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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에서 패키징, 물류까지...'팔방미인' 한인 기업 '챔버스 트룹 그룹' 뜬다

조립·패키징·운송 등 전방위 원스톱 서비스 내달 제2공장 가동...3년내 5공장까지 확장   조지아주와 맞닿은 앨라배마주 밸리 시에 위치한 챔버스 트룹 그룹(CTG)의 공장 건물은 한때 방직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100년간 번성했던 방직공장 마을이 황폐화된 건 1980년대. 2018년 CTG가 2400만달러를 투자해 창고·운수회사를 세우면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CTG의 성장 과정은 미국 제조업의 시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간 CTG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성장했고, 방산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CTG는 임직원 140명 규모로 지난해 3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생산·조립·패키징·운송 등의 분야에서 5개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주요 생산 제품은 범퍼빔, 히터 덕트(배관), 워셔액 탱크 등이다. 필러류 내장재 조립도 맡고 있는데 현재 부품 생산량이 늘면서 7만 스퀘어피트(sqft) 규모의 제2공장을 다음달 가동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총 35에이커에 달하는 부지를 활용해 향후 3년 안에 5공장까지 확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현우 대표는 "목화섬유 산업이 파키스탄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생활권이 사라진 곳이었지만 CTG 진출 이후 상권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동네 주민들이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샤멋(Shawmut Mill) 마을로 불리던 이곳은 방직공장을 중심으로 학교, 교회 등이 들어선 앨라배마 최초의 계획도시 중 하나였으나 공장이 폐쇄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트럼프 2기 들어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불확실성은 공급망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전후방 협력사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재고를 제때 확보하는 것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권혁중 부사장은 CTG의 강점으로 "한국에 항공과 해상 운송이 가능한 현지법인(아스트로글로벌)을 두고 있어 한미 양국간 물류가 원활하고, 대형 창고를 활용해 재고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TG는 밸리 시 외에도 오펠라이카, 몽고메리 지역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는데 자동차 1차 협력업체 7개사가 이곳을 이용한다. 하루 평균 40피트 표준 컨테이너 8~20대를 소화한다. 조만간 사바나에 제3자 물류사업(3PL)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 3PL은 수송, 보관, 재고관리 등의 위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 대표는 "제조-물류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고관세 환경을 돌파할 기업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CTG의 다음 관심사는 방산이다. 조지아 콜럼버스의 육군 종합군사기지인 포트 베닝과도 가까워 군수물자 공급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전 대표는 "미중갈등이 심해지며 방위산업에서 중국산 물자가 빠지면 새로운 활로가 트일 것으로 본다"며 "군수 협력을 통해 우방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 경제 협상에서도 유리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팔방미인형 조지아 방직공장 마을 양국 물류 한때 방직공장

2025-04-18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인중(人中)과 구시화문 (口是禍門)

입(口)이란 무엇입니까? 입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입을 통해서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사람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먹는 음식물이란 땅의 기운(地氣·지기)를 받고 자란 것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입은 지기가 들어가는 곳입니다.   그러면 천기(天氣)가 들어가는 곳은 어디입니까? 바로 코(鼻)입니다. 사람은 코를 통해서 산소를 흡입합니다. 산소는 곧 천기인데 천기를 흡입하는 코와 지기를 섭취하는 입의 사이에 있는 부위가 바로 인중(人中)이라는 혈자리입니다.     인중은 ‘사람의 가운데’란 뜻인데 이 부위가 인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천기와 지기의 중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중 위쪽으로는 구멍이 2개씩입니다. 콧구멍도 2개, 눈도 2개, 귓구멍도 2개입니다. 그런데 인중 밑으로는 구멍이 한 개씩입니다. 입도 1개, 배꼽도 1개, ,항문도 1개, 요도(尿道)도 1개, 산도(産道)도 1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멍이 2개인 신체기관은 많이 쓰라는 뜻입니다. 냄새도 잘 맡아보고 열심히 잘 살펴보고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1개인 신체기관은 아껴 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 말은 잘못하면 재앙이 들어오게 합니다. 그래서 ‘구시화문(口是禍門) 구시복문(口是福門)’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습니다. 입은 잘못 쓰면 화를, 잘 쓰면 복을 불러들인다는 말입니다.   이 사자성어는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비롯됐습니다.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後唐)때 입신하여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을 섬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는 말이니 그야말로 처세에 능한 달인이었습니다.   풍도가 남긴 처세관은 이렇습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 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宇)’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앞에는 말무덤이란 게 있습니다.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은 무덤입니다. 이른바 언총(言塚)입니다.   전설은 이렇습니다. 옛날부터 이 마을에는 여러 성씨가 살았는데 각 문중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지자 마을 어른들은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골몰했습니다.     어느 날 풍수가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를 보고는 한 마디를 던지면서 처방을 내렸다고 합니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는 형상, 즉 마을이 항상 시끄러운 지세이니 개 주둥이 송곳니 모양인 논 한가운데에는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 모양이 위치한 밭 가운데에는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 바위 두 개를 세우라.”     그리고는 “해마다 새해 정월에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나쁜 말이나 싸움의 발단이 될 말을 뱉어 사발에 담아 마을 입구 ‘개주둥산’에 구덩이를 파고 묻으라”는 추가 처방도 내렸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해부터 풍수가의 처방대로 따르니 마을에서 모든 말싸움, 뒷담화가 사라지고 마을이 평온해 져서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언론 뿐만 아니라 각종 SNS로 언어가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필요없는 말들이 필요없는 때에 필요없이 솟아납니다. 백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강력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요.   2025년 푸른 뱀의 해인 청사년 새해 ‘인중(人中)’과 ‘구시화문(口是禍門)’의 함의를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인중 인중 위쪽 마을 입구 마을 어른들

