 것입니다. 서로 떨어져서 제 각각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서로 교류하며 상호작용함으로써 '떠오름'의 현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릴 당시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 악마 응원단"으로 뒤덮였습니다.

월드컵 대회 참가 역사상 처음으로 4강 신화를 이룩한 것도 큰 이슈였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응원 열기로 휩싸였던 것은 그 이후에도 수많은 문화적 아류를 양산하며 대한민국 대중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단순한 응원이 한 나라 대중 문화의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게 된 것은'협동현상'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했기에 전혀 다른 성질의 것 전혀 다른 문화적 떠오름으로 평가될 수 있었던 것이죠.

마찬가지로 내가 속한 가정 공동체 신앙 공동체 지역 공동체 안에서 "너"라는 타자(他者)와 호흡을 맞추며 함께할 때 지구촌이라는 운명 공동체의 모습도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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