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자신처럼…노숙인 봉사에 12살 아들 데려간 英왕세자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조지(12) 왕세손이 32년 전 아버지 윌리엄 왕세자가 조모 다이애나 손에 이끌려 처음 방문했던 노숙인 쉼터에서 크리스마스 봉사 활동에 나섰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영국 왕실 유튜브 계정에 오른 영상에는 조지 왕세손이 지난 16일 런던 시내의 노숙인 쉼터 '패시지'의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아버지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노숙인들에게 대접할 식사 준비를 돕고, 쉼터의 성탄 트리를 꾸미는가 하면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곳은 11살이던 윌리엄 왕세자가 왕세자빈이던 모친 다이애나와 1993년 겨울 처음 찾은 이래 후원자 역할을 하며 주기적으로 방문해온 시설이다. 올해는 맏아들 조지가 아버지와 동행해 의미를 더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자신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크리스마스 점심을 준비하는 '패시지'에서 봉사자들, 직원들과 함께해 자랑스럽다. 올해는 도움의 손길이 하나 더 보태졌다"고 적어 뿌듯함을 드러냈다. 조지 왕세손은 1993년 12월 14일 할머니 다이애나와 소년 시절의 아버지 윌리엄이 자필로 남긴 방명록의 같은 페이지 하단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 넣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21. 9:25
푸틴, 옛 소련 국가 정상들과 경제 협력 논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옛 소련 국가 정상들과 만나 협력을 논의하며 우방 다지기에 나섰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는 EAEU에서 파트너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다각적 협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를 포괄적으로 발전시키는 공동 작업을 강화하는 데 진정으로 관심 있다"며 협력 발전을 제의했다. EAEU는 회원국 간 자유로운 상품·서비스·자본·노동의 국경 이동으로 단일 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는 러시아 주도 경제협력체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한다.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별도로 양자 회담을 했다. 오는 2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독립국가연합(CSI) 비공식 회의가 열린다. 러시아는 매년 새해를 앞두고 CIS 정상들을 비공식적으로 초대해 관계 강화를 도모한다. 러시아는 이 자리에 참석하는 자파로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에게 레오 톨스토이 국제평화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토 분쟁으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 선언에 서명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도 모두 CIS 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틀간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과 개별적으로 대화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서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파시냔 총리는 EAEU 정상회의에서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통해 아르메니아로 상품이 이송될 수 있도록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양자 무역을 시작할 조건을 조성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알리예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12.21. 9:25
미국 정계를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로 불렸던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가 19일과 20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됐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이 대거 공개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은 거의 없는 데다 일부 파일이 하루 만에 삭제돼, 자료가 선택적으로 공개되거나 검열을 거쳤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 법무부는 지난 11월 상·하원이 가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공개 시한인 이날 관련 자료 일부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0만 페이지가 넘는 공개자료 중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촉구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수영을 하거나, 얼굴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사진,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등이다. 법무부는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온수 욕조 사진 중에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반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진이나 문서는 거의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 가운데 최소 16개의 파일이 하루 만에 삭제됐는데, 이중엔 트럼프 부부와 엡스타인, 맥스웰이 함께 찍은 사진,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는 서랍 사진 등이 포함됐다. CNN은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던 일부 사진들이 사라졌고, 웹사이트에 공개된 일련번호 형태의 파일 중에서 해당 파일이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삭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는 전체 증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즉각 모든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을 공동발의한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은 “이번 공개 자료는 너무 많은 부분이 삭제돼 불완전하다”면서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희생양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사건의 희생자들은 공개된 자료가 대부분 가림 처리가 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게시된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 가운데 파일 119개는 페이지 전체가 검은 칠로 완전히 가려졌다. 초기 피해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제스 마이클스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고 있나. 은폐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 등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강태화.전민구([email protected])
