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지방정부와 기업의 ‘위대한 동행’]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뉴 페이스, 영월군과 알몬티대한중석 미국·독일·캐나다·한국 자본·기술, 2026년 상반기 영월에서 텅스텐 생산 예정 영월군, 핵심 광물 클러스트 조성해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의 도약 꾀해 월간중앙은 새해부터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하는 시대에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의 아름다운 협업이 그 대상입니다. 주어진 현실에서 예외적 신호를 포착하고, 대안을 실행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상상 이상입니다. 이들의 과감한 도전이 타 지자체와 기업, 중앙정부에도 영감을 준다면 세상은 계속 발전하게 됩니다. " 의식적으로 집중해 극복하지 않으면 지역이 없어져 버린다는 식의 위기의식만 강조해봐야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일본의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다나카 데루미는 지역 회생 관련 저서 〈인구의 진화〉(더가능연구소 출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쇠퇴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활로를 찾으려면, 여태까지 해 오던 고착화된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 회생은 위기감, 절박감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주어진 일상의 현실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에서 충족할 수 없는 대안을 찾아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때 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강원특별자치도 최남단에 위치한 영월군은 텅스텐(중석)이라는 ‘일상의 현실’을 지렛대로 삼아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의 변신을 꿈꾼다. 1994년 폐광된 영월군 상동읍 소재 상동광산(上東鑛山)이 내년 상반기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상동광산이 재가동된다면 영월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생산 허브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된다. 이 도시는 텅스텐을 정점으로 하는 핵심 광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과거 한국 수출을 이끌던 1950~60년대의 영월 황금기를 재현하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텅스텐이 무엇이기에 한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걸까. 텅스텐은 방위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략 물자다. 물성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금속 중 녹는점이 가장 높다. 밀도와 강도 역시 높아 항공모함·항공기·우주선의 엔진 부품, 미사일과 대포의 탄두, 반도체와 이차전지, 절삭공구 등 첨단 산업과 전력 분야 전반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최근에는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의 고성능 플라스마 성능 개선에도 활용되면서 ‘푸른 보석’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금속은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은 세계 생산의 87%를 차지하는 중국·러시아·북한 등 사회주의권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비중은 80%로 압도적이다. 중국과의 경제·공급망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는 희토류와 마찬가지로 텅스텐 수급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부심한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대한중석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이때 비로소 ‘먼지와 침묵 아래 잠들어 있던 거인’ 상동광산이 서방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상동광산의 텅스텐 매장량은 현재 가동 중인 서방의 주요 광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매장량은 5000만 톤으로, 연 100만 톤씩 50년 동안 채굴이 가능한 규모다. 상동광산이 재가동되면 비(非)중국권 공급량의 4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상동광산의 소유 및 운영 주체인 알몬티대한중석은 추산한다. 이 회사는 “상동광산이 미국과 우방국의 항공·군수·반도체·의료 등 첨단 산업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동광산 재가동의 주요 참여자들은 단일 국가가 아니다. 광산은 대한민국에 있고, 그 광산을 2015년 인수한 국가는 캐나다이며, 재가동 자금을 알몬티대한중석에 대출한 나라는 독일이고, 텅스텐을 주로 구매할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 정부도 상동광산 재가동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알몬티대한중석의 시추·탐광과 관련해 법령에 따라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텅스텐을 개발 중인 업체는 알몬티대한중석 외에도 국내 업체 두어 곳 더 있다. 산업통상부 실무 관계자는 “알몬티는 상동광산에서 시추 등 텅스텐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면서 “알몬티를 포함해 모든 기업이 차별 없이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서방권의 유일한 대안, 상동광산” 영월군에게 텅스텐과 상동광산은 영화로웠던 과거의 표상이기도 하다. 산업화 이전인 1950~60년대, 대한민국 총수출의 60% 이상을 상동광산의 텅스텐이 책임졌다. 당시 영월군은 13만 인구를 수용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1992년 한·중, 한·러 수교 이후 값싼 중국산 텅스텐이 유입되면서 상동광산의 채굴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1994년 폐광에 이르렀다. 텅스텐은 미국 등 서방에는 방산 물자이고, 영월군에는 전성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기억된다. 소비자(서방)와 생산자(상동광산) 모두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원이 텅스텐이다. 이 광산 재가동에 나선 기업은 ㈜알몬티대한중석이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다국적 텅스텐 생산 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즈(Almonty Industries)의 한국 자회사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2015년 상동광산을 운영하던 대한중석을 인수했다. 이후 10년간 1800억원이 넘는 시추·탐광 비용을 이 광산에 투입했다. 