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까지 진 '굴욕의 패배'…'중동 맹주' 사우디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경기 내용은 물론 관중 매너에서도 진 부끄럽고 완벽한 패배였다.19일 한국-사우디아리비아간 경기가 열린 리야드 외곽의 킹 파드 스타디움.
6만5천명을 수용하는 킹 파드 스타디움은 일부 빈 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서 스탠드가 국기 색깔과 같은 초록 물결로 뒤덮였다.
확성기를 사용한 '소음' 응원은 본부석 왼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700여명의 한국 교민과 붉은 악마 응원단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국가간 A매치에 걸 맞지 않고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붉은 악마와 교민들은 광적인 사우디 팬들의 공격을 염려해 관중석 일부를 아예 빈 채로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보호를 받으면서 차분한 응원전을 펼쳤다.
사우디 관중의 무매너는 이것 뿐이 아니다. 허정무호의 골문을 지키던 수문장 이운재는 경기 중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집중력을 흩트리려는 사우디 관중으로부터 레이저 빛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경기 후 "레이저 공격을 당하고 나서 한참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페어 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다. 그에 응당한 징계를 줘야 한다"며 한참 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우디 팬들은 경기 중 자국 선수가 한국 수비수와 부딪혀 넘어진 뒤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데 항의해 물병을 그라운드안으로 던지는가 하면 별 모양의 놀이기구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무장 경찰과 안전요원들은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는 커녕 수수방관했다.
한국 기자들은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무선 통신이 되지 않아 기사를 송고하지 못했고 믹스트존이 설치되지 않아 선수 인터뷰에 큰 불편을 겪었다.
대회 운영 낙제점에 경기 패배 관중의 매너 없는 행동. 한국이 지독한 사우디 '악연'을 끊은 A매치 승리에 환호했지만 사우디는 부끄러운 패배로 얼룩진 '굴욕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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