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장욱진의 걸작 40점, 사상 처음 뉴욕에서 감상한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장욱진(1917~1990)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5월 7일부터 7월 19일까지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Chang Ucchin: The Eternal Home(영원의 집)'으로, 그의 대표작 40여 점이 소개된다.   뉴욕한국문화원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문화원 1층과 2층 전체를 활용해 장욱진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개막식은 5월 7일(수)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한국 모더니즘의 기틀을 다진 ‘1세대 모더니스트’로 손꼽힌다.     자연과 가족, 일상이라는 소박한 주제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구축해온 그는, 단순하고 순수한 형상 안에 존재의 본질과 기억,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심에 자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2년 작 '가족도'를 비롯해, '나무와 정자(1977)', '감나무(1987)' 등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이 폭넓게 소개된다.     이들 작품은 장욱진 특유의 철학적 깊이와 미적 긴장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들로, 한국에서도 좀처럼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귀중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1992년 뉴욕에서 발간된 화집 '황금방주'가 실물로 전시된다. '황금방주'는 뉴욕의 예술출판사  '한정판 출판클럽'(LEC)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장욱진을 선정해 제작한 것으로, 작가가 생전에 직접 고른 12점의 유화를 바탕으로 한 판화집이다. 당시 200부 한정판으로 발간됐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황금방주'의 실제 페이지를 직접 넘겨볼 수 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뉴욕한국문화원 웹사이트 또는 전시 담당 큐레이터 조희성(이메일 [email protected], 전화 212-759-9550, 내선 204)에게 문의하면 된다. 서만교 기자 [email protected]장욱진 걸작 뉴욕한국문화원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뉴욕한국문화원 웹사이트 거장 장욱진

2025-04-29

LA오페라 ‘리골레토’ 무대 올린다

LA오페라가 주세페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포스터)’를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21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베르디 음악 해석의 대가 제임스 콘론이 지휘를 맡아, 인생과 운명, 복수를 둘러싼 인간 감정의 깊은 비극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이번 공연 연출은 토머즈 불룬이 맡아, 이야기를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로 옮겼다.     ‘리골레토’는 부와 권력에 취한 만토바 공작이 리골레토의 딸 질다를 유혹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분노는 암살자를 고용해 복수를 꾀하지만, 딸의 희생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이게 되는 비극을 맞는다. 타락한 궁정 사회 속에서 딸을 지키려는 리골레토의 절박한 분노와 복수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사랑과 배신, 저주와 복수가 얽힌 이 오페라는 베르디 최고의 아리아들과 함께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다.   타이틀 롤인 리골레토는 세계적 바리톤 퀸 켈시가 맡아 인생과 운명을 뒤흔드는 복수극을 펼치고, 이탈리아 소프라노이자 오페랄리아 수상자인 로사 페올라가 순수한 딸 질다로 출연한다. 만토바 공작 역은 부드러우면서도 잔인한 매력을 지닌 테너 르네 바르베라가 연기한다.   ‘리골레토’는 이탈리아어로 공연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공연 시간은 약 2시간 35분(인터미션 포함)이다. 본 작품은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댈러스 오페라, 애틀랜타 오페라와 공동 제작됐다.     티켓은 LA오페라 웹사이트(laopera.org)에서 살 수 있다.  이은영 기자la오페라 리골레토 la오페라 웹사이트 댈러스 오페라 걸작 오페라

