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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출세와 섬김

한상만 신부 / 성크리스토퍼 한인성당

성경에 쓰인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효력 있다. 이 말씀은 빗나가는 법이 없고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말씀은 어렵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낀다.

이같이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긴장시킨다. 무지몽매를 벗어나는 길이지만 참 어렵다.

출세와 섬김의 이야기가 좋은 한 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의 청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르코 복음(10 35-45)과 마태오 복음(20 20-28)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마태오의 경우 두 형제의 어머니의 입을 빌려 이 사건이 보도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두 형제가 예수께 다가와 청탁하기를 영광의 날이 오면 예수님의 오른편 왼편의 자리에 자기들 하나씩 앉혀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예수께서는 그들의 청원의 의미를 질문하시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정해진 사람의 몫이라고 하시며 하느님 신적 권위와 자유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치시지만 무지몽매한 제자들이란 어쩔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자리다툼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자기들도 노리고 있던 영광의 자리를 야고보와 요한이 선점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다른 열 제자들이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성경은 쓰고 있다.

루카 복음(22 24-27)은 그래서인지 두 형제의 청탁 이야기는 빼고 사도들 가운데에서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복음은 세 번이나 반복된 주님의 수난 예고 바로 다음에 이 사도들의 자리다툼 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제자들의 연약한 인간성을 오히려 연민하게 한다. 차라리 불쌍하다고 하자는 것이리라. 영광에 굶주린 천박함이라고나 할까 그것이 인간이지 하자는 것이다.

자기들의 스승의 수난과 죽음이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마음의 궁핍이라 할까 보다.

인간이란 대개 그렇다. 세속에서 출세한 사람을 개천에서 용 난 것에 비유해서 칭찬하는 말이 듣기 좋았었는데 언제부터 인지 그 같은 말이 참 싫어졌다. 그 개천에서 난 용들이 하늘에 올라가서 하늘마저 개천만큼 더럽히지 싶어서 그렇다. 사도들도 인간이라서 이만큼 허약하기는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수난을 세 번이나 예고하시고 최후 만찬 식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며 (요한 13 1-20) 종 노릇 하는 높은 사람의 모범을 보여주신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태 20 26-28; 마르 10 43-45; 루카 22 26-27)"

여기 남을 섬기는 종 노릇이 출세하는 원리로 소개된다. 남을 섬기는 종 노릇이 제 스스로 독존하지 않고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지하고 그분 뜻에 일치하여 복종하고 따름의 표지이다.

그것이 하느님 사랑의 힘으로 들어 높여지는 출세의 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통치자들이라는 사람들과 고관들이라는 사람들처럼 백성 위에 군림하고 백성에게 세도를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것이다. 높이거나 낮추시는 권한을 가지신 하느님을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의 다른 이름이 '종들의 종'이다. 섬김의 공동체의 수장의 이름이 종들의 종인 것은 마땅하기 때문이다.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이 교회에 살아 있고 효력이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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