현재 4.3㎞ 갱도 구간에 뚫린 시추공은 527개로, 일제강점기부터 채굴해 온 대한중석이 1994년 폐광 전까지 남긴 863개와 비교하면 재가동 준비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과거 ‘광산’ 하면 ‘막장 인생’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탄광의 막장이라는 비유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요즘은 스마트 마이닝(Smart mining)이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수작업 중심이던 광부의 노동은 로봇과 굴착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과 CCTV는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해 작업 인력의 안전을 도모한다. ━ 갱도 뚫는 데 5톤 트럭 6만3000대 동원 알몬티대한중석은 텅스텐 원석과 잡석을 채굴·운반하기 위해 상동광산 내부에 갱도를 새로 뚫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약 5m에 달해 터널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긴다. 취재진은 SUV를 타고 총연장 4.3㎞에 이르는 갱도 내부를 둘러봤다. 굴착 과정에서 나온 폐석과 원석은 15톤 트럭에 실려 광산 외부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지난 5년 동안 갱도를 굴착하며 파낸 폐석과 원석은 31만5000톤에 달한다”고 변승민 알몬티대한중석 측량 매니저는 설명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처리하는 데 5톤 트럭 6만3000대가 동원된 셈이다. 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듯, 텅스텐이 부족해서 상동광산이 문을 닫은 것도 아니다. 시장 가격을 맞추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을 뿐이던 상동광산의 텅스텐의 광채가 다시 세상에 나오려 하고 있다. 다른 희귀금속과 마찬가지로 텅스텐 공급망에도 원광 품질, 채굴 비용, 가공 비용, 운송비, 환율, 규제·지정학 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텅스텐 시장은 중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 미·중 패권 경쟁, 방산 수요 변화, 배터리·특수합금 수요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 광물 시장이다. 단기간에 급등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러한 이유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알몬티대한중석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2020년 플란제(Plansee) 그룹 계열 GTP(Global Tungsten & Powders), 2025년 미국 방산업체 TPW와 산화 텅스텐 공급에 관한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을 체결했다. 오프테이크 계약이란 특정 광물에 대해 최저가격을 보장하되,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그 가격에 맞춰 거래하는 방식의 계약을 의미한다. 가격 변동이 큰 전략 광물 시장에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동광산 텅스텐이 가격 문제로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회사 측은 전망한다. 해치(Hatch)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상동광산의 생산비용은 MTU(10kg)당 110~126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원자재 상승 흐름 속에서 텅스텐 가격은 크게 뛰었다. 변승민 알몬티대한중석 매니저는 “텅스텐은 MTU당 60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한때 80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몬티대한중석은 홈페이지에서 상동광산의 강점을 ‘세계 최저 생산비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알몬티대한중석은 영월에 선광·정광 시설과 산화 텅스텐 설비를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이는 텅스텐 밸류 체인의 핵심 공정이다. 텅스텐 광업 공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채광(採鑛)을 통해 원석을 갱도에서 캐낸다. 다음으로 광석 덩어리에서 유용한 광물을 골라내는 선광(選鑛) 과정을 진행한다. 이어 농축을 통해 품위를 65~70%로 끌어올리는 정광(精鑛) 단계를 거친다. 이후 거품을 일으키는 화학적 공정을 통해 순도 99.99%의 산화 텅스텐을 추출해야 반도체나 이차전지에 쓰일 텅스텐 제품이 완성된다. 1994년 상동광산 폐광 이후 이러한 일련의 제조 시스템은 모두 가동이 중단돼 당분간 후속 공정은 해외에서 처리해야 한다. ━ 미국, 텅스텐 탈(脫)중국 노선 공식화 그 사이 텅스텐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숨가쁘게 전개됐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도 2025년 6월 알몬티대한중석 루이스 블랙 대표에게 서신을 보내 상동광산 텅스텐을 미국 방위 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중국특위는 상동광산의 가동 시기와 예상 생산량, 최대 생산 용량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알몬티대한중석은 전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국방 무기 체계에서 중국·러시아·북한산 텅스텐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2023년 말 국방수권법(NDAA)에 명시했다. 나아가 2024년 초 방위조달규정(DFARS)을 통해 사용 금지 시행 시점을 2027년 1월 1일로 못 박는 등 텅스텐 탈(脫)중국 노선을 공식화했다. 중국 역시 올해 2월 텅스텐·몰리브덴 등 5개 핵심 광물의 수출을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 통제 조치로 맞섰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와 달리 달리 영월 지역 분위기는 대체로 무덤덤하다. 영월 서부시장 공용주차장 입구의 김삿갓 떡집에서 만난 한 주민은 “텅스텐을 다시 채굴한다는 얘기는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면서도 “실물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런 호재로 지역이 들썩이거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부시장에서 20년 넘게 점포를 운영해 온 또 다른 주민 역시 “상동광산 재가동 계획을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에게 상동광산 재개발 뉴스가 ‘양치기 소년’ 효과로 희석됐을 가능성도 있다. 1994년 상동광산 폐광 이후 재가동 소문은 이어졌지만 실제로 추진된 사례는 없다. 2012년에는 국내 업체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과 재개발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알몬티대한중석의 여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계류 수입 및 생산 설비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면서 후속 공정 일정도 함께 조정되었고, 이미 설치한 기자재가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분쇄기(Mill)에 부착되는 라이너(보호 패널)에 들어가는 접착제의 유통기한이 지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사용을 중단한 적이 있다. 공급업체는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했으나, 회사는 향후 라이너 탈락에 따른 조업 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보수를 선택했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대한중석 대표는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특정 부품이나 작업이 기준에 미달하면 공정을 멈추고 재점검한다. 