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의 향기] 까마귀와 효도
이상재 신부/미주가톨릭신문 사장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였고 괜히 미국에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익숙해 있던 한국의 거리 풍경들과 생활의 패턴들이 그립고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특히 연로하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5월 9일 Mother's day가 되니 가슴에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리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날 하루 종일 허전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예전에 읽었던 짧은 글 하나를 생각해 내고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과연 이러하구나! 편찮으신 어머니를 공손하게 모시지 못하고 은연중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낸 적은 없는지'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짧은 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82세의 노인이 45세 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있었다. 그때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야?"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야?" 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야?"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고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야?"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고요. 그 말도 이해가 안 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 물으세요?"
며칠 뒤 아들은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무심코 펼친 일기장에 눈길을 건넨 아들은 1분도 되지 않아 책을 덮고 말았다. 부끄러움에 계속 펼치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언제나 공손한 태도로 아버지를 모시게 되었다. 자기가 네 살짜리 아기였을 때의 아버지의 일기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같이 물었다. 거의 오전 내내 같은 질문만 했다. 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기뻤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법은 첫째가 공손함이요 둘째가 자기 신상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라고 배웠다. 부모님은 늘 자녀들의 근황이 궁금하시다. 건강은? 사업은? 손자들은? 이러한 걱정에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자. 귀찮더라도 설명해도 모르셔도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드리자. 이게 최고의 효도다.
"그저 그렇지요 뭐! 별일 없어요! 모르셔도 되거든요!"이러지 말자. 어버이날 용돈 많이 드리고 효도관광 보내드리는 것보다 더 큰 효도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부모님께 드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어머니 그립다 인상만 쓰지 말고 전화라도 한 번 드려야겠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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