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마나베 교수와의 만남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이전의 기초물리학자가 아닌 기후물리학자로 선정됐다.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학 상임연구원(90)도 수상자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이산화탄소의 온난화현상을 기후물리학적 관점에서 발표한 논문이 40년이 지난 지금 그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기후변화와 온난화에 관한 마나베 교수의 업적은 1995년 대기 오염물질이 어떻게 오존층을 파괴하는가를 처음 발견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폴 크루첸 박사, 마리오 몰리나 박사, 프랭크 셔우드 롤랜드 박사 이후 처음이다.
마나베 박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필자가 일본연구소에서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1999년부터 15년간)를 실행할 때 입사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마나베 박사였다. 당시도 프린스턴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다.
마나베 교수와의 만남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필자의 연구 발표 때 자상한 어조로 알래스카 연구에 매진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반면 다른 심사위원으로부터는 내 연구가 기후변화 및 온난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비판도 들었다.
그 후에도 마나베 박사는 알래스카를 방문할 때마다 필자에게 조언을 해주는 자상함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동토의 땅, 알래스카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차량번호판에 새겨진 주의 별명 ‘라스트 프런티어(The Last Frontier)’를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 필자의 연구를 위한 것처럼 느껴져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 후 20년 넘게 기후변화의 최전선, 알래스카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학자들의 경우 어떤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가는 더더욱 중요하다. 마나베 박사와의 만남은 인생에서 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만남에서 필자는 인생의 멘토를 만났고 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가끔 알래스카에서 연구활동을 마무리한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 자신한테의 질문이다. 이전부터 생각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동안 배운 알래스카의 자연과 연구 경험을 한국에 돌아가 농어촌 지역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도심에서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그 중요성을 모른다. 그래서 농어촌을 택했다.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그곳의 자연을 소재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왜?’라는 의문을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고 싶다. 사고력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스승의 역할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사고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교육의 올바른 방향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일을 해야 한다. 필자가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듯이 나도 차세대에게 전해 줄 의무가 있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 또한 나의 바람이다.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실행하기 위해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정리해 두면, 다음 세대에게 전할 기회가 꼭 있으리라 믿는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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