2025-04-27

'싸구려 소설'로 만든 대체 불가능한 걸작

‘혁신적’이라고 칭했던 과거의 현상, 최신 기술,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다. 패션, 테크놀러지가 그렇지만 영화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TV드라마들을 통해, 다른 인물들이 각기 다른 곳에서 각자의 다른 이야기들을 복잡하게 펼쳐 나가면서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비선형(Nonlinear) 내러티브 방식이 유행했다. 이런 트렌드는 당연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고, 그 흐름 속에서 탄생한 영화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1994)이다.   30년전 ‘펄프 픽션’이 세상에 던진 신선한 충격, 그 기묘한 참신성은 오늘날에도 건재하다. 타란티노의 독창적 스타일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형식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고 특정 양식에 갇히지 않으려는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가이 리치(셜록 홈즈, 젠틀맨), 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테넷)과 같은 감독들과 TV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펄프 픽션이란 질 낮은 종이에 인쇄된 싸구려 소설을 일컫는다. 이런 류의 소설들에는 로맨스, 공상과학, 오컬트, 호러 등 각종 장르가 뒤범벅되어 있고 불륜, 음모, 치정, 살인 등의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주로 다룬다.   영화 ‘펄프 픽션’은 싸구려 소설의 오락성과 영화의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영화이다. 기존의 영화 방식을 파괴하고 자신의 영화를 아예 ‘저급’으로 정의한 타란티노의 등장을 가장 먼저 반긴 건 유럽 영화계였다. 타란티노는 1994년 자신의 2번째 작품 ‘펄프 픽션’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다.   고등학교 중퇴, 비디오 가게 점원 출신의 타란티노는 처음부터 이단아였다. 데뷔 시절부터 천재, 악동의 이미지로 주목받은 그는 이미 홍콩 느와르의 영향을 받아 만든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로 마니아층 팬들을 확보해가고 있었다.   칸영화제의 성공적 데뷔에 이어 ‘펄프 픽션’이 미국에서 개봉된 후 가장 먼저 대화의 화제에 오른 것은, 시제에 관한 혼돈이었다. 각 인물들의 스토리를 순서대로 짜맞춘 기승전결식 구성에 익숙해 있던 관객들이, 여러 개의 이야기가 앞뒤 구별 없이 혼재된 상태에서 펼쳐지는 ‘펄프 픽션’의 서술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은 당연했다.       타란티노에게 서사의 시퀀스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예측 가능한 전통적 스토리의 전개 방식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래서 그가 마치 저급 소설처럼 스크린에 마구 늘어 놓은 이야기들은 느닷없이 암전 상태에서 끊어지기도 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전환되기도 한다.     감독 데뷔 전,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 숱하게 접했던 B급 영화들은 훗날 그의 독창적 연출 스타일에 밑거름이 되었다. 극단적인 폭력과 저질스런 욕설이 담긴 대사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영화들은 일정 부분 B급 영화의 향취를 담고 있다.     LA 암흑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펄프 픽션’은 6편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기의 에피소드들이 제멋대로 뒤엉켜 있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3류 인생들이고 모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LA의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두 연인 펌킨(팀 로스)과 허니 버니(아만다 플러머)가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청부살인 조직의 빈센트(존 트라볼타)와 쥴스(새뮤얼 L. 잭슨), 그들의 두목 마셀러스(빙 레임스)와 부인 미아(우마 서먼), 퇴물 복서 버치(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연인 등이 등장해 제각기 사건들을 펼쳐간다. 마약 중독, 권투경기 승부 조작,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한 살인 등 그들의 스토리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없이 보이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펄프 픽션’ 속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은 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뜻밖의 상황을 연출한다. 온갖 욕설이 가득한 말장난식의 대사들과 기발한 설정에서 읽혀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타란티노의 엉뚱한 발상은 가히 천재적이다. 타란티노 영화가 비평이 불가한 ‘언터쳐블’로 인식되는 이유이다.   타란티노의 캐릭터들은 특별히 위트 넘치는 입담과 수다를 특징으로 한다.‘펄프 픽션’의 넘버 윈 입담가는 당연 새뮤얼 L. 잭슨이 연기하는 쥴스다. 그는 식당 화장실에서 그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강도를 순전히 현란한 입담만으로 제압해 버린다. 그리고 성경구절 에스겔 25장 17절을 인용, 마치 세상을 떠도는 선교사인 양 폭력과 구원에 대한 ‘설교’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1991년 ‘정글 피버’(스파이크 리 감독)로 칸영화제 최초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잭슨은 타란티노의 거의 모든 영화에 출연해 공포스러우면서도 수다스런 대체불가의 캐릭터들을 창출해 낸다.   ‘펄프 픽션’은 한물간 스타 존 트라볼타를 다시 할리우드로 불러내 한동안 잊혀졌던 그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안겨준 작품이다. 미아와 빈센트의 댄스 시퀀스는 가장 많이 재현된 아이코닉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주인공으로 알았던 빈센트가 허무하게 죽어 버리는 장면 또한 충격적이었다. 관객의 기대감을 이처럼 한순간에 배반해버린 장면은 영화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 영화 이후 트라볼타와 새뮤얼 L. 잭슨은 스크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최근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새뮤얼 L. 잭슨은 “펄프 픽션은 나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이 영화에 출연한 이후 사람들은 갑자기 나를 멋진 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Q&A를 진행한 우마 서먼은 “나의 삶은 펄프 픽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영화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나는 ‘펄프 픽션’과 함께 진화해 왔다”라고 말했다.     타란티노는 역사상 가장 두터운 마니아층 팬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감독이다. 반면 대사가 너무 많아 영화가 길게 늘어지는 느낌과 수위 높은 폭력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펄프 픽션’은 BBC 선정 역대 최고 영화 100편 28위에 올랐고 7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미국에서만 1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2억 1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불가능 걸작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펄프 픽션 영화 방식

