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장중 온스당 5100달러선을 넘어섰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31분쯤 금 현물은 전장보다 2% 오른 5077.22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5110.50달러를 고점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미 동부시간 25일 오후 6시쯤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 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하루 새 5100달러선도 돌파한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5082.5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1% 올랐다. 달러화를 대체할 안전 투자처로 여겨지는 금으로의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금값 랠리를 이어가게 하고 있다. 금 가격은 2024년 27% 상승한 데 이어 2025년 65% 급등했고, 새해 들어서도 그린란드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달러 자산 회피 등의 여파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금값이 온스당 6000달러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모건스탠리는 금값 목표치를 온스당 5700달러로 제시했다. 은 가격은 지난 23일 온스당 100달러선을 사상 처음 돌파한 뒤 이날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이날 10% 넘게 오르며 온스당 117.69달러로 고점을 높였다. 한편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이어갔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97.03으로 전장 대비 0.6% 하락했다. 이번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며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무역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며 달러인덱스는 1주일 전인 지난 19일과 비교해 2.4% 하락했다. 정혜정([email protected])
2026.01.26. 15:09
미국에서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전통적인 부부 단위의 주택 구입 대신 공동 구매(co-buying)가 점점 늘고 있다. 지역방송 폭스5 뉴스 보도에 따르면 요즘 연애나 결혼 관계가 아니어도 친구나 가족이 함께 집을 사는 구매 형태가 늘고 있다. 신용 및 대출 전문가 케이트 우드는 인터뷰에서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과 공동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인 두 명 또는 가족 관계지만 부부 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함께 모기지를 내고 집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자 중 25%는 미혼 여성, 10%는 미혼 남성으로 조사됐다. 반면 결혼한 부부의 비중은 50%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한 첫 주택 구매자의 중간 연령대는 2024년 38세에서 2025년에는 40세로 상승했으며, 첫 주택 구매 비중은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공동 구매 전문가 크리스티나 모다레스는 20대 초반 혼자 집을 사려 했지만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대출 승인을 받지 못했고, 결국 친구와 함께 집을 구매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전문가 우드는 특히 미혼 여성이 공동 구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추세가 “전통적인 주택 구매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재정적 상황과 감정적 준비 상태에 맞는 방식으로 주택 소유 형태가 바뀌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모다레스는 다만 “공동 구매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파트너로서의 신뢰성과 역할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 소유 트렌드는 주택 소유를 단순히 ‘라이프 이벤트’가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도 바라보게 해준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김지민 기자집값 친구 가족 공동 공동 구매 주택 구입
2026.01.26. 14:56
어느 경제주체도 재정의 영역 바깥에 서 있을 순 없다. 재정은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투표가 권리이자 책임이듯, 재정에도 관심을 갖고 묻고 따지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인사청문회는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장이 될 드문 기회였으나, 헛되게 날려 버렸다. 우리의 삶을 좌우할 재정의 방향성은 테이블 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사실 정부의 방향성은 일찌감치 확장으로 정해졌다. 민주당 정권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과거,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기만 하면 썩는다는, 무식을 가장한 비유도 하지 않았나. 이젠 누가 주무장관이 되든 확장의 깃발을 높이 치켜올릴 태세다. 그 빌드업을 하듯 얼마 전 기획예산처는 미국·일본·독일 등이 올해 확장재정을 펴고 있다는 자료를 냈다. 내용은 다 맞다. 확장재정은 국제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그에 비례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증가세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 전세계 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차 대전 이후 최고치다. 이 추세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IMF는 내다봤다. 학계에서도 재정 역할론에 동의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전미경제학회(AEA)가 10년에 한 번씩 하는 회원 설문조사에 잘 드러난다. ‘거액의 재정적자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명제에 반대하는 응답이 1990년 14.1%에서 2021년 38.6%로 높아졌다. 찬성한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39.5%에서 19.7%로 하락했다. 또 2000년부터 설문에 포함된 ‘적극재정을 피해야 한다’는 문항엔 반대가 28.5%에서 2021년 66.6%로 급증했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세상을 구해줄 듯하던 케인스주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으며 신자유주의 물결에 밀려났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케인스주의 재정정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선진국 경제의 위기와 장기 침체가 금융정책만으론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흐름을 바꿨다. 사실 만성적인 수요 부족을 인위적으로 띄우려면 정부의 완력, 즉 재정만한 장사가 없다. 