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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바이올렛의 여름

 받침대를 건드려 바이올렛 화분을 떨어뜨렸다
앙증맞은 모습에 한참을 들여다보다 그만 
멀리서도 그 모습이 선명한 한 눈에 반할 바이올렛 
귀여운 꽃잎 뽀송뽀송한 잎사귀들이 부러졌다 
흙으로 뒤덮인 방바닥이며 보랏빛 눈물방울들
 
 
넓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파초잎 밑
그림자로 쪼그린 한낮 땡볕
으르렁거리는 대지를 하나로 융합하여 여름을 이끄는 능력
그 여름이 부러진 줄기와 잎들에게 다시 끈질긴 생명력을 부여했다
고사리같이 솟아오르는 꽃망울 푸른 잎
그들에겐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땡볕 무지개
 
 
저 멀리 구름의 틈바구니 무한한 심연에서  
나는 한톨의 모래를 줍는다
바람과 햇빛에 검게 둥그러진
멀리 외딴 섬에 등대를 찾아 헤매는 검게 야윈 몸
 
 
혼잡의 물결을 지나 요람을 찾아 기웃거리다
대나무숲 산들바람의사각이는 노래를 듣고
여린 잎을 따 둘둘 말아 피리를 만든다
대나무 숲에도 소나무 숲에도 숨어든  
무명의 여름

정숙자 시인 / 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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