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기본을 깬 '무자격 법정 통역사'
장열 / 사회부 기자
이번 소송은 본지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후속취재 가운데 캘리포니아내 민사소송 등에서 법정통역 자격증이 없거나 자격증 중지명령을 받은 일부 통역사들이 버젓이 법정에서 통역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법정싸움으로 가기 전에 열리는 '데포지션' 에도 상당수 무자격 통역사들이 채용되고 있었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자격 통역사들을 쓰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특별한 경우 판사의 재가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법정통역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통역을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만약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통역사는 사안에 따라 자칫 형사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
무자격 통역사들의 미세한 단어적 결함 부적절한 통역은 잘못된 판결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번 사건은 무자격 통역사 사용이 재심청구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인전문통역사협회(KPIA) 측은 항소법원과 재판부 등에 무자격 통역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공식서한을 보내는 등 협회차원의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례에 대한 취재과정 가운데 드러난 몇가지 '거짓말'들은 무엇보다 소송 당사자(원고.피고)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우선 원고측의 무자격 통역사는 아예 법정에서 자신이 정식 법정통역사라고 선서까지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판사까지 속인 것이다. 또 이 통역사가 그동안 자격증도 없이 공공연히 법정통역일을 해왔다는 사실은 단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재심명령을 받은 원고측 이모 변호사는 첫 기사가 나간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상대방 변호사가 재판부에 1차로 제출한 재심청구 서류를 당당히 들이밀며 "상대측의 재심청구 이유에는 무자격 법정통역 내용이 전혀없다. 의뢰인이 이 사실 때문에 매우 화가 났다. 100% 잘못된 기사이니 정정하지 않으면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다소 격한 이 모 변호사의 반응은 오히려 씁쓸한 웃음을 짓게 했다. 이미 지난 10월 상대 변호인단이 무자격 통역사 사용 등을 지적한 추가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 확인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심 때 피고측 변호를 맡았던 강모 씨가 변호사 자격증이 정지된 상태에서 변호를 했다는 사실이다. 피고측에서는 당연히 모든 일을 믿고 맡겼을텐데 자신의 변호사가 자격증이 없다니 정말 황당할 노릇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누군가에게 재차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소송 당사자들이 변호사의 자격증과 통역사에 대한 자격증 여부 등을 직접 살펴봐야 할 정도니 말이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 '정직'을 지키는 것은 이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기본적인 원리다.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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