재정지출이 고용·소득·소비를 연쇄적으로 증가시켜 경기를 끌어올리는 건 거의 기계적인 과정이다. 여기에 대담한 금융완화를 병행하면 소비와 투자가 더욱 확대돼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제로금리 국면에서 확장재정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그런 방식으로 지속적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를 멈출 수 있었다. 실제 급박한 위기가 닥치면 다들 재정만 바라본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거액의 재정을 투입하면서 “시장경제를 살리려고 반시장적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풀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2020년에만 3월 1920억 달러, 4월 4830억 달러, 6월 2조3000억 달러에 이어 퇴임 전인 12월 870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듬해 3월엔 바이든 정부도 1조9000억 달러를 긴급 구제자금으로 추가했다. 액수가 너무 크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선 잘 들리지 않았다. 이렇듯 선진국에서 확장재정과 재정적자에 대한 관용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재정적자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장래의 성장과 복지의 증진으로 이어지는 적자는 좋은 빚이라 할 수 있다. 좌파는 확장재정, 우파는 재정 건전성을 선호한다고 보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처럼 좌파도 등 떠밀려 긴축하고, 미국 일본에서 보듯 우파도 기꺼이 재정을 풀어제낀다. 물론 재정 투입이 인플레와 금리 상승을 부른다는 우려는 늘 나온다. 다만 나라가 온통 결딴 날 정도의 위기 국면에선 불 끄는데 옷 젖는 걱정할 여유조차 없다. 재정적자가 금리 상승을 촉발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본에선 지난 30년 간 거액의 국채를 발행해도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나타나지 않았다. 불황에 견디려고 저축을 늘린 개인과, 투자처를 못 찾아 움크린 기업의 자기방어가 민간부문의 과잉 유동성을 불러온 덕이 컸다. 이를 가리켜 사토 모토히로(佐藤主光)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디플레가 재정적자의 원인인 동시에,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탱해줬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본이 언제까지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올 들어 국채금리가 슬슬 올라 40년물 금리가 지난 1월 20일 일시적으로 4.0%대에 들어섰다. 10년짜리 국채 금리도 27년만에 한때 최고치에 이르렀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량을 줄인데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부의 확장재정과 감세 공약의 영향이 크다. 중의원 해산에 따른 정국 불확실성도 겹쳤다. 지난주 일본의 주요 금융사들은 일제히 금리 전망치를 높였다. 일본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컨센서스가 자리잡는 순간, 시장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게 뻔하다. 풍부한 민간저축에 기댈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금리와 성장률의 차이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에브시 도마(1914~97)와 프랑스 출신의 올리비에 블랑샤르(77)가 그렇게 봤다. 성장률이 금리를 웃도는 구간에선 기초재정수지가 어느 정도 적자를 내도 지속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성장률에 비례해 증가한 생산이, 금리에 따라 늘어난 이자 부담을 상쇄한다는 논리다. 이를 ‘도마 조건’이라고 부른다. 희한하게도 일본에선 확장재정과 재정개혁이라는 상반된 두 정책의 근거로 모두 인용된다. 부양 효과를 거론할 때 혼동하거나 오독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경기와 성장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사람 몸에 비하면, 경기는 컨디션이고 성장은 체력의 문제다. 확장재정은 경기에 대한 처방이다. 체력이 떨어졌다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약이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도 없는 곳에 아까운 세금을 허비하거나, 경제체질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한번 늘어난 불어난 재정은 다시 줄지 않고 상시화하곤 한다. 비상의 일상화다. 반면교사로 거론되는 게 일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은 위기 대책으로 15조엔의 추경을 편성해 80조엔대의 세출을 단번에 100조엔대로 끌어올렸다. 위기 수습 이후에도 세출은 100조엔 선을 오르내렸다. 올해 다카이치 정부는 122조3000억엔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5.8% 증액했다. 성장을 위한 ‘와이즈 스펜딩(현명한 지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역대 정부에서도 짙은 화장의 레토릭이 확장재정을 껴안고 왈츠를 췄다. 올해도 그렇다는 건 과거의 막대한 재정 투입이 기대만큼 효과를 못 냈다는 뜻 아닐까. 도쿄재단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 ‘대규모 재정을 동원하면 성장이 가능하다’에 동의한 비율은 경제학자의 4.3%, 일반인의 15.7%에 불과했다. ‘재정적자가 문제’라는 응답은 일반인의 65.5%, 경제학자의 86.5% 비율로 나왔다. 30여년에 걸친 확장재정을 경험한 끝에 나온 판단 아니겠나.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1990년대 130조엔, 2000년대엔 200조엔을 훌쩍 넘는 재정을 썼다. 그 관성은 아직도 이어진다. 기우치 미노루(城内実) 재정정책담당상은 지난 13일 해외언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이번엔 다르다’는, 재정위기에 둔감해진 정부의 자기최면을 빼다 박았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민주국가에서 재정악화는 지반침하처럼 서서히 진행되곤 한다. 재정을 내 돈으로 실감하는 국민은 거의 없기에 적자에 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세출 삭감에는 즉각 집단적 저항이 일어난다. 확장재정은 환영받고, 긴축재정은 야유받는다. 그러다 임계점을 넘어 와르르 무너진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아르헨티나… 재정 효과의 강도는 경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재정이 실질 GDP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재정승수다. 이는 정해진 게 아니라 경제 상황, 채무 수준, 인구구조 등에 좌우된다. 해외의 경험을 보면 재정의 승수효과는 약해지는 추세다. 여기엔 고령화가 적잖은 영향을 준다. IMF는 2018~30년 G20 국가의 성장률이 고령화로 인해 약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본다.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으면 재정자극에 대한 소비와 고용의 반응이 약해진다. 승수효과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이때 총수요를 지탱하기 위해선 더 큰 규모의 재정투입이 필요해진다. 