기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영월 인구 1만~1만5000 유입 가능” 이제 알몬티대한중석은 상동광산 재가동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잡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동광산 재가동 일정 조정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에서 늘 있는 일” 정도로 보는 기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알몬티 측이 초기에 너무 과감한 계획을 세운 감은 있다”면서도 “광산 개발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도 일반적으로 일정이 순연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영월군은 2025년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산업과를 신설했다. 텅스텐 등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다. 영월군청 엄대섭 전략산업팀장은 “상동광산 재가동 일정 지연은 기계류 수입 지체나 현장 여건 때문으로 이해한다”면서 “텅스텐 채굴, 선광, 미국으로의 수출 선적까지의 과정이 내년 6월 상반기에 완료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년도 영월군 캐치프레이즈는 ‘사람이 돌아오고 일자리가 살아나는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 정리된다. 텅스텐이 인구 증가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2016년 이후 10년 동안 영월군의 주민등록인구는 매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올 11월 기준 영월군 주민등록인구는 약 3만6000명. ‘중석의 도시’로 불렸던 상동읍의 인구도 한때 3만 명을 넘었으나, 올해 11월에는 1009명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상동고등학교는 야구부를 창단하며 경우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어, 인구 유지와 증가는 지역의 절박한 과제이다. 영월군은 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전환점에 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월군 측은 “관내 인구는 올해 들어 감소세에서 벗어나 현상 유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사망 등 자연 감소가 매년 400~500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의 인구가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쇠락의 길을 걸어온 영월군은 텅스텐 산업을 지렛대로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기회를 맞고 있다. 텅스텐 전·후방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솔면 녹전4리 일원 25만㎡ 부지에 ‘핵심광물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텅스텐을 가공·응용하는 기업과 연구센터, 공공기관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핵심 광물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동광산이 서방 공급량의 40% 이상을 충당하고 관련 전·후방 산업이 지역에 정착했을 미래의 인구는 얼마쯤일까? 영월군은 대략 1만~1만5000명 정도의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상동광산이 직접 만드는 일자리 규모는 자동화와 기계화로 인해 약 350명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산·학·연 클러스터 내 기업 규모에 비례해 식당·마트·학교·교통·의료 등 생활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 1만 명 이상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텅스텐 관련 산업에다 생산재, 소비재 산업의 유발 효과를 따지면 그렇다는 말이다. 엄대섭 영월군청 전략산업팀장은 “영월군이 5만 명 정도의 적정 인구를 유지한다면 여타 시·군보다 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짜임새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부권 생산라인 제천·원주 너머 영월까지 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소비가 증가하면 지역 상권에도 생기가 돌게 마련이다. 2024년 영월군 지역총생산(GRDP)은 약 1조4000억원. 상동광산 채굴이 본궤도에 오르고 텅스텐 산업 밸류 체인이 완성될 경우, 영월군은 3000억~5000억원의 GRDP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알몬티대한중석도 글로벌 전략 광물 허브 전략을 통해 영월군의 목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회사는 △상동 텅스텐 광산 △산솔면 산화 텅스텐 공장 △상동광산 하부 몰리브데넘 채굴로 이어지는 통합 공급망을 영월에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산솔면 산화 텅스텐 공장 건설에 약 1000억원을 투입하고, 텅스텐 정광 증산을 위한 시설 투자에도 400억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동광산 재가동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영월군의 지위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의 중심축이 과거 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이동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부권으로 확장되는 추세에 주목한다. 산업 벨트가 중부권에서도 점차 동쪽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중간 지점인 제천 인근에 있는 영월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택·화성·이천 등 기존 반도체 거점에 더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제조업 생산 라인이 제천·원주 축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확장 흐름이 제천을 넘어 영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이영성 교수는 전망한다. 그 근거는 텅스텐의 범용성이다. 텅스텐은 반도체·이차전지를 포함한 충청·수도권 제조업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 교수는 “청주, 이천, 용인, 안성 등지에 신규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텅스텐 수요도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이 같은 산업 흐름은 영월이 국토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던 이 도시에 텅스텐이라는 서사(敍事)가 등장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이처럼 너무 커져 버렸다. 이제 영월은 밀도가 낮은 도시에서 다시 과거의 밀도가 높은 도시로 회귀하고자 한다. 지천으로 널린 텅스텐이라는 ‘일상의 현실’이 이 도시에 어떤 대안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email protected]
2025.12.25. 17:30
