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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자리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강아지 모양도 있고 토끼 모습도 보인다. 밤이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는데 우리 조상은 마치 낮에 보이는 구름에 이름을 짓듯 밤하늘의 별끼리 연결해서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전해져 내려온 별자리가 1928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통일된 88개의 별자리로 정해졌다.   별자리(Constellation)는 한자로 성좌(星座)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카시오페이아는 그런 별자리 중 하나지만, 북두칠성은 별자리가 아니라 성군(星群)이다. 성군은 공식적인 별자리라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별의 집단을 뜻한다.   북두칠성(Dipper)은 일곱 개의 별이 마치 국자 모양처럼 생겨서 이름 지어진 성군인데, 별자리란 북두칠성처럼 별과 별을 이어서 만든 사물의 모양이라기보다 그 천체가 위치한 지역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제3차 총회에서 지구 위에 펼쳐진 하늘을 동그란 구로 보고, 그 천구를 88조각 내어 각 부분에 이름을 붙여서 별자리로 확정했다. 한국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행정구역상 몇 개의 도로 나눴다. 경기도에는 수원, 광주 등 도시가 있다. '경기도 광주' 하면 쉽게 그 위치가 머릿속에 떠오르듯, '거문고자리 베가'라고 하면 천구의 어디쯤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베가는 우리말로 직녀성이라고 하는데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별자리의 기원은 지금부터 약 5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 2세기경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한 48개의 별자리를 기본으로 시작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늘다가 20세기 초반에 국제천문연맹에서 88개를 정해서 국제적으로 사용한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을 인간의 운명에 연관시켰던 까닭에 몇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문학과 점성술은 크게 다르지 않은 학문이었다. 점성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별자리를 Zodiac Sign이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총 88개지만 지구상의 위치나 계절 때문에 한 곳에서 모든 별자리를 볼 수는 없다. 한국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별자리는 물뱀자리를 포함해서 11개이고, 일 년 내내 아무 문제 없이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를 포함해서 6개다.   아주 옛날부터 별자리가 중요했던 이유는 항해 때문이었다. 변변한 과학 기재가 없던 옛날, 육지와는 달리 사방이 물인 바다 한복판에서 방향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늘의 별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별자리 이름에는 나침반자리, 육분의자리 등 유독 항해 도구의 이름이 많이 차용되었다.   별자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까닭에 사실 가만히 있는 별들이 일주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까닭에 별자리는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나 별자리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위치가 변하지만, 사람의 시간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정되어 있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별이 일주운동을 하고 별자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별자리 이름 과학 이야기 과학 기재

2025-06-1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공간 도표와 세계선

물리학에 세계선이란 말이 있다. 세계선이란 우리 개개인이 겪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한 선이라고 한다. 물리학 도표 중에 공간 좌표의 중심을 기준으로 위로 열린 원뿔과 아래로 열린 원뿔 모양의 그래프가 있는데 바로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이고 그 두 원뿔 안을 지나는 선이 바로 세계선이다.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는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으로 이루어진 상대성이론의 설명을 돕는 데 유익하게 쓰인다.     러시아 태생 독일의 수학자였던 그는 유대인 혈통으로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 대학교의 전신인 스위스 연방 폴리테크닉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어느 날 그의 강의실에 문제아가 한 명 들어왔는데 그와 같은 유대인이었다. 동병상련하는 유대인이란 신분 때문에 그 학생에게 잘 해주려고 했지만, 그 문제 학생은 아예 수업을 밥 먹듯 빠졌으며 시험은 홍일점이던 같은 과 여학생 노트를 빌려서대충 때웠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리학만 열심히 공부했고 수학 같은 기타 과목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학 담당 교수였던 민코프스키는 그 막돼 먹은 학생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다 응징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 불량 학생은 졸업 후 취직에 필요하다며 몇 번 교수 추천서를 원했고, 민코프스키 교수는 그런 학생에게 추천서를 좋게 써 줄 수 없었다. 담당 교수 눈 밖에 난 그 졸업생은 취직을 못 한 채 학교를 마치고도 거의 2년 동안 빈둥거리며 놀자, 이를 보다 못한 한 친구가 자기 아버지를 졸라서 특허청에 심사관으로 낙하산 취직을 시켜주었다. 별 볼 일 없는 한직이어서 여유 시간이 많이 생기자 자기 연구에 열중할 수 있었다.     뒷문으로 들어온 직장에서 이 특허청 심사관은 틈틈이 개인적으로 연구했던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을 본 민코프스키 교수는 몹시 놀랐다. 그 논문의 저자는 자기가 가르친 적이 있던 그 문제 학생이었고, 추천서를 나쁘게 써 줘서 취직을 못 했던 그 애송이의 논문은 자기도 평생 걸려 연구했던 똑같은 주제를 다룬 글이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모르는 채 같은 것을 연구했다. 민코프스키 교수는 이미 자신의 논문을 완성해 놓고도 명색이 수학자여서 그랬는지 수식을 조금 더 다듬어서 발표하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덜컥 제자에게 추월당했다.   하지만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우선권이나 자기 몫을 주장한다거나 어떤 속상한 감정도 접어두고 제자의 논문을 축하해 주었다. 그 후에도 그는 학회에서 자기 논문의 주제인 '상대성 원리'에 관한 강연을 했고, '공간과 시간'이란 주제의 글을 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는데, 정작 논문을 먼저 발표했던 제자는 그 후 3년이 지날 때까지도 논문 제목에는 상대성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논문 제목에 상대성이란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조언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상대성이란 말 이면에는 절대적이 아닐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상대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논문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첫 번째 논문은 특수상대성이론, 두 번째 논문은 일반상대성이론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유명해졌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인슈타인도 두 번째로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자신의 수학적 이론을 기하학적으로 도식화하여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도움이 된 은사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에 찬사와 함께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공간 도표 민코프스키 교수 물리학 도표