내성 탓에 잘 듣지 않게 된 항생제의 투여량을 늘리는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은 국가 내의 지역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에선 젊은 층 비율이 높은 주일수록 재정승수가 높고, 반대로 고령화할수록 낮아진다고 조사됐다. 승수효과가 큰 곳으론 젊은층이 많은 텍사스·유타·조지아·노스 캐롤라이나·애리조나가 꼽혔다. 고령층 비율이 높은 플로리다·메인·웨스트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버몬트의 재정승수는 낮게 측정됐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2%다. 유엔(UN) 기준의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이미 접어들었다. 고령화는 더 가속될 테고, 재정승수는 그 반대방향으로 떨어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재정승수가 낮아지는 현상은 국가채무가 많은 나라에서도 뚜렷하다. 유럽중앙은행(ECB) 출신의 마르쿠스 키르히너 칠레 중앙은행 거시분석국장이 유로존을 분석한 결과, 국가채무가 많을수록 승수 효과가 떨어졌다. 채무비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 재정승수는 약 0.01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런던정경대 교수 이선 일제츠키도 비슷한 주장이다. 44개국을 대상으로 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60%가 넘을 경우 승수효과가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재정 투입 6년 뒤엔 외려 마이너스 효과가 측정됐다. 그에 비해 채무비율 60% 미만 국가의 단기 재정승수는 0.73, 장기 승수는 0.41로 추산됐다. 빚 많은 정부가 재정을 늘리면, 누구나 증세를 예상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리기 마련이다. 재정 투입의 효과가 묽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 재정승수를 좌우하는 변수는 다양하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규제가 복잡하며, 투자 심사 절차가 느슨해도 재정 투입의 효과가 하락하는 법이다. 이런 반비례 관계는 논란 수준을 넘어 상당 부분 확인됐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의 확장재정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쌓였고, 이를 토대로 실증 연구가 꽃을 피운 덕분이다. 한국은 좀 미묘한 상황이다. 재정적자를 죄악시할 때도 아니지만, 적자를 상시화할 단계도 아니다. IMF는 2025년 재정 모니터에서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2026년 56.7%에서 2030년 64.3%로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엔 2025~29년 GDP 대비 4% 수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지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대로면 매년 국가채무비율이 약 2%포인트씩 가산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5년 49.1%였던 채무비율이 2029년엔 58.0%로 상승한다. 상이한 기준 때문에 기관별 숫자가 다르지만, 중요한 건 증가세다. IMF 전망엔 앞으로 4년간 채무비율이 상승할 곳으로 한국과 함께 미국·벨기에·프랑스·영국·독일 등이 포함됐다. 반면 채무비율이 하락하거나 안정될 곳으로는 의외로 일본·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아일랜드가 꼽혔다. 재정위기를 호되게 겪었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고 불안해하던 나라들이다. 혹시 한국은 이 정부 임기 중 높아질 채무비율 상승분을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을까. ‘도마 조건’에 맞춰 지금의 성장과 금리를 넣어 역산하면, 한국 경제는 매년 7%대(명목) 중반으로 성장해야 가능하다. 이게 현실적인가. 지난해 명목 성장률은 3%대 후반이다. 온 국민이 매일 박카스 한 병씩 들이켜 가며 밤낮으로 일해도 될둥말둥한 지경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체력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재정계획은 ‘도마 조건’을 벗어나 설정돼 있다. 실질금리와 성장률이 비슷하게 1% 수준이니 조건을 충족한다고 우길 수는 있어도, 납득시킬 순 없다. 정부는 확장재정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면 된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성장률 상승은 경제활동의 결과이지, 확장재정의 전제로 슬그머니 내세울 게 아니다. 어느 전망치를 인용하더라도 4년쯤 뒤 승수효과가 떨어지는 임계선을 밟거나 넘게 된다. 권력은 왈츠 추지만, 미래 청구서는 약자의 몫 지금은 경제의 체질도 별로 안 좋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5%포인트로 민간(0.4%포인트)을 앞질렀다. 성장률의 절반을 정부 힘으로 메웠다는 의미다. 재정 의존도가 높다는 건 경제의 성장판이 닫혀간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에서 확장재정이 과연 민간 주도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2009년 4월 9일 일본 참의원 재정금융위에서 다이몬 미키시(大門實紀史) 공산당 의원이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거 사회주의로 가는 거 아닙니까.” 아베 정부의 부양책에 맞춰 중앙은행이 회사채·기업어음을 과도하게 사들이면 시장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었다. 공산당 의원이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며 시비를 붙은 것이다. 그가 지금 한국 경제를 보면 아마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까. 적자를 내는 건 쉽지만, 메우기는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나라경제’ 1월호에서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기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회복기에 추가 부양은 급하지 않다는 신호다.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의 확장 기조와는 결이 다르다. 왜 그런 경고가 나올까. 한국은 머잖아 중대 국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빠르게 진행될 고령화, 조장과 방관 속에 시나브로 증가할 채무비율, 경직적인 노동 규제, 그리고 권력 앞에 풀잎처럼 눕는 유연한 재정 관료… 이런 환경에서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은 확률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 그렇다면 엄살은 피울 수 있을 때 피우는 게 차라리 낫다. 어어, 하다 선을 넘으면 아야 소리도 못하고 자빠진다. 재정적자의 낭떠러지 아래엔 무자비한 긴축이 기다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정부가 진행하는 자학적일 정도의 긴축을 보면 그 고통을 가늠할 수 있다. 경제지표는 두루 개선됐지만, 취약계층에겐 비대칭적인 타격이 가해졌다. 지금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긴축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확장재정에 나설 때 나중에 날아올지 모를 가혹한 청구서를 늘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는 ‘하베이 로드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의 생가가 있던 거리에서 따온 말로, 정부는 민간보다 현명하고 도덕적이고 유능하다는 낙관론이다. 지금 한국에서 이 말이 통한다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전제 없이 풀려나간 재정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 잔치가 끝난 뒤 썩은 내 나는 설거지는 결국 약자들 몫이다. 그들이 섬기겠다고 그토록 외치던 취약계층 말이다. 이게 확장재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한 심정이다. ‘더 롱뷰’(The Long View) 코너가 첫 인사를 드립니다.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경제 이슈의 본질과 맥락을 파고듭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내고, 현재 미주 중앙일보 대표를 맡고 있는 남윤호 대기자가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남윤호([email protected])
