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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양보해놓고 부글부글 끓는데…

"마음 밑바닥부터 우러나와야 지면서 사는 진정한 종교적 삶"

Q: '분별심을 내지 말고 이기기보다는 지면서 살라'는 기도문을 받았습니다. 동생과 함께 TV 시청하면 오락 프로와 교양 프로를 같은 시간에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동생과 저는 생각이 달라 다툽니다. 다투다가 그 기도문이 생각나서 동생한테 양보하고 의미 없는 오락 프로를 보게 되는데 이럴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A: 기도문대로 한 번 해보려 한다면 동생에게 지면 됩니다. 동생이 오락 프로그램을 보겠다 하면 '그래라' 하는 마음 내는 게 '지고 살라'는 기도문을 따르는 것이지요?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내 업대로 하는 것이고 그 순간 나는 수행자니까 져 준단 말이에요. '그래? 오락 프로 봐라' 했는데 왜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요?

그것은 기도를 안 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도문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교양 프로 보겠다고 우기다가도 기도문이 탁 생각나면 '아차 져 주는 게 지금 내 기도지' 하고 돌이키고는 "오락 프로 보고 싶니? 그래 봐라" 이렇게 마음 내는 것입니다.

이를 수행이라 하고 기도라 하는 것이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박박 우기다가 그 시간 지난 뒤에 혼자서 "지고 살겠습니다 지고 살겠습니다" 하고 중얼거리는 게 기도가 아니에요. 마음 속 밑바닥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것은 하는 척 하는 것이지 기도가 아닙니다.

동생에게 오락 프로 보라고 해 놓고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것은 겉으로 말만 그렇게 한 것이지 진짜 마음 내어 한 행동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기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도하는 사람은 괴로울 수가 없어요. '그래 봐라' 하고 마음 내면 괴롭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할 때 내가 졌다는 생각이 있어요. 내가 졌다는 생각 속에는 '내가 이겨야 하는데 졌다'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겨야 되는데 졌으니 패배 의식이 생겨서 괴로워요.

동생과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지 누구 생각이 옳고 누구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각자는 다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실제 세상 일은 자기가 하고 싶다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루어질 때도 안 이루어질 때도 있는데 이루어질 때 느끼는 기분을 '락(樂)'이라 하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기분을 '고(苦)'라고 해서 우리는 늘 고락 속에서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는 것이 현실의 세계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다 이루어질 것 같은 것은 착각일 뿐입니다.

하고자 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고와 락이 윤회하지만 내 생각이나 내 욕구가 그럴 뿐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 이루어진다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기뻐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앞으로는 나 혼자 있을 때는 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동생과 같이 있을 때는 나는 이것을 보고 싶다고 의견을 말해 보고 동생이 자기 보고 싶은 것을 보겠다면 '그래라' 하고 같이 보든지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일 하면 됩니다. 보든 보지 않든 그것으로 동생을 미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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