2025-06-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이 될 뻔했던 목성

지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지만, 그래도 만약에 목성이 훨씬 더 크고 무거웠더라면 수소 핵융합을 하는 별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목성은 태양계의 여덟 행성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천체로 밤하늘에서 달, 금성 다음으로 밝게 빛난다. 덩치가 큰 목성은 태양과의 무게 중심이 태양 내부에 있지 않고 태양 표면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엄밀히 따지면 목성은 태양을 직접 공전한다기보다 두 천체가 서로의 무게 중심을 기준으로 돈다는 편이 옳다.     태양계의 행성 중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암석 행성이라면 목성과 토성은 기체 행성이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얼음 행성으로 분류한다. 목성의 대기는 대부분이 수소이고 나머지는 헬륨, 그리고 극소량의 다른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목성에서 지금까지 95개의 위성이 발견되었는데 처음 4개는 갈릴레이가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으로 발견했기 때문에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갈릴레이는 1610년 목성 근처를 맴도는 덩치 큰 4개의 위성을 발견했는데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그 중 가니메데는 목성의 형제 행성인 수성보다 더 크다. 목성의 위성 발견은 당시 막 태동한 지동설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무렵 유럽은 하나님이 만든 우주의 중심은 우리가 사는 지구이고, 해와 달을 비롯한 모든 별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는데 목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천체의 발견은 그런 전통적인 천동설에 어울리지 않았다.     삼라만상은 별이 생을 마감할 때 폭발하면서 우주 구석구석으로 흩뿌린 92개의 기본 원소로 만들어진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런 원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살다가, 죽으면 다시 기본 원소로 환원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태곳적부터 우리가 하늘을 동경했던 이유는 본향으로의 귀소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 기술이 어느 수준에 오르며 우리는 지구 밖 천체인 달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이제는 화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화성에 지구 식민지를 건설할 예정이고, 우리의 별인 태양 밖의 다른 항성계까지 넘보고 있다. 빛조차 4년 넘게 가야 하는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어서 그나마 시도를 해볼 만하다.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현재 태양계를 빠져나가는데 반백 년이 걸린다. 그래서 우선 태양계 안을 샅샅이 뒤져서 지적 생명체를 찾으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태양계 안에는 우리 말고 다른 지적 생명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균이나 미생물이라도 좋으니 생명체가 있기는 한지 궁금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다. 약 5AU, 그러니까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다섯 배나 되는 목성까지 약 6년을 날아갈 탐사선 클리퍼를 발사했다. 유로파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으므로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얼음 표면 아래 바다가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목성을 공전하는 갈릴레이 위성들의 섭동 작용 때문에 생긴 마찰열 때문에 얼음층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다. 게다가 얼음 표면을 뚫고 간헐천처럼 솟구치는 물줄기를 분석했더니 염분도 있다고 하니 지구의 바다와 비슷할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물고기는 없더라도 미생물이나 플랑크톤 정도는 서식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찬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바다에서 지구 밖 생명체와 처음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순간에 와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목성과 토성 목성 근처 현재 태양계

2025-05-3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국제천문연맹

국제천문연맹(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은 천문학자들이 모인 국제단체인데 천체 작명소(作名所)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람이 태어나면 자기 이름을 갖는 것처럼 기존 천체에는 이미 이름이 있지만, 새로 발견된 천체는 국제천문연맹에서 이름을 짓는다.     1919년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창설되었는데 최초의 회원국은 7개 나라지만, 현재 가입한 나라는 총 82개국이며 개인 회원은 13,000명이 넘고 천문학 박사학위 소지자면 회원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총회를 열었으며 현재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고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총회는 규정상 3년마다 열린다고 되어 있으나 전쟁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연기될 때도 종종 있었다. 1928년 네덜란드의 레이던에서 열렸던 제3차 총회 때 88개나 되는 별자리가 확정되어 발표되었는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지난 한 세기 동안 탈 없이 잘 나가더니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제26차 총회가 열렸고 거기서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당하여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일이 있었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최근 들어서야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도약했기 때문에 기존 천문학 족보에는 유럽 과학자들의 이름만 오르내릴 뿐이었다. 천문학뿐만 아니라 서양 음악도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누비던 시절 미국은 막 독립을 쟁취한 후여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었고 그런 핸디캡은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미국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경제력을 앞세워 세계열강 대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1930년, 대학 진학도 하지 않고 애리조나주에 있는 천문대에서 조수 일을 하던 클라이드 톰보라는 청년이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인 명왕성을 발견했다. 미국인이 지구의 형제 행성을 발견한 의미 있는 사건이었으나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제26차 총회에서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빼버렸다. 행성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에 못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자존심을 구긴 미국인들은 아직도 심정적으로는 그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8년에 열린 제30차 총회에서는 허블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부를 것을 의결했다. 사실 우주의 적색편이 현상은 르메트르가 허블보다 2년 먼저 발표했는데 그 공은 모두 허블이 챙겼지만, 정작 당사자였던 르메트르는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국제천문연맹에서는 르메트르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그의 이름도 함께 넣었다. 하지만 명왕성을 억울하게 도둑 맞았다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은 미국인 이름만으로 된 '허블 법칙'이란 표현을 일부러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2015년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에서 한국 최초로 외계 행성을 발견했는데 외계 행성이란 태양 말고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뜻한다. 공개적으로 열린 이름 짓기 공모전에서 새로 발견된 외계 행성에 우리 말 '한라'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중심성은 '백두'라고 명명되었다. 초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한국 사람끼리 개밥바라기라고 부르는 것과는 달리 백두(Baekdu)와 한라(Halla)는 세계 모든 사람이 그대로 쓰게 될 국제적인 이름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작가)     박종진국제천문연맹 박종진 태양계 행성 외계 행성 유럽 과학자들

2025-05-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조르주 르메트르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름이 후세에 길이 남는 사람도 있지만,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렇게 묻힌 사람 중에 벨기에 출신의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며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가 있는데 천체물리학 역사상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어서 소개한다. 그는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몬시뇰 칭호를 받기도 했는데 몬시뇰이란 주교는 아니지만, 교회에 큰 공을 세운 나이 든 사제에게 주어지는 명예 칭호다.   아인슈타인 때까지만 하더라도 변함없는 우주가 지배적인 우주론이었다. 천재 아인슈타인의 생각으로 우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같은 정적인 우주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기독교의 창세기와 마찰을 빚었다. 우주는 그렇게 한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대로 있던 정적인 우주라는 것이 소위 과학적 사고였다. 그런데 가톨릭교회 신부라는 사람이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우주는 팽창한다고 했다. 팽창이란 말은 작은 것이 크게 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시점에 시작이 있었다는 말이다. 르메트르는 우주도 초고온, 초밀도의 원시 원자 상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팽창했다고 했다. 인류 최초로 빅뱅을 예견한 것이다.   르메트르가 태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뉴턴이 물리학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어서 학교에서는 뉴턴 역학을 기초로 한 물리학을 가르쳤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물리학을 배웠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눈을 돌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 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발전시켜 우주론에 접목했다.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고난도 수학에 약했지만, 르메트르는 자신의 전공인 수학을 바탕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풀다 보니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30대 초반의 신부님은 당시 물리학계의 샛별로 떠오른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려고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아인슈타인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 앞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당시의 지성 아인슈타인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신부님의 수학적 전개는 아주 훌륭합니다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혐오스러운 내용입니다." 그때까지 정적인 우주를 고집하던 아인슈타인에게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은 역겨웠다.   나중에 우주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맨 처음 알아낸 사람도 르메트르다. 허블이 팽창 우주 이론을 발표하기 2년 전 르메트르가 먼저 같은 이론을 주장했지만, 나중에 허블만 조명을 받은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챙기지 않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했는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50년대 초 로마 교황이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 이론이 창세기 기사와 부합한다고 거들자 그는 공개적으로 항의한 후 자기가 가톨릭 신부이기 때문에 창세기에 어울리는 이론을 주장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 세상을 피했다. 평생 신실한 신부로 봉사하며 과학을 억지로 종교에 끼워 맞추는 것을 반대했다. 다행히 임종 직전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어 그의 예측과 이론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하나님께 감사하며 선종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르메트르 박종진 조르주 르메트르 과학 이야기 천재 아인슈타인