2025-01-06

[열린광장] 소중한 선물의 유산

26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 마을에 4일간 텐트를 치고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미국과는 다른 흐트러진 머리털, 거친 피부, 찢어진 운동화,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아들은 이들의 외모와 상관없이 동심으로 쉽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모래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도 했고, 파도처럼 팔딱 팔딱 뛰기도 했다. 파란 하늘 높이 쉴새없이 날리는 웃음은 바람을 탄 연이 펄펄 나는 듯했다. 또한 순진한 장난꾸러기 어린 하얀 순수한 양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 노는 것 같았다.   그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 방을 그들과 같이쓰고 싶다는 착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와 이곳 아이들과 다른 점이 뭔 줄 아니?”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나의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지금 네가 누리는 행복은 너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단다. 단지 그들은 오지서 태어났고 너는 미국서 태어난 것 뿐이야.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항상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이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올해 추수 감사절에 장성한 아들과 손녀 3명을 데리고 멕시코 그 오지 마을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도록 했다.     준비해간 옷가지, 신발, 학용품, 장난감 등을 직접 주게 하고 저녁은 이들과 같이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누도록 했다.   떡국, 김치, 불고기와 원주민이 기른 토종닭 3마리를 대접했다. 원주민의 식사기도와 이어진 손녀의 기도로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나눔의 시간을 35명이 같이 가졌다. 10대 손녀 둘에게 직접 환자를 접수하고 약 정리도 하도록 시켜 봉사참여의 기쁨도 느끼기를 바랐다.     돌아오는 어두 컴컴한 차 안에서 손녀들에게 26년 전 그들 아버지에게 한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내 답도 같았다.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은 추수감사절에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정한 감사함의 열매는 기쁨이고, 기쁨의 열매는 행복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기를 바랐다. 감사할 수 있는 감정이 인생을 풍요하게 하고 삶의 큰 에너지가 되다는 진리를 진정으로 터득하고 살기를 바라본다.   바쁘고 힘에 겨웠던 이번 여행의 준비과정들의 피곤함이 흐뭇함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선물 유산 추수감사절 식사 중학생 아들 바닷가 마을

