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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샘] 세 사람이 하늘을 쳐다보면···

허은 목사/동양선교교회

집안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인사로 나를 맞는 아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옷을 갈아입는데 아내가 들어와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또 F를 받아왔어요.

학원에 보내든지 가정교사를 붙여주든지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큰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기가 어려운지 공부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지 계속해서 F학점을 받아오고 있었다. 나름데로 열심히 하는 것같은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언제 시험이 또 있니?" 저녁 식사를 하면서 물어보았다. "내일 모레요." 아빠에 대한 두려움과 미안함이 무질서하게 섞인 표정으로 잠깐 내 얼굴을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떨군다. "아빠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모르겠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시험보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기도하면서 공부해 보자. 단번에 A학점을 받는다는 욕심은 버리고 C학점을 목표로 이틀만 해봐. 그래도 안되면 학원에 보내줄께. 하지만 아빠는 너를 믿는다. 너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어." 그날 밤 아들 방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에 블락버스터 (Blockbuster)로 나온 영화 중에서 '쿵푸 팬더 (Kung Fu Panda)'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가족과 본 적이 있다. 쿵푸의 창시자인 우그웨이 (Oogway)라는 거북이는 쿵푸의 마지막 경지를 담은 용의 두루마리 (Dragon Scroll)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마을에 있는 국수집 아들인 포 (Po)라는 팬더 곰이 쿵푸대회를 관람하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자신이 두루마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계시받는다. 쿵푸 사범인 너구리 시부 (Shibu)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훈련시켜온 5명의 제자을 제치고 엉뚱하게 게으르고 뚱뚱한 팬더가 쿵푸 달인의 칭호인 '용의 무사 (Dragon Warrior)'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술지도를 거부하던 시부는 포가 가진 다른 재능을 보고 그의 가능성을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부 자신이 지도하던 훈련 방법을 깨고 포에게 맞는 맞춤형 무술지도를 시도한다. 무술훈련을 다 받은 포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용의 두루마리를 받고 당황한다.

두루마리에는 반사된 자신의 얼굴만 비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는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쿵푸 달인이 되는 비밀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절대 상대하지 못할 강적인 표범 타이 롱 (Tai Lung)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느 누구도 뚱뚱한 팬더 곰을 '용의 무사'로 믿지 않았다. 다만 우그웨이와 시부와 포 자신인 세 사람만 믿었다. 하지만 세사람의 믿음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극대화 시켰다.

'삼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두사람은 어렵지만 세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 군중이 그 사람들을 따라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위해 한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도 한 가운데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전혀 관심없이 지나쳤다. 두번째 사람이 길 가운데서 처음 사람과 똑같이 하늘을 함께 쳐다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세번째 사람이 등장하여 앞에 두사람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 군중이 그들이 쳐다보는 하늘을 보기 시작하면서 "뭐가 보인다는 거야?"하며 서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군중의 심리를 변화시키는 '삼인의 법칙'을 역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세 사람이 한 개인에게 똑같은 가능성이나 재능을 말해준다면 그렇게 믿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며칠 후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다. "오늘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A를 받았데요."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온다.

문제는 내가 믿을 수 없었다. "C만 받아도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반신반의 한 마음으로 믿는다고 했는데 아들이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아들은 주님과 부모가 자신을 믿어 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공부 못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는 속상하고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하다. 그래도 믿어주고 격려하면 자녀가 작은 성공을 맛보며 변해간다. 자신감을 되찾아 저조했던 성적을 한 단계씩 끌어 올리는 자녀를 바라보는 것도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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