2025-05-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성자

물질의 가장 최소 단위는 원자라고 배웠다. 지금은 과학이 더 발달해서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를 다루는 입자물리학 시대다. 물질을 계속 쪼개면 궁극에는 입자 직전의 원자 상태가 된다고 한다.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톰슨이란 과학자가 전자를 발견했다. 고전역학적인 관점에서 전자는 입자처럼 취급되지만,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전자는 부피가 없다. 그런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갖는 것처럼 행동한다.     20세기 초에 들어와서 톰슨의 제자였던 러더포드는 실험을 통해 원자 속에 아주 단단한 양전하를 띠는 것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원자의 모습이 스승이 발견했던 전자(음전하)가 양전하를 갖는 원자핵의 주위를 마치 지구 같은 행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것과 같은 구조일 것으로 생각했다.   19세기에 여러 원소가 발견되었고 러시아의 멘델레예프는 그들 사이에 어떤 규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는데 그 때문에 나중에 한국의 수험생들이 입시 준비를 하려고 주기율표를 외우느라 엄청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원소의 질량에 따라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데 착안하여 주기율표의 새 원소 자리를 채워나갔지만, 곧 원자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의 수에 의해서 다른 성질의 원소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자핵의 질량이 양성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핵 질량의 4배나 된 것이다.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양성자 질량의 2천 분의 1 정도여서 무시해도 됐는데 헬륨의 질량이 수소의 2배가 아니라 실제로는 4배나 되었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원자핵 속에 양성자와 무게가 거의 같고 전하가 없는 그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바로 중성자였고 중성자의 발견은 핵에너지 시대를 열었다. 중성자가 연쇄 핵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러더포드의 제자였던 체드윅은 1932년에 드디어 전하는 없지만, 양성자와 질량이 거의 비슷한 중성자를 발견했다. 중성자는 항상 양성자와 짝이 되어 행동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을 때는 양성자와의 핵력에 의해서 안정되지만, 핵 바깥에 있는 자유 중성자는 곧 깨져버린다. 이를 '베타 붕괴'라고 하는데 중성자는 깨지면서 양성자, 전자, 그리고 중성미자가 되고 그렇게 생긴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된다. 이로써 최초의 물질인 수소 원소가 등장했다. 물론 핵 속에 중성자가 없는 것은 경수소인데 우주에 흔한 수소 대부분이 경수소다.   입자물리학에서 보면 중성자는 위(up) 쿼크 한 개와 아래(down) 쿼크 두 개로 되어 있지만, 양성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로 되어 있으므로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개의 쿼크 입자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쿼크와 그리고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라는 입자로 되어 있는 셈이다.     동위원소란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핵 주위의 전자는 같은 개수인데 핵 속의 중성자 수가 달라서 그 원소와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를 말한다. 그중 방사성을 띠는 탄소동위원소의 질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즉 반감기를 이용하여 사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중성자가 연쇄 자유 중성자 양성자 전자

2025-05-0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 탈출

세상의 모든 것은 돈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3차원이라는 물질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돈이 없으면 함부로 죽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돈 들어가는 일 중 우주 탐사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은 또 없다. 그런 우주 탐사 비용 중에서도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지구 탈출에 드는 돈이다.     지구 중력이 없다면 사람을 포함해서 지상의 모든 물체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지구 중심에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산, 바다, 자동차, 사람, 심지어는 연필 한 자루까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고마운 힘이기는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로켓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려면 중력을 이기는 더 큰 힘을 내야 하는데 만만찮다. 로켓이 무거울수록 당연히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해야 지구의 중력을 거스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발사체를 한 번 쓰고 버렸지만,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여 앞으로는 몇 번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떠있는 하늘을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거칠 것 없이 날아가서 금방 달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엄청난 연료를 태워서 일단 하늘 높이 오른 우주선은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따라 몇 바퀴 돌면서 나중에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만들어 도는 척하다가 힘을 받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다. 그렇게 하면 여행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연료를 아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구를 떠날 수 있다. 달에 도착해서는 그 반대로 달 궤도를 따라 돌며 속력을 줄이다가 어느 순간 달의 중력을 이기며 착륙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탈출을 쉽고 싸게 하려고 추진 로켓을 재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기상천외한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면 지상에서 지구의 정지 궤도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영화니까 그렇지 지상에서 8만km나 되는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운용한다는 것은 사실 현대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얼마나 먼 거리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약 230배나 되는 거리, 아니 높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땅에 구조물을 설치하므로 가능할지 모를지만 그냥 공중으로 엘리베이터를 올려보내는 것은 암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조금 더 발달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런 얼토당토 않은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구 탈출 비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상상 속 이론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시작할 수도 없다. 테러나 태풍에 의한 손상이나 그 결과 야기되는 위험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쓰레기와 충돌할 수도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자본이 있다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무중력 상태에서 중력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고 반대로 UFO처럼 중력을 상쇄하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다. 벼락이 치면 하나님이 노해서 그런 줄 알던 우리는 지금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백 년 전에 비록 소설이지만 대포알을 타고 달나라에 가던 상상을 하던 우리였지만 벌써 달에 발을 디뎠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에 할 수 없는 것이 과연 있을까?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지구 중력권 지구 탈출 지구 궤도

2025-05-0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탐사선 클리퍼

우리가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금성은 미국의 플로리다주 정도의 기온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정도였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순진한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금성의 표면은 고온과 고압, 그리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옥과 같은 환경이고 화성에는 우리 탐사 로버가 굴러다니기 시작하자 화성인들이 꼭꼭 숨어버렸는지 아직 아무런 생명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태양계 안에서 그나마 지구와 가장 가까운 두 행성이 이 정도니 더 멀리 떨어진 행성에 생명체의 존재는 기대할 수도 없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47년을 쉬지 않고 날아서 막 태양계를 빠져나갔다. 그 상태로 약 7만 년을 더 날아야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 도착한다니 태양계 바깥을 넘보기는 당장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진다.   태양 주위에는 지구를 포함해서 총 8개의 행성이 있지만, 지구 말고는 그 어느 행성에서도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태양계 밖에 눈을 돌릴 형편이 안 되자 과학자들은 태양계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으로 관심을 돌렸다. 처음에는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으나 거리상으로 토성보다 가까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먼저 뒤지기로 했다. 유로파는 태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표면이 두꺼운 얼음층인데 그 틈에서 수증기가 솟구친다. 유로파의 크기는 지구의 달보다 조금 작지만, 지구 위에 있는 물의 양보다 거의 두 배 정도나 되는 물을 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는 표면의 7할 이상이 물이기는 하지만 지각 위에 얕게 깔려 있으므로 물의 총량에서는 유로파가 훨씬 많다. 물에 염분이 포함된 사실도 알아서 해양 생명체의 존재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024년 10월에 발사된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는 5년여 비행 후에 목성 궤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유로파에 착륙하지 않고 그 대신 25km 근처까지 가깝게 접근하여 비행하면서 유로파를 관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간헐천처럼 수증기를 내뿜는 곳을 지나며 샘플을 확보한 후 탑재된 장비로 분석하여 결과를 지구로 보낼 것이다. 클리퍼 탐사선의 가장 주된 임무는 유로파 표면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존재하는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태양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어서 물이 있다고 해도 얼음 상태로 존재할 줄 알았는데 거대한 목성의 중력으로 생긴 조석 마찰력으로 내부의 얼음은 녹아서 액체 상태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학자들은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지구의 해저 깊은 곳에서 열수구라는 곳을 발견했고 그 주위에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관계없는 생명체가 있으며, 심지어는 먹이사슬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에너지의 원천은 오직 태양인 줄 알았는데 심해 바닥에 지열을 이용한 생명체가 발견된 후로 우주 생명체 탐사의 범위가 넓어졌다.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는 계획된 4년 임무를 끝내면 혹시나 유로파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목성의 다른 위성인 가니메데나 칼리스토에 충돌시켜 임무를 마칠 예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구 밖 생명체와 대면할 전야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탐사선 클리퍼 클리퍼 탐사선 유로파 탐사선