2026.01.26. 13:00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때 결정됐던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정부의 원전 정책도 탈(脫)원전에서 벗어났지만, 공론화를 빌미로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신규 원전 2기의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8GW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 2038년 각각 도입하고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0.7GW)를 만든다는 계획이 이미 반영돼 있다. 이번 정부 초기만 해도 신규 원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뚜렷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지을 곳이 없고, 지금 지어도 실제 가동까지 1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 입장은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의 원전 정책 ‘유턴’은 여론의 힘이 컸다. 정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을 통해 지난 1월12~16일 국민 3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여론이 69.6%(한국갤럽)까지 나왔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9.5%(갤럽)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대한 부담이 줄었다. ━ 원전 당장 지어도 2037년 빠듯…“공론화 빌미로 시간만 허비” 비판도 AI 전력 전쟁에 대한 현실적 판단도 깔렸다. 김 장관은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 전력 운영을 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며 “유럽처럼 전력 원가를 전기료로 다 부담하게 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하며 한국수력원자력도 부지 공모 등 관련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5~6개월간의 부지 평가·선정 과정 등을 거친 후 2030년대 초 건설허가를 획득해 원전 건설에 나서는 게 목표다. 다만 정부가 공론화 절차를 이유로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측 역시 “공론화를 가장해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한 정책 강행”이라는 입장이다. 11차 전기본상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은 13년11개월로, 당장 관련 절차를 시작해도 2037년 완공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다. 다만 정부는 부지 선정과 행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기본에 이번에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외에 추가 신규 원전을 반영할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 역시 줄여 나가기로 했다.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 기준 석탄 발전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8.3%, LNG 발전이 25.8%를 차지하게 돼 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11차 전기본의 원전 비중인 35%를 맞추기 위해서도 20개 이상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12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안효성([email protected])
2026.01.26. 8:53
코스닥이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천스닥’ 고지에 올랐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0.48포인트(7.09%) 치솟으며 1064.41에 마감했다. 코스닥이 1060선을 돌파한 것은 ‘닷컴 버블’이 있었던 200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1000선을 넘어선 것도 2022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코스닥은 장 초반부터 1000선을 밟으며 매수세가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59분 코스닥 시장에 대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매수 사이드카는 선물·현물 지수가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멈춰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25조20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2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6010억원, 443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며 2조9074억원 매도 우위였다. 알테오젠(4.77%)·에코프로비엠(19.91%)·에코프로(22.95%)·에이비엘바이오(21.72%)·레인보우로보틱스(25.97%) 등 바이오·2차전지·로봇 관련 대장주들이 일제히 급등하며 상승 폭을 키웠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실제 현 정부가 표방한 ‘코스피 5000’을 달성하고 나니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대통령 보고가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로 와닿았다”며 “코스피에서 돈을 벌어 코스닥으로 번지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거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향후 핵심 과제로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유니콘 기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코스닥이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5023선을 넘으며 최고치를 찍었지만, 외국인·기관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상승 폭을 반납했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0.81% 하락한 4949.59에 장을 마쳤다. 