2025.12.21. 9:18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슌스케의 피야. 네 피를 컵에 따라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 나한테는 나를 지켜줄 피가 없어.” 지난 19일 한국에서 개봉해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일본 영화 ‘국보’는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 닦으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전통예능인 가부키 배우로서의 재능이 충만한 기쿠오(요시자와 료)는 가부키 명문가 출신의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에게 “너의 피가 부럽다”고 고백한다.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자 배우)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려는 두 사람의 우정과 라이벌 의식, 예술의 전승 과정을 수려한 화면에 담아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일본스러운’ 이 작품을 만든 것은 ‘훌라걸스’ ‘분노’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51)이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예술가로서 극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보’의 주인공들은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국보’는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사 영화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내년 초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문 예비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국보’를 보고 감동받아 지난 11일 이 감독을 미국으로 초청해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Q : 혈통이냐 재능이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 밖에서도 반향이 크다. A :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혈통이 중시되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대를 이어 기술이나 사고방식, 철학을 전승해가는 전통예술에서 혈통은 ‘증명서’ 같은 것이다. 재능이 있든 없든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이에게도, 반대로 혈통 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이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기쿠오와 슌스케 둘 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원하고, 동시에 서로가 얻어낸 것을 존중하는 관계다. 그런 관계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는 일본 영화, 뿌리는 한국” Q : 재일한국인인 감독에게 피, 혈통은 어떤 의미인가. A :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 문화와 음식, 풍경, 친구들 속에서 감각과 사고방식이 형성됐다. 언어와 사고의 상당 부분이 일본 사회에서 나왔으니 내가 만드는 것은 ‘일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한국이라는 ‘루트(root)’가 있고, 이런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국 이름으로 감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두 정체성 안에 어떤 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Q : 영화 속 인물들을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A : “‘아웃사이더이자 재일교포’라는 관점에서 분신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쿠오의 삶의 방식,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닦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도 있다. 어떤 측면에선 슌스케도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Q :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걸 넘어서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정말 잘 안다.” Q : 그런 대상이 있나. A : “정말 많다. 예를 들면 이창동, 봉준호 감독 같은 분들이다. 20년 이상 계속 그들의 등을 쫓아온 느낌이다. ‘저렇게는 되지 못하려나’ 생각하면서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이 감독이 동경해 온 봉준호 ‘국보’에 찬사 그가 동경해왔다고 고백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11월 방한한 이 감독과의 대담 자리에서 ‘국보’에 찬사를 보내며 특히 가부키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가부키 ‘소네자키 신주’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소네자키 신주’의 대표적인 대사는 ‘죽을 각오는 있느냐’다”라며 “인간은 그냥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 생존 이상의 무언가에 집착하는 존재이고 기쿠오와 슌스케에게 그것은 예술이었다. 관객들에게 ‘무엇에 집착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Q : 무엇이 주인공들의 노력을 가능하게 했을까. A :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충동 아니었을까.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같은 흔한 충동이 아니라 더 앞, 더 앞을 바라보며 끝없이 그 충동을 유지하는 건 보통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 충동에 인생 전체를 쏟아부은 사람이 표현해낸 것, 혹은 그 사람의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Q : 자신에게 가장 큰 충동은 무엇인가. A : “초등학생 같은 답이지만, 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라는 골(goal)은 없지만 ‘더 앞에 무언가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이번에도 ‘국보’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저 앞에 가야 할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 이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젠가 ‘전쟁’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전쟁은 이유도 없이 부당하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니,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도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email protected])
2025.12.21. 9:05
‘촉망받던 두 명의 물리학도. 20년 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총으로 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명문 브라운대 집단 총격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피살 사건 용의자에 대해 이런 제목을 달아 추적 보도했다. 두 사건의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는 뉴햄프셔주의 한 창고에서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발렌트가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렌트는 지난 13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의 한 교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의 한 아파트에서 루레이루 교수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포르투갈 국적인 발렌트는 10대 시절 국제 물리학 올림피아드에 포르투갈 대표로 선발된 수재였다. 숨진 누누 루레이루(47) MIT 교수 겸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 소장과 1995∼2000년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에서 함께 공부했다. 루레이루에 앞서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둘의 궤적은 달라졌다. 발렌트는 유학생용 비자를 받아 2000년 가을부터 2001년 봄까지 브라운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이후 휴학한 뒤 복학하지 않았고, 2003년 자퇴 처리됐다. 반면 루레이루는 2005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연구하다 2016년 MIT로 자리를 옮겼다. 40세에 정교수가 된 뒤 MIT 최대 규모 연구소 중 하나를 이끌었다. 두 사람이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옛 동창은 발렌트가 루레이루의 성공적인 경력을 부러워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2025.12.21. 9:04