2024-12-18

[독자 마당] 어머니

시월이 오면 나에겐 잊히지 않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백합처럼 우아하지도 않았지만 늘 수줍게 핀 노란 들국화처럼 조용한 미소를 보내주었습니다.     가을 운동회 날 코흘리개 소년이 2등 상품으로 받은 작은 공책 한권을 보며 대견해 하던 그 여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늦은 여름 어느 날 오후, 흙탕물을 헤치며 미꾸라지를 잡느라 흙 범벅이 된 옷을 벗기고 씻겨주던 그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을 앞 들판이 누렇게 변해 갈 무렵 논두렁 뛰어다니며 메뚜기 잡아 오면 가마솥 뚜껑에 볶아주던 그 여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꾸 벗겨지는 검정 고무신을 손에 쥐고 코스모스 핀 신작로를 내달려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가면, 읍내 장에 다녀오며 사 온 사탕 한 봉지를 두손에 꼭 쥐여주며 환하게 웃던 그 여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다 발목을 삐어 누나 등에 업혀 이웃 마을 한의사 할아버지 집으로 갈 때 소년의 손을 꼭 잡고 달래던 그 여인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 뒷산 과수원의 단감이 누렇게 익어 갈 때 제대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그 여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을 앞 들판이 온통 황금빛으로 변해가던 24년 전, 미국으로 떠나는 아들을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하며 눈물짓던 그 여인의 모습을 오늘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3년 전 대문 옆 감나무에서 홍시가 툭툭 떨어지던 날, 그 여인은 떠났습니다.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을 이 땅에 남겨두고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하는 긴 이별을 고향 땅에서 기어이 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 여든네 해 동안 이 땅에서 아홉 자녀를 생산하고 양육하며 지치고 상처받은 이 여인의 영혼을 위로하여 주시고 거두어 주시옵소서.   어머니!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전명석독자 마당 어머니 버스 정류장 이웃 마을 코흘리개 소년

2024-10-22

[산불 속보] "90m 높이 화염"… 재스퍼 마을, 대형 산불에 휩싸여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부에 자리한 역사적인 관광지 재스퍼가 맹렬한 산불에 휩싸였다. 24일 밤 마을로 진입한 산불은 주택과 상가를 집어삼키며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이번 산불로 인해 약 2만5천 명의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제임스 이스트햄 공원청 산불 정보관은 24일 밤 화염이 마을에 진입한 후 "불길이 극도로 격렬했다"며 "소방대원들이 90~120m 높이의 화염이 연속적으로 치솟는 것을 목격했고, 불이 분당 15m씩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강풍에 더욱 거세진 불길은 재스퍼 마을 외곽에 도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시내 중심부까지 번졌다. 공원 당국은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이미지와 동영상에는 여러 채의 주택과 상가가 불에 타는 모습이 담겼다.   소방대원들은 최대한 많은 건물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수처리장, 병원, 통신시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Trans Mountain Pipeline) 등 주요 기반 시설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트햄 씨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최대한 빨리 투입했지만, 오늘의 기상 조건과 화재 상황을 고려할 때 불이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방대는 여러 전선에서 화재와 싸우고 있다. 재스퍼는 북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북쪽의 화재는 25일 오전 재스퍼에서 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남쪽의 화재는 처음에 마을에서 8km 떨어진 곳에서 보고됐지만 몇 시간 만에 마을 외곽에 도달했다.   소방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됐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물 투하도 실패했고, 중장비를 동원해 방화선을 만드는 작업도 안전상의 이유로 철수해야 했다. 위험한 비행 조건으로 인해 소방 비행기도 투입할 수 없었다. 16번 고속도로와 아사바스카 강 같은 자연 장벽으로 불길을 유도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인 통제 화재도 실패했다.   결국 응급 구조대원들도 마을에서 철수해야 했고, 개인 호흡기를 갖춘 구조 소방대원들만이 남아 화재와 싸우고 있다.   에릭 반 로켐 환경부 기상학자는 26일 최대 3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당한 양의 소나기와 뇌우가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몇 주간 지속된 극도로 뜨겁고 건조한 날씨 이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러나 재스퍼의 기상 관측소가 25일 밤부터 가동을 멈춰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앨버타주 정부는 연방정부에 추가적인 소방 자원, 인력과 장비 이동을 위한 항공 지원, 그리고 외딴 지역 주민 대피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5일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정부가 앨버타주의 지원 요청을 승인했으며, 가능한 모든 필요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디코어 씨는 60년 넘게 가족이 소유해온 말린 로지(Maligne Lodge)가 불에 타 무너진 것에 대해 애통해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에서 온 직원들을 걱정했다. 디코어 씨는 "우리 지역 소방관들은 놀랍고, 앨버타주 소방관들도 대단하다"면서도 연방정부의 늦은 대응을 지적했다.   디코어 씨는 "월요일 밤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연방정부는 왜 그때 움직이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너무 늦은 시점인 어젯밤에야 캐나다 군대를 보내겠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족 사업의 손실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을에는 여러 세대를 이어온 훌륭한 가족들과 사업체들이 많다. 많은 가족과 사람들이 소지품뿐만 아니라 생계 수단까지 잃게 된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디코어 씨는 친구가 공유한 사진을 통해 호텔이 파괴된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디코어 씨는 "캐나다인들에게도 슬픈 일이다. 이곳은 국가적 보물이며 우리의 공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재스퍼 국립공원의 상징적인 경관과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 지역 경제에도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앨버타주 정부와 연방정부는 화재 진압 이후의 복구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중앙일보산불 속보 재스퍼 화염 재스퍼 마을