앞으로 국내 증시 수급 여건은 개선된다. ‘큰손’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채권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해외 주식 투자를 줄이는 쪽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 회의가 1월에 개최된 건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초 기금위가 예고한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목표 비중(14.4%)을 0.5%포인트 올린 14.9%로 조정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이미 17.9%를 넘어서며 강제 매도 압력이 커졌다. 이번에 투자 비중이 0.5%포인트 상향되면 국내 증시에 최소 7조원(지난해 말 기금 추정치 기준)의 추가 투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국내 채권 비중도 24.9%로 1.2%포인트 상향했다. 반면 해외 주식은 당초 목표인 38.9%에서 37.2%로 1.7%포인트(약 25조원) 낮췄다. 기금위는 “기금 규모 확대에 따른 외환 조달 부담과 최근 수요 우위의 외환시장 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미.정종훈([email protected])
2026.01.26. 8:47
“소심하다. 왜 안 하느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이 체납관리단 인력을 4000명 증원하겠다고 보고하자, 그 규모로는 부족하다며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1만~2만 명까지도 가능하다”며 대폭적인 증원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공 부문 전반에서 인력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증원 대상은 기간제 근로자인 체납관리단에 그치지 않는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특별사법경찰관 지위를 가진 노동감독관을 2년 동안 2000명(근로기준 분야 800명+산업안전 분야 1200명) 증원한다. 현재 약 3000명 수준인데, 2년 만에 기존 대비 약 3분의 2가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더해 2028년까지 총 1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67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전체 인원이 약 700명인 조직에서 불과 1년 만에 인력의 4분의 1에 가까운 규모가 늘어나는 셈이다. 국세청 역시 내년도 정원을 303명 추가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며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임기 2년차인 올해에만 늘어나는 공무원 수는 총 2550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청년 채용 등을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인력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필요한 분야에 대한 불가피한 증원이라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인력 증원이 청년 일자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그러나 공공부문 인력은 한 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 1명을 채용하면 약 40년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연간 인건비를 1억원으로 가정하면 1인당 40억원, 2000명이면 약 8조원에 달하는 인사 투자”라며 “민간은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고민하는데, 공공 부문이 당장의 필요성만을 기준으로 인력을 늘린다면 실패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인력 증원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는 전문가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체납액 문제가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국세청 등의 인력 증원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내년부터 확장 재정에 따른 부담이 본격화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기조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총 인건비는 2025년 기준 46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4~5%씩 꾸준히 증가 중인데 올해는 5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장에선 인력 확충을 한다면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방식이 현장 여건에 맞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노동감독관은 “한 해에 1000명을 한꺼번에 채용하면, 수백 명 수준의 교육을 담당하던 기관에 즉각적인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후 승진 적체 등으로 사기가 떨어질 경우 인력 이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도 “점진적으로 증원하며 효과를 검증한 뒤 추가로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단기간에 대규모로 일자리를 늘릴 경우 재정 부담만 키우고 이후에는 줄이기 어려운 정치적 영역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6.01.26. 8:33
━ 머니 무브 가속화 국제 금값이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약 721만원)선을 돌파했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투자자들이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를 넘어 미국 국채와 달러 투자를 줄이고 금으로 이동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5000달러 선을 뚫고 5107.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4341.1달러) 대비 약 18% 상승했다. 1년 전(온스당 2738달러)과 비교하면 87% 솟구치며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금값이 오르자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엔 투기 수요가 가세해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말 온스당 70.6달러였던 은값(선물)은 현재(26일) 장중 온스당 109.32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새해 들어 한달도 안돼 55%뛴 셈이다. 귀금속 가격이 질주하는 배경에는 ‘투자자의 공포’가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초부터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 그린란드 합병 언급, 캐나다 관세 위협 등을 꺼내며 지정학적 위험을 키웠다. 이 뿐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의 평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 10년 전(2.6%)보다 크게 확대됐다. 