“완전히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건 쉽지 않았지만, 그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됐습니다.” 약 8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첫 임무를 마치고 지난 9일(현지시간) 지구로 귀환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김(41)은 19일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정체성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라며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며 “많은 1·2세대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두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empathy)하는 힘을 길러줬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은 그가 바라보는 국제 협력의 가치로도 이어졌다. 한국우주항공청 출범과 관련해 조니 김은 “매우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며 “NASA가 지금까지 주도해온 것처럼 나라들이 함께 협력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라고 평가했다. 한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출발 전 가족과 지인들이 김과 김치, 밥을 싸 줬는데, 우주정거장 메뉴에는 그런 음식이 전혀 없었다. 그걸 먹으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다”고 미소를 띤 채 회상했다. 앞서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추장과 김치, 스팸과 햇반 등 한식을 먹는 모습을 공개해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조니 김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미 해군에 입대해 네이비실 제3팀에서 복무하며 이라크 전쟁에도 두 차례 참여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열악한 전장 응급의료 현실을 목도하고 2012년 해군 의학외과국 장교 신분으로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2016년 졸업 후 의사로 전향했다. 이후 2017년 NASA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그는 올해 4월부터 약 8개월간 ISS 72·73차 탐사대 비행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과학 연구와 기술 시연에 참여했다. 귀환 소감에 대해서는 지구의 감각을 다시 느끼는 기쁨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날씨를 느낄 수 있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성과로는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일본 실험 모듈 내 생명과학 글러브박스에서 진행한 ‘메이블(MABEL)’ 실험을 언급하며, 뼈 줄기세포를 배양해 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지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주비행사 건강 관리뿐 아니라 지구의 골격·근육 질환 연구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주 생활에 대해선 “지구에서 쉬운 일이 우주에서는 매우 어렵고, 지구에서 어려운 일이 우주에서는 아주 쉬운 경우가 많다”며 “물병을 내려놓는 간단한 행동조차 무중력 환경에선 쉽지 않은 반면 아주 무거운 물체도 손가락 하나로 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그리웠던 건 “가족”이라면서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을 언급했다. 동시에 “정말, 정말 그리웠던 것은 기술과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휴대폰이 그리웠다”며 웃었다. 이날 회견은 후배 우주비행사들을 향한 조언으로 마무리됐다. 조니 김은 “임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라며 “경청, 리더십, 연민,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2025.12.21. 8:49
백악관 "美인플레, 목표치보다 낮아…금리 더 일찍 내렸어야" '차기 연준의장 후보' 해싯 경제위원장 "기업들, 관세 고려해 가격 낮춰"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준이 느리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옳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안에 차기 의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해싯 위원장은 "지금 데이터를 보면 목표치보다 훨씬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공급 충격을 겪고 있다. 이는 인플레 없이도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 "최신 인플레 수치를 보면 지난번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실수였다고 인정했다"며 굴스비 총재가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하에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원래 해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사람을 원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전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증가가 소비자에게 상당 부분 전가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싯 위원장은 "현재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3개월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은 1.6%"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온 올해 초보다 대폭 하락했다면서 "인플레는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급격히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국 생산자들은 미국에 물건을 파는 데 절박하다. 우리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은 (시장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소비자 가격에 최종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관세 정책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1년 만에 적자가 작년 대비 6천억~7천억달러 줄었다"며 "우리는 4% 성장률과 1%대 인플레이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택 구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줄 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새해 초에 곧 발표할 큰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경제 참모들이 "크리스마스 이후 상당 기간을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보낼 예정"이라며 "장관들이 신중하게 검토한 주택 관련 아이디어 목록이 1~2주 안에 대통령에게 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홍정규
2025.12.21. 8:25
