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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말 탓하지 말고···

이원익/재불련 이사

한국 사람이 미국에 와서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나라의 말이 한국과 달라서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 가서든 누구한테든 제 맘대로 마구 지껄이며 따지거나 속을 까발려야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어질 것 같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영어만 미국 사람 같이 좌르르 뇌까릴 수 있다면 그까짓 장관에 국회의원에 영화배우라도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말이 서투니 한국사람 동아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데려온 자식같이 늘 주눅이 든다.

더구나 이제는 제 속으로 낳아 기른 자식들과도 이래저래 말이 잘 안 통한다. 이렇듯 말 때문에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곳 사람들이 쓰는 말을 차근차근 잘 배워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말과 글이 잘 통한다고 모든 일이 다 해결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한국말에 있어서만은 표준말에 고향 사투리까지 귀신이 곡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갖고 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한국에서 동네 통반장 하나라도 금방 할 수가 있겠는가? 우선은 누가 나를 믿고 등을 떠밀어 시켜주고 뽑아 줘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마찬가지로 영어 잘 하는 미국 사람이라고 해서 이 사회에서 다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토박이 영어는 물론이고 사지가 멀쩡해 보이는데도 프리웨이 나들목에 서서 땡볕에 종이컵 하나 들고 오가는 운전자들에게 동전이나 구걸하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을 한 가지 기준으로 백이면 백 다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우리의 운명과 처지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관건은 우리가 지금 입으로 내뱉고 있는 말이 어느 나라 말인가 그 말소리가 그 고장 토박이들도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완벽한가 아닌가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보다는 우리가 입으로는 어떤 소리의 어느 나라 낱말과 문장을 내뱉든 그 말을 짜내는 우리 머릿속의 생각이 어떠하냐 그리고 그 생각이 무르익도록 휘젓고 불을 때는 우리 가슴속 피의 용솟음이 얼마나 세차며 뜨거운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말이 잘 안 통한다고 답답해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을 잘 활용하여 우리 생각과 정열을 깊게 잘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좀 감성적이라서 감정 표현에는 상당히 섬세하고 뛰어나 한국말 아니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하지만 논리의 빈틈없음과 추상적인 사상의 깊이를 구사할 때면 세상의 몇몇 다른 민족들에 비하여 좀 못 미치지 않나 여겨질 때가 있다. 한국말이 뭘 제대로 못 갖추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의 생각이 그렇게까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란 결국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니까.

그러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미주 동포 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박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른 무엇보다 우리 불자들의 생각이 튼실하지 못해서라고 할 수 있다.

정열과 사명감 없이 그저 버릇대로 생각하고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감성에 이끌려 겉치장 위주의 불교를 해 온 면은 없지 않나 나부터 되돌아봐야겠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치밀하게 실천에 옮기면서 말을 하되 나쁜 말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등 구업을 줄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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