2024-07-25

세계 유일 ‘한국어 마을’ 미국에 오픈

전 세계 최대 언어 몰입교육 기관인 미네소타의 콘코디아 언어 마을(Concordia Language Villages·CLV)에서 25년 만에 한국어 마을이 오픈했다.      미네소타주 베미지 인근에 있는 CLV는 1961년 설립된 비영리 언어교육 체험 캠프로, 한국어를 비롯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어 등 18개국 언어를 가르친다.   지난 20일 CLV에서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의 그랜드 오프닝이 열렸다. 아시아 언어권으로는 최초로 자체 시설이 건립된 것이다. 한옥 구조를 적용한 목조주택 4채로 구성된 한국어 마을에서 여름캠프와 주말 프로그램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이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CLV의 한국어 프로그램은 지난 1999년 개설됐지만, 자체 시설이 없어 러시아 마을의 건물을 빌려서 사용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높아지고 누적 방문자 수가 2000명을 넘어가면서 자체 시설 설립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고급 핸드백 제조기업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과 유병안 건축가 등 한국인들의 후원으로 한옥의 조형미를 본뜬 전용 건물이 건립됐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한국 류수영 배우의 요리 시연, 김창완 가수의 축하 무대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또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한미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CLV의 메리 마우스 코시르 대표는 “한국어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며 대기자 명단이 끊이지 않는다”며 “세상에는 더 많은 글로벌 시민이 필요하며 이곳은 그것을 실제로 이룰 수 있는,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어 마을에는 식당과 상업용 주방, 행정 사무실, 2개의 기숙사, 축구장 등이 있다.     한국어 마을은 이번 800만 달러 규모의 1단계 준공에 이어 더 많은 기숙사와 문화 활동 센터, 전통 양궁장이 있는 스포츠 센터, 한옥 스타일의 파빌리온 등을 포함해 건물 6개를 추가로 건설할 1000만 달러 규모의 2단계, 3단계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인 다프나 주르(Dafna Zur) 교수가 촌장을 맡아 한국어 마을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주르 교수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 명단이 점점 늘어간다. 선착순으로 등록자를 받기 때문에 기다려도 수업을 못 듣는학생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유일의 체험형 한국어 교육 마을로서 세계언어로의 한국어 확대와 한미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곳”이라며 “제한적인 기숙사 인원 규모 때문에 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다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 한국분들과 미국 내 한인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어 마을은 K-12 학년을 대상으로 여름캠프 혹은 연중 실시되는 1주, 2주, 4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인이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태권도, 부채춤, 서예, K팝 댄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정보·등록: www.concordialanguagevillages.org/languages/korean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미네소타 한국어 한국어 마을 한국어 프로그램 한국어 학습

2024-07-23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신비한 기운 넘치는 예술가 마을, 세도나(Sedona)