젤렌스키 "美와 종전논의 '건설적'…유럽과 추가협의 필요"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이뤄진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건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유럽 측과 추가 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플로리다의 우리 (협상)팀은 미국 측과 협력하고 있다"며 "유럽 측 대표들도 초청됐다. 이 협상은 건설적이며, 이것은 중요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지난 19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만나 4년을 채워가고 있는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중재의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 이후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통화했다고 밝히며, 미국과의 회동에 이어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유럽 파트너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많은 것들이 러시아가 정말로 전쟁을 끝낼 필요를 느끼는지 여부에 달려 있지만, 이 문제에 있어 러시아는 부정적인 신호를 발신하고 있을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는 전선에서의 공격, 국경 지대에서의 전쟁 범죄,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겨눈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주만 보더라도 러시아는 드론 1천300기, 활공폭탄 1천200개, 미사일 9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과 만나는 등 우크라이나 종전 중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날 회동에서 지난 14∼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협상단 간 논의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미국과의 협의가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양측의 만남이 21일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21. 7:25
러 "푸틴, 마크롱과 대화할 준비…트럼프엔 새해 인사"(종합) 마크롱, EU 정상회의 후 푸틴과 협상 필요성 언급 크렘린 보좌관 "유럽·우크라, 美 종전안 개선하지 못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면서도 대화가 서로 설교하는 시간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할 의향을 밝혀왔다면서 "상호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이는(대화)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화에 대해 말하자면 서로에게 설교하는 대화는 안 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대화여야 한다"며 "푸틴은 항상 대화 상대에게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진정으로 일관되게 설명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크렘린궁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러시아 측이 마크롱 대통령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화답하며 향후 며칠 안에 "최선의 진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 "푸틴과 대화하는 것이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발언,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만 러시아와 협상하고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배제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유럽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그해 9월 11일 통화를 끝으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을 중단했다. 이후 2년 9개월 만인 지난 7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화했으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9일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악당으로 지목해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언제나 접촉에 열려 있다고 말해왔지만, 기본적으로 (대화 상대가) 예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의 제안을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예의 바른 사람들로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및 새해 축하 인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미국 대표단과 만나고 있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모스크바로 돌아오면 보고를 들은 뒤 차후 행동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지난 14∼15일 우크라이나, 유럽 대표단과 만나서 수정한 종전안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나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했거나 제안하려고 하는 방안들이 명백히 문서를 개선하지 않고 장기적 평화 달성 가능성을 개선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가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당초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양보 등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대폭 반영한 평화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에 반발하는 우크라이나, 유럽 대표단과 만나 내용을 조율했다. 수정된 종전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우샤코프 보좌관은 "아무도 이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고 있고, 준비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12.21. 6:25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50대가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즐겨 마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7일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영국의학저널에 게재된 노팅엄대병원 신경학과 의료진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영국 노팅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는 어느 날 왼쪽 몸 전체의 감각이 없어지고 균형을 잃는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흡연·음주를 하지 않는데도 수축기 혈압이 254, 이완기 혈압이 150이었다. 이는 정상 혈압(80/120)을 2배 초과한 수치다. CT 혈관조영술 검사 결과, A씨는 뇌동맥이 경련을 일으키며 좁아지는 ‘가역적 뇌혈관 수축 증후군 (RCVS)’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선 운동 및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중계소 역할을 하는 시상에서 조직 괴사가 확인됐다. 이 남성은 최종적으로 우측 시상부 열공성 뇌졸중 진단을 받고 입원해 물리치료 등을 받았다. 항혈전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압약도 복용했다. A씨는 퇴원한 후에도 3개월 간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저림 증상이 이어졌고 혈압도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돼 혈압약을 추가로 복용했다. 