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승부수 적중'…51명 뽑아 '옥석 고르기' 결실, 벌써 내년 2월 이란 원정 대비
허정무 감독 취임 1년 인터뷰 지난 19일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도, 어시스트를 한 박지성도 아니다. 허정무 감독이다. 지난해 12월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맡고난 초반 대표팀의 부진으로 허 감독은 팬과 언론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허정무호를 ‘허무호’라고 부르는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전 승리로 허 감독에게는 ‘독배’가 아닌, 영광의 축배가 건네지고 있다. 용병술의 승리 등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한국 축구 팬들과 언론의 고질적인 모습이 언제 다시 표변할 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허정무 타임’이다. 허 감독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임 1년여를 결산하는 인터뷰를 했다. 스스로 첫 손에 꼽은 성과는 성공적인 세대교체였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16차례(8승7무1패)의 A매치에서 51명이 거쳐 갔고 이중 무려 21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무모한 실험’이라는 비난에도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기성용, 이청용(이상 서울), 이근호(대구)와 장신 스트라이커 정성훈(부산)을 발굴했다. 2006 독일월드컵 태극전사 중 박지성과 이영표, 이운재가 대표팀을 지키고 있지만 안정환과 설기현, 김남일, 이천수, 조재진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축구의 과제였던 세대교체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허 감독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희망이 생겼고 잘해주니까 대표팀이 강해지는 것이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왔다면 기존 선수들을 들먹였을 것이다. 젊고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와야 경쟁이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노쇠한 데도 이름만 가지고 하는 때는 지났다. 그러면 동기 부여가 안 돼 발전이 없다”며 젊은피 수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1989년 10월25일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2-0 승리 이후 19년 동안 이겨보지 못했던 ‘사우디 징크스’를 깬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줘 대견스럽고 고맙다. 사우디를 분석하고 준비했고 최상의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2000년 아시안컵 준결승 서 사우디에 뼈아픈 1-2 패배를 안으면서 자신도 대표팀 지휘봉을 놓아야했던 아픔을 겪어 승리의 기쁨이 더 컸다. 허 감독은 사우디전 승인에 대해서 “헤딩 능력이 좋은 수비수들이 빠져 걱정을 많이 했다. 리야드 도착 후 첫 훈 련에서도 사우디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수비 연습을 했다. 먼저 실점했더라면 어려운 경기가 될 뻔했다. 페널티킥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운재가 노련하게 발을 넣었다. 심판이 봤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휘슬을 불었을 것이다.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을 얻어맞는 경우가 있어 끝까지 흐트러지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주장 박지성과 박주영, 장신 공격수 정성훈(부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라고 말해줬는데 미처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이끌었다. 후배들도 잘 따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주영도 “키가 큰 상대 선수와 경합할 때 버텨내고 볼을 살려내려고 하는 집중력은 좋아진 점이다. 하지만 프랑스 무대에서 이겨내려면 더 해야 한다. 아직 서 있는 시간이 많다. 경기 당일 아침 ‘교체해 들어가면 골을 넣어라’고 말했는데 말처럼 됐다”며 기뻐했다. 정성훈이 스트라이커이면서도 득점이 없다는 지적에는 “언젠가는 골을 넣겠죠?”라고 반문한 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반드시 찬스는 온다. 골을 터뜨리는 것 이상으로 팀에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허 감독은 4-4-2 포메이션 운용과 다소 불안한 수비라인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찬스를 만드는 것에 비해 아직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 수비라인도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면서 “수비수(강민수, 조용형)들이 잘해주고 있다. 그들을 꾸준히 기용하는 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용형은 수비수로서 패스 능력까지 갖췄다. 백업요원이 부족하고 이정수와 곽태휘는 부상 중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며 무한경쟁을 강조했다. 내년 2월11일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원정까지 A매치가 없어 동계 합숙훈련을 추진하고 있다는 허 감독은 “12월7일이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플레이오프에 못 올라간 팀 선수는 그전부터 쉰다. 각 구단이 3월에 맞춰 체력 훈련을 한다면 대표팀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축구협회에 합숙훈련을 이미 요청했고 각 프로 구단과 감독들에게도 협조를 구하겠다”며 벌써 이란전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