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하즈 성지순례자 30년만에 최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올해 하즈(이슬람 성지순례)에 참가한 순례객이 167만3,230명으로 집계됐다. 사우디 정부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이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 사이 가장 적은 숫자다. 하즈를 관장하는 사우디 순례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전체 참가자 가운데 해외 순례객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조한 참가 원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순례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16만 명 줄었다. 2012년 기록한 316만 명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2년에는 순례 규모가 대폭 축소돼 몇 만 명 수준으로 한정됐지만, 2023년부터 제한이 풀리며 정상화에 속도가 붙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가 순례 비용을 끌어올려 '영혼의 여정'을 꿈꾸는 무슬림들에게 부담이 됐다고 분석한다. 50도에 육박하는 사우디의 혹서와 강화된 입국 규정도 순례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즈는 이슬람 5대 의무 가운데 하나로,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메카로 향해 신앙을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순례객들은 회개와 속죄를 통해 과거의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다짐한다. 5일에는 순례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아라파트(아라파트) 산에 모여 예배와 명상을 올렸다. 이곳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최후의 설교를 남긴 성지로, 꾸란에도 언급돼 있다. 6일에는 거대한 천막 도시 미나로 이동해 '악마에게 돌 던지기' 의식을 치른다. 순례객들은 기둥에 자갈을 던지며 악을 물리치고 신앙을 새롭게 한다. 사우디 정부는 "순례객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내년 참가 인원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올해 하즈에서는 12세 미만 아동의 순례 참여가 금지됐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정책 변화 중 하나로, 사우디 정부는 군중 속에서 아동 안전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4000~2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도 순례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 보조 프로그램이 도입했고 일부 국가는 분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20% 선납 후 라마단 중 40%, 다음 달에 40%를 분납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사우디 정부는 또 무단 입국을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4개국을 대상으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지난해 하즈 기간 중 사망자 다수가 미등록 순례자로 확인되면서, 정식 등록 없이 메카에 입성하려는 이들에게 최대 2만 리얄(약 533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국제 무슬림 단체들은 하즈 참가 비용을 낮추고 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사우디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성지순례자 이슬람 이슬람 성지순례 순례객 안전과 사우디 순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