2025-04-2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의 이웃 별

밤하늘에 반짝이는 모든 별은 우리 은하인 은하수 안에 있는 별이다. 다른 은하까지는 너무 멀어서 가장 가깝다는 안드로메다은하도 비록 그 크기가 은하수의 두 배 정도 된다지만 우리 눈에는 별 하나 반짝이는 정도로 보일 뿐이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는 맨눈에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의 태양도 은하수에 산재한 그런 별 중 하나인데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은 삼중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에 있는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다. 여기서 삼중성계라고 하는 말은 별 세 개가 서로의 중력에 끌려 마치 중심에 별 하나 있는 것처럼 서로 모여서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우리 태양은 홑별이다.     알파 센타우리 삼중성계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더불어 센타우리 A별과 센타우리 B별 등 세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센타우리 A와 B별은 서로 가깝게 있어서 지구에서는 마치 하나의 별처럼 밝게 보인다. 반면에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보기 힘든 어두운 별이지만 태양과는 가장 가깝다. 태양을 떠난 빛이 4년 3개월 정도 걸려 도착한다고 한다.     1977년에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는 47년을 쉬지 않고 날아서 태양계를 빠져나갔는데 그 속도로 7만 년을 더 가야 센타우리 프록시마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태양이란 별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그렇게 오래 걸린다니 상상조차 안 되는 곳이 바로 은하인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들이 약 4천억 개나 있다고 하며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다시 조 단위가 모여서 우주가 된다고 하니 그저 놀랄 뿐이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별은 태양 빛이 약 6년 정도 가야 도착하는 바나드 별이다.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 태양처럼 홑별인데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대로 2018년에 우리 지구의 약 세 배 크기의 행성이 발견되었지만,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다. 그나마 태양에서 가까운 별이기 때문에 항성 간 여행 후보지에 올라 있지만, 다른 별은 고사하고 우리 별조차 빠져나가는데 반세기나 걸리는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요원한 얘기다.   다음은 태양에서 약 8광년 떨어져 있는 볼프 359라고 이름 지어진 별이다. 바너드 별이 우주의 나이와 거의 같은 데 비해 이 별의 나이는 약 10억 년 정도 되는 어린 별이다. 아주 어두운 별이어서 배율이 높은 망원경으로나 관찰된다고 한다. 볼프 359도 홑별이어서 동반성은 없고 2019년에 행성 두 개가 발견되었다. 태양계로 비유하면 중심성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수성과 금성 등 두 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항성계란 말이다. 그 다음은 태양에서 약 8.3광년 떨어진 랄랑드 21185 별인데 이 별도 홑별이며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행성 하나가 있다고 추측한다.   태양에서 약 8.6광년 떨어진 큰개자리에 시리우스라는 별이 있는데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우리 눈에는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별 두 개가 마치 하나의 밝은 별처럼 보이는 2중성계다. 19세기 중엽 동반성에 관한 추측을 했고 1862년 망원경으로 백색왜성인 짝별을 찾았다. 시리우스는 태양보다 25배나 밝은 별이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우리 밤하늘에서 달이나 금성보다도 덜 밝게 빛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프록시마 센타우리 센타우리 프록시마 별이지만 태양

2025-04-1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외부 은하

1920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은하와 우주라는 단어를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찰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성운이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수많은 별이 무리 지어 뿌옇게 보이는 천체 집단인데 안드로메다 성운은 사실 우리은하 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우주에는 우리은하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은하 속에 있는 별의 수보다도 훨씬 많은 은하가 우주를 채우고 있었다. 외부 은하의 발견은 우리의 우주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허블의 발견 직전에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은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에 대한 대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외부 은하 발견으로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설명한 대로 허블은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은하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밝혔고, 몇 년 후 그런 은하들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내 앞을 지나가는 구급차의 사이렌처럼 소리를 내는 물체가 관찰자에게 다가올 때와 멀어질 때는 그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데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빛도 마찬가지여서 관측자에게 다가올 때는 붉은 색을 띠고 멀어질 때는 푸른색을 보인다. 빛에 있어서 그런 도플러 효과를 적색편이 현상이라고 한다. 허블은 자신이 관측하는 은하의 색이 붉은빛인 것에 착안해서 은하끼리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술 더 떠서 멀어지는 속도를 역으로 계산해서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거꾸로 돌렸더니 멀어지던 우주가 한 점으로 모이는 최초의 과거를 계산할 수 있었다. 바로 1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이었다.   밤하늘에는 엄청나게 많은 별이 빛난다. 그중에는 물론 우리의 형제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도 있지만 몇 개는 안드로메다은하와 같은 외부 은하인데 너무 멀어서 마치 하나의 별처럼 보인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수에는 약 2천억에서 4천억 개의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이 이웃한 은하가 바로 안드로메다은하다. 크기가 우리은하의 약 2배 정도 되며 약 1조 개 정도나 되는 별을 품고 있다고 한다. 은하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이며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는 약 250만 광년 정도라고 하니 상상할 수도 없이 먼 거리다. 과학적인 추산으로 소위 우리가 우주라고 일컫는 공간에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조 단위로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다중우주를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은 그런 우주도 한 개가 아니라 수없이 많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은하의 모양은 가운데가 볼록한 호떡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그 한복판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별들이 빼곡히 자리하며 태양은 은하수 한쪽 귀퉁이에 있다. 가끔 과학이 발달한 미래에 은하와 은하 사이를 여행한다는 상상을 하지만 우리의 은하를 벗어나는 데만 빛의 속도로 5만 년 이상을 가야 한다니 절대로 불가능한 공상이다.   사실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마젤란은하다. 날씨가 좋은 밤에는 맨눈에 뿌옇게 보이기 때문에 아직도 마젤란성운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은하의 영향권 안에 있으므로 위성 은하라고 부르며 안드로메다은하처럼 독립된 은하에 속하지 않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리은하 바깥 사실 우리은하 외부 은하

