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매달리지 말고···
이원익/재불련 이사
한 동안 미국에 맞서 세계를 양분하던 러시아나 얼마 전에 유인 우주선을 띄워 13억 인구를 위하여 생중계 우주 쇼를 펼친 중국도 아직 회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뽐낼 것까진 없지만 우리의 고국이 그래서도 한결 뿌듯하게 느껴지고 안심이 된다.
그런데 한국이 놀랍게도 이 회원국들 중에서 자살률이 높기로 첫 번째다. 교통사고로 죽는 이들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훨씬 많다.
몇몇 비회원국들이 앞서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 머잖아 이 부문에서도 전 세계의 톱을 달릴 것 같다. 아무리 경쟁을 즐기고 등수를 중시하는 민족이기로서니 그것도 시합 나름이 아닌가.
며칠 전엔 어느 유명인이 또 이 대열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남이가 미주 동포 사회의 허망하고 비장한 자결의 기록도 결코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희한한 것은 한국이 회원국이 되기 전 별로 잘 못 살았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자살률이 낮았었고 국민 평균소득이 올라감에 따라 높아져 왔으며 이젠 비슷한 경제지수의 다른 회원국들을 건너뛰어 단연코 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배가 고파 정말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 사이 복지정책이나 사회보장의 그물도 꾸준히 확충 되어 왔다. 옛날에 무슨 국민 의료보험이 있었으며 독거노인 청소년 가장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 따위가 있었던가? 복지에 관한 어떤 부분은 미주 동포들도 이미 부러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는 저 악명 높은 교육 제도의 후유증으로 워낙 사지선다형에 익숙해 온 인생들이라 막다른 골목에서 튀어 나온 단답형의 문제는 잘 풀지를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례없이 성장해 왔다는 어떤 종교 상황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일까?
아마도 답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세상이 고르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고 공평한 출발선상에서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미 글렀다고 보는 데 있는 것 같다. 맹자가 말했듯이 백성들은 예로부터 가난한 것보다는 고르지 못한 것을 더 힘들어한다.
여기서 고르다고 하는 것은 물론 기회와 희망의 평등 기본적인 인간 대접에 관한 평등이라야 할 것이다.
정말이지 내가 겪은 이들 중에는 남을 함부로 업신여기며 우쭐해 하거나 반대로 자신이 얕보인다 여기고 그 때문에 너무 부대끼며 자존심이 상해 있는 이들도 많아 보였다. 그까짓 아파트 평수 때문에 자동차 배기량 때문에 자녀들 과외수업비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정비와 활성화도 필요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마음자리 자체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즉 무엇을 달라고 해 달라고 매달려 빌면서 경쟁해서는 결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대신 그 매달림의 밧줄을 과감히 끊고 나 자신의 성냄 욕심 어리석음을 들여다보며 이를 차차 녹여 없애 나감으로서 야만적이고 살인적인 경쟁과 시새움의 기계가 터무니없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연료부터 미리 뽑아 버리는 것이다.
이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가. 이 시대를 살려 내는 데에 불자들이 꼭 필요하고 바빠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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