"해외 공장 설립은 당장의 실제적인 근로조건의 변동을 초래하지 않아서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도급·위수탁 계약에서 정해진 영업일수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고, 하청 스스로 근무 일수가 변경이 어려운 경우 계약외사용자(원청사용자)도 교섭 당사자가 된다" 26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현장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해석지침에 담긴 내용이다. 전자에는 노동계가, 후자에는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다. 해석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 당사자인 노사 모두가 반발하면서 전문가들은 시행 이후 갈등과 혼란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노란봉투법은 교섭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교섭 대상이 되는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 또 어디까지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법에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사용자와 쟁의 대상의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했다. ━ 누가 진짜 사용자? "여전히 모호" 그러나 노동부가 40쪽이 넘는 해석지침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를 교섭 당사자인 이른바 ‘진짜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실질적 지배력을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가진 주체로 보되, 여기에 원청 사업에의 편입 여부나 경제적 종속성 등을 보완적인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 문제는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 역시 ‘실질적·구체적 지배력’만큼이나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다시 구조적 통제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설명한 만큼, 현장의 모호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원청이 하청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사례는 계약 내용을 통해 하청의 영업 일수나 운영 방식을 사실상 결정하는 경우다. 계약을 따르지 않으면 해지가 가능해 하청이나 근로자가 근무 조건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울 때다. 또 하청 근로자의 작업 시간이 작업 물량이나 원청이 관리하는 물류 차량, 설비, 지원 인력 투입 규모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도 구조적 통제로 판단했다. 경영계는 이 부분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계약 미준수시 도급·위수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를 들고 있는데, 도급계약에서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지도 구조적 통제 대상이 된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 투자 결정은 쟁의 대상 아니다", 노동계는 반발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쟁점은 노동쟁의 대상 범위의 확대다. 그동안 정리해고 등 이른바 ‘사업상의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5호 개정으로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까지 쟁의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해외 공장 신설과 같은 주요 경영 판단마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영계에서 제기돼 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외 공장 신설과 같은 사안은 당장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변경한다고 보기 어려워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석지침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경영상 결정에 대해,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이거나 잠재적인 수준에 그칠 경우에는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가이드라인 구속력 없어...법원 판단에 뒤집히면 더 큰 혼란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해석지침(안)은 하청 노동자가 진짜 사장을 찾아가는 데 활용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이 사용자성을 지우는 안내서로 활용될 우려가 더 커 보인다"고 반발했다. 문제는 노동부의 이번 판단이 향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법을 개정한 것이 아니라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해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가이드라인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만약 향후 법원이 해석 지침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현장의 혼란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통상임금 역시 노동부가 해석지침을 제시했지만, 8년 만에 정반대의 판례가 나왔다”며 “이번 가이드라인 역시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용을 갖지 못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졸속 입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희 광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법임에도 불구하고,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한 상태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됐다”며 “사실상 입법 단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정부가 추가로 손쓸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5.12.25. 17:00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걸 결정하는 사람’이에요. Editor's Note 올해 팀장 3년 차입니다. 1~2년 차에는 성과 내는 게 힘들었는데 3년 차가 되니 사람이 힘들어졌어요. 매니징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던 와중에 『리더의 일』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컨설팅 회사, 일반 기업에서 21년간 임원과 대표로 일한 박찬구 경영자 코치가 썼는데요. 첫 장부터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로 마음을 가볍게 해주셨죠(웃음). 리더의 밥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조직의 문제아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칭찬과 부정적 피드백의 기술까지. 오래 현장을 경험한 리더의 구체적인 조언이 와닿아서 폴인(folin.co)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리더 생활,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리더의 일 5가지를 깨닫다 Q : 10개 회사에 몸담으셨다고요. 실은 12군데 다녔어요. 제 또래 중엔 굉장히 드문 이력이죠. 