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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학생 배척은 국가적 자해행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미국 정치의 깜짝 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해괴한 것은 하버드 대학과 벌이고 있는 전쟁이다. 미국의 많은 일류 대학과 전반적 지식층 분위기가 그렇듯이, 하버드 대학은 트럼프 정권에서 미워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진보적 정책들을 취소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하버드는 순순히 응하지 않았고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찍어 눌러서 본보기로 삼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연구비 지원 중단으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버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못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일단 법원의 비상 개입으로 집행이 중지되었는데 정식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유학생을 받을 수 없다면 연구비를 잃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이다. 하버드처럼 재정이 풍부한 대학에서는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을 없앤다면 그것은 대학의 정체성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이 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일류 대학은 전 세계에서 훌륭한 학생과 교수들이 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포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국제적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을 진정한 고등교육의 중요한 측면으로 여긴다. 그러한 세계적 차원을 말소하겠다는 협박은 대학교를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의도이다.   외국인이 필요 없다는 충동적 생각은 트럼프식 정치의 핵심이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자 신청자들의 사상과 언행을 속속들이 점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준비될 때까지 신규 비자를 발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 유학생들은 다시 심사하여 이미 받은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진 유학생의 이미지란 공부는 안 하고 좌파적 선동을 일삼는 미국 혐오자들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며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의 표출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타주의는 국가적 자해행위라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꿈을 품고 이민과 유학을 왔던 외국인들은 미국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장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을 필두로 나치 정권 아래의 유럽에서 도피한 수많은 유대인 과학자들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2차대전 후에는 나치 정권과 협력했던 과학자들도 흡수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로켓 공학의 선구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다.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몽땅 흡수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전기공학자 테슬라는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유명한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여 교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고 여러 가지 기발한 발명품도 남겼다.     요즘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머스크가 소유한 전기차 테슬라 회사는 이 사람을 기리며 명명한 것이다. 머스크 자신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유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고 그 후에 사업을 하며 정착했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배타주의는 과학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외국인들을 들여와서 필요한 일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 교류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자기의 연구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나 기술적 설비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 내었는지에 상관없이 수입한다.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을 보면 인간관계도 국경 없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차별 없이 모집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협업하고 교류한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생과 학교·연구소를 찾아 지구 곳곳으로 다닌다. 그러한 개방성이 없는 집단이 하는 과학연구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학생이란 과학의 생태계에 아주 긴요한 일원이 된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과 산업들도 이런 모습으로 발전한다.   하버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하버드는 단순히 좋은 학교가 아니라 온 세계가 왜 미국을 부러워하는지를 상징한다. 하버드가 대표하는 미국의 고등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을 이해하고 미국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이 누려온 ‘부드러운 힘(Soft Power)’에 크게 보태주는 역할을 해 왔다. 필자의 아버지도 패기만만한 젊은 공무원 시절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연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후로 일생동안 미국에 대한 예찬과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박혀 있다. 그런 전통과 그의 위력을 잘 알지도 못하고 파괴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작태를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교수기고 자해행위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 하버드 대학 트럼프식 정치

2025-06-11

[발언대] 제조업은 왜 미국을 떠났는가

지난 4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 구상이 또다시 전 세계 무역 질서에 파문을 일으켰다. 180개국에 달하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최대 49%의 ‘상호 관세’를 추가로 적용하겠다는 그의 제안은 사실상의 ‘관세 전쟁’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파격적인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회귀, 불공정한 무역 관행 시정, 정부 수입 증대, 그리고 불법 이민 및 마약 거래 차단까지 실현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 ‘미국 해방의 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무역 상대국의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미국 내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왜곡과 그로 인한 물류 지연 및 비용 상승 등 예상치 못 한 부작용들이 속출하며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는 ‘제조업의 복귀’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미국의 제조업은 어쩌다 국경 밖으로 떠나게 되었을까.   제조업이란 자연 상태의 원자재를 인간의 노동력과 기술을 활용해 삶에 필요한 재화로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의식주를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이 제조업의 산물이다.   제조업이 특정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조업은 단순 생산을 넘어 고용 창출, 수출 증대, 기술 발전, 고부가가치 창출, 연관 산업 육성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하며 선진국 진입의 핵심 동력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제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제조업이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제조 비용의 효율성’이다. 제조업체는 당연히 생산 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공장을 이전한다.     각국은 이러한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 현금 지원, 저금리 대출, 규제 완화, 공장 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지원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중요한 유인책은 해당 국가의 ‘인건비 및 생활 물가’ 수준이다.   미국 역시 제조업 국내 유턴을 장려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약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와 생활비다. 시간당 인건비가 최상위권인 부유한 나라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며, 국경을 넘어선 세계 경제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다. 제조업자들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제조 비용이 저렴한 지역과 국가를 찾아 공장을 이동시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다.   제조업의 국내 복귀는 모든 업종에 걸쳐 획일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 발전의 동력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몫으로 남겨두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미국은 서비스업이나 AI, 우주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 산업에 집중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경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각국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할 때, 비로소 전 세계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고 세계 경제 전체의 순조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미국 제조업 트럼프식 관세 국가 경제 관세 정책

