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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제조업은 왜 미국을 떠났는가

권영무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권영무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지난 4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 구상이 또다시 전 세계 무역 질서에 파문을 일으켰다. 180개국에 달하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최대 49%의 ‘상호 관세’를 추가로 적용하겠다는 그의 제안은 사실상의 ‘관세 전쟁’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파격적인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회귀, 불공정한 무역 관행 시정, 정부 수입 증대, 그리고 불법 이민 및 마약 거래 차단까지 실현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 ‘미국 해방의 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무역 상대국의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미국 내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왜곡과 그로 인한 물류 지연 및 비용 상승 등 예상치 못 한 부작용들이 속출하며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는 ‘제조업의 복귀’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미국의 제조업은 어쩌다 국경 밖으로 떠나게 되었을까.
 
제조업이란 자연 상태의 원자재를 인간의 노동력과 기술을 활용해 삶에 필요한 재화로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의식주를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이 제조업의 산물이다.
 
제조업이 특정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조업은 단순 생산을 넘어 고용 창출, 수출 증대, 기술 발전, 고부가가치 창출, 연관 산업 육성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하며 선진국 진입의 핵심 동력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제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제조업이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제조 비용의 효율성’이다. 제조업체는 당연히 생산 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공장을 이전한다.  
 
각국은 이러한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 현금 지원, 저금리 대출, 규제 완화, 공장 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지원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중요한 유인책은 해당 국가의 ‘인건비 및 생활 물가’ 수준이다.
 
미국 역시 제조업 국내 유턴을 장려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약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와 생활비다. 시간당 인건비가 최상위권인 부유한 나라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며, 국경을 넘어선 세계 경제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다. 제조업자들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제조 비용이 저렴한 지역과 국가를 찾아 공장을 이동시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다.
 
제조업의 국내 복귀는 모든 업종에 걸쳐 획일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 발전의 동력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몫으로 남겨두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미국은 서비스업이나 AI, 우주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 산업에 집중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경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각국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할 때, 비로소 전 세계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고 세계 경제 전체의 순조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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