블룸버그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국가채무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이런 투자 전략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수석전략가는 26일 블룸버그를 통해 “지난 3년간 투자자들은 선진국 정부의 부채 경로에 대해 우려를 키워왔다”며 “특히 초고액 자산가는 단기 수익이 아닌, 세대를 넘어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금괴(골드바)를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을 늘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2년 이전에 월 평균 17t의 금을 매입했던 중앙은행은 최근 월 평균 60t으로 늘렸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약 10% 높였다. UBS도 보고서에서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엔화 강세에 따른 미국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금값을 끌어올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6일 새벽 4시(현지시간) 기준 97.14로 연초(98.32)보다 1.2% 하락했다. 수퍼엔저(엔화가치 하락) 우려에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동시 개입 가능성에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던 엔화값은 153엔까지 오르면서다. 원화값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원화는 엔화와 높은 동조화 경향을 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주간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25.2원 상승한 1440.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염지현([email protected])
2026.01.26. 8:02
━ 노란봉투법 앞 갈등 불씨 수주점유율 20%대를 회복하며 다시 호황기에 들어선 국내 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성과급 딜레마’에 빠졌다. 그동안엔 업황이 좋지 않아 성과급도 큰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마스가(MASGA)’를 필두로 한·미 조선협력이 본격화하고 수주 사이클이 회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은 2025년 사업 결산을 마무리하며 성과급 지급 규모와 지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액은 6조209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5% 상승했다. 매년 12월 성과급을 지급해왔던 HD현대는 해를 넘겨 지급 시기를 오는 2월로 미뤘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정확하게 반영해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조선업계는 ‘원·하청 동일 성과급’ 주장이 나오며 성과급 지급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사업결산 뒤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 하청 직원 성과급이 문제가 된 건 조선업의 노동구조가 다른 산업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용접·배관·조립·의장 등 여러 공정에서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에, 무작정 정규직을 늘릴 수 없어 분야별로 사내협력사를 광범위하게 활용해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의 소속 외 노동자(하청) 비중은 63%(7만1000여명)로, 전체 산업 평균(16.3%)의 약 3.8배에 달한다. 고용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조선사 소속 직원과 하청회사 직원 간 임금 격차 해소는 오래된 과제였다. 조선업계는 통상 연간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성과급 총액을 협력사에 지급하고, 개별 협력사가 직원들의 성과와 근속 기간 등 자체 기준에 따라 배분해왔다. 다만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하청직원들의 연말 성과급 액수는 정규직 평균보다 11.39~47.5% 낮았다. 한 예로 한화오션의 경우 직원들은 2024년 기본급의 15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75%만 받았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지난해 7월 한화오션에 성과급·학자금 지급 등에 대한 원청회사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한화오션이 원·하청에 ‘동일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파장은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거론하며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평가했고,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 원·하청 동일 비율 지급을 전체 조선소로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연봉 책정, 성과급 지급 등은 하청업체 내부에서 결정할 고유업무라고 여겨지만,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을 경우 원청은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하도록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협력업체의 연봉체계가 다른데,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그들의 연봉체계까지 알아야 한다”며 “협력업체 고유의 경영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이 협력사 성과급을 보장한 만큼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면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상호 협력적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석현([email protected])
2026.01.26. 8:01
현대그룹은 26일 현정은(사진) 회장이 지난 23일 열린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에서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담대하게 도전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번 교육의 키워드를 ‘하이키(High Key)’로 정하고, 현대 정체성과 기초역량 강화, 성장과 비전, 조화 등 4가지 과제를 중점 해결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26.01.26. 8:01
26일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의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편에서 보조배터리로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됐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는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금지 안내문이 게시됐다. 김경록([email protected])
2026.01.26. 8:01
농협이 설 명절을 앞두고 26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농협하나로마트는 사과·배·한우 등 설 성수품목과 배추·계란·라면 등 물가안정 품목을 최대 65% 할인 판매한다. NH오일 주유소는 난방용 등유를 L당 30원 할인 공급한다.