의료진은 후속 진료 과정에서 A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이유를 알게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생활습관을 물었는데 A씨는 하루 평균 8캔의 고농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있었다. 각 캔에는 16온스(약 473㎖)당 16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하루 평균 약 1.2g의 카페인을 섭취한 것이다. 카페인 일일 최대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400㎎이다. 이에 의료진이 A씨에게 에너지 드링크 섭취를 중단하라고 하자 혈압은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A씨는 에너지 드링크를 끊은 지 3주 만에 처방받은 모든 약 복용을 중단했다. 3개월·6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고혈압이 완전히 해소되고, 뇌졸중에서도 완전히 회복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8년 뒤에도 A씨는 더 이상 뇌졸중을 겪진 않았다. 다만 첫 뇌졸중으로 인한 왼쪽 감각 이상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제게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8년이 지난 지금도 왼손과 손가락, 발과 발가락에 감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에너지 드링크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진은 “의료 전문가들은 뇌졸중이나 원인 불명의 고혈압으로 내원한 젊은 환자들에게 에너지 드링크 섭취와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드링크 섭취를 중단하면 관련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볼 때 이런 위험은 되돌릴 수 있다고도 전했다. 정시내([email protected])
2025.12.21. 5:55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주최하는 연말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3개의 금메달과 함께 값진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환호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1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을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나란히 세계랭킹 1위를 보유한 여자단식과 남자복식에서 각각 안세영(23·삼성생명)과 서승재(28)-김원호(26·이상 삼성생명) 조가 정상에 올랐다. 여자복식에서도 랭킹 7위 이소희(31)-백하나(25·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깜짝 우승과 함께 금메달을 추가했다. ‘셔틀콕 퀸’ 안세영은 랭킹 2위 왕즈이(중국)와 1시간36분간 혈투를 벌인 끝에 게임 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승리했다. 왕즈이를 상대로 올 시즌 맞대결 8전 전승 포함 상대전적에서 16승4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번 승리와 함께 안세영은 여러 가지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19차례 국제대회에서 11승을 거두며 자신이 갖고 있던 여자단식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10승)을 새로 썼다. 아울러 지난 2019년 남자단식의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승(11승)과 타이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올 한해 77경기서 73승(4패)을 거둬 역대 최고 승률(94.80%)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2011년 남자단식의 린단(중국)이 세운 종전 기록(92.75%·64승5패)을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에 더해 시즌 상금 총액 100만3175달러(약 14억9000만원)를 기록, 남·녀와 단·복식을 통틀어 역대 최초로 100만 달러 고지에 올랐다. 통산 상금 또한 256만9466달러(약 38억원)로 역대 최고액이다. 안세영은 경기 막판 왼무릎 통증에 힘겨워하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지켜냈다. 이어진 시상식에선 특유의 환한 미소와 화려한 세리머니로 자신의 ‘여왕 대관식’을 만끽했다. 뒤이어 출격한 서승재-김원호 조도 금빛 낭보를 전했다. 랭킹 5위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맞아 시종일관 리드를 유지한 끝에 게임 스코어 2-0(21-18 21-14)으로 승리했다.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시즌 11승 고지에 오르며 남자복식 신기록이자 BWF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의 공동 주인이 됐다. 참고로 서승재는 김원호와 짝을 이루기 전인 지난 1월 진용(22·요넥스)과 함께 출전한 태국 마스터스(수퍼300) 우승 이력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12번째 우승이다. 여자복식의 이소희-백하나 조도 랭킹 5위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쓰모토 마유 조를 게임 스코어 2-0(21-17 21-11)으로 누르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12주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다 올 시즌 슬럼프에 빠진 두 선수는 시즌 마지막 대회를 금메달로 장식하며 새해 전망을 밝혔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5.12.21. 5:46
이스라엘, 서안에 신규 정착촌 19곳 건설 승인…"팔 국가 저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에 19개의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고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발표한 이 계획에는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실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서안을 지칭하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에 19개의 새로운 정착촌을 선언하고 공식화하자는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의 제안이 내각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착촌 확장을 적극 지지하는 스모트리히 장관은 "우리는 지상에서 팔레스타인 테러 국가 설립을 막고 있다"며 조상이 유산으로 물려준 땅을 계속 개발하고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승인이 언제 내려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성명에 따르면 이 결정으로 3년간 승인된 정착촌은 총 69개로 늘었다.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의 서안 정착촌 확장이 유엔이 조사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유대인이 서안에 정착하는 것을 불법으로 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이스라엘의 점령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며 팔레스타인의 자기결정권을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12.21. 5:25