2025-04-0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탐사 로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소 냉전이 시작하면서 우주로의 진출은 구소련이 선두를 잡았다. 구소련은 1970년에 루나 17호를 발사하면서 달착륙선에 루노호트 1호라는 탐사 로버를 실어 보냈다. 루노호트 1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바깥 천체를 달린 자동차였는데 약 1년 동안 사진과 탐사 기록을 지구로 송신하고 수명을 마쳤다.   구소련과의 경쟁에서 밀린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디디며 주도권을 빼앗았고, 1971년에 발사한 아폴로 15호에 실린 유인 월면차는 달 표면을 달렸다. 1973년 구소련은 루나 21호를 발사했는데 함께 실려 간 무인 탐사 로버 루노호트 2호는 반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달 표면 약 40km를 이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화성 탐사도 그 시작은 역시 구소련이 미국을 2년여 앞서서 1962년 마스 1호가 화성 궤도에 먼저 안착했지만, 그 후 번번이 착륙에는 실패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미국의 바이킹 1호가 1976년 최초로 화성 표면에 착륙했고 이어서 달포 후 바이킹 2호도 무사히 착륙했다. 미국은 2004년에 최초의 무인 탐사 로버 스피리트를 보냈고 한 달도 안 돼서 쌍둥이 로버 오퍼튜니티도 착륙시켰다.     우주 탐험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동시에 두 계획을 함께 진행한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인데 지금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쌍둥이 보이저호도 그런 경우다. 스피리트 로버는 고장 나고 바퀴가 모래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총 6년 동안 생존하며 지구에 탐사 자료를 보냈고, 오퍼튜니티도 12년 동안 버티다 결국 심한 모래 폭풍에 파묻히며 임무를 마쳤다.   2012년 또 하나의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큐리오시티의 임무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었는데 2018년 화성에서 단백질의 기본이 되는 간단한 탄소 화합물인 메탄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탐사 로버에 장착된 컴퓨터는 초고성능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정 반대다. 지금 우리가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못 미치는 성능이라고 한다. 컴퓨터가 복잡해지면 무게가 많이 나가고 고장 나기 쉬워서 탐사 로버가 지구로 보낸 자료를 연구실에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처리하면 되므로 정작 탐사선의 컴퓨터는 그다지 고성능이 아니라고 한다. 큐리오시티는 바퀴에 이상이 있지만,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마침내 2021년 2월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도착했다. 특이한 것은 로버 아래에 인제뉴어티라는 이름의 드론이 실려 있었다. 인제뉴어티는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계곡이나 절벽 등을 관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인 헬리콥터인데 기대수명 30일, 예상 비행 횟수 5번이란 예측이 무색하게도 지난 3년 동안 무려 72번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했다. 퍼서비어런스는 과거에 물이 있어서 혹시 생명이 존재했을지 모르는 예제로 분화구 근처에서 채취한 샘플을 2033년경에 지구에 보낼 예정이다. NASA와 유럽 우주국에서는 2027년 지구 귀환 궤도선을 발사해서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 3년 반 동안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소리 샘플을 지구로 전송했고 화성의 대기를 이용하여 산소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앞으로 인류가 직접 화성을 탐험할 기초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화성 탐사 정작 탐사선 탐사 자료

2025-03-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소행성 충돌

얼마 전에 아마겟돈, 그리고 딥임펙트 같은 영화가 상영된 후 요사이 갑자기 소행성 충돌에 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는데 지구 말고도 일곱 개나 되는 형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 그 중 화성과 목성 사이에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행성이 되지 못하고 그냥 크고 작은 파편으로 남아서 떠도는 천체를 소행성이라고 부르고 그 집합을 소행성대라고 한다.     그런 소행성이나 혹은 혜성이 어떤 이유에서 태양의 중력에 끌려 지구에 접근하기도 하는데 지구에는 대기가 있어서 지구 인력권에 들어온 천체는 대기와의 마찰에서 오는 높은 열로 지구 표면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타버린다. 그렇게 대기 중에서 타는 것을 별똥별(유성)이라고 부르고 다 타버리지 않고 일부가 남아서 지구에 떨어지는 것을 별똥석, 즉 운석이라고 한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서 소행성이 부딪혀 생긴 분화구가 그대로 보인다.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던 일은 종종 있었지만, 지구에는 대기가 있으므로 표면에 닿기 전에 타버리거나 설령 그 잔해가 지구와 충돌하여 분화구를 만들어도 침식 작용, 혹은 지구의 지각 활동으로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지표의 많은 부분이 바다여서 충돌 흔적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추측하건대 지금까지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으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약 6천6백만 년 전에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근처에 추락한 지름이 10km 정도 되는 소행성으로 그 충돌로 당시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하던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75%가 절멸했다고 한다. 물론 학설 중 하나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편의상 AU(astronomical unit – 천문 단위)라고 하는데 태양계 내에서의 거리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30AU 정도 되는데 이 말은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약 30배 정도라는 의미다. 근지구천체(NEO - Near Earth Objects)는 공전궤도가 태양에서 1.3AU까지 접근하는 천체를 말하며 태양과 1AU 떨어져서 공전하는 지구에 너무 가까워서 잘못하면 부딪힐지도 모르는 위험한 천체를 일컫는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다가 어떤 이유에서 태양의 인력에 끌려 지구 궤도 가까이 다가와서 지구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잘못하면 지구에 충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주 작은 것이면 지구 대기에서 타버리겠지만 오래 전 공룡을 모두 죽인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감시하는 기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천체가 지구 궤도로부터 800만km 정도 다가오거나 그 지름이 30m 정도 되는 소행성은 잠재적 위험 천체로 분류하고 추적한다. NASA는 지금까지 약 3만 개에 달하는 잠재적 위험 천체를 발견했는데 그 중 2개는 실제로 지구와 충돌했지만, 워낙 작은 것이어서 실제적인 피해는 없었다. NASA의 목표는 위험한 천체를 미리 발견하여 지구에 충돌하기 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지구로 돌진하는 천체의 방향을 틀어 지구를 비켜 가게 하는 일은 영화 이야기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지구의 운명을 바꿀 만한 위험 천체는 아직 탐지되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소행성 충돌 천체가 지구 과학 이야기

2025-03-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아르테미스 계획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인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 미국의 첫 번째 달 탐사 계획이 아폴로였고 그래서 이번에 새로 추진하는 달 탐사 계획의 이름이 아르테미스다. 사실 달에 가장 먼저 착륙한 나라는 구소련이었다. 당시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소 냉전 시대가 한창이던 때였는데 갑자기 구소련이 먼저 달 탐사 성과를 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은 어떻게든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켜서 구소련을 앞지를 계획으로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해서 두 명의 우주인이 인류 최초로 지구 밖 천체에 발을 디뎠다. 그 후 돈은 엄청나게 들어가고 가시적인 투자 효과가 없어 보이는 달 탐사는 시들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의 군사적, 상업적 가치가 다시 평가되면서 이제는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달 탐사를 하고 있다. 벌써 중국은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인도도 달의 남극 지방에 착륙했으며, 이웃 나라 일본도 비록 뒤집힌 채로지만 목표 지점에 거의 정확하게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달에 많은 헬륨-3는 미래의 에너지원인 핵융합 발전의 원료다. 게다가 첨단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지구에서는 구하기 힘든 희토류 광물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궁극적 목표인 화성 탐사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에 시작한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루나 게이트웨이라는 우주정거장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달의 궤도를 공전하는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향후 더 먼 우주로 나가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 후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하여 화성을 비롯하여 태양계 외행성과 그 위성 탐사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원래는 2025년에 여성 우주인을 포함한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연기되었다.   워낙 원대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계획인 만큼 아폴로 때처럼 미국 혼자서 하지 않고 유럽, 캐나다, 일본, 대한민국 등 달 탐사를 계획 중인 나라들과 연대하는 것이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단 경쟁국인 중국은 빠졌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제외되었다. 미국은 앞으로 달이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을 것을 대비해서 투명하고 평화적인 달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협정을 정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비롯한 총 36개국이 서명했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정부가 독점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민간 기업도 참여하게 된다.   미국은 달의 남극에 인류가 임시로 머물며 탐사할 수 있는 전초 기지를 건설할 예정인데 기지의 이름은 Neal Armstrong Lunar Outpost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달의 남극은 기온의 일교차가 적고 마실 물이나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얼음이 풍부한 곳이다. 이전 아폴로 계획은 달이었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은 태양계의 행성과 그 위성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항성까지 넘보는 야심 찬 계획의 첫걸음이다.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 표면에 기지를 짓고 나서 인류는 화성, 그리고 더 멀리 향할 예정이다. 미래 어느 날, 우리 별 태양을 떠난 일단의 인류 후손은 은하수 속의 다른 별을 향해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여행할 날이 올 것이다. (작가)     박종진아르테미스 박종진 아르테미스 계획 탐사 계획 화성 탐사

