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새해를 맞으며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 성당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적인 표현으로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고 로마인들은 호전적인 민족답게 "시간은 화살처럼 도망간다"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화살보다 더 빠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많은 철학자들에게 큰 주제였습니다. 전통적인 그리스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내린 시간에 대한 정의를 전제한 후 다른 견해를 전개합니다. 그는 시간을 "먼저 것과 뒤에 것을 재는 기준"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입니다. 앞뒤를 재는 기준이 시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약속을 하여 날짜를 정하고 달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는 기준 설정이 중요한데 일찍이 머리가 먼저 깨인 민족들이 달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여 사용하고 있는 음력은 대단히 정확한 달력입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달의 운행을 측정하고 절기를 상세히 조사하여 달력을 만들고 24 절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원래 24절기는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난 것을 보면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이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달력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1585)가 주관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4년마다 하루 정도의 오차가 있다고 하여 2월이 4년마다 29일이 됩니다.
어떠하든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2시간도 2-3분처럼 짧은 것 같고 지루한 시간은 1시간이 10시간도 더 되는 듯합니다. 군대생활을 한 한국의 남자들에게 3년간은 10년보다도 더 길게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3시간도 1분처럼 짧은 것 같고 1박 2일도 잠시라고 합니다.
이런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므로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십시오. 한해를 보내면서 어떤 이들은 10년 감수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너무 짧았다.' '너무 빨리 지나갔다. 아쉽다'라고 합니다.
상대적이라고 하는 이 시간은 삼차원 세상에서만 통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되지만 차원을 달리하면 하나 더하기 하나가 셋도 되고 넷도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 수학의 이론인데 이런 점에서 수학을 통해서도 영원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느님께 천년이나 하루 등 유한하고 제한적인 시간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영원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하루 이틀 사흘 같은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시는 영원한 분이십니다.
시간은 삼차원의 세상에서만 통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2008년이라는 숫자는 다분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약속에 불과합니다.
신앙인인 우리는 영원을 동경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하느님의 뜻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살 수 없으므로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살이에 충실하면서도 영원을 동경하는 우리는 '영원한 순례자'이자 "나그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지는 변하더라도 내 말은 변하지 않으리라."라고 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에 희망을 두고 우리의 신앙생활을 보다 충실히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이켜보고 잘못 된 것은 뉘우치고 주님의 용서를 빌며 좋은 결심을 세워 새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