사우디의 조용한 실험…고소득 외국인에 술 판매 허용 외교단지 내 매장서 '프리미엄 거주권' 非무슬림 외국인에게 술 판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주류가 엄격히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부유한 외국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술 판매를 조용히 허용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수도 리야드의 외교단지에 문을 연 비(非) 무슬림 외교관 전용 주류 매점이 최근 '프리미엄 거주권'(이크마)을 가진 비무슬림 외국인들에게도 주류를 팔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거주권은 사우디 정부가 의사, 엔지니어, 투자자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이 매장이 주류 판매 대상을 확대한다는 공지는 없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매장 입구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매장 외관에는 주류를 판다는 안내가 없고, 휴대전화기와 카메라 반입이 불가하며, 이용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한 신분 체크도 매우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외교관과 프리미엄 거주권을 가진 외국인 외에 사우디 시민이나 일반적인 외국인들은 여전히 사우디에서 술을 구매할 수 없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1951년 건국 군주 압둘라지즈 왕의 아들 미샤리 왕자가 만취해 영국 외교관을 총으로 쏴 살해한 이후 주류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술을 마시려는 사우디인들은 바레인 등 주변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주류 밀수 또는 불법 자가양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사우디 청년층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축제 등지에서 기분을 내려는 목적으로 무알코올 맥주 등의 음료를 즐기는 것도 유행이다. AP통신은 이번 주류 판매 확대는 한때 극도로 보수적이었던 사우디의 자유화 실험의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라 종교, 관습적 금기를 하나씩 허물고 있다. 2018년 여성 운전 허용을 비롯해 대중가수 콘서트 개최, 공공장소에서 엄격한 남녀 분리의 완화, 영화 극장 개장, 관광비자 발급 등 최근 수년간 폐쇄적인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용래
2025.12.21. 4:25
호주, 유대인 총격테러 1주일 맞아 전국 촛불·묵념으로 추모 "우리나라 피로 물들었지만…빛은 어둠을 이긴다" 앨버니지 총리, '예방 실패' 경찰·정보기관 조사 지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 시드니 유대인 하누카 축제 총격 테러 사건 1주일을 맞아 호주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촛불과 침묵으로 희생자 15명을 추모했다. 1주일 전 총격 테러 발생 신고가 처음 접수된 21일(현지시간) 오후 6시 47분 호주 곳곳의 수많은 가정집 등지에서 추모의 촛불이 켜진 가운데 호주 국민들과 TV·라디오 방송들은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호주 정부가 추모의 날로 지정한 이날 호주 전국의 정부 청사와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 청사는 조기를 게양하고 '빛은 어둠을 이긴다'는 메시지와 함께 촛불을 나타내는 노란색 조명을 켰다.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 하우스 등 여러 건물도 촛불 모양의 조명을 밝혔다. 이날 저녁 사건 현장인 시드니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해변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이 촛불을 밝히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테러 당시 총격범에게서 총기를 빼앗은 '시민 영웅'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의 아버지도 부상으로 입원한 아들을 대신해 참석했다. NSW 유대인 단체 대표인 데이비드 오십은 행사 시작 연설에서 "본다이 비치의 잔디가 피로 물들었듯이, 우리나라도 피로 물들었다. 우리는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친구 여러분, 하누카는 빛이 가장 어두운 곳조차 비출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면서 "하나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의 희망의 불꽃이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흐메드가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주님은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임한다. 오늘 나는 형제자매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쓴 채 행사에 참석했지만, 연설은 하지 않았다. 행사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야유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호주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방화 등 공격이 늘어나다가 이번 사건까지 터지자 앨버니지 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치안당국이 이번 사건을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 앨버니지 총리는 경찰·정보기관을 조사하기로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들 기관이 "호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권한, 구조, 절차·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내년 4월 말까지 보고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저녁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 부자가 총기를 난사해 유대인 15명이 희생됐다. 경찰은 이들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사살된 사지드를 제외하고 살아남은 나비드를 살인·테러 등 총 5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나비드는 2019년 시드니에서 체포된 IS 관련 테러 계획범과 연관성 때문에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는 주요 용의자로 여겨지지 않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또 특별법을 만들어 반유대주의 등 인종을 근거로 한 심각한 비방 행위를 처벌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인사들의 호주 입국을 막는 등 증오 발언·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총기 수 제한, 무기한 총기 면허 발급 제한, 합법인 총기 종류 제한, 호주 시민권자만 총기 소유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총기 규제법 제정을 추진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진형
2025.12.21. 3:25
'디지털 사회' 덴마크, 400년 만에 우체국 편지 배달 중단 25년간 편지 발송 90% 급감… "온라인쇼핑 급증에 소포 처리 집중"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거센 디지털화 물결에 떠밀려 덴마크 우체국이 오는 30일을 마지막으로 400년 동안 이어 온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스트노르드는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나라 중 하나"라며 편지 배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반면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소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는 1624년부터 우체국을 통해 편지를 보내거나 받는 서비스가 이어져 왔지만, 지난 25년간 편지 발송이 9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트노르드는 편지 배달 서비스 종료와 함께 덴마크 일자리 1천500개를 삭감하고, 우체통 1천500개도 없앤다고 밝혔다. 2009년 덴마크와 스웨덴의 우체국 합병으로 탄생한 포스트노르드는 스웨덴에서의 편지 배달 서비스는 계속 이어지며, 미사용 덴마크 우표는 제한된 기간 환불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체된 덴마크 우체통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1천개는 이달 초 경매에서 개당 2천 덴마크크로네(약 46만원)에 팔렸다. 공적인 편지 배달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덴마크인들은 민간 기업인 다오(Dao)를 통해 앞으로도 서한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국가 디지털 신원확인 시스템인 '미트아이디'(MitID)에 따라 온라인뱅킹에서부터 전자 문서 서명, 병원 예약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행정 소통이 우편이 아닌 '디지털 포스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탈퇴 옵션을 선택해 실물 우편으로 대신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15세 이상 덴마크 인구의 97%가 미트아이디에 등록돼 있으며, 디지털 포스트를 사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덴마크인은 5%뿐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21. 3:25