애리조나 주 수도 피닉스에서 북쪽으로 120마일의 거리에 예술가의 마을이라 불리는, 예쁜 도시 세도나가 위치해 있다. 애리조나주의 콜로라도 고원지대와 모하비 사막, 소노란 사막이 교차하는 곳에 붉은 사암들이 깎아지른 절벽처럼, 중세 시대의 성처럼, 혹은 수많은 생명체들이 엉켜있는 모습으로 첨탑같이 서있는 모습이 신비하다 못해 장엄하다.   이 도시 중앙에 오크크릭(Oak Creek)이라 부르는 개울을 따라 이어진 약 16마일 길이의 오크크릭 캐년 로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한곳으로 뽑히고 있으며, 캠핑과 송어낚시, 그리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볼텍스 에너지(vortex energy)라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비의 에너지가 도시 몇 곳에 회오리처럼 모여 있다고 해 많은 이들이 하이킹, 산악자전거 타기를 비롯해 다양한 기체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몰려든다.   1902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붉은 바위산과 폰데로사 소나무와 주니퍼라고 부르는 향나무, 오크트리 등이 신비로운 모습의 바위들과 함께 어울려 있어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 장소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관광객 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 후 수많은 예술가들이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겨 그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세도나 중심가를 끼고 도로 양옆에 들어선 작고 큰 상점을 둘러보기만 해도 하루 해가 언제 떨어지는지 모를 정도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관광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세도나에서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벨락(Bell Rock Trail): 세도나 지역에서 기가 많이 모여 있다는 종모양을 닮은 바위산의 1.1마일의 황톳길을 걸어가면  숲 향, 햇살, 바람, 새들의 지저귐 등으로 잊고 있던 감성의 문을 열게 한다.   ▶슬라이드락 주립공원 (Slide Rock State Park): 오크크릭 캐년의 개울이 있는 주립공원으로 물놀이와 산책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원래는 사과 과수원이었던 곳인데, 공원을 감싸고 있는 붉고 흰 사암 산들의 모습이 경이롭다.   ▶에어포트 메사 (Airport Mesa): 세도나 시를 안고 있는 붉은 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세도나 시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장소다. 근처 있는 세도나 시와 레드락 캐년 쪽을 바라볼 수 있는 에어포트 메사 볼텍스(Airport Mesa Vortex) 포인트를 적극 추천한다.   ▶가는 길: LA에서 애리조나주 피닉스까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17번 프리웨이 북쪽으로 약 100마일 정도 달리다 179번 하이웨이로 갈아탄 뒤 15마일 정도 달리면 만나게 되는 89A 하이웨이부터가 세도나 시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예술가 마을 예술가 마을 지역 예술가들 애리조나주 피닉스

2023-11-02

작은 해변 마을에서 고즈넉한 평화를 만나다

아직 한낮 기온은 여전히 여름이지만 햇살의 느낌은 온도와 상관없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해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럴 땐 로드 트립이 제격인데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곳으로 차를 몰아보고 싶다면 중가주 몬터레이 베이만한 곳이 없다. LA에서 차로 5~6시간 운전하면 도착하는 이곳은 남가주 해안과는 또다른 고즈넉한 멋을 자랑하는, 그래서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자아내는 해안 마을. 또 스페인 식민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유서 깊은 건축물과 박물관 등 역사적 명소도 많아 할거리도 볼거리도 많아 머무는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게다가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와이너리까지 인접해 있어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뭘 하며 놀까   몬터레이 베이는 소도시지만 즐길 거리가 많다. 다운타운 최고 번화가는 20세기 초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 번성했던 캐너리 로우(Cannery Row)인데 해변을 끼고 형성된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 '캐너리 로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식당, 부티크, 상점 등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들로 늘 활기가 넘쳐난다. 캐너리 로우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역시 방문해 볼 만하다. 해달, 해파리, 상어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이곳에선 다양한 전시도 관람할 수 있는데 현재는 심해 생물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박물관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존 스타인벡 하우스(John Steinbeck House)와 박물관(Monterey Museum of Art)도 방문해 볼만하다. 그리고 몬터레이 베이에서 차로 10~15분가량 떨어진 카멜(Carmel)에서 반나절 또는 한나절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중가주의 대표적 부촌인 카멜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해안으로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휴양 도시. 그래서 이 작은 마을에 고급 호텔들과 고급 식당들이 즐비해 즐길 거리와 먹거리도 넘쳐난다. 또 포인트 로보스 주립보호구역(Point Lobos State Natural Reserve)이나 가랜드 랜치 파크(Garland Ranch Regional Park) 등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으며 해안에서는 카약도 즐길 수 있다.     ▶17마일 드라이브     몬터레이 베이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17마일 드라이브(17-Mile Drive)로 몬터레이 베이의 그림 같은 해안선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7마일 드라이브는 몬터레이 게이트(Gate of Monterey)에서 시작하면 되는데 이곳 입장료는 차량 당 11.25달러이며 드라이 브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드라이브 중간중간 명소에 들러 구경하고 식사도 하다 보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17마일 드라이브의 백미는 바로 페블 비치(Pebble Beach)인데 골퍼들의 성지 페블 비치 골프 코스를 품고 있는 페블비치 리조트에 들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곳에선 리조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좋고 파인 다이닝과 쇼핑할 곳도 많다. 이외에도 퍼시픽 그로브, 헤른스 넥(Hearn's Neck), 스패니쉬 베이(Spanish Bay), 론 사이프러스(Lone Cypress), 버드락(Bird Rock) 등도 들러볼 만한 명소다. 만약 보다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17마일 드라이브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누벼보는 것도 좋겠다. 자전거는 매드독앤드잉글리시맨(maddogsandenglishmen.com)에서 대여할 수 있는데 일반 자전거 외에도 전기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     ▶뭘 먹을까   몬터레이는 해안을 끼고 있어 신선한 해산물과 서부 농업의 중심지인 중가주에 위치하고 있어 신선한 농산물로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했다면 맛집 순례는 필수.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몬터레이 베이 해산물 맛집 피시 하우스(Fish House Monterey)를 꼭 방문해야 한다. 이곳에선 랍스터, 연어, 오징어 요리가 유명한데 여기에 멋진 오션뷰는 덤이다. 또 블루 애비 레스토랑(Blue Aby Restaurant), 블랙 포 인트 그릴(Black Point Grill)에서도 오션뷰를 감상하며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밤바리나 트라토리아(Bambalina Trattoria)에서는 이탈리안 요리를, 캐너리 로우 브루잉 컴퍼니(Cannery Row Brewing Company)나 알바라도 스트리트 브루어리(Alvarado Street Brewery & Grill)에서는 수제 맥주와 스테이크, 피자, 버거 등 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진=SeeMonterey.com 제공 이주현 객원기자해변 마을 해안 마을 스타인벡 하우스 남가주 해안

