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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마당 쓸기

이원익/재불련 이사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원정사를 나서려는데 한 사내가 울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중 가운데 바보로 소문난 판타카였다. 왜 우느냐고 물어 보니 자기는 머리가 너무 아둔해서 승가에서 가르쳐 주는 아무런 글귀나 게송도 욀 수가 없으니 이제 수행승의 길을 단념하고 그만 집으로 되돌아가라고 도반들이 다들 권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부처님은 판타카더러 걱정 말라며 너는 앞으로 내 곁에 있으면서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대중들의 처소를 쓸기만 하여라 그러면서 '쓰는 빗자루'란 말만 열심히 외고 이 말만 늘 생각하라고 당부하셨다.

그 날부터 판타카는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정사 안팎을 쓸면서 이 말을 외려 했지만 '쓰는'이란 말을 외면 '빗자루'란 말이 생각나지 않고 '빗자루'란 말이 떠오르면 '쓰는'이란 말이 그새 어디로 갔는지 캄캄하였다. 그 때마다 대중들은 판타카를 위하여 '쓰는 빗자루!' '쓰는 빗자루!' 하며 큰 소리로 함께 외쳐 주었다.

날이 가고 달이 흘러 마침내 판타카는 이 두 낱말을 이어서 욀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의 깊은 속뜻도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쓰는 빗자루란 티끌을 쓸어내는 빗자루란 뜻이렷다. 티끌은 무엇이고 쓸어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맞아. 우리를 괴롭히는 번뇌가 티끌이고 그것을 쓸어내는 빗자루는 바로 지혜다.

내가 지금 티끌이 쌓인 마당을 쓸듯이 나는 지혜의 빗자루로 내 마음 속 번뇌를 말끔히 쓸어내리라. 그리하면 본래부터 맑고 깨끗한 내 마음이 환히 드러날 것이다.

기쁨에 넘친 판타카는 부처님께 달려가 자신의 이러한 깨침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대견스레 말씀하셨다. 좋구나 판타카여! 너는 이제 눈을 떴구나!

이렇듯 부처님은 참으로 포기를 모르시는 분이시다. 아무리 머리가 안 돌아가는 이도 행실이 엉망이었던 이나 마음보가 괘씸했던 이도 버리지 않으시고 스스로 뉘우치고 깨칠 수 있도록 자긍심과 용기를 주시고 알맞은 방편을 내어 주신다. 참으로 밝은 교육자요 슬기로운 치료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훌륭하신 스승을 가졌던 기원전 6세기의 문화 수준이 어찌 보면 서구화된 오늘날의 우리 수준보다 나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 문제의 질곡에 빠진 우리 고국과 동포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성 즉 좋은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음을 우리는 잘 인정하지도 않고 그 싹이 꽃피도록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그저 획일적이고 한 번 뿐인 시험으로 결론을 내고는 그 사람에 대한 값을 매겨 버린다. 한 번 미끄러지면 일찌감치 포기의 대상이 되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게 시험 위주다. 만약 지금 서울의 길거리에 부처님이 나타나신다고 하더라도 학부형들은 물러가라고 데모를 할 것이다. 아이들 수능 시험에 방해가 될 테니까.

우리가 이 나라에 처음 왔을 때 고국보다 좀 더 앞서 있구나 하고 느낀 점이 무엇일까? 이곳 사람들은 부처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장애아나 저능아에 대해 남세스러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일일이 거두어 주며 전 사회가 온갖 방편을 제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니던가?

다행히 우리 대부분은 판타카보다 훨씬 긴 문장을 욀 수 있다. 그러니 판타카마저 얻은 그 깨침을 우리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틈만 나면 지혜의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내 마음의 티끌을 하나하나 쓸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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