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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봉사가 외려 괴로운데…

"다만 필요로 하는 것을 돕고, 분별심으로 그만둬서는 안돼"

Q 저는 몇 년 전부터 독거노인에게 작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할머니에게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 어떻게 도움이 되어야 하나 생각하며 봉사를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꾸만 할머니의 단점이 보입니다.

'할머니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오늘 이렇게 살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오히려 봉사가 나를 괴롭힙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이런 봉사할 기회가 있어도 나서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내고 수행을 해야 됩니까?

A 봉사라는 것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아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꽃밭에 물을 줄 때도 아무 때나 물 준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한낮에 물을 주면 더 시들기도 해요. 오줌을 준다고 다 거름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얼마만한 크기의 식물에 어느 정도 농도로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어느 때에 주느냐 하는 여러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안 맞으면 거름이 되기는 커녕 독약이 됩니다. 반면에 독약도 잘 쓰면 약이 됩니다.

봉사라는 것은 상대를 살리는 데 상대를 기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또 봉사를 할 때에는 상대의 필요에 맞게 해야 됩니다. 연세가 들어서 잘 걷지 못하면 지팡이 노릇을 해 주고 무거운 짐을 못 들면 짐을 들어 주고 목욕을 못하면 목욕을 시켜 드리면 되지요.

그런데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게 달라요. 어떤 필요를 충족시켜 줄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예요. 한국 사회 안에서도 필요한 활동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른 나라까지 둘러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도와줄 것은 없겠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물질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집집마다 돈이 부족하잖아요. 도와주면 다 좋아하지요. 그런데 그런 돈 문제 해결을 돕는 게 저의 일이라면 제가 기업을 하든지 정치를 해야 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수행자잖아요. 제가 줄 수 있는 건 정신적인 도움입니다.

그런데 인도에 가 보면 당장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인 도움보다 더 급한 게 음식이에요. 또 병이 나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치료를 해 줘야 해요. 그럴 때는 제 본분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지원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물질적인 도움 봉사도 필요하지만 외로워서 말벗이 필요한 노인들도 있습니다. 남에게 좋은 말을 못 들어서 괴로운 사람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자식욕을 못 해서 괴로운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걸 들어 주는 것도 좋은 봉사죠.

그런데 얘기를 들으면서 '아이고 심보를 저렇게 쓰니 못살지' 하고 그 사람을 나무라면 안 됩니다. '사람이 고통을 겪는 게 다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실이었구나' 하고 내가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봉사할 때 자기 생각으로 가서 자기 식대로 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봉사가 아닙니다. 그러니 마음을 새로 내셔서 다만 그 분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필요로 하는 것이 없다 싶으면 그만 도와드려도 되지요. 분별심으로 그만두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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