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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선별 재고용'까지 띄운 민주당…노사는 모두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 연내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은 선별적 재고용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을 담은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노사 모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 참여한 청년 대표 역시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연내 입법이라는 목표에 맞춘 일방적 추진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9일 정년연장과 관련한 실무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2일 세 가지 정년연장 중재안을 제시한 데 이어 실무회의를 열어 최종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본회의를 개최해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대 노총이 ‘연내 입법화’를 강하게 요구 하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2일 회의에선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 대해 노사 모두가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은 법정 정년연장과 재고용 제도를 혼합한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2028년부터 2036년까지 2년 간격으로 정년을 한 살씩 늘리고, 재고용 연령은 2027년부터 정년보다 1년 더 보장하는 방식이다. 2안은 2029년부터 2039년까지 정년 61·62세는 3년에 한 살씩, 63·64세는 2년에 한 살씩 순차적으로 연장하는 안이다. 재고용은 2027년부터 2년 추가로 보장한다. 3안은 2029년부터 2041년까지 3년마다 정년을 한 살씩 올리는 방식으로, 재고용은 2027년부터 정년보다 1년을 더 보장하는 구조다. 이들 방안과 함께 민주당은 임금체계와 재고용 방법에 대해서도 중재안을 내놨다. 연공제 하에서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지나친 부담이라는 경영계 의견을 일부 들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정년이 연장됐을 때 임금을 깎을(임금 조정)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노동법에는 노동시간·임금·휴가 등 노동조건이 담긴 취업규칙 내용을 불리하게 바꿀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이를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게 바꾸겠다는 의미다. 재고용 방식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두 안 모두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해 선별적 고용을 사실상 허용했다. 1안은 노사 합의에 따라 재고용 대상을 정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년간은 사측이 선별적으로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2안은 법에 몇 가지 기준을 명시해, 그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선별적 재고용을 허용한다. 이처럼 세 가지 쟁점에 대해 민주당이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노사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노동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행 시기 역시 제시된 세 가지 안 모두, 기존 목표였던 2033년 법정 정년 65세보다 지나치게 후퇴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재고용이 아닌 법적 정년연장 자체가 이미 사용자에게 큰 부담”이라며 “민주당이 당근처럼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안도 사실상 정년연장자에게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거라 기업 측 부담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년연장특위 사측 전문가인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지난 9월 이후 참여하지 않고 있다. 8월 전문가 발표에서 일률적 정년연장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반발해 사퇴한 상황이다. 노동계 측 전문가인 김성희 L-ESG 연구소장 역시 “민주당이 제시한 안은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실상 ‘개악’에 가까운 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년연장의 주요 당사자인 청년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세 가지 안에 대해 제시받지 못했다”며 “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청년 고용대책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3일부터 청년 TF를 구성해 청년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첫 회의에서는 노동부가 청년대책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TF 운영 기간 역시 약 2주로 예상되면서, 실질적인 논의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청년 TF 관계자는 “청년 대표라고 해봐야 청년유니온 외에는 전부 민주당 소속 청년위원들”이라며 “당의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성원들인데 청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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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피켓팅' 불만에도 공급 못 늘리는 이유, '선로'에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말 광주행 기차표를 예매하려다 곤욕을 치렀다. 이씨는 “결혼식 2주 전에 KTX 표를 예매하려고 보니 서울 출발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며 “하루종일 ‘무한클릭’을 한 끝에 겨우 취소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고속열차 ‘티켓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연말연시 기차표 예매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피켓팅(치열한 예매 ) 성공하는 법’ ‘매크로(특정 작업 자동으로 반복하는 프로그램) 써서 티켓 예매하는 법’ 등이 공유될 정도다. 7일 코레일과 에스알(SR)에 따르면 올해 연말연시 열차표(이달 30일~1월 4일)는 오는 15일과 16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된다. 15일에는 경부·경전·중앙·동해선, 16일엔 그 외 호남·전라선 등 표 예매가 가능하다. 연말과 명절 예매 사이트 ‘먹통’ 사태가 반복되자 올해 말 기차표도 명절처럼 지역을 분산해 티켓을 팔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여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KTX·SRT 여객 수는 1억787만4000명으로 2022년(8792만4000명)보다 22.7%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도 5825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6% 많았다. 직장·학교·병원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이동 수요가 늘어난 데다, 외국인 이용객까지 급증하면서 열차표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철도 이용객은 28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늘었다. 현재 고속철도 좌석 공급량은 KTX 하루 평균 20만2000석가량, SRT는 5만2000석 수준이다. 입석 이용 고객으로 인한 혼잡도(공급 대비 수요)는 KTX 106%, SRT 132%에 이른다. 그럼에도 좌석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건 ‘평택~오송’ 구간 선로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부선과 호남선 열차가 만나는 구간이라 이곳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 앞뒤로 수많은 열차가 연달아 지연될 수 있다. 새 객차를 들여와도 추가로 투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추가 선로는 2028년이 돼야 완성될 전망이다. 14년째 동결 중인 열차표 가격이 구조적인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 시간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고속철도로 고속·시외버스 이용객까지 쏠리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시외버스 요금(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은 10년 전인 2015년 11월 대비 22.6%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열차 이용료의 상승률은 -2.9%에 그쳤다.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으로 인해 2011년 12월 이후 매번 운임비를 인상하지 못한 결과다. ━ 티켓 당일 취소, 매크로로 티켓 구입 시도 급증 좌석 수가 부족한 탓에 미리 예매하고 취소하는 건도 급증하고 있다. 평일엔 출발 3시간 전까지 취소 수수료를 내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KTX 승차권 반환(취소) 건수는 2021년 1867만3000건에서 지난해 4494만9000건으로 140.7% 늘었다. SRT도 2021년 871만8000건에서 지난해 2134만6000건으로 144.8% 많아졌다. 코레일과 에스알에 따르면 당일 취소율은 11~12%가량이다. 코레일과 에스알은 ‘매크로와의 전쟁’도 벌이는 중이다. 에스알에 따르면 매크로를 써서 승차권을 구매하다가 IP(사용자의 인터넷 식별번호) 주소가 차단된 건수가 올해만 2만4202건(10월 17일 기준)에 이른다. 2022년 차단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2023년 7797건에서 지난해 2만5962건으로 치솟았다. 코레일도 하루 평균 1만6000건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대리해서 구매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다 에스알은 내년에 차세대 SRT를 도입하면 현재보다 하루 2만 석가량 운영 좌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부가 코레일과 에스알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통해 노선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하루 최대 1만6000석을 증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조정과 증편에 시간이 걸리고, 좌석 수를 늘린다 해도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간대별 요금 차등안은 물론 근본적으로는 요금 인상까지 여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혜([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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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FC 매각 분쟁' 미래에셋, 브룩필드에 완승…2830억원 받았다

