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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가난은 죄가 아니다

한상만/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

힘있고 부유한 나라 미국이라는 이미지와 크게 대조되는 것은 거리의 수많은 집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손수레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가난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사회라는 미국에서의 삶은 보통 자기가 쌓은 신용도만큼의 돈을 은행에서 빌려서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동차와 집을 사고 가게를 사서 돈을 벌고 은행 빚을 갚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좋은 점은 비록 지금 저런 것들을 살 현찰을 모아 놓지 않았어도 소유의 기쁨을 미리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만일 장사가 안되고 소득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하면 저 집 없는 사람 대열에 서 있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고 또한 이것이 실패한 사람의 현실이다.

실패한 사람의 반응은 수치심을 넘어 거의 죄의식을 느낀다. 좌절하여 온 가족이 동반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같이 한번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구조 때문에 부만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도 세습되므로 가난한 사람들은 거의 저주 받은 것처럼 자신들의 삶을 비관하게 된다.

신용사회의 틀에서 신용점수가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마치 죄인이 감옥에 갇히듯 격리되는 것이고 그 자체가 벌받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난은 죄가 아니다. 복음의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언하신다. (마태 53) 이때 행복한 이유는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그러나 황금만능주의와 현세지향적 행복론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하늘 나라의 소유가 과연 희망이며 행복일 수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루카 복음(루카 620) 이 전하는 부자들에 대한 재앙 선언은 부자들이 구가하는 행복을 시샘하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거나 분배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찾는 교과서일 수는 있어도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면이 있다.

그러나 교회는 마음이 가난하다는 복음적 청빈으로서의 가난의 영성적 의미를 깨닫고 가난의 행복 선언과 부자의 재앙 선언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부자들은 풍부한 재산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무능함과 허약함으로 인하여 낮아진 마음으로 겸손해지고 무조건 겸손한 자의 편을 드시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어 하늘 나라가 그들에게 선사된다는 것을 예수님을 통하여 깨달은 것이다.

예수께서는 참으로 가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 황제의 아들이 아니라 목수의 아들이 되셨고 왕비의 침실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 이같이 시간과 공간에 제한당하는 것을 무조건 수용했던 예수님의 겸손은 하느님의 뜻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었다. 이 겸손이 바로 마음이 가난한 자들이 누릴 행복의 근거로 제시된 낮아진 마음이며 하느님을 높이는 마음이고 하느님 마음에 드는 참 인간의 태도인 것이다.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기 위하여 배고픔과 목마름과 궁핍을 겪으셨다.마침내 예수께서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라고 명령하시고 자선활동을 교회가 수행해야 할 의무로 지워주셨다.

그러므로 부의 축적이 교회의 목적일 수 없다. 하느님 백성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복음을 증거하는데 필요한 사랑과 자선의 활동에 주어진 재화를 사용해야 한다. 복음적 가난의 정신은 하느님을 찾는 열망이며 그분을 향한 완전한 자유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난은 죄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한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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