2025-03-0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유로파

갈릴레이에 의해 배율이 스무 배나 향상된 망원경으로 군대에서는 국경선을 지켰으며 부자들은 남의 집 침실을 엿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땅에 관심을 두는 사이 정작 갈릴레이의 망원경은 하늘을 향했다. 그는 울퉁불퉁한 달 표면의 분화구를 보았으며 우리의 형제 행성인 목성 주변을 맴도는 천체를 발견했다. 목성의 위성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하늘에 떠있는 모든 것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천체들은 목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었다. 갈릴레이의 발견은 지구중심설을 신봉하던 그 당시 많은 궁금증을 던져주더니 급기야 지동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1610년 갈릴레이가 목성 주변에서 본 것은 총 95개의 목성 위성 중 네 개였다. 두 번째로 목성에 가깝게 도는 유로파는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 조금 작고 표면은 두꺼운 얼음층이며 그 아래에 바다가 있는데 지구 바닷물의 2배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태양계의 여덟 행성 중 안쪽 4개는 표면이 암석이고 바깥쪽 4개는 기체로 이루어졌다. 목성과 토성도 기체 행성인 데다 생명체가 살기 힘든 환경이어서 그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에 관심을 두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가 그 후보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 우리는 화성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이 우주에 우리와 교통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어딘가 우리보다 훨씬 과학기술이 발달한 그 무엇이 있겠지만, 우주의 규모로 미루어 그들과 영원히 교통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인 추측이다.     얼마 전에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별은 핵융합하는 천체여서 생명체가 살 수 없다. 그 대신 그런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나 그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에는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발견해 낸 수천 개의 외계 행성에는 여러 이유로 생명체가 존재하기 불가능했다. 그러다 그들의 위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구가 속한 태양이란 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를 공전하는 행성이 있다. 영화 아바타의 무대는 그 행성 주위를 도는 판도라라는 위성이다. 실제로는 빛이 4년 반이나 걸리는 먼 곳인데 영화에서는 우주선의 성능이 향상되어 6년 수면 상태로 거기까지 간다.    우리 태양계에는 지구 말고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행성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총 285개의 위성으로 눈을 돌렸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다. 클리퍼는 약 30억km를 날아 2030년 무렵에 목성의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며 착륙은 시도하지 않고 낮게 날면서 유로파 가까이서 관찰할 계획이다.     갈릴레이 위성 중 가니메데가 한 번 공전하는 동안 유로파는 정확하게 두 번, 그리고 이오는 네 번 공전하는 까닭에 가니메데가 목성 주위를 완전히 한 바퀴 돌 때마다 그 세 위성은 한 번씩 일직선 위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서로의 중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고 이 힘이 위성 내부 액체 상태의 코어를 움직여 그 마찰로 열이 나고 화산 활동도 할 것이다. 그래서 태양에서 너무 멀어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 추운 곳에 있어도 표면 얼음 아래 액체 상태의 물이 있고 해저 열수구 근처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앞으로 10년쯤 후 우리는 유로파 바닷속에 사는 외계 플랑크톤과 극적인 만남의 순간을 맞게 될 지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위성 유로파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선

2025-02-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호모 사피엔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는데 절대자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는 창조론도 그 중 하나다. 이 글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같은 포괄적인 논쟁을 떠나 그동안 우리가 이룬 분자생물학, 유전학, 진화인류학 등을 통해서 밝혀진 인류의 기원과 조상에 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사람의 먼 조상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어서 현재 발견된 화석이나 뼈 등 잔존물과 과학을 바탕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아직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은 어떤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돌연변이에 의해 분리된 가장 첫 번째가 오랑우탄이고 그 다음은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700만 년 전에 비로소 사람이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계통으로 내려오다가 약 400만 년 전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쯤 되는 인류의 조상이 살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 등 주변 환경 때문에 멸절하고, 운 좋게 생존한 것들도 또 멸절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구가 겪는 자연적인 기후 변화 말고도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 등도 결과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주었다.   인간은 같은 크기의 다른 동물에 비해 잘 뛰지도 못하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어서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주 멸종되었지만, 인류가 다른 유인원류와 크게 다른 점은 우선 두 발로 서서 걷는 것과 불을 사용하며, 말로 서로 소통한다는 것 등인데 먹을 것을 익혀 먹기 시작한 이후로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특히 뇌(지능)가 발달했다.   만원 버스에 승객을 더 태우려면 타고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내려서 빈자리가 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생태계에도 멸종이 있어야 새로운 종이 끼어들 수 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다가 멸종된 후에 척추동물이 세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급기야 인간이 출현했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 되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지만,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약 4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전 세계로 퍼졌다. 그전에도 수많은 고인류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 인류의 직계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인데 라틴어로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의 직접 조상인 현생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쯤 아프리카에서 유럽 쪽으로 이주했는데 당시 그곳에는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터 잡고 살고 있었다. 그 두 인류는 긴 세월을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혼혈이 이루어졌다. 그러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네안데르탈인 역시 멸절하고 말았으며 결과적으로 인류는 근연종, 아종 모두 멸종하고 유일한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80억이나 되는 사람이 바글거리며 살고 있는데 의학이 발달하고 먹거리가 좋아진 결과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딱 두 배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당연히 물과 식량 등 지구상 자원이 부족할 것이고 다른 여러 이유로도 우리는 지구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이주 1순위는 화성인데 지구와는 중력부터 다르다. 미래 어느 날 화성으로 이주해서 살게 될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나면서 거리상 왕래가 힘든 화성에 사는 인류는 나름 그곳 환경에 맞게 진화하게 된다. 중력이 작아서 뼈와 근육이 약해진 새로운 인류, 그러니까 우리와는 신체 구조나 생김새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작가)     박종진사피엔스 박종진 호모 사피엔스 과학 이야기 유인원 조상