살아보니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군데 다닌 경험이 지금 코칭하고 자문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커리어 초기에 컨설턴트로 일했는데요. 컨설팅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잘 모르는 업종의 고객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2주쯤 지나면 아는 척을 해야 해요. 러닝 스피드가 굉장히 빨라지죠. 그래서 요즘 코칭 받는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코치님한테는 길게 설명 안 해도 돼서 좋습니다.” 업종 불문하고 바로 이해하니까요. Q : 저도 꽤 옮겨 다녔습니다만 적응이 쉽지 않던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처음이 힘들죠. 몸담던 조직을 처음 떠난 게 대리 시절 유학 간다고 휴직했던 때였어요. ‘내가 집에 있으면 회사에서 전화가 오겠지’ 생각했죠. “서류 어디다 뒀니” 같은 전화요. 그런데 한 통도 안 오더라고요(웃음). 그때 깨달았어요. 일 좀 한 것 같은 내가 빠져도 조직에는 전혀 영향이 없구나. Q : 일찍 깨달으셨네요(웃음). 이후 회사 생활이 달라졌나요? 엉덩이가 가벼워졌죠. MBA 갔다 와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 갔어요. 거기서도 1년 만에 외국계 컨설팅으로 옮겼죠. 3년 후에 컨설팅 회사를 직접 차렸고요. 7년 정도 운영하다가 재능교육 임원을 거쳐 47살에 웅진케미칼에서 대표 생활을 시작했죠.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했다기보다는 저거 재밌겠는데? 그럼 옮겼어요. 이직을 몇 번 해보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림이 그려져요. 21년간 임원, 대표 생활을 해보니 리더의 일은 5가지예요. Q : 5가지가 뭔가요? 시작하기, 도와주기, 직접 하기, 결정하기, 끝내기. 이게 전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게 뭘까요? Q : 직접 하기요? 맞아요.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걸 결정하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있잖아요. 인사팀이라면 매달 급여 지급 같은 업무요. 이건 팀원들이 다 알아서 합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 새로 해야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죠. 일을 끝내는 것도 중요한 결정이에요. 예전에 컨설팅 회사할 때 일 잘하는 직원이 있었어요. 처음에 방향만 잡아주고 제가 별로 할 게 없었죠. 이제 네가 알아서 다 하면 되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 아닙니다. 대표님이 끝났다고 해야 끝난 거죠. " 책임진 사람이 끝났다고 해야 끝난 거예요. 리더는 구성원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구성원이 일하는 걸 검토하고 들여다보고 중간에 조언하고… 그게 리더의 일이에요. Q : 그래도 구성원들이 너무 바쁠 땐 제가 실무를 덜어줘야 되지 않나,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바쁠 때 일을 덜어준다고 하셨죠. 그건 팀장님의 일이 아닌 일을 해준다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에디팅 할 게 있으면 그걸 갖고 와서 내가 한다는 소리잖아요. 그런데 담당자가 나중에 들여다보면 원고 톤의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의 일을 아닌 일을 해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거냐는 거죠. Q : 실제로 제가 일을 덜어주겠다고 에디팅을 했다가 담당자가 새로 쓴 적이 있어요. 톤이 안 맞아서(웃음). 그러니까요. 당장 팀원이 부족하면 팀장도 담당 업무를 하나 갖고 가는 게 어떠냐고 하잖아요. 소위 플레잉 코치라고 하죠. 플레잉 코치 치고 좋은 성과 낸 사람 없어요. 코치가 잘하면 코치가 경기 뛰지, 왜 선수들이 뛰겠어요? 팀원이 신입일 때는 물론 팀장이 더 잘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차이는 금방 사라집니다. Q : 가끔 팀원이 프로젝트를 혼자 완수해 내면 ‘나는 한 게 없는데 어떡하지?’ 신경 쓰일 때도 있어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윗분들은 보면 압니다. 팀장이 아무것도 안 한 건지, 리딩을 잘 한 건지. 반대로 일이 잘 안됐을 경우는 어떤가요? 그때는 팀장한테 뭐라고 할 거 아니에요? 위에 올라가서 깨지더라도 내 책임이고, 칭찬을 받아도 내 책임인 겁니다. 팀원의 성장은 분명 나한테 도움이 돼요. 내가 편해지니까요. 신임 팀장 코칭할 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맨날 10시, 11시에 퇴근한다는 거예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팀원들이 일을 못 쫓아온대요. 팀장님은 어떻게 팀장이 되셨어요? Q : 그걸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웃음) 승진할 때가 돼서? 아니죠. 일을 잘해서 팀장이 된 거죠. 그렇게 팀장 된 사람이 팀원들의 업무가 본인 기대 수준하고 맞겠어요? 안 맞는 게 당연해요. 그 갭을 메꾸려고 본인이 매일 야근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래요? 언제까지 계속 그 일 대신해 주실 거예요?” 그 친구들이 일을 배워서 역량이 늘어나면 팀장이 야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Q : 하지만 팀원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시간 동안은 버텨야 하나요? 가르치든지, OJT를 하든지 여러 방법으로 시간과 기회를 계속 줘야 해요. 일을 직접 해서 배울 수 있도록. 그때까지는 기대 수준을 약간 낮추면 돼요. 안 그러면 본인이 계속 갈아 넣는 거죠. 제가 컨설턴트로 10년을 일하다가 기업 임원으로 옮겼어요. 보고서를 가져오는데 한숨이 나와요. 컨설턴트들은 보고서 잘 쓰잖아요. 그래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제가 빨간펜으로 고치는 걸 1~2주 했어요. 그렇게 하니 일하다 죽겠더라고요. 컨설턴트 때보다 일이 더 많은 거예요. 그래서 기대 수준을 내려놨어요. 제가 직접 고치지 않고, 고쳐야 하는 방향을 설명해 줬죠. 그다음 보고서는 마음에 들었을까요? 안 들죠(웃음). 한두 번 더 수정해야죠. 이걸 몇 달을 했어요. 그런데 쉽게 늘지 않더라고요. Q : 몇 달이요? 네, 안 되겠다 싶어 직원들을 불렀어요. 과장급 이상 30명쯤 불러서 매주 금요일에 1시간만 일찍 와라. 그리고 업무 시간을 1시간 쓰자. 그 2시간 동안 제가 교육을 했어요. 차트 그리는 법, 보고서 쓰는 법. 3개월 교육하니까 더 가르칠 것도 없고 끝냈죠. 이 친구들이 고맙다고 제 사무실에 공기청정기 하나 사서 넣어주더라고요(웃음). 중요한 건 그렇게 하고 나니 팀장 3명의 보고서가 달라졌어요. 그중에 임원이 한 명 나왔죠. Q :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대신 교육으로 역량을 키우셨네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죄가 없어요.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때도 있고요. 인사철에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되면 다들 물어보잖아요. 그분 어떠셔? 별명이 김대리래요. 그럼 아, 마이크로 매니저구나. 바로 눈치채죠. 그런데 어떤 분은 사장이 되면 디테일한 경영자라고 불려요. 뉘앙스가 긍정적이죠.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필요한 일에만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사람. 저는 이걸 ‘디테일 매니지먼트’라고 불러요. 좋은 리더는 내가 챙겨야 될 게 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에요. " 어떤 걸 디테일하게 할 거냐. 이게 리더의 일머리거든요. " 처음 시도하는 일이나 부서의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해요. 