2025-05-07

트럼프식 정부 낭비 줄이기 ‘소셜연금’ 정조준

  ━   원문은 LA타임스 3월5일자 'Alarm bells as Trump goes after Social Security' 제목의 칼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낭비를 줄이겠다고 주장할 때마다 가장 자주 언급했던 발언 중 하나는 “소셜연금(Social Security)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마이클 힐츠익 비지니스 칼럼니스트)는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소셜연금을 축소하는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제 그 경고가 현실이 되었음을 안타깝게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셜연금의 행정 자원을 고갈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현재 소셜연금을 이끌고 있는 릴런드 두덱 임시 국장이 직원 수를 기존 5만7000명에서 5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문에서는 이를 “비대해진 인력”을 감축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보장국 내부 사정을 아는 이들에게 “비대하다”는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기관은 수년간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11월 당시 사회보장국 국장이었던 마틴 오말리는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현재 기관의 직원 수는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수혜자를 감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보장국은 지난해 말 기준 6900만 명에게 소셜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중 5430만 명은 은퇴한 근로자 및 그 가족이며, 약 600만 명은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 그리고 830만 명 이상이 장애연금 수급자와 그 부양 가족이다. 기관의 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09년에는 5500만 명을 지원하는 6만7000명의 직원이 있었다.   연방상원의 패티 머레이(민주·워싱턴)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사회보장국에 충분한 인력이 없으면 수혜자들이 아예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인력 감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수혜자뿐만이 아니다. 현재 약 1억8300만 명이 근로소득에서 사회보장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여 기록이 정확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소셜연금 지급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두덱 국장이 예고한 해고 조치나 정부효율부(DOGE)의 개입이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장국의 고객 서비스도 이미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오말리 전 국장은 2023년 사회보장국 대표 전화의 대기 시간이 평균 1시간에 달했으며, 월평균 700만 건의 전화 중 400만 건이 긴 대기 시간으로 인해 끊긴다고 보고했다. 사회보장국은 고객 대기 시간을 13분 이하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인력 감축이 이루어지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연금 신청자들이다. 오말리 전 국장은 장애연금 신청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심사 대기자가 120만 명에 달하며, 2023년 한 해 동안 3만 명의 신청자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5회계연도 예산에서 3000명 이상의 추가 인력을 확보하려 했으나, 예산 증액이 승인되지 않았다.   사회보장국의 행정 자원 축소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공화당이 추진해 온 소셜연금 약화 전략의 일환이다.   1983년 자유주의 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는 “소셜연금을 민영화하기 위해 ‘레닌주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기관과 보험회사 등이 소셜연금 폐지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소셜연금 민영화 시도는 정치적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공화당의 소셜연금 약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를 지지하는 두덱 국장은 사회보장국의 여러 부서를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사회보장국의 웹사이트 유지 및 전자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전환국(office of transformation)’을 “불필요한 부서”라고 규정하며 폐쇄했다. 또한, 사회보장국의 민권 및 평등 기회를 담당하는 부서도 해체했으며, 관련 직원들은 해고되었고 기관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페이지가 삭제되었다.   그는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800억 달러의 예산 절감을 이뤘다”며 자랑했지만, 폐지된 계약들이 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두덱이 절감했다고 밝힌 금액 중 가장 큰 부분(550억 달러)은 장애 심사 및 결정 서비스 부문에서 인건비를 삭감한 것이었다. 이는 장애연금 신청자와 기관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장 중요한 부문이지만, 이제 장애연금 신청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주 팟캐스트에서 소셜연금을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틀린 주장이다. 소셜연금은 85년 동안 단 한 번도 지급을 중단한 적이 없으며, 현재 2조 8000억 달러의 국채 보유액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소셜연금에 ‘부정부패와 낭비가 만연하다’는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원의 마이크 존슨 의장은 NBC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머스크의 알고리즘이 소셜연금의 엄청난 낭비와 사기를 찾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다.   사실 사회보장국은 연방정부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관 중 하나다. 행정 비용은 전체 예산의 0.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수혜자에게 지급된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소셜연금을 공격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은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연방 프로그램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아니면, 6900만 명의 수혜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어 대선에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까?   곧 답을 알게 될 것이다. 글=마이클 힐츠익 비지니스 칼럼니스트연금 트럼프식 소셜 지급 트럼프 행정부 사회보장국 대표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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