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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삶] 사랑의 종소리

줄리 김/LA온누리 교회

"맘! 나 LA에 22일 밤11시 올거야."

뉴욕에 있는 딸이 LA공항에 도착한다는 전화다. 딸의 한국말을 엄마는 잘 알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항에서 만날 수 있다.

"제인 수민이 언니는 16일에 온대. 너도 좀 일찍 출발하지 그랬니? 그런데 백집사님은 수민이 언니 온다고 김치 담그고 갈비 재고 그러더라. 넌 뭐가 먹고 싶니?"

"응 난 한국음식 아무거나 다 먹을래. 너무 너무 먹고 싶어."

딸은 한국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음식이 너무 너무 먹고 싶단다. 음식은 집을 떠난 타향살이 흔적이다. 딸은 직장 초년생이다. 연휴에다 휴가를 얹어서 뉴욕생활 9개월 만에 나들이를 한다.

이제 타지에서 홀로 선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온다. 먼 여행지에서 만난 한 해의 시간들을 뿌리고 거두어서 아버지의 품에 내려놓고 가족과 예배를 드리려고 나선다.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가족과 가정들이 있다.

올 여름에는 재활원에 있는 유리가 마약에서 회복되어서 가족을 찾는 기사가 양대 신문에 큰 기사로 나왔었다.

내가 만난 유리는 나이가 40살이었지만 처음 마약을 하던 18살 나이에 그대로 멈춰있다. 그리고 재활원에서 책을 제일 열심히 읽고 늘 웃고 예의가 바르고 착했다. 나는 유리와 같이 영화관도 가고 샤핑도 다니고 우리 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렸다. 이렇게 유리와 나는 또 다른 가족인 것이다.

그런 유리가 지금 어느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유리는 가족을 만날 기대가 컸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와 언니가 기다리는 집을 그리워하면서 "언니가 나를 알아볼까요?" 묻곤 했다. 이들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가해자요 피해자다.

유리도 우리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우리는 한 가족이다. 유리도 인생의 여행길에서 이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축복이 가득하기 바란다.

내 기억의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그림 같은 시간이 있다. 그때 나는 분명히 무엇에 놀란 아이었다. 4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언덕의 빨간 기와 지붕집으로 들어서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였다. 그런데 아주 낯설었다.

두려웠던 건 아마도 엄마가 아닌 친구의 손을 잡고 집을 벗어났기 때문이었고 더 놀라운 건 친구가 데리고 간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데 무언가를 잔뜩 받아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는데 내 손엔 삼립에서 나온 크림빵과 학용품이 들려있었다.

한마디로 신기했다. 어린 마음에도. 처음 찾아온 아이에게 공짜로 선물을 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던 사람들이 너무도 놀라웠다. 그 후로 세월이 지나 그날이 크리스마스였고 그곳이 예배당이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주인공처럼 아직도 신기루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언덕의 그 빨간 지붕의 크리스마스에 젖어있다.

아버지 올 한 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계셔서 아픔도 이길 수 있었고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강한 것 같으나 너무나 연약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당신을 의지하고 동행하기를 원합니다.

제인이 뉴욕에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감옥에서 언니와 형부를 그리워하는 유리도 가족이 버린 재활원의 유진이도 내가 유년기에 만난 교회의 종소리를 듣게 하소서. 살아계신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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