사장이라도 대리, 사원과도 다이렉트로 소통해야죠. 그렇지 않은 일은 구성원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고요. 영혼 없는 칭찬도 도움 될까 Q : 리더 입장에서는 칭찬을 한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늘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합니다. 제가 어떤 임원 코칭을 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찌르면 피도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스타일이에요(웃음). 제가 물었죠. 칭찬을 왜 안 하십니까? 그랬더니 “잘한 게 있어야 칭찬을 하죠” 그래요. 칭찬을 해보시라는 숙제를 드렸어요. 다음 코칭 시간에 확인하니 2주 동안 세 번 했대요. 한 번은 진짜 칭찬하고 두 번은 그냥 하셨대요. 그냥 칭찬하니까 영혼 없는 칭찬 같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또 물었어요. “상무님 밑에 아부하는 친구들 있죠? 들으면 아부인 줄 아시죠?” “알죠” “아부는 영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죠.” “영혼 없는 아부여도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 “칭찬도 마찬가지예요.” 영혼 없는 칭찬도 들으면 기분 좋아요. 저는 아무 맥락이 없어도 칭찬을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왜냐하면 대표를 했던 저조차도 뜬금없는 칭찬에도 기분이 좋았거든요. " 잘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칭찬은 기본값이라고 세팅하는 게 맞습니다. " 혹시 골프 치세요? Q : 아뇨. 골프는 칭찬을 바로 해야 되거든요. 드라이버를 쳤을 때 바로 굿샷 외치는 사람이 있고요. 치고 1초 있다가 굿샷 하는 사람이 있어요. 공이 정말 똑바로 가는지 보고 하는 거예요. 그럼 속으로 생각하죠. “이 자식, 다 확인하고 얘기하네.”(웃음) 또 같이 골프 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어요. “대표님 연습 열심히 하셨나 봐요. 허리가 완전히 돌아갔어요.” 이건 이 사람의 노력을 칭찬해 주는 거예요. 회사에서는 “그 프로젝트에 오래 공들이더니 역시 OO씨가 하니까 좋은 성과 나왔네요” 이렇게 칭찬하면 가장 좋고요. 이렇게 못해도 수시로 “OO씨는 훌륭한 팀원입니다”라고만 해도 의미가 있는 거죠. 저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척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신 참 힘들겠구나’ 공감하는 척하는 거죠. 실제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그래도 리더라면 “고생 많이 했네요” 공감하는 척을 해보세요. 본인의 공감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도 공감하는 척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공감하게 돼요. 저도 노력해서 포용력과 공감력을 끌어올린 케이스예요(웃음). Q : 저는 구성원들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부정적 피드백이 힘든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인간 본성 때문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듣기 싫은 얘기를 해야 되잖아요. 부정적 피드백은 받는 사람도 싫어하지만 주는 사람도 싫어요. 그거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부정적 피드백에 대해서 저는 약간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피드백은 합의에 도달하는 게 아니에요. 평가자가 자신의 의견을 주는 겁니다. " 합의사항이라고 생각하면 피드백이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요즘은 평가를 설득하려고 해요. 평가 면담할 때 “OO씨는 이번에 C를 받을 겁니다”라고 하면 “내가 왜 C입니까?”라고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평가라는 건 평가자가 피평가자를 평가하는 겁니다. 본인 평가가 아니에요. 합의사항이 아니라는 거예요. 평가자가 C를 주면 끝이에요. 물론 근거가 있어야겠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고요. Q : 요즘은 리더십 평가가 있다 보니 인기 많은 상사가 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착한 상사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보스는 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리더는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불만에 찬 구성원이 있으면 “내가 결정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조직문화가 수평적이더라도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상사이고 보스입니다. 둘째, 구성원이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제가 과장급 이상에게 보고서 작성하는 법 알려준 것처럼요. 리더는 인재를 육성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해요. 직장 내에서도 ‘리셋’이 필요하다 Q : ‘조직 파괴범’이라는 표현이 책에 나오잖아요. 태도가 안 좋은 팀원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나요? 사실 부모도 자녀의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잖아요(웃음). (후략) ▶ 기사 전문은 폴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링크 https://www.folin.co/article/12718 새해에 읽기 좋은 폴인 콘텐트 1. '거시경제 1타 강사' 오건영이 말하는 루틴의 힘 https://www.folin.co/article/2607 2. 『서울 자가에 대기업…』 송희구 작가의 10년 습관은? https://www.folin.co/article/2608 3. "일도, 인생도 세일즈" 벤츠 윤미애 이사의 스케일업 https://www.folin.co/article/9856 4.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남다른 일상 운영법 https://www.folin.co/article/2613 도헌정([email protected])
2025.12.25. 16:00
정부가 원화가치 상승,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내놓은 ‘서학개미 유턴’ 정책의 하나로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국내시장 복귀 계좌)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내년 1월 말~2월 초 RIA를 출시할 전망이다. RIA는 기존의 해외 주식 계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세제 혜택을 받고 싶을 때 추가로 여는 일종의 ‘절세 전용 계좌’다. 해외 주식을 팔아 생긴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RIA를 활용하면 이걸 아낄 수 있다.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증권사에서 RIA 계좌를 개설한 뒤, 기존 해외 주식 계좌에 있던 항목 중 절세가 필요한 주식을 RIA로 이체한다. 이체 자체엔 세금이 안 붙는다. RIA 계좌에 들어 있는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그 돈으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를 매수하면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이 된다. 