4조 원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 IFC 건물 매각을 둘러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운용)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 간의 법적 다툼이 3년 만에 미래운용의 완승으로 끝났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지난 5일, 미래운용에 서울 IFC 매입 계약이 무산에 따른 이행 보증금 2000억원과 지연이자·중재 비용 등 총 2830억원을 현급으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 10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가 브룩필드 측에 ‘이행 보증금을 미래운용에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브룩필드는 SIAC 결정 이후 이에 대해 일종의 항소 절차인 ‘판정 취소(Set-aside)’ 신청을 준비하며 약 두 달간 이행 보증금 반환을 미뤄왔다. 하지만 국내외 법원이 잇따라 가압류를 인용하자 끝내 미래운용 측에 보증금 납부 의사를 밝혔다. ━ 인수 무산에서 소송까지…3년에 걸친 공방 양측 간의 다툼은 2021년 브룩필드가 IFC 건물을 매각하기 위해 미래운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래운용은 4조 1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인수 목적으로 만든 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정부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브룩필드는 미래운용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미래운용은 이미 낸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브룩필드는 “미래운용이 계약 성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미래운용은 2022년 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고, 약 3년간의 심리 끝에 지난 10월 SIAC는 미래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 브룩필드의 ‘마지막 버티기’ 막은 가압류 하지만 SIAC 중재 판정 이후에도 브룩필드가 이행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자, 미래운용은 싱가포르 현지 법원과 서울남부지법에 IFC 건물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들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두 법원 모두 이를 인용했다. 가압류는 법원이 자산을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조치로,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자산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물론,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회수하는 것도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가압류 조치가 브룩필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IFC 지분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데다, IFC를 담보로 조달한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에도 EOD(기한이익상실)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업계에선 지분 압류가 강제집행 절차로 이어질 경우 대주단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로선 손이 묶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운용과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브룩필드의 IFC 매각 논의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일본계 운용사인 ARA운용 등과 IFC 매각을 논의해 왔지만, 인수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각이 지연돼 왔다. 이병준([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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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돈 풀 땐 꼭 '재정 건전화 복귀 계획' 있어야" 獨연방은행 총재