2025-02-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의 끝자락

밤하늘에 빼곡히 빛나는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 것이 보인다. 하늘에 꽉 차 있는 별은 전부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이다. 우리 은하의 이름은 은하수인데 태양과 같은 별 약 2~4천억 개가 모여있다고 추측한다. 은하수와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로 은하수의 약 2배 정도 크기다. 만약 안드로메다은하에 사는 친구가 그곳에서 은하수를 보면 두 은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은하수는 마치 작은 별 하나처럼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지구의 밤하늘에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이 그 증거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은하 중 하나다. 더 멀리 떨어진 은하는 망원경으로 봐야 흡사 하나의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은하수 은하에 산재한 수 많은 별 중 하나가 우리의 별인 태양이고 각각의 별은 그들만의 행성을 갖기도 하는데 태양이란 별에는 여덟 개의 행성이 그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인 해왕성은 중심성으로부터의 거리가 자그마치 45억km나 되는데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2호는 12년 걸려서 해왕성을 지났다. 한 달 늦게 떠난 형제 우주선 보이저 1호는 지금까지 47년 동안 날아서 태양에서 244억km 되는 곳을 비행하고 있는데 이는 빛이 22시간 걸리는 먼 곳이다. 현재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을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이란 뜻에서 성간(星間)이라고 한다.     지금은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의 궤도부터 카이퍼벨트라고 부르는데 명왕성 같은 왜소행성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암석 덩어리도 수없이 많이 떠다니는 곳으로 태양 빛조차 6시간 걸려야 도착한다. 대체로 얼음 덩어리나 운석이 주를 이루는데 태양계가 형성될 때 행성이 되지 못한 것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얼음 조각 하나가 태양의 중력에 끌려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온 것을 혜성이라고 하는데 지구에서 관찰할 때 긴 꼬리를 갖는 모습으로 보이는 천체다.     그 바깥은 오르트구름이라고 하며 태양 빛이 1년 정도 가는 먼 곳까지다. 대체로 얼음으로 된 작은 천체로 이루어졌으며 어쩌다 그중 하나가 태양에 끌려 안쪽으로 들어온 천체를 역시 혜성이라고 한다. 비교적 가까운 카이퍼벨트에서 떨어져 나온 천체를 단주기 혜성이라고 하고, 먼 오르트구름에서 시작한 것은 장주기 혜성이라고 구분한다. 75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핼리 혜성은 단주기 혜성이다. 그러므로 혜성은 태양의 끝자락에 있는 카이퍼벨트나 오르트구름에서 기원한 천체다. 이렇듯 태양은 대체로 1광년 정도까지 자신의 영향을 미친다.   태양계의 끝은 너무 멀어서 아직 정밀한 관측이 쉽지 않다. 왜소행성인 명왕성 궤도부터 카이퍼벨트가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2006년 미국의 뉴허라이즌스호가 명왕성 탐사를 떠난 지 반년 후에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잃었다. 그 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지구를 떠난 지 10년이 채 못 되어 명왕성 근접 비행에 성공했고 2030년경에야 카이퍼벨트를 지나 오르트구름에 이를 예정이다.   은하수에는 태양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있다고 하는데 각각의 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태양계처럼 어마어마한 세상이 그 속에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 은하 집단이 조 단위 이상 모여서 비로소 우리가 말하는 우주가 된다니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계 안쪽 우리 태양계 은하수 은하

2025-02-1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달 탐사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여 인류가 달에 역사적인 첫발을 디딜 때만 하더라도 계수나무는 달 뒤편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중국이 2019년에 달 뒤편 착륙에 성공했는데 거기에도 여전히 계수나무 숲은 없었다.   달은 지구의 강한 인력 때문에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아졌는데 이를 조석고정이라고 한다. 쉽게 얘기해서 우리는 항상 달의 한 면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달의 반대쪽 면에서는 달 자체가 지구를 가로막고 있어서 지구와 교신이 안 되는 데다 분화구가 많아서 안전하게 착륙할 곳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달의 뒷면은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 이후 달 탐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우주 식민지 0순위인 화성은 거리상 너무 멀어서 달을 개발하면 그 전초 기지로 활용할 수 있고, 달에는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헬륨-3와 전자기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희토류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성능을 높인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달 표면은 수정처럼 매끄러운 줄 알았는데 분화구가 널려 있는 울퉁불퉁한 표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세계 대전이 끝나고 냉전 시대가 되면서 미국과 구소련은 달 탐사에서도 경쟁했는데 우주 개발은 구소련이 앞섰다. 1959년이 되자 구소련은 루나 1호를 발사하여 달 탐사를 시작했고 그해 가을에 루나 2호를 발사하여 달에 충돌시켰다. 바로 다음 달에는 루나 3호가 달 뒷면의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보냈는데 그로서 인류는 달 뒷면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1966년 2월 구소련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켰고 경쟁 관계에 있던 미국은 이에 자극을 받아 3년 후에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하여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걸었다.   중국은 2003년에 달 탐사 계획인 창어의 시동을 걸었다. 2007년에 창어 1호, 2010년에 창어 2호를 발사하여 달 궤도에서 탐사를 시작했고 드디어 2013년 창어 3호는 착륙선에 옥토끼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실어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내려놓았다. 2019년 중국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2020년 창어 5호는 달의 토양을 채취해서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그리고 2024년 창어 6호는 달의 뒷면의 암석을 싣고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달 탐사에 있어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인도는 1962년 국가 기관에서 우주 연구가 시작돼서 2008년 최초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가 10개월 동안 달 궤도를 돌며 탐사를 수행했다. 2019년에 달 착륙선을 실은 찬드라얀 2호를 발사했으나 정상적인 착륙에는 실패했다. 2023년 드디어 찬드라얀 3호는 달 착륙선과 탐사 차량을 싣고 지구를 떠나서 달의 남극에 착륙했다.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이고 사흘 전에 소련의 루나 25호가 착륙에 실패하는 바람에 인도의 달 남극 착륙은 그 의미가 컸다.   달 탐사 대열에 끼어든 일본은 1990년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최초의 달 탐사 로켓을 발사한 후 2024년 달 착륙에 성공하여 구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탐사 차량 남극 착륙 아폴로 우주선