수익이 많이 난 종목부터 옮기는 게 유리하다. RIA는 매매 차익이 아니라 매도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준다. 같은 5000만원을 팔아도, 처음 투자한 돈이 적을수록 세금 혜택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 A를 3000만원에 사서 5000만원에 팔면 차익은 2000만원이다.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1750만원이 과세 대상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쳐 약 38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1000만원에 산 B종목도 5000만원으로 뛰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차익은 4000만원으로 더 크다 보니 세금도 약 825만원으로 불어난다. 이런 경우엔 세금 부담이 더 큰 B 주식을 RIA로 옮기면 절세 효과가 커진다. 국내 복귀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할 계획이다.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로 감면 폭이 줄어든다. 주의할 점이 있다. RIA를 통해 산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를 1년 이상 보유해야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투자 기간과 매도 금액, 감면율 등은 국회 논의를 거쳐 조세특례제한법에 담길 예정이다. 김경희([email protected])
2025.12.25. 13:00
시청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모(33)씨는 최근 회사 앞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서 일반 김밥(4500원)과 라면(5000원)을 주문하고 9500원 지불했다. 이 매장에서 5000원 이하를 받는 메뉴 두 가지다. 분식집 메뉴판에는 치즈돈가스(1만500원)처럼 1만원을 넘는 메뉴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는 “곧 분식집에서마저 1만원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며 “몇 년 전만 해도 1만원이면 든든한 한 끼였는데, 이제는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골라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며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값+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 최근 원화가치 급락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외식 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각종 메뉴에 빠지지 않는 계란 가격마저 7000원을 넘어서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3~5%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큰 품목은 김밥으로, 한 줄 평균 가격이 올해 11월 3700원으로 5.7% 올랐다.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지난해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상승했다. 곧 1만원을 돌파할 기세다. 삼계탕(1만8000원)·냉면(1만2423원)·비빔밥(1만1577원)은 이미 서울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외식 업계는 올해 가격 인상이 누적된 비용 압박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고정비가 동시에 올랐다. 여기에 달러당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식재료 가격까지 뛰면서 원가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추가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 업계의 주요 식재료이자 반찬으로 빠지지 않는 계란 가격마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특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7010원으로, 한 달 만에 다시 7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5월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선 계란 가격은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겨울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계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동절기 산란계 농장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건 늘어난 11건이다. 원화값 약세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환율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가치 하락분이 통상 3~6개월 뒤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내년 초부터 수입 식료품 등이 먼저 오르는 등 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입물가는 오름세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6% 상승해 1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로,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서 체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5.12.25. 13:00
쿠팡이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 직원을 특정하고, 해당 범행에 쓰인 노트북과 하드 드라이브 등 장치를 회수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날 쿠팡은 “유출자가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약 3300만 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했고 이 가운데 약 3000개 계정에서 공동현관 출입번호 2609개와 이름·이메일·전화번호·주소·일부 주문 정보 등을 빼내 실제로 저장했다. 유출자는 이후 한국에서 수사가 시작되자 극도의 불안에 빠졌으며,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범죄에 쓰였던 맥북 에어 노트북 등을 파손한 뒤, 쿠팡 로고가 있는 에코백에 넣고 벽돌을 채워 하천에 내다버렸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은 “유출자의 자백을 바탕으로 잠수부들이 범죄에 쓰인 장치를 회수했으며 전문 기업의 포렌식을 거쳤다. 