“대규모 재정 지출 뒤에는 반드시 재정 건전화로의 명확한 ‘복귀 계획’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하임 나겔(59) 총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겔 총재는 한은 초청으로 방한해 이창용 한은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을 만났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을 겸하고 있는데, 2027년 임기가 끝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후임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그런 나겔 총재가 재정 건전성을 화두로 꺼냈다. 독일 정부가 올해 3월 향후 인프라 투자에 5000억 유로(약 859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국방비는 사실상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내용의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내놨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 비율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하는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하는 조치다.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Q : 재정 확대와 재정 건전성의 균형을 찾기가 어려운데. A : “독일 정부의 재정 패키지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이에 최근 분데스방크는 ‘부채 브레이크 2.0’을 제안했다. 이대로면 (2040년에)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2029년 이후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GDP 대비 60%)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았다. 독일은 유럽에서 ‘안정의 닻(Stability anchor)’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독일이 재정 정책을 건전화하면 다른 국가들도 금리 곡선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Q : 한국의 새 정부도 확장 재정을 하고 있는데, 조언을 한다면. A : “모든 것은 향후 몇 년 동안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달려 있다. 경제가 현재 예측보다 조금 더 잘 돌아간다면 건전화 과정은 더 쉬워질 것이다. 중기적 관점에서 성장률을 더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투자가 뒷받침돼야 세수가 증가하고 실업자 등에 대한 지출이 줄어든다.” Q : ECB 위원으로서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A : “물가 안정은 경제 성장의 조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 전쟁 이후, 2022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10%를 넘었다. 이를 잡기 위해 10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이런 명확한 신호를 준 후 금리를 8차례 낮출 수 있었고, 이제는 목표치(2%)에 근접해있다.” Q : 독일의 경제 상황은 어떤가. A : “독일은 전체 유럽을 대변하는 표본과 같다. 팬데믹 이후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이 혼재돼 있다. 러시아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너무 올랐고, 올해 초 미국 행정부와 관세 분쟁이 있었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와 경기 회복을 위한 대규모의 재정 패키지를 내놨고, 일부는 내년에 가시화된다. 올해는 약간의 침체, 혹은 0% 경제성장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에 가까워질 것이다.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낫다.” Q :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패권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국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A :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가 아니라 ‘자산(asset)’이다.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투기성 자산군으로 본다. 대부분 미국 달러로 표시되고 미 국채에 연동돼있어 추가적인 달러 의존도를 더 키우는 위험이 있다. 미 국채 가격이 급락(국채 금리는 상승)하면, 심각한 문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덜 규제된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더 규제된 은행 시장으로 위험이 파급될 수 있다. 발행자들이 규제시스템 밖인 ‘외딴 섬’(조세회피처) 등에 있는 경우도 많다. 강력한 규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Q :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유로(CBDC)의 차별점은. A : “CBDC는 현금의 디지털 쌍둥이이자, 공공재다. 유럽은 결제 환경이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뿐 아니라, 비자ㆍ마스터카드, 애플ㆍ구글페이 등 미국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2~3년 안에 도매ㆍ소매용 솔루션, 디지털 유로를 갖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미국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유럽을 더 독립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일부로, 매우 중요하다.” Q : 독일과 한국이 겪고 있는 고령화, 노동력 부족의 해법은. A : “여성의 근로 확대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활용, 이민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육 정책이나 세제 혜택 등이 중요한데 한계가 있다. AI 기술도 어느 정도 격차를 메울 수 있지만, 이 또한 제한적이다. 나는 이민정책을 매우 지지한다.” Q :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저항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A : “장애물 중 하나는 언어인데, 분데스방크의 한 부서에서는 공식 언어인 독일어를 포기하고 영어로 말한다. AI 기술도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민자가 국가의 부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사고방식의 전환은 어렵지만, 이것은 마라톤과 같은 일이다.” Q : 한국에서는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A : “독일의 정년은 67세로 한국보다는 약간 더 높다. 정년연장은 기대 수명과 연결돼야 한다. 독일 남성의 기대 수명은 79세, 여성은 83세다. 독일 시나리오에선 69세를 적절한 정년 연령으로 본다. 더 오래 일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세대 간 문제이기도 한데,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오래 일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박유미([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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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기차주, 탄소 줄인만큼 돈 받는다…"年15만원 받게 될 것"

