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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이혼하고 싶으세요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 성당

"대단하십니다. 한 남자와 25년을 살았으니. 지루하지도 않습니까?" 어느 신자가 백인 여성과 대화를 나눌 때 들은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미국 여자는 이혼을 당연한 것으로 보는 것 같애요"라고 했다.

우리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도 많고 이혼할 위기에 있는 이들도 있고 계류 중에 있는 이들도 많다. 이혼? 교회법이 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천주교회의 신자들도 요즈음은 옛날 같지 않은 모양이다.

이혼할 구실을 찾는 신자들이 한 둘이 아니니 말이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가르치는 성경과 교회의 법이 그들에게는 우의독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싫은데 뭐…."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 남편이 이혼하자는 말을 하기에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유학 와서 만난 남성인데 연애하다가 둘이 너무 사랑하여 결혼했고 20여년을 살면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한 마디.

남편은 이 말을 하려고 오랫동안 벼르고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다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는 여성들이 있다. 미친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 속은 모른다고 하더니 바로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부부생활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이혼 그거 순간적입니다"라고 말하는 부부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순간들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지혜롭게 넘기는 이들도 있고 부부들을 도와주는 참으로 좋은 교육이 있는 것을 알고는 참가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를 "제2의 하니문"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약자로 M.E.(marriage encounter)라고 한다. 이 과정을 이수한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 남편 내 부인은 내 인생의 영원한 반려자이자 동반자라고. 종교와 상관없이 무신론자도 결혼한지 5년 이상 되는 부부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는데 2박 3일 함께 지내는 과정을 통해서 부부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사제들도 이 교육을 받는데 그것은 부부들의 삶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어떤 때는 목사님 부부도 스님들도 이 교육을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들 하는 말이 "이런 교육도 있습니까?"라고 한다고들 한다.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들은 모두 오래 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너 없이는 못 산다"고들 하여 결혼한 것이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 속에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던! 아내의 얼굴이 보기 싫어지고 그렇게도 믿음직스럽게 보이던 남편이 싫어지니 마음이 변한 것이다. 권태기인가?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직장 경제 사정 건강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여 부부사이를 예전 같지 않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유혹들은 부부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 "내가 이 남자(여자)와 일생을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다가 마지막에는 갈라지자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M.E. 과정을 이수한 부부들도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극복할 수 있었다. 특별 휴가를 내어 이 과정을 이수하는 이들도 있다.

부부생활이 직장이나 돈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느낀 그들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하여 하는 말은 "신혼여행 한 번 더 갔다 왔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이다. 아담은 하와를 보고 너무나 사랑스러워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기 223)라고 외쳤다. M.E.를 다녀온 부부들도 이렇게 소리친다니 부부들이 한번쯤은 이를 맛볼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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