2024-10-09

[글로벌 아이] 반복된 서사, 중국인도 지쳤다

1950년 9월 30일 중국 국경절 리셉션. 마오쩌둥 주석은 산부인과 의사 린차오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적기가 병원에 폭탄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할 건가?” 의사는 말했다. “내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보호할 겁니다.”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또 한편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영화가 개봉했다. ‘의용군:영웅의 출격’. 6·25 종전 70주년을 맞아 ‘패왕별희’로 유명한 천카이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더 집요하게 중국의 참전을 정당화하고 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싸워야 했는지 강변한다. 유엔 회의에서 중국 대표는 38선을 넘은 미군을 침략자라 비난하고 마오 주석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영화는 그해 11월 30일 중국 의용군이 전사한 평안남도 ‘송골봉 전투’로 치닫는다. 치열한 교전 끝 마지막 남은 소나무 한 그루를 비추며 이들의 희생과 미군의 잔혹함을 대비시킨다. 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그 시대를 인식하게 하고 젊은이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의용군들의 공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개봉 전부터 ‘서사적 걸작’, ‘시공간을 넘어선 교감’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2년 전 같은 시기에 개봉한 ‘장진호’가 12시간 만에 2억 위안(370억원)을 돌파한 데 반해 ‘의용군’은 개봉 첫날 2700만 위안(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개봉 일주일째였던 지난 5일 ‘의용군’의 누적 수익은 4억3600만 위안으로 같은 기간 ‘장진호’ 30억 위안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연휴 기간 흥행 순위는 경찰 영화 ‘바위처럼 단단해’(7억8000만 위안)와 로맨틱 코미디 ‘엑스:젊은 결혼’(6억 위안)에 밀렸다.   장쯔이, 탕궈창 등 중국 최고 배우들의 등장에도 흥행에 실패한 건 반복되는 서사에 중국인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란 평가다. 한 매체 기사의 댓글에선 “사람이 만든 영화인가?”라는 짧은 문구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중국 영화평론가들도 “기대가 컸지만 관객들은 캐릭터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 같은 느낌만 받았다”, “정치적 성과를 축적하려는 시도로는 흥행할 수 없다”며 배우만 바꾼 선전 영화를 혹평했다.   격세지감이다. ‘장진호’에 흥분했던 중국인들의 분위기는 2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외교적, 경제적으로 미국과 충돌을 피하려는 당국의 기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비극적인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국의 모습은 이제 그만 봤으면 싶다. 박성훈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중국 서사 서사 인도 서사적 걸작 선전 영화

2023-10-0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