앞으로 전기 승용차(이하 전기차)를 운행하면 탄소 배출을 줄인 만큼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는 전기버스·전기택시 운송사업자에게만 할당되던 탄소배출권이 개인 전기차주에게도 지급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2일 배출권 인증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에 개인이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방법론’을 개정했다. 현행 제도는 전기버스 운송업자, 전기차 공유업체 등 사업자에게만 탄소배출권이 할당됐다. 각 업체는 할당받은 배출권을 거래 시장에서 사고 팔아 현금화했다. 하지만 개인 전기차 소유주의 경우, 전기차를 몰면서도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지 못했다. 전기차의 연간 탄소배출 절감량은 평균 2~3t이다. 올해 11월 기준 탄소배출권 1t당 평균거래 가격이 1만486원임을 감안할 때 제도가 정착되면 개인 전기차주는 연간 약 2만~3만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아직 피부에 와 닿을 만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부가 지난달 10일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탄소절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탄소배출권 가격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배출 허용량이 줄어들면 기업의 배출권 구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수년 내 1t당 4만~5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개인 전기차주는 연간 15만원 내외의 현금을 받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한 유럽연합(EU)의 지난달 기준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1t당 약 80유로(약 13만8000원)에 달한다. 개인이 탄소배출권을 현금화하는 방법은 주행거리로 보험료를 할인받는 것과 비슷하다. 전기차 소유주는 주행거리, 충전량 등을 배출권 거래 전문업체에 전달한다.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권할당·거래법상 개인이 직접 탄소배출권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업체는 수천명의 주행거리 정보를 모아 환경부에 제출해 탄소배출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다. 이후 업체는 대행료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전기차 소유자에게 현금 혹은 포인트로 지급한다. 일부 컨설팅사와 자동차보험사는 개인 전기차주를 대상으로 한 배출권 거래대행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업자 검증 기간이 1년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사업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로부터 1년 정도 탄소배출 감축량이 쌓이는 2027년 하반기부터는 실제 현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선 미국 캘리포니아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력업체가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 전력량에 따라 탄소크레딧을 할당받은 뒤 그 수익을 운전자에게 돌려주는 저탄소 연료표준(LCFS) 제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대수는 86만9739대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사업용인 화물차·특수차·승합차를 제외한 전기 승용차는 68만8095대로 업계에선 이들 대부분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올해 전기차 신규 보급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서는 등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완화하고 있어 이번 제도 변경은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개인의 재산권인 탄소배출권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제도가 정착되면 전기차 보급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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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잭팟, 이젠 꿈? “이 가격 오면 사라”

‘5만6000달러’ vs ‘20만달러’ 엇갈린 관측 경제+ 비트코인 시장이 혹한기를 맞은 걸까.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월 7일 비트코인은 개당 9만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 10월 7일 최고점(12만6198달러)에서 29% 하락한 수치다. 불과 두 달 전 쏟아지던 “연내 20만 달러까지 간다”는 장밋빛 전망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른바 ‘4년 주기론’을 근거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암호화폐 침체기)가 시작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달 21일 8만 달러대 초반까지 밀리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투자자를 괴롭히는 질문은 ‘비트코인을 사도 되냐, 아니냐’다. 머니랩이 비트코인의 가격 전망, 투자 전략을 분석했다. ◆비관론① 4년 주기론의 학습효과=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는 4년 주기론에 근거한다. 4년 주기론은 비트코인 가격이 4년 간격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주장인데, 원인은 반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컴퓨터에서 복잡한 암호를 풀어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연산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를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채굴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무한대로 지급되면 비트코인 가치를 유지하거나 올리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산 난도를 계속 높이고, 비트코인 총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한다. 즉, 발행량 제한으로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시점을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라고 부른다. 공급 감소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과거 세 차례 반감기를 거치며 비트코인 가격은 12~18개월간 오르다 최고점을 찍은 뒤 13~18개월간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2012년 11월 첫 번째 반감기 후 이듬해 11월까지 9000%가량 폭등한 뒤 1년여간 81% 급락한 바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반감기 이후에도 전고점 대비 하락률이 각각 82%, 75%에 달했다. 가장 최근인 네 번째 반감기는 지난해 4월이었고, 18개월 후인 올해 10월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다. 비록 10월 초반에 급락세가 시작됐지만 이번에도 과거 사이클이 맞아떨어진 만큼 비트코인 시장이 혹한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10x리서치는 “4년 주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비관론② 비트코인 누르는 강달러=달러 몸값도 오름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 96~97에서 이달 초 99~100으로 3%가량 올랐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가 오르면 비트코인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셧다운(업무 중단) 여파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달러가 오른다”며 “달러 강세는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한 코인 시장에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내년 달러 가치는 어떨까.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 달러 지수는 내년 말로 갈수록 상승할 전망”이라며 “약달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의 바닥은 어디일까. 신중론자들은 대체로 7만 달러 선을 바닥권으로 본다.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헥스트러스트의 알레시오 콰글리니 최고경영자(CEO)는 “조정 국면이 지속돼 7만 달러대 초반 또는 일시적으로 그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수석전략가는 “5만6000달러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디지털자산 분석업체 디라이브(Derive)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올해 9만 달러 아래에서 마감할 확률이 50%까지 상승했다. ◆낙관론① “4년 주기론은 깨졌다” 반론=반면에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낙관론자들은 우선 4년 주기론이 유효할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전처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인 트레이더로 유명한 밥 루커스는 최근 X(옛 트위터)에 “2024년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은 두 배도 오르지 못했다. 이번 4년 주기는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썼다.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가 크게 변한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관세전쟁 여파 등으로 덜 올라 4년 주기 사이클과 조금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나스닥이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가 흐름에 동조하지 않았는데, 이젠 ETF에서 비트코인이 워낙 많이 거래되다 보니 빅테크 주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급 측면보다 수요 영향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비트코인이 95%가량 채굴된 상황이기 때문에 반감기 영향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그보다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상품인 ETF의 투자 대상이 되는 등 수요 측면의 자극이 비트코인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낙관론②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미국=정책 측면이 수요를 키울 거란 주장도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암호화폐 정책이 구체화할 전망이어서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이다. 클래러티 법안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 관할권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골자다.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를 구분한 뒤 증권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각 관할하도록 규정하는 식이다. 익명을 원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클래러티 법은 비트코인 가격을 띄울 촉매제”라며 “규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거란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속에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수개월 안에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했고, JP모건은 “1년 안에 17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지금 사도 될까=가격 전망은 갈리지만 투자 전략 측면에선 큰 이견이 없다. 바닥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무릎 수준인 8만 달러 선 초중반에서 사는 전략이 괜찮다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의 매슈 호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8만 달러 초중반은 장기 투자자에게 선물 같은 구간”이라고 했다. 김민승 센터장도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시점으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MVRV Z 스코어 지표도 이를 보여준다.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슷한 MVRV(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는 코인의 시가총액을 실현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실현시가총액이란 각 코인의 전체 발행량 중 거래가 활성화된 코인의 최신 거래 시세를 모두 합친 수치다. 여기에 표준편차를 적용해 극단적 수치를 제거한 게 MVRV Z 스코어다. 수치가 0 이하면 적극 매수, 7 이상이면 매도 구간으로 본다. 이 스코어는 지난달 말 기준 1.1로, 2년 만의 최저치다. 암호화폐 분석가인 크립토 로버는 “비트코인의 MVRV 비율이 바닥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4년 주기상 비트코인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현경 연구원은 “사이클상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어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사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돈에 관한 모든 이야기, 투자 인사이트를 드립니다. 돈 되는 '머니 정보' 더중플에서 더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에 이 가격은 선물” 추락한 비트코인, 이때 사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5284 “아들, 22억 아파트 싸게 넘길게” 2주택자 아빠의 3억 절세 비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7457 엔비디아 매출, 외상빨이다? “AI 거품론 틀렸다” 근거 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5630 원화는 곧 ‘휴지조각’ 된다? 공포장때 쓸 역발상 투자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268 황의영([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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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너진 보안방패

