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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절친과 로드트립, 인생 고비에서 마주한 우정

배우들이 각본을 쓸 때 일어나는 ‘오류’ 중 하나는, 관객이 공감할 캐릭터보다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경우다.   상반된 성격의 두 친구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코미디 드라마 ‘새크라멘토’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중심에 있는 전형적인 영화다.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마이클 안가라노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이 영화에는 초대형 판타지 ‘포비든 킹덤’의 스타 안가라노의 아내, 아버지 그리고 그의 갓 태어난 아기까지 출연해 안가라노의 캐릭터 창출에 일조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글렌(마이클 세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생의 불안한 시기에 있다. 아내 로지(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임신 8개월째. 아기가 태어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자신감 없는 삶에 대한 불안은 심각한 분노 조절 장애로 나타난다.   그는 직장에서 해고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아내와의 관계도 불편하다. 로지는 글렌에게 자신이 1년 동안 가정을 부양할 테니 아기를 돌보라고 제안하지만, 오히려 글렌을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다.   1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친구 리키(마이클 안가라노)가 갑자기 나타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리키 아버지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새크라멘토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의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리키의 숨은 의도는, 그가 테니스공 통에 흙을 퍼서 마치 아버지의 유골처럼 보이게 하는 나중 장면으로 설명된다.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낡은 컨버터블 차를 수리하고 새크라멘토로 향한다.   ‘새크라멘토’는 불안에 휩싸인 옛 절친들이 즉흥적으로 떠나는 로드 트립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며 한층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삶의 작은 순간, 일상의 작은 것들도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친구 간의 우정을 유쾌하고 친밀감 있게 그려 나간다. 따뜻한 유머와 애정 어린 감동이 있다. 우정과 부성애, 친구, 아내와 같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 등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유머와 감동으로 조명한다.   장난기 넘치는 두 친구는 로드 트립 중 옛 연인을 포함, 많은 여성을 만난다. 그들은 편의점의 젊은 여직원과 싸우고, 전직 권투 선수로 헬스장을 운영하는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다. 두 친구가 만나는 여성들은 각기 강렬하고 독특한 씬 스틸러들이다.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인 두 남자의 정체된 성장에 도전한다.   누구나에게 있을 노화에 대한 두려움은 정신적 성장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시간은 갈라진 관계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증오의 대상이기까지 했던 친구 사이를 다시 새롭게 이어 놓는다. 두 친구는 우정이라는 익숙한 서사의 영역 안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모험들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다.   인간관계의 복잡함 속에서도 진실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용기! 그 간절함 속에도 유머가 있다. 마이클 세라와 마이클 안가라노의 케미 연기 덕에 매력적인 우화로 거듭나는 영화, 더 나은 버전의 희망이 보이는 유쾌한 이야기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로드트립 절친 마이클 안가라노 친구 리키 스타 안가라노

2025-04-30

[삶의 뜨락에서] “임을 잃은 친구여!”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정든 임을 먼저 보내드린 친구가 늘고 있습니다. 실은 코로나19로만은 아니지만 예기치 않았던 속에서 차츰 늘어나는 죽음에 익숙해지는 우리 삶에 침울과 두려움이 겸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여문 정든 임을 잃은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없어 그냥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눈물이 고여 왔습니다. 돌아오는 발길이 아주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언제고 곧 나에게도 닥쳐올 순간을 체험하는 듯 몸이 떨렸습니다. 친구의 가슴과 머리엔 어떤 복잡함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친구의 가슴을 내가 어찌 추측조차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슬픔을 잊어버리는 기간은 대략 석 달이 걸린다고 언제였든가? 믿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하늘에 감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이 아닌 어떤 슬픔과 죽음의 기억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가 봅니다. 타향에 산다는 핑계로 내 어머님의 기일을 번번이 잊고 살고 있습니다. 이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나, 그리고 오십여 년을 함께 살아온 옆 사람을 내 깐에는 염려하는 내가 석 달이란 기간이 진짜일까 믿기 어려워집니다. 오늘이 며칠인지? 어제저녁은 무엇을 먹었던가? 알쏭달쏭합니다. 나만이 아닌 대충 우리 나이가 그렇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기억력이 좋아 대답이 척척 나오는 친구가 부러움보다는 얄미울 때가 더 많으니 아는 척하는 것도 눈치껏 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점수를 줘야 함이 속 편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앞길을 함께 걷고 있음이 참 정겨워집니다. 한 이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다가오는 날들을 생각지도 않았고 앞만 바라보며 즐거운 날들이 어서 돌아오기를 손을 꼽으며 졸업 육십년 행사와 여행을 꿈꾸지 않았던가요? 특히 이 팬데믹이 우리를 더 빨리 나이를 먹게 하는 방해꾼처럼 느껴져 억울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아이가 되어가며  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날씨는 춥고 눈이 수북이 쌓였건만 햇볕이 쨍쨍인 밖을 내다보며 푸념을 하는 내게 돌연 홀로된 친구들 얼굴이 저 햇빛에 비쳤습니다. 친구여!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요? 한쪽 날개를 잃은 당신께 위로의 말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돌연 우리의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행복했던 그 날, 아이들을 키우며  즐거웠던 추억, 보람으로 남게 된 이국땅에서의 삶,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스라한 주마등 불빛 같이 스쳐 갑니다. 청실홍실 부부로 다정하게 살았던 절친 언니가 벌써 일찍 남편을 잃었을 때  언니의 가슴이 오발탄을 맞아 뻥 뚫린 것 같다는 허한 가슴을 쓸어 안았을 때, 내 나이가 억세게 젊었을 때라? 뭔소리를 하는지 도통 감이 없었던 무수리였습니다. 세월은 사정없이 흐르고 흘러서 나이가 드니 제가 인제야 그때 그 언니 뻥 뚫린 가슴을 감히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여! 이제 50여 년을 같이 살아온 여보, 당신과의 가슴이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습니다. 흔히 돌아다니는 속어에  “있을 때 잘해라!”가 있더라고요! 최선을 다했다 해도 모자라는 여보, 그리고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이젠 우리에게 “앞만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로 즐기며 살라” 하니 이 모토가 더 큰 위안이 되지 않습니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잊고 살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호르몬에 오늘 새삼 감사를 드립니다. 친구여!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 삶에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는 것이 진리였습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친구 친구들 얼굴 추억 보람 절친 언니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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