2026.01.26. 8:01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 북6 울트라’와 ‘갤럭시 북6 프로’를 27일 국내에 출시한다. [뉴시스]
2026.01.26. 8:01
━ 정부 입김에 엇갈린 반응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던 LS그룹이 26일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 LS그룹은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우려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 배당금을 전년보다 40% 이상 인상하고, 자사주 50만주(약 2000억원 규모)를 소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LS그룹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피복 구리선을 생산하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설비 투자를 위해 약 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말했다. LS그룹이 상장을 포기한 배경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오찬에서 “‘L자 들어간 주식은 안산다’고 한다. 이런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며 LS그룹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알짜 자회사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확보하려던 기업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20년 HD현대의 로봇 사업이 물적분할하면서 탄생한 HD현대로보틱스(HD현대 지분 81.8%)는 최근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며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SK㈜ 지분 63.2%)는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올해 7월까지 상장하겠다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대선 당시 ‘공정한 경제 구조’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은 취임 뒤 경제 현안과 기업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 생중계 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와 SPC를 거론하며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 참담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을 겨냥해 “이번에 ‘무슨 팡인가’인가 그런데가 규정을 어긴다. 처벌이 두렵지 않은 거다.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발맞춰 정부의 압박도 거세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제동이 반복되자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 대통령이 식료품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자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현재 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제당업계 고위급 임원은 구속기소됐고 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 제분업계 임원들도 수사를 받고 있다. 재계는 한층 거세진 정부 입김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무게가 큰 만큼 이를 의식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과 기업 활동은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투자와 의사결정이 가능한데, 최근엔 정치 변수의 영향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내리는 고도의 전문성과 복합적 경영 판단을 단순한 선악구도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책임은 강화되는데, 경영 판단 위축을 보완할 안전장치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자본시장 구조를 만들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시장 질서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김수민([email protected])
2026.01.26. 8:01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밝히면서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도 다급해졌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6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재경부 등 관련 부처는 현재 양도세·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보유세를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폭넓게 의견 수렴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이 대통령의 언급을) 이해하고 있다”며 “연구 용역이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고, 이미 증세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증세 카드’의 파괴력이 큰 만큼 세정 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못 박으며 다주택자 옥죄기에 나섰다. 급매물 유도 등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25일엔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유예 기간 만료를 확정 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 주택 매도 시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세율로 시행하다 윤석열 정부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며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보다 보유세 강화의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중앙일보가 김종필 세무사와 시뮬레이션한 결과 보유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세율을 1%로 올리면 공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는 연 296만4000원(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 시, 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포함)에서 512만4000원으로 연 216만원 증가한다. 20억원 아파트의 경우 연 668만4000원에서 1316만4000원으로 648만원, 50억원 아파트의 경우 1784만4000원에서 3728만4000원으로 1944만원 늘어난다. 세 부담 한도 적용에 따라 실제 부담액은 연간 단위로 점차 증가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규제의 첫 단추로 양도세를 택했다. 이후 2018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5~2.7%로 인상하고, 2020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까지 끌어올려 보유세 부담을 늘렸다. 그러나 강력한 조세 저항에 부딪혀 집값 상승만 부추기는 결과를 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13%, 2021년에는 16.4% 상승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를 과도하게 올릴 경우 강남 등 지역은 고소득자들만 모여 살게 된다”며 “지위재(地位財, 사회 내 지위를 알려주는 재화)로의 위상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2026.01.26. 8:01
홈플러스가 오는 3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미국산 백색 신선란’을 국내산보다 17% 이상 저렴한 한 판(30구) 5990원에 단독으로 판매한다. 총 준비 물량은 4만5000판으로, 선착순 판매된다. [사진 홈플러스]
2026.01.26. 8:01
서울시는 2월 3~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6 F/W 서울패션위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패션쇼·프레젠테이션·트레이드쇼·패션포럼 등 주요 프로그램을 DDP 한 곳에 배치해 패션 관계자와 바이어 간 협업 편의성을 높였다. 총 24개 브랜드가 15개의 패션쇼와 9개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2026.01.26. 8:01