LG유플러스가 AI 서비스 ‘익시오’ 이용 고객 36명의 통화정보가 노출됐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진은 7일 서울시내의 한 LG유플러스 매장. [뉴스1]

2025.12.07.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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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수출 ‘착시’… 반도체 빼면 마이너스

━ 올 7000억 달러 앞뒀지만…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103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수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가 미국 고율 관세와 세계 경기 둔화로 부진한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 전통 주력 산업의 역성장을 가리며 ‘착시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하반기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 흐름이 살아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달 598억 달러만 추가되면 처음으로 연간 7000억 달러를 넘긴다. 다만 전체 증가분 대부분을 반도체가 채웠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초호황을 맞아 올 11월까지 누적 수출이 1526억 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도 28.3%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 10%대에서 20여 년 만에 세 배 가까이로 뛴 셈이다. 반면 비(非)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4876억 달러로 1.5% 줄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컴퓨터를 제외한 10개 품목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이차전지 등이 일제히 감소하며 산업 전반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호조가 산업 전반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특정 품목에 집중된 구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 역시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 상위 100대 기업이 67.6%를 차지했다. 관세·지정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대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도 국내 부품·중간재 공급망을 약화시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생산 확대가 국내 생산 유발 효과를 떨어뜨리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높은 변동성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세계정보기술(IT) 산업 ‘사이클’과 AI 투자 흐름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산업이어서, 업황이 한 번 꺾이면 수출은 물론 성장률·고용·재정 등 주요 지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경제상황평가(올 10월)’에서 “AI 혁명은 메가트렌드이지만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은 ‘양날의 칼’로,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하강 시 충격도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수출 전망 기상도도 맑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700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도, 내년은 세계 교역 둔화와 기저효과로 0.5% 감소한 6971억 달러로 예상했다. 반도체·IT·바이오헬스는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정유·철강·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군은 미국 관세와 공급 과잉으로 7%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조선·기계 산업도 해외 생산 확대 영향으로 후퇴가 예상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반도체 중심 의존성이 지나치게 강화됐지만,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우려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체질 개선 없이는 ‘반도체 착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전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메모리 중심에 치우친 IT 경쟁력을 대만처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12.07. 8:01