2023-10-05

[우리말 바루기] ‘지’를 띄어 썼다면?

 띄어쓰기는 맞춤법 57개 항 중 10개 항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고 예외도 많다. ‘지’도 혼란을 겪는 띄어쓰기 중 하나다.   우리말의 어미, 접사, 조사는 항상 앞말과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지’는 어미와 의존명사의 형태가 같은 예다. ‘지’가 어미일 때는 앞말과 붙이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얼마나 유능한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이때의 ‘지’는 의존명사가 아니다. ‘-ㄴ지’ ‘-ㄹ지’의 형태로 쓰인 어미이므로 앞말과 붙여야 한다. “얼마나 유능한지” “제시간에 도착할지”로 붙여야 바르다.   띄어쓰기가 헷갈릴 때는 추측·의문을 나타내는 비슷한 형태의 어미로 바꿔 보면 명확해진다. “얼마나 유능한지”를 “얼마나 유능한가”로, “제시간에 도착할지”를 “제시간에 도착할까”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 ‘-ㄴ지’를 ‘-ㄴ가’로, ‘-ㄹ지’를 ‘-ㄹ까’로 바꿔 의미가 통하면 기능이 같은 어미라고 생각하고 붙이면 된다.   “읽은 지 꽤 오래된 책인데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을 어귀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영화 속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00일째다”의 경우는 어떨까? 이때의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읽은 지’ ‘출발한 지’ ‘만난 지’로 띄어 쓰는 게 바르다. ‘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만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그 외에는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우리말 바루기 마을 어귀 기상 악화 어미 접사

2023-08-29

24년 전 미네소타 설립 '한국어 마을' 방문

LA한국문화원은 오는 8~9일 미네소타주 콘코디아 언어마을 내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에서 '찾아가는 K-컬처' 행사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콘코디아 언어 마을(Concordia Language Villages)은 1961년 미네소타주 베미지 지역에 설립된 비영리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한국어를 비롯해 14개의 외국어 프로그램을 캠프 형태로 운영한다.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는 1999년 개설됐으며, 매년 미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참가해 태권도, 미술, 음악, 요리, 연극, 노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개설 이래 지금까지 수강생은 3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인 대프나 주어 교수가 촌장을 맡아 한국어 마을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캠프 운영 초반에는 빈자리도 많았지만, 한류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숲속의 호수 등록이 BTS 콘서트 티켓을 사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LA한국문화원은 전했다.   LA한국문화원은 이번 캠프에서 전통미술(한지공예.민화) 체험과 케이팝(K-Pop) 댄스 워크숍, 전통 다례 체험 등을 진행한다.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은 "올해부터 새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K-컬처' 프로그램은 미 현지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매력에 흠뻑 빠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네소타 한국어 한국어 마을 미네소타 설립 마을 방문