공정거래위원회가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 결합을 불허했다. SK렌터카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어피니티)가 롯데렌탈까지 손에 넣을 경우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를 지난 2024년 8월 인수했고, 지난해 3월에는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1조80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의 가격 인상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내륙 29.3%, 제주 21.3%로 30%에 못 미치지만, 3위 사업자 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38.3%에 달한다. 공정위는 단기·장기 렌터카 시장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존재해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국장은 “렌터카 시장은 단기간 내 유효한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허 결정에 MBK 사태 등으로 인한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불편한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국장은 이에 대해 “경쟁 제한 효과 판단은 중립적이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어피니티는 이날 각각 설명자료를 통해 “심사 결과 취지를 존중한다”며 “공정위가 우려하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향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효성.노유림([email protected])
2026.01.26. 8:01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금융감독원 제재를 둘러싼 ‘후폭풍’이 예고됐다.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투자자의 책임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면서, 금감원이 은행에 사전 통지한 2조원대 과징금에 대한 법적 부담이 한층 커졌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29일 금감원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제재심을 앞두고 금감원과 상충되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금감원이 내린 대규모 과징금에 대한 법적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 H지수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과거 20년 지수 변동자료 및 수익률 모의실험 미제공만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 판단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며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의 핵심 쟁점으로 ‘설명의무 위반’을 내세워온 금감원의 판단과 결이 다른 대목이다.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홍콩 H지수 급락 이후 본격화됐다. 저금리 기조 속 2020년부터 대규모로 판매된 홍콩 H지수 ELS는 총 16조3000억원 규모에 달했고, 이 중 약 4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은행들이 손실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지했다. ━ “금감원, 2조 과징금 확정하기엔 부담 커질 것” 이에 손해를 본 투자자 중 일부가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관련 정보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하는 것은 투자자의 의무란 취지다. 또 법원이 지수 변동 추이나 수익률 모의실험 제공 의무는 판매사인 은행이 아니라, 발행인(증권사)의 영역이라고 보면서 향후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설명의무를 은행에만 귀속시키기보다, 상품 구조를 설계한 발행인인 증권사의 책임 범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이미 피해자들에게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자율보상을 했다는 것에 호소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은행이 소비자 피해 보상을 선제적으로 이행할 경우 제재 절차에서 정상 참작하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6월 기준 투자자 96%와 합의했고, 5개 은행이 지급한 배상액은 이미 1조3437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소송 케이스가 ELS 피해자들을 대표하기엔 무리”라고 설명했다. 소송에서 패소한 투자자는 과거 ELS 투자 경험이 13차례에 달하는 고경험 투자자였고, 투자원금이 20억원에 달할 만큼 투자금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피해자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최종 과징금 규모는 제재심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인 2조원 과징금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민사 재판에서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입증해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제재심을 앞두고 금감원 논리와 반대되는 법원 판단이 먼저 나온 만큼, 금감원으로서도 사전 통보한 수위 그대로 과징금을 확정하는 데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2026.01.26. 8:01
“작년이 한국에서 몸을 푸는 ‘웜업’이었다면, 올해는 ‘1만 클럽’에 가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는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는 연간 6107대를 팔아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소형 유틸리티차(SUV) ‘아토3’를 시작으로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등을 출시했다. 영국 브랜드 미니(MINI) 코리아 총괄본부장을 지낸 조 대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거리감은 넘어야 할 ‘벽’이었지만 구매 데이터를 보니 98%가 한국인이었다”고 전했다. BYD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통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아토3의 경우 출고가 3000만원대로,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하면 실구매가는 2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BYD코리아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해에만 전국에 전시장 29곳, 서비스센터 16곳을 설치했다. 올해엔 각각 35곳·26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1만 클럽’ 가입이다. 이를 위해 오는 2~3월 중 소형 해치백 모델 ‘돌핀’과 지난해 출시한 씰의 후륜구동(RWD) 모델 ‘씰 RWD’을 출시하고, 연내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양왕’등 BYD 프리미엄 브랜드도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조 대표는 “2030세대가 많이 구매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4050세대가 많았다”며 “올해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돌핀 모델로 사회 초년생을 공략하고자 한다”며 “한국 사회·산업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안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2026.01.26. 8:01
지난해 반도체가 원유를 제치고 다시 최대 수입액 품목 자리에 올랐다. 관세청이 26일 발표한 ‘수출입 통계로 본 2025년 대한민국’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7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의 12.3%를 차지하며 품목별 비중 1위를 차지했다. 수입액 중 원유의 비율은 11.9%로 2위였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영향은 수입 품목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의 최대 수입품은 전통적으로 원유였지만, 지난해엔 반도체가 다시 역전했다. 반도체 수입액이 원유 수입액을 추월한 건 1998~99년, 2020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원유 수입액 비중이 줄어드는 데 국제유가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2024년 평균 배럴당 79.6달러에서 지난해 69.4달러로 낮아졌다. 한국의 전체 수입액은 전년과 비슷한 6318억 달러였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49억 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시대를 열었다. 수출 7000억 달러는 전 세계 6개국만 도달한 고지다. 수출 증가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였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75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9% 증가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대인 24.7%에 달했다. 수출 품목 2위인 승용차(685억 달러)의 약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적인 AI 인프라 구축 열풍에 한국산 반도체의 수요 또한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수출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1.7%, 3.8% 감소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베트남으로의 수출이 각각 3.0%, 7.6% 증가하며 이를 상쇄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2026.01.26. 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