[Today’s PICK] 환율발 물가 부담은 더 큰데…저소득층 번 돈 5년 만에 감소

지난해 저소득층이 일해서 번 돈이 5년 만에 감소했다. 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40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다. 2019년 이후 첫 감소다. 경기 악화에 저소득층 비중이 큰 임시·일용직의 일자리 여건이 나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2006만원으로 3.7% 늘었다. 1년 전(5.1%)보다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위 20%의 근로소득 격차는 약 30배로 2023년부터 2년 연속 확대됐다. 근로·재산·사업·이전소득 등을 모두 합친 전체 소득으로 봐도 양극화가 심화했다. 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1억7338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올랐다. 이 기간 하위 20%의 소득은 1552만원으로 3.1% 증가에 그쳤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그나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보조금 등 공적이전소득(5.1%)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저소득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 영향에 수입 물가까지 들썩이면서다.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류 물가는 지난달 5.9% 올랐고, 농·축·수산물 물가도 외국산을 중심으로 5.6% 상승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가 먹거리와 주거비, 전기·수도·가스료 같은 생계 필수 항목에 쓴 돈이 전체 소비 지출의 40.5%에 이른다. 소득 상위 20%(22.1%)의 2배에 육박한다. 김경희([email protected])

2025.12.07.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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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휘발유·경유 6주 연속 동반 상승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6주 연속 상승했다. [연합뉴스]

2025.12.07.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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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해킹’ 54분 만에 코인 1000억개 유출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해킹 과정에서 54분 동안 1000억 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외부 지갑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커들은 업비트 보안망을 뚫고 지난달 27일 오전 4시42분부터 5시36분까지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24종 암호화폐 1040억6470만여 개(약 445억원)를 알 수 없는 지갑으로 빼돌렸다. 1초당 약 3200만 개로 1370만원어치가 전송됐다. 업비트는 당시 해킹 시도를 인지하고 오전 5시 긴급회의를 열고, 5시27분 솔라나 계열 자산의 입출금을 중단했다. 하지만 해킹 신고와 공지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발표가 끝난 오전 10시50분 이후에 이뤄졌다. 정부에 해킹 사실을 보고한 시점은 금감원 오전 10시58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오전 11시57분, 경찰 오후 1시16분, 금융위원회 오후 3시였다. 해킹 사실을 외부에 공지한 것은 오후 12시33분이었다. 강민국 의원은 “늑장 신고에 대한 관련법 위반 의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사고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중징계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1단계)’에도 해킹 관련 규정은 빠져있다. 정부는 대신 2단계 입법안에 대규모 해킹·전산 사고를 막지 못했을 경우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2025.12.07. 8:01

[Biz & Now] 롯대백화점 잠실·명동점, 2년째 매출 5조

롯데백화점이 잠실점과 명동 본점을 중심으로 ‘롯데타운’ 전략을 펼치며 두 점포 합산 매출이 2년 연속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고 7일 밝혔다. 잠실점의 누적 매출은 지난 4일 기준 3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1일 앞당긴 기록이다. 이런 성과는 롯데백화점 쇼핑 단지별 강점을 살린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5.12.07. 8:01

“중국은 실용 AI, 미국과 전략 노선 다르다”

중국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중국과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르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를 제재 국면에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온 화웨이가 ‘중국식 AI 전략’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발언은 5일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측이 지난달 14일 런 회장과 대회 수상자들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런 회장의 발언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가 실현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런 회장은 “미국은 AGI나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을 연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 인간 사회의 미래 같은 (거시적) 질문을 다룬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AI를 통해) 일을 처리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현장을 개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 중국은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AI’를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중국의 AI는 “(거대 담론보다) 안전한 도시, 공교육과 의료 개선, 자동화 광산·시멘트 공장 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인도네시아 학생과의 문답에서도 AI 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시급한 과제는 컴퓨팅 파워나 대규모언어모델(LLM) 같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응용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에는 항만이 매우 많아 AI를 통한 선박·항만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식 AI 로드맵의 진행 속도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런 회장은 “메타가 젊은이들에게 1억 달러(약 1500억원)가 넘는 계약금과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준다해도 중국에선 별 반응이 없다”며 “이미 중국에는 강력한 역량을 갖춘 기업과 청년들이 이끄는 혁신기업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중국 청년들이 더 이상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3~5년 내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강한 중국은 세계 번영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기술을 배척하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런 회장은 “전적으로 (중국) 자신에게만 의존해서는 세계화에 맞설 수 없다”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인재를 흡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인재가 미국에서 성장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만 콕 집어 제재하고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미국의 기술·생태계·장비·칩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 AI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기술과 인재를 흡수해야 한다는 현실적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기초연구는 단연 미국이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은 당장 돈이되는 현장 응용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한국도 AI를 통한 공장 자동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중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2025.12.07.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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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격전지’ 준대형 세단…볼보 S90은 안 싸워도 된다