2023-07-04

[이 아침에] 사람이 그리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 여인이 먼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육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자기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은 알았다.  18년 전 온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육지로 떠났다. 그 여인은 떠나간 그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수다를 떨 희망을 안고 섬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가 도착한 육지 마을에는 그녀의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모두 죽은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그 종족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남가주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들이 있다. 산타바버러에서 70마일쯤 떨어진 산니콜라스 섬도 그중 하나다. 그 섬에는 약 1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척박한 섬이었지만 100여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만 했다. 그들은 주변 다른 섬에 사는 추마시(Chumash)족과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이 캘리포니아에 진출하기 시작, 남쪽 샌디에이고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 21개의 미션(mission)을 지었다. 미션이란 가톨릭 성당과 병영을 겸한 식민지 경영의 전초 기지. 미션 근처의 원주민들을 집단 수용, 그들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요하였다. 1821년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지원이 끊겨 미션들이 쇠락하기 시작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도 미션은 백인들이 건설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태평양 해안 근처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육지로 데려와 미션에 수용시킨다. 1835년 산니콜라스 섬에 살던 사람들도 육지로 소개된다. 섬 전체의 주민 60여명을 배에 태우고 섬을 출발, 배가 섬에서 멀어지는 순간 한 여인이 배에서 뛰어내려 섬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두고 온 것이었다. 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 그 여인은 그렇게 버려진다.   1853년, 그 섬에 바다 수달을 잡으러 들어갔던 백인들이 그녀를 발견해 육지로 데려온다. 아이는 죽었고,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백인들과 같이 갔던 다른 원주민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원주민들도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수다를 떤다. 18년 동안 가두어져 있던 말의 둑이 터진 것처럼.     그녀의 출현은 당시 큰 뉴스거리였다. 그녀를 보러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들을 위해 자신이 입었던 나뭇잎 스커트를 입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그녀가 가져온 조개껍데기도 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즐겁게 떠들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육지에 온 지 7주 만에 숨졌다. 혼자서 18년 동안 살아온 그녀, 희망이 없어지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희망은 그녀의 ‘사람’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같은 종족의 같은 말을 하는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녀는 숨지기 직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았고, 후아나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가톨릭 묘지에 묻혔다. 그녀의 이야기는 ‘산니콜라스 섬의 외로운 여인 (Lonesome Woman of San Nicholas Island)’이라는 제목의 낭만적 생존 소설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육지 마을 미션 근처 종족 언어

2023-04-23

[이 아침에] 사람이 그리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 여인이 먼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육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자기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은 알았다.  18년 전 온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육지로 떠났다. 그 여인은 떠나간 그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수다를 떨 희망을 안고 섬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가 도착한 육지 마을에는 그녀의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모두 죽은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그 종족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남가주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들이 있다. 산타바버러에서 70마일쯤 떨어진 산니콜라스 섬도 그중 하나다. 그 섬에는 약 1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척박한 섬이었지만 100여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만 했다. 그들은 주변 다른 섬에 사는 추마시(Chumash)족과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이 캘리포니아에 진출하기 시작, 남쪽 샌디에이고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 21개의 미션(mission)을 지었다. 미션이란 가톨릭 성당과 병영을 겸한 식민지 경영의 전초 기지. 미션 근처의 원주민들을 집단 수용, 그들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요하였다. 1821년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지원이 끊겨 미션들이 쇠락하기 시작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도 미션은 백인들이 건설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태평양 해안 근처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육지로 데려와 미션에 수용시킨다. 1835년 산니콜라스 섬에 살던 사람들도 육지로 소개된다. 섬 전체의 주민 60여명을 배에 태우고 섬을 출발, 배가 섬에서 멀어지는 순간 한 여인이 배에서 뛰어내려 섬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두고 온 것이었다. 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 그 여인은 그렇게 버려진다.   1853년, 그 섬에 바다 수달을 잡으러 들어갔던 백인들이 그녀를 발견해 육지로 데려온다. 아이는 죽었고,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백인들과 같이 갔던 다른 원주민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원주민들도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수다를 떤다. 18년 동안 가두어져 있던 말의 둑이 터진 것처럼.     그녀의 출현은 당시 큰 뉴스거리였다. 그녀를 보러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들을 위해 자신이 입었던 나뭇잎 스커트를 입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그녀가 가져온 조개껍데기도 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즐겁게 떠들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육지에 온 지 7주 만에 숨졌다. 혼자서 18년 동안 살아온 그녀, 희망이 없어지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희망은 그녀의 ‘사람’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같은 종족의 같은 말을 하는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녀는 숨지기 직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았고, 후아나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가톨릭 묘지에 묻혔다. 그녀의 이야기는 ‘산니콜라스 섬의 외로운 여인 (Lonesome Woman of San Nicholas Island)’이라는 제목의 낭만적 생존 소설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육지 마을 미션 근처 종족 언어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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