2025-02-0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온도 단위

미국에 살면서 가장 헷갈리는 것이 바로 도량형 단위인 것 같다. 한국에서 거리는 미터, 무게는 그램, 부피는 리터, 온도는 섭씨를 사용했는데 미국에서는 우리하고 다른 단위를 쓰는 바람에 처음에는 일일이 바꿔야 이해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달러-원 계산에 머리가 아픈데 거기다 도량형 단위까지 애를 먹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십진법을 기본으로 한 미터법을 쓰는데 미국만 자기 맘대로 파운드, 인치, 그리고 온도는 화씨를 사용한다. 달걀도 다른 나라에서는 열 개씩 포장해서 파는데 미국에서는 12개씩 담아 더즌으로 판매한다. 휘발유는 갤런을 사용하고, 무게는 파운드로 나와 있으며, 신발 크기도 유럽이나 우리와 달랐다. 이미 영어는 세계 공용어가 된 지 오래되었고 국제 결제 수단도 미국 돈 달러이니 아쉬우면 초강대국인 미국이 사용하는 도량형 단위를 쓰라는 것이다.     온도계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덴마크의 올레 뢰머다. 그는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목성과 그의 위성 이오의 움직임을 통해 비슷하게라도 구한 사람이다. 갈릴레이 시절에도 온도는 물질의 부피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온도계가 있긴 했지만 단지 온도의 오름이나 내림 정도를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18세기가 밝을 무렵 뢰머는 알코올을 넣은 유리관 양쪽을 막고 가운데에 작은 금을 그어서 마치 현대 온도계처럼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물이 얼 때를 7.5도가 되게 하고 사람의 체온을 22.5도가 되게 표시한 온도계를 고안했다.     1720년 온도계에 관심이 많은 독일이 물리학자 다니엘 파렌하이트가 뢰머의 온도계를 보고 온도에 소수점 아래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숫자로 이것저것 해 보다가 뢰머의 온도 시스템에 어떤 수를 곱하여 사람의 체온을 98도가 되게 했더니 물이 얼 때는 32도, 그리고 물의 비등점이 212도가 되고 그 사이는 180등분 되었다. 서구권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고 수월한 파렌하이트의 온도 체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에서 음차한 그의 이름 Fahrenheit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으면 '화륜해특'이어서 화氏(화씨)라고 칭했다.     1742년 스웨덴의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는 물이 끓을 때를 0도로 정하고 얼 때를 100도로 하여 그 사이를 100등분 한 온도 체계를 소개했는데 나중에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 것으로 뒤집어서 사용했다. Celsius도 중국 음차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섭이수사'이어서 섭氏(섭씨)라고 했다.   그런데 온도의 단위에는 절대온도라는 것도 있다. 섭씨를 C로, 화씨를 F로 표현하듯 절대온도는 K로 표시하는데 만든 사람의 이름인 Kelvin의 첫 글자로 국제단위계(SI)에서 사용하는 온도의 열역학적 단위다. 절대온도를 만든 영국의 수리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켈빈이란 이름으로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 나중에 그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한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이 우주에서 절대온도보다 낮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은 0°K 이상인데 0°K는 -273.15°C와 같다. 섭씨 0도는 절대온도로 273.15°K가 되는데 섭씨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똑같이 켈빈 온도도 올라가게 만들어져서 섭씨 100도는 373.15°K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현대 온도계 켈빈 온도 온도 체계

2025-01-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소주기율표

취미로 무엇을 수집하다가 물건이 하나 둘 늘어나면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서로 관계되는 것끼리 모은다. 19세기 중엽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혼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우리의 화투 떼기 같은 것을 했는데 그동안 발견된 원소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원소에도 카드 게임처럼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원소의 질량이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순으로 배열하다 보니 어떤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빙고! 비록 원소의 질량에 의한 분류였지만 멘델레예프는 최초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군데군데 빈 자리가 있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 자리였고 그는 하나 둘 그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에 이르러 공식에 맞지 않게 되자 나중에 영국의 물리학자 모즐리가 원소의 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 개수의 순서대로 늘어놓아 그 문제를 해결했다.     모즐리는 원자의 모형을 현대식으로 추측한 러더포드의 제자였는데 음극선을 각 원소의 핵에 쐈을 때 발생하는 X선 진동수의 제곱근이 원자번호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쯤 되면 상당한 수학이다.     원래 모즐리는 생물학자였는데 수학을 잘하자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핵 속의 전하량, 즉 양성자의 수라는 사실을 발견하여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지금은 멘델레예프의 그늘에 가려 누가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새로운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되었는데 바로 영국의 헨리 모즐리의 업적이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이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는 올랐으나 정작 상을 받지는 못했다.   사각형 모양의 주기율표에 원소는 번호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성질이 비슷한 것들이 주기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기율표 사각형은 기본적으로 총 7열, 18행으로 구성되는데 열은 주기라고 하고 행은 족이라고 부른다. 원소는 기체, 액체, 고체의 상태로 존재하며 금속원소도 있고 금속이 아닌 비금속 원소도 있다.   여기서 원자와 원소의 뜻 차이를 살펴본다. 같은 것을 일컫는 말이지만 모양이나 개수를 말할 때는 원자라고 하고, 종류를 이야기할 때는 원소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본 원소 92개를 포함해서 총 118개다.     전기의 성질상 같은 +전기와 +전기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데 이를 척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 두 개를 붙여서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소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각각의 수소 원자핵 속의 양성자는 서로 +전하를 갖기 때문에 반발하려는 척력이 생긴다. 이 척력을 이기고 억지로 여러 양성자를 하나의 핵 속에 묶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므로 다른 원소가 만들어지려면 빅뱅 때나 초신성 폭발, 혹은 별의 내부와 같은 우주적인 요인이 주를 이룬다.     아직도 원소주기율표에 대한 논쟁거리는 남아있는데 화학으로 밥 먹고 살지 않는 불쌍한 수험생들이 총 118개나 되는 원소를 순서대로 다 외어야 하는가다. 혹자는 원자번호 1번 수소(H)에서 20번 칼슘(Ca)까지만 알면 된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입학시험 공부를 했던 사람들에게 원소주기율표는 악몽이었다. (작가)         박종진원소주기율표 박종진 수소 원자핵 과학 이야기 비금속 원소

2025-01-1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우주 식민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 민족에게 식민지란 말은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미래 어느 날 인류가 지구 밖 천체에 살게 되면 그곳은 자동으로 지구의 식민지가 된다. 지금 우리 눈에 들어온 우주 식민지 후보는 달과 화성인데 달까지는 로켓으로 3일이면 가지만, 화성은 최첨단 로켓으로 7달 정도 걸린다고 하니 아직은 넘보기 힘든 곳이다.   달이나 화성 같은 곳에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필요한데 다행히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대량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대기가 없으면 기온의 변화가 심해서 달에서 밤에는 섭씨 영하 200도 아래로 내려가고 낮에는 비등점을 웃돈다. 밤낮의 일교차가 섭씨로 300도가 넘는다는 말이다.     물론 현대 과학기술로 실내에 살기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일명 테라포밍(지구화)을 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물은 달 남극에 있는 풍부한 얼음을 녹여 사용할 수 있고 그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숨 쉴 수 있는 산소도 만들 수 있다.   달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 지구에서 건축자재를 가져가는 것은 일도 많고 전혀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곳 토양에서 건축에 쓸 수 있는 재료를 찾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달과 화성은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에 그냥 노출된다. 그런 해로운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두꺼운 콘크리트로 지붕을 덮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땅속에 굴을 파거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천연 지하 동굴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도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풍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달 표면에 떨어져 쌓이다 보니 헬륨-3라는 물질이 곳곳에 널려있다. 헬륨-3는 중수소와 핵융합 반응을 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물질인데 중수소는 지구의 바닷물에 풍부하다. 어쩌면 우리의 에너지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원의 보고다. 게다가 첨단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희토류도 달에 많아서 지난 반세기 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있던 달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달의 남극 지방은 물을 구하기 쉽고 일교차도 훨씬 적어서 모두 탐내는 곳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 같은 선발 주자를 제치고 2023년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중국이 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여기에 일본까지 달에 착륙해서 지금까지 세계에서 그 다섯 나라가 달에 착륙하는 쾌거를 올렸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지구에서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 달에 가면 1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중력이 약하니까 달을 떠나는 로켓은 당연히 그만큼 연료 소모가 적기 때문에 우주로켓을 발사할 경우 지구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달에서 발사는 편이 훨씬 쉽고 경제적이다.   미국은 1969년에 이미 달에 첫발을 디뎠지만,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안전한 착륙 지점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달 탐사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최근에 달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다시 달에 관심을 두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후발 주자였던 중국과 인도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앞서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식민지 과학 이야기 현대 과학기술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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