중일 갈등 초래 발언에도 日다카이치 지지율 고공행진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중일 갈등이 불거졌지만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은 20∼21일 1천907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벌인 결과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67%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달 전의 65%보다 2%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이로써 지난 10월 내각 출범이후 지지율은 꾸준히 60% 중후반대에서 고공행진했다. 중일 갈등을 촉발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철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65%의 응답자는 "철회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교도통신도 20∼21일 1천4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67.5%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교도통신의 한달 전 조사보다는 2.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이 '부주의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36.7%에 그쳤고 57.0%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경수현
2025.12.21. 3:25
"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슌스케의 피야. 네 피를 컵에 따라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 나한테는 나를 지켜줄 피가 없어.” " 지난 19일 한국에서 개봉해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일본 영화 ‘국보’는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 닦으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전통예능인 가부키 배우로서의 재능이 충만한 기쿠오(요시자와 료)는 가부키 명문가 출신의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에게 “너의 피가 부럽다”고 고백한다.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자 배우)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려는 두 사람의 우정과 라이벌 의식, 예술의 전승 과정을 수려한 화면에 담아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일본스러운’ 이 작품을 만든 것은 ‘훌라걸스’ ‘분노’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51)이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예술가로서 극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보’의 주인공들은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국보’는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사 영화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내년 초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문 예비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국보’를 보고 감동받아 지난 11일 이 감독을 미국으로 초청해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Q : 혈통이냐 재능이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 밖에서도 반향이 크다. A :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혈통이 중시되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대를 이어 기술이나 사고방식, 철학을 전승해가는 전통예술에서 혈통은 ‘증명서’ 같은 것이다. 재능이 있든 없든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이에게도, 반대로 혈통 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이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기쿠오와 슌스케 둘 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원하고, 동시에 서로가 얻어낸 것을 존중하는 관계다. 그런 관계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 재일한국인인 감독에게 피, 혈통은 어떤 의미인가. A :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 문화와 음식, 풍경, 친구들 속에서 감각과 사고방식이 형성됐다. 언어와 사고의 상당 부분이 일본 사회에서 나왔으니 내가 만드는 것은 ‘일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한국이라는 ‘루트(root)’가 있고, 이런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국 이름으로 감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두 정체성 안에 어떤 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Q : 영화 속 인물들을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A : “‘아웃사이더이자 재일교포’라는 관점에서 분신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쿠오의 삶의 방식,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닦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도 있다. 어떤 측면에선 슌스케도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Q :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걸 넘어서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정말 잘 안다.” Q : 그런 대상이 있나? A : “정말 많다. 예를 들면 이창동, 봉준호 감독 같은 분들이다. 20년 이상 계속 그들의 등을 쫓아온 느낌이다. ‘저렇게는 되지 못하려나’ 생각하면서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가 동경해왔다고 고백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11월 방한한 이 감독과의 대담 자리에서 ‘국보’에 찬사를 보내며 특히 가부키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가부키 ‘소네자키 신주’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소네자키 신주’의 대표적인 대사는 ‘죽을 각오는 있느냐’다”라며 “인간은 그냥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 생존 이상의 무언가에 집착하는 존재이고 기쿠오와 슌스케에게 그것은 예술이었다. 관객들에게 ‘무엇에 집착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Q : 무엇이 주인공들의 노력을 가능하게 했을까. A :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충동 아니었을까.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같은 흔한 충동이 아니라 더 앞, 더 앞을 바라보며 끝없이 그 충동을 유지하는 건 보통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 충동에 인생 전체를 쏟아부은 사람이 표현해낸 것, 혹은 그 사람의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Q : 자신에게 가장 큰 충동은 무엇인가? A : “초등학생 같은 답이지만, 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라는 골(goal)은 없지만 ‘더 앞에 무언가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이번에도 ‘국보’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저 앞에 가야 할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 이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젠가 ‘전쟁’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전쟁은 이유도 없이 부당하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니,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도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email protected])