볼보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S90’이 페이스리프트(디자인·성능개선) 모델 출시 후 국내 시장에서 순조로운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7일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신형 S90은 10월까지 총 383대가 신규 등록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6% 늘어난 수치다. S90이 속한 준대형 세단 시장은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제네시스 G80 등 국내외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운전 환경을 고려한 커넥티비티(무선 네크워크 서비스)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 2021년부터 약 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전용 내비게이션 ‘티맵’과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티맵누구’를 개발해 전 차종에 적용해왔다. 이와 관련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볼보는 제품 만족도 부문 국산·수입차 통합 1위(855점), 서비스 만족도 부문 유럽 브랜드 1위(853점)를 기록했다. 이번 신형 S90에는 차량용 웹브라우저 ‘네이버 웨일’도 새롭게 탑재됐다. 유튜브·멜론·쿠팡플레이 등 콘텐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악성 광고나 유해 사이트도 차단한다. 모든 등급에 5년 무상 LTE 데이터와 15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5년 또는 10만㎞ 보증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신형 S90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5)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T8은 최고 455마력, 전기 주행거리 최대 65㎞를 지원하며 B5는 최고 250마력의 출력을 낸다. 등급은 ‘플러스’와 ‘울트라’로 구성되고, 가격은 6530만~9140만원 수준이다. 박영우([email protected])

2025.12.07.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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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는 홈플’ 팔 제품도 줄었다…삼양·아모레 납품 중단

━ 매각 불발에 자금난 심화 현금흐름이 막힌 홈플러스에 유통사들이 잇달아 상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홈플러스에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물건을 납품하고 못 받은 대금이 쌓이고 있어 현재는 신규 납품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8월부터 홈플러스에 물량 공급을 끊었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 있는 아모레 상품은 대부분 기존에 납품한 재고들이다. 물량을 줄인 곳도 있다. LG생활건강과 동서식품은 연말부터 거래하는 점포와 납품량을 축소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초 일부 납품사에 정산 대금 지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 공급 물량을 줄이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금 정산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상품을 공급할 수는 없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유동성 악화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산 대금 미지급은 물론이고 세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세를 포함해 홈플러스가 납부하지 못한 세금은 이달 말 기준으로 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홈플러스 매장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계속 납부하지 못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당장 현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소유주인 MBK파트너스는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선 매장 폐점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홈플러스는 연내 서울 강서구 가양점 등 5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인데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미노 폐점’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된 전국 15개 점포를 닫기로 했지만 이후 폐점을 보류한 바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국 홈플러스 매장수는 125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선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약속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문 유통경영 회사가 인수전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을 이달 29일로 정했다. 하지만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회생안 작성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 홈플러스 안팎에선 청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강기헌([email protected])

2025.12.07. 8:01

[사진] 카트에 뭘 담기가 겁나요

7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1월 식품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127.1로 27.1%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2025.12.07.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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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빼곤 죽 쒔는데…수출 첫 7000억 달러 달성의 이면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103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수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가 미국 고율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부진한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 전통 주력 산업의 역성장을 가리며 ‘착시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하반기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 흐름이 살아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달 598억 달러만 추가되면 처음으로 연간 7000억 달러를 넘긴다. 다만 전체 증가분 대부분을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초호황을 맞아 11월까지 누적 수출이 1526억 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도 28.3%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 10%대에서 20여 년 만에 세 배 가까이로 뛴 셈이다. 반면 비(非)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4876억 달러로 1.5% 줄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컴퓨터를 제외한 10개 품목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이차전지 등이 일제히 감소하며 산업 전반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호조가 산업 전반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특정 품목에 집중된 구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 역시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 상위 100대 기업이 67.6%를 차지했다. 관세·지정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대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도 국내 부품·중간재 공급망을 약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생산 확대가 국내 생산 유발 효과를 떨어뜨리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높은 변동성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글로벌 IT 사이클과 AI 투자 흐름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산업이어서, 업황이 한 번 꺾이면 수출은 물론 성장률·고용·재정 등 주요 지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경제상황평가(2025년 10월)’에서 “AI 혁명은 메가트렌드이지만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은 ‘양날의 칼’로, 의존도가 커 만큼 하강 시 충격도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수출 전망 기상도도 맑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700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도, 내년에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기저효과로 0.5% 감소한 6971억 달러를 예상했다. 반도체·IT·바이오헬스는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정유·철강·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군은 미국 관세와 공급 과잉으로 7%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조선·기계 산업도 해외 생산 확대 영향으로 후퇴가 예상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반도체 중심 의존성이 지나치게 강화됐지만,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우려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체질개선 없이는 ‘반도체 착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기반 약화와 공급망 위험을 방치할 경우 다음 경기 사이클에서 더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떠받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며 “전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메모리 중심에 치우친 IT 경쟁력을 대만처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12.07.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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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분 만에 1040억 개 코인 유출된 업비트…규제 공백도 드러나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해킹 과정에서 54분 동안 1000억 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외부 지갑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커들은 업비트 보안망을 뚫고 지난달 27일 오전 4시 42분부터 5시 36분까지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24종 1040억6470만여 개(약 445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알 수 없는 지갑으로 빼돌렸다. 1초당 약 3200만 개로 1370만원어치가 전송됐다. 솔라나 계열 자산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Solana)’를 기반으로 발행ㆍ운영되는 각종 코인(토큰)을 의미한다. 업비트의 늑장 보고도 논란이 됐다. 업비트는 해킹 시도를 인지한 뒤 오전 5시 긴급회의를 열고, 5시 27분 솔라나 계열 자산의 입출금을 중단했다. 이후 오전 8시 55분엔 모든 디지털자산 입출금도 추가로 막았다. 하지만 정부에 해킹 사실을 보고한 시점은 금감원 오전 10시 58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오전 11시 57분, 경찰 오후 1시 16분, 금융위원회 오후 3시였다. 또 해킹 사실을 외부에 공지한 것은 오후 12시 33분이었다. 신고와 공지가 모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발표가 끝난 오전 10시 50분 이후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가 합병 발표 시점을 의식해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민국 의원은 ”업비트가 445억원 상당의 코인이 유출되었음에도 (금감원에) 6시간 늑장 신고한 것에 대한 관련법 위반 의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보안원과 함께 업비트 현장점검 중이지만 중징계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사고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업자에게 불가피한 사고 위험에 대해 무과실 책임까지 인정하지만, 암호화폐사업자는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1단계)’에도 해킹 관련 규정은 빠져있다. 정부는 2단계 입법안에 대규모 해킹ㆍ전산 사고를 막지 못했을 경우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해킹 사고 자체만으로 제재하긴 어렵다“면서도 ”현장점검에서 이용자 보호 관련 내부 통제가 미흡하거나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검사로 전환하고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피해 자산은 모두 업비트가 충당해서 이용자에겐 피해가 없도록 조치했다“라며 “비정상 출금 후 추가 출금을 막는데 집중했고, 비정상 출금이 침해 사고라고 최종 확인된 즉시 당국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2025.12.07.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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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밝힌 ‘中 AI 로드맵’…런정페이 “美와 방향 다르다” 실용 AI 강조

