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애리조나에 부는 반이민 열풍
황금연휴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지난 29일 저녁 기자는 침낭과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겼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에 버스 출발장소인 민족학교에 도착했다. 기자 외에도 60명의 한인들이 돗자리 침낭 간식 등을 챙겨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우리들의 목적지는 요세미티 레이크타호 같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화려한 유흥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더 더욱 아니었다. 버스의 목적지는 최근 이민단속법(SB1070)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애리조나주의 주도 피닉스였다. 이들은 SB1070을 반대하는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와 함께 5마일 항의 행진을 펼칠 예정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피닉스의 날씨는 화씨 100도에 육박했다. 하지만 8살 '꼬마'부터 70대 노인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이민자 탄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B1070의 골자는 이렇다. 지역경찰들이 불법체류자로 여겨지는 수상한 사람들을 무단으로 검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검문을 당한 사람이 합법적인 신분임을 증명할 수 없으면 경찰은 이들을 이민세관단속국에 신병을 인도하게 된다. 또한 홈디포 같은 상점 앞에서 차를 세우고 일용직 노무자를 고용하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다시말해 애리조나주에서는 불법체류자가 상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지닌 것이 바로 이 SB1070인 것이다. 이 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여러번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바로 경찰이 검문을 실시할 '수상한'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라는 부분이다. 이민단체 관계자들은 경찰이 당연히 백인이 아닌 라틴계와 아시안 등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집중 검문에 나설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애리조나주의 SB1070의 가장 큰 피해자는 라틴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백인들의 70% 라틴계의 90% 이상은 이 법이 라틴계를 타겟으로 제정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법으로 인한 한인사회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반응이 중요한 것은 현재 미국정부의 이민정책은 이민자 커뮤니티에 결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현재 이 나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민정책이 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친이민 세력과 반이민 세력간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친이민 세력들도 공화당이 추진 중인 국경강화 방침을 받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지난 4월 20만명이 모인 워싱턴 DC에 이어 피닉스에서 이민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림에 따라 전국적으로 이민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민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공약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이 문제를 더이상 뒤로 미뤄선 안된다. 11월 선거까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발전을 위해서 하루빨리 이민개혁법안이 의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