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타운 맛따라기] LA 곱창 이야기
곱창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소의 내장을 버리지 않고 활용했던 지혜로운 음식이다. 농경 사회에서 소는 귀중한 재산이자 노동력이었기에,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살코기는 물론 내장까지 버릴 것 없이 모두 요리에 활용했다. 특히 곱창은 소의 부산물 중에서도 맛과 영양이 뛰어나 서민들의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도 곱창을 이용한 요리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탕이나 전골, 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곱창의 특징이자 호불호가 갈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곱창 속에 차 있는 쫀득쫀득한 액체다. 그 정체는 소장 안에 남아있는 수분, 지방과 소화액의 덩어리다. 신선한 곱창은 소의 종류나 품질에 상관없이 곱이 두툼하게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축 후 시간이 오래 지났거나 냉동한 곱창은 곱이 잘 차오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곱의 양이 곱창의 품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의 장은 부위별로 이름과 식감이 다르다. 곱창은 소의 소장으로, 안에 들어있는 ‘곱’이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창은 소의 대장으로 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로 다른 내장 부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매력이다. 특양은 소의 첫 번째 위 중 살이 붙은 양질의 부위를 말한다. 쫄깃함과 은은한 고소함으로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다. 이처럼 곱창은 다양한 부위의 매력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술안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LA 한인 이민사에서 곱창집 역시 한인들에게는 향수를 달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얼큰한 곱창전골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타지에서의 어려움을 잊고, 고향의 맛과 분위기를 느끼며 위로를 얻는 곳이다. 특히 IMF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에게 곱창집은 낯선 땅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 안식처 역할을 했다. 한때 LA 곱창집은 ‘양마니’, ‘별곱창’, ‘아가씨곱창’의 3파전이 치열했다. 올림픽길에 위치했던 양마니는 한국 유명 곱창 브랜드의 직영점으로 시작하여 한인 사장 인수 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4가와 웨스턴, 옛 ‘풍무’ 자리에 확장 이전하여 성업 중이며, 롤랜드하이츠 지점 또한 운영되고 있다. 한때 6가 일대를 장악했던 곱창 브랜드는 별곱창과 ‘별대포’였다. 특히 드럼통 테이블이 놓인 대폿집 스타일의 별대포는 주당들의 아지트로 불렸으나, 건물 재개발로 문을 닫았다. 현재는 별곱창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가씨곱창은 원래 강호동 백정의 서브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한국 본사와의 계약 종료 후 독자적인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올림픽길의 ‘연발탄’, 8가의 ‘마장동곱창’까지 가세하며 곱창 전성시대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상당수 가게가 문을 닫고, 양마니, 별곱창, 왕창, 아가씨곱창 네 곳이 LA 곱창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송학’ 또한 한때 LA 전역을 휩쓸었던 곱창 브랜드다. ‘학산’으로 시작하여 아티시아, 어바인, LA 웨스턴길, 샌디에이고까지 확장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상호를 변경했으며, 송학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곳은 샌디에이고 지점뿐이다. 송학 사장은 이후 ‘X-Fish’라는 무제한 스시집과 ‘강남스테이션’ 무제한 바비규로 브랜드를 전환하며 외식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LA 6가에 자리했던 학산은 현재 다른 고깃집인 ‘대성로’로 바뀌었으며, 학산 본점은 토런스에 한 곳 남아 있다. ‘왕창’은 학산 출신으로, 현재 부에나파크와 LA 6가에서 성업 중이다. 이들 곱창집의 원조 격인 학산은 아가씨곱창 주방장 출신 사장이 개척한 브랜드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곱창의 역사는 지금도 LA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이야기 곱창 곱창 브랜드 곱창 전성시대 la 곱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