중국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중국과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르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를 제재 국면에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온 화웨이가 ‘중국식 AI 전략’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발언은 5일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측이 지난달 14일 런 회장과 대회 수상자들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런 회장의 발언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가 실현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나왔다. 런 회장은 “미국은 AGI나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을 연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 인간 사회의 미래 같은 (거시적) 질문을 다룬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AI를 통해) 일을 처리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현장을 개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 중국은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AI’를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중국의 AI는 “(거대 담론보다) 안전한 도시, 공교육과 의료의 개선, 자동화 광산·시멘트 공장 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인도네시아 학생과의 문답에서도 AI 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시급한 과제는 컴퓨팅 파워나 대규모언어모델(LLM) 같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응용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예컨대 인도네시아에는 항만이 매우 많아 AI를 통한 선박·항만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식 AI 로드맵의 발전 속도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런 회장은 “메타가 젊은이들에게 1억 달러(약 1500억원)가 넘는 계약금과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중국에선 큰 반응이 없다”며 “이미 중국에는 강력한 역량을 갖춘 기업과 청년들이 이끄는 혁신 기업이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AI 기술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 청년들이 더 이상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3~5년 내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강한 중국은 세계 번영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기술을 전면적으로 배척하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런 회장은 “전적으로 (중국) 자신에게만 의존해서는 세계화에 맞설 수 없다”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인재를 흡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인재가 미국에서 성장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만 콕 집어 제재하고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미국의 기술·생태계·장비·칩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 AI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기술과 인재를 흡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기초연구는 단연 미국이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은 당장 돈이되는 현장 응용 분야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AI를 통한 공장 자동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2025.12.07. 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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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노란봉투법에 심리 위축...대기업 60% "내년 투자 없거나 미정"

대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00원 선을 위협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국내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투자계획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 110개사 중 59.1%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3.6%) 투자계획이 없다(15.5%)고 답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40.9%에 불과했다. 내년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 올해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곳은 13.3%에 그쳤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33.3%였고, 나머지 53.4%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내년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26.9%)인 이유를 꼽았다. 고환율과 원자재 상승 리스크(19.4%)와 내수시장 위축(17.2%)도 많았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음에도, 고환율 기조로 인해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탓으로 풀이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1460~1470원대를 오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1500원 선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 개입 의지 등을 고려하면 1500원 선을 쉽사리 뚫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수급이 더 악화한다면 한 달 뒤 환율이 1520원이어도 이상하진 않다”고 밝혔다. ‘고환율=수출 호재’ 공식도 깨지는 것도 국내 기업에 악재다. 과거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단가가 낮아져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아진 데다 해외 직접 생산도 늘어나 원화 약세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옥희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스탠스가 가격 경쟁보단 품질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고환율에도 수출기업이 가져가는 이득이 줄었다”며 “여기에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소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내 경영 환경도 좋지 않다. 당장 내년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에겐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자동차·조선업 등 수천 개에 달하는 하청 업체를 둔 기업은 교섭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인세 부담 증가, 정년 연장 논의 등도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2025.12.07. 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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