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사목의 향기] '헤로데'와 '임금'은 같은 사람

한상만 신부 /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

요 며칠 데이비드 레터맨 성추문 사건이 신문과 방송의 뜨거운 이슈다.

그가 심야토크쇼 진행자로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사라는 점과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자기 쇼 중에 농담거리로 삼고 비판했던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와 지금의 레터맨은 다른 사람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여기 성경에 좋은 예가 하나 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전하는 성경 말씀(마르 617-29 ; 마태 143-12)을 읽다 보면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우리의 주제를 위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 헤로데의 칭호가 어느 시점에 명확히 바뀐다는 사실이다. 이야기 시작은 '헤로데'라고 호칭하다가 어느 때부터 '임금'이라고 같은 사람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헤로데가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한 사실을 비판했던 요한을 감옥에 묶어 두었었다. 요한에게 헤로디아가 앙심을 품고 죽이려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고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그의 말을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로데의 생일 잔치가 벌어져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 유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추어 좌중의 흥을 돋우고 헤로데와 손님들을 기쁘게 했었다.

바로 그때 "임금이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고 말했고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고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소녀가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를 묻자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라고 시켰고 임금은 이 요구에 대하여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도록 경비병에게 명령했고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그것을 소녀는 제 어머니에게 주었다고 성경은 쓰고 있다.

호언장담하던 바로 그때 '헤로데'라는 주어가 '임금'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전반부의 '헤로데'는 심약해 보이지만 의로움에 대하여 열린 마음이었다. 그래서 의인 요한의 말을 즐겨 듣고 그를 살해하려는 사람으로부터 그를 지킨다. 반면 후반부의 '임금'은 최고 권력자로서 호언장담한다.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나에게 청하면…무엇이든지… 너에게 주겠다"고 맹세한다. 바로 그때 그는 거의 '신'이었다. 달리 말하면 바로 그때 하느님을 의로움의 근거를 잃은 것이다.

바로 그때 헤로디아의 간교한 계략이 적중했다.

이것이 한 인물 안에서조차 발견될 수 있는 이중성의 이야기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영에 이끌리어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의 선하고 악함이 결정되는 것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성령께 이끌릴 때만 그 사람이 선하다.

저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본래 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들이 전능하다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구별 못하는 것은 무능이다.

그러므로 매 순간의 올바른 식별과 판단을 위하여 성령의 이끄심을 알아차리는 영신의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행과 단식과 기도로서 사욕편정을 다스리고 성령의 이끄심에 완전히 일치하여 조화롭고 통합된 건강한 인격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깨어나라는 말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