2025.12.21. 3:12
日 다카이치, 이르면 연내 총리공관으로 이사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중의원(하원) 의원 숙소에서 나가타초 총리 공관으로 이르면 연내에 이사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원래 조기에 공관으로 이사할 생각이었지만 취임 직후부터 외교 일정과 국회 심의가 이어지면서 이사 준비가 늦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위기 관리는 국가경영의 요체"라며 "조만간 정든 숙소를 떠나 총리 공저로 거처를 옮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정부가 마련해 주는 고위 공무원 숙소를 '공저'(公邸·공관), 집무 공간을 '관저'(官邸)라고 부른다. 공관은 총리 관저와 걸어서 1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에 따라 공관으로 거처를 옮기면 지진 등 긴급 상황 시 좀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일 밤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35분 뒤에 관저에 모습을 나타내 일부 야당으로부터 거처를 공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총리 공관은 1929년에 지어진 옛 관저를 개보수해 2005년 4월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자택에서,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중의원 의원 숙소에서 각각 지내며 관저로 출퇴근했다. 당시 아베와 스가 전 총리가 총리 공관을 비운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1932년 해군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당시 총리가 암살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터가 좋지 않다'라거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뒤 2021년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다시 공관을 거처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취임후 약 3개월부터 공관에서 살았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경수현
2025.12.21. 2:25
러 "푸틴, 마크롱과 대화할 준비 됐지만 설교는 안 돼" 마크롱, EU 정상회의 직후 푸틴과 협상 필요성 언급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면서도 대화가 서로 설교하는 시간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할 의향을 밝혀왔다면서 "상호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이는(대화)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화에 대해 말하자면 서로에게 설교하는 대화는 안 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대화여야 한다"며 "푸틴은 항상 대화 상대에게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진정으로 일관되게 설명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 "푸틴과 대화하는 것이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발언,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만 러시아와 협상하고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배제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유럽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악당으로 지목해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언제나 접촉에 열려 있다고 말해왔지만, 기본적으로 (대화 상대가) 예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그해 9월 11일 통화를 끝으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을 중단했다. 이후 2년 9개월 만인 지난 7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화했으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12.21. 2:25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대중교통도 멈춰서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변전소 화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언제 전력이 완전히 복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력 서비스 가입자 수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주민 30%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전력 공급사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엑스(X)를 통해 “약 13만 가구에 달하는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전사태와 관련해 비상 대응팀, 시 관계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PG&E에 따르면 리치먼드와 선셋 지역을 포함한 도시 북부의 절반 가까이가 정전됐다. 정전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았고, 촛불을 켜고 손님을 받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휴대전화 기지국이 영향을 받아 데이터 속도가 느려졌다. 샌프란시스코 통근열차인 바트(BART)는 정전으로 시내 일부 역을 폐쇄했고, 경전철 뮤니(Muni)도 열차를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운행을 축소했다. 신호등이 멈추면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도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취소했다. AFP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어서 혼란이 더 컸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이 복구되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몇시간 더 걸릴 수도 있다는 통지를 받은 곳도 있었다.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시민들에게 가능한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변전소 화재로 정전이 발생했으며 전력 공급이 언제쯤 완전히 복구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PG&E 대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 저녁 늦게는 전력이 복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시내([email protected])
2025.12.21.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