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성령이 차셨나?
어떤 경우 예배 중에 신앙을 결단한 사람들을 앞으로 초청하는 시간이 있다. 이를 얼터 콜링이라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내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이를 시행해 본 적이 없다. 엄숙함을 중시하는 한국교회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우연히 참석한 부흥회에 얼터 콜링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이 초청에 냉담하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차는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내 뒷 자리는 모두 비어 있었다. 이후 나의 신앙에는 변화가 생겼는데 내가 믿는 주님을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교회는 지난 수 년 동안 중국에 있는 조선족이라 불리는 교포 대학생들 선교에 집중했었다. 매년 이들을 위해 잘 준비된 수련회를 가졌고 어김 없이 믿음의 결단자들을 일어나도록 콜링했다.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만 주님은 이 때마다 항상 풍성한 열매를 주심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더해 주셨다. 2004년 1월에 처음 있었던 집회에서의 경험이다. 마지막 날 밤에 세례에 대해서 설명하고 세례를 위한 믿음의 결단을 촉구했다. 7명의 학생이 일어났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세례 받을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두 번째 콜링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포기하고 마음을 돌린 어제의 결단자를 위로했다. 이들이 마음 바꾼 것을 자책하지 않도록 도왔다. 그런데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 앞으로 나왔다. 제법 당당했다. 그리고 줄줄이 모두 나왔다. 이들의 '눈물보'가 터졌다. 세례식은 은혜의 도가니였다. 나중에 안 것인데 이들 일곱 명이 그 날 밤에 모여 '속았다'는 의견은 나누고 '결단 철회'를 모의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례의 시간에 이들 마음에 묘한 힘이 강권하여 앞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현재 목회자가 되어 있다. 지난 9월 초에는 조선족이 아닌 한국에 유학을 나온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가졌다. 대구 계명대학에만 850명의 중국인(한족) 유학생이 있다. 우리는 학교측에서 보내 준 52명을 대상으로 2박 3일의 수련회를 인도했고 역시 신앙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조금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단을 눈감고 하는 것이 싫었다. 모두들 보는 앞에서 당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좀 떨렸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몇 명이라도 이들에게 더 강한 신앙의 동기를 주고 싶었다. 많은 학생이 일어났다. 정말 많았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대단했다. 전혀 반응할 것 같지 않은 학생들이 제일 먼저 일어났다. 어쩌면 이들 중에는 후에 '속았다'는 생각을 한 친구가 있을 지도 모른다. 누구는 우리의 체면을 보고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의 이들의 신앙은 오직 성령께서 책임지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가끔은 우리의 신앙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말 내가 주님을 믿는 것을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 어쩌면 성령께서는 이미 수도 없이 내 엉덩이를 차셨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