제3자에게 유출된 정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맨디언트·팰로앨토네트웍스·언스트앤드영 등 글로벌 사이버 보안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지난 17일부터 유출자에게 받은 진술서와 개인정보 유출에 쓰인 장치를 순차적으로 정부 기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 쿠팡의 한국패싱…당국 수사 중인데 ‘범행 노트북’ 포렌식 쿠팡은 유출자를 어떻게 접촉해 진술을 확보했는지, 민관합동조사단이 가동 중인데도 어떤 이유로 직접 조사를 수행했는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탈취한 정보를 제3의 인물이나 기관에 유출하지 않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쿠팡 관계자는 “발표한 내용 이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직원의 국적과 체포 장소, 범인이 사용 후 장치를 버린 하천이 한국인지, 중국인지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이 쿠팡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 날, 회의 시작 직전 쿠팡 단독으로 조사한 내용을 발표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쿠팡은 하루라도 빨리 고객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쿠팡의 발표 직후 쿠팡이 일방적으로 조사 사항을 알린 것에 강력히 항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현재 진행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진술서와 노트북을 지난 21일 임의제출 받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피의자가 진술서를 실제 작성했는지 여부와 노트북이 범행에 사용한 증거물인지는 확인해 봐야 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50만 명에 달하는 쿠팡 이용자가 집단소송에 나섰다. 중앙일보가 쿠팡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11개 로펌을 취재한 결과, 수치가 확인된 9개 로펌에서 진행하는 집단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48만3800명이었다. 이들은 1인당 10만~1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1인당 평균 배상 청구액은 13만2699원으로, 총 청구액(소송가액)은 642억원이다. 김병국 번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의 태도에 분노를 느껴 책임을 묻고 싶다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법원이 11개 로펌이 진행하는 소송에서 한 번이라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 쿠팡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켜보던 다른 피해자들도 줄줄이 소송에 나설 수 있어서다. 3370만 명이 넘는 전체 피해자에게 현재 집단소송 중인 평균 청구액(13만원)만큼만 보상해도 배상금은 단순 계산으로 최대 4조4719억원까지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쿠팡 전체 영업이익(1조2827억원)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과거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 사례를 보면 첫 재판 결과가 다른 소송에도 적용된다”며 “첫 판결 뒤 소멸 시효 전까지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의 1인당 배상금이 통상 10만원 선이었고, 이재명 대통령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급한 만큼 배상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재판에서 정신적 손해를 포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할 것이다. 쿠팡은 해킹을 당한 게 아니라, 직원 소행이라 허술한 내부 보안시스템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참가자들은 주민등록번호나 카드번호 같은 금융 정보와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각 로펌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신청을 받는 가운데 소송 참여자는 최근 사흘 사이 하루 평균 약 3만 명씩 빠르게 늘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손해 여부 입증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이 유출돼 이를 바꾸는 부수적 비용(시간)이 들었기 때문이 이 점이 배상액 산정에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임선영.노유림([email protected])
2025.12.25. 9:12
최근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를 둘러싼 적정성 논쟁이 재점화됐다. 정부가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다 연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다. 외환보유액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한 외화자산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국가의 달러 체력’이자, 환율 위기 때 꺼내 쓸 ‘비상금’이다. 1997년 달러가 부족해 쓰라린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은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4306억6000만 달러(약 624조원)로 집계됐다.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9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2018년 6월 4000억 달러를 처음 넘어선 뒤, 2021년 코로나19 시기에 4600억 달러 안팎까지 늘었다. 이후 감소와 반등을 거쳐 최근엔 4000억 달러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원화가치가 달러당 1480원 선까지 추락하자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은은 환율 변동성을 누그러뜨리려 자체 시장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병행하고 있는데, 시장 안팎에선 당분간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정부가 지난 24일 강도 높은 개입 의사를 밝히자 달러당 원화값은 하루 만에 33.8원 치솟으며 1440원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른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의 대미 직접투자도 부담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4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며 “지금 외환보유액을 써서 환율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4000억 달러의 ‘실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환위기 경험을 토대로 외환보유액은 최소 1년간의 상품·서비스 수입액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 근거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입액(약 6320억 달러)을 기준으로, 현재 외환보유액(4306억 달러)은 약 8개월치에 해당한다. 반면에 5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계획인 일본의 경우 지난해 수입액(7426억7000만 달러) 대비 외환보유액(1조2307만 달러)은 약 19개월분에 해당한다. 세계 9위 규모…원화 약세에 방어심리 커져 국내총생산(GDP) 외환보유액 비중으로 따져도 아시아 국가 중 적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명목 GDP(1조8697억 달러) 대비 외환보유액(4156억 달러)은 약 22.2%다. 일본은 30.6%에 달한다. 반면에 대만의 명목 GDP(7970억 달러)는 한국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는데, 외환보유액은 5767억 달러에 달한다. GDP 대비 73.7%로 상당히 높다.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10년간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직접투자 등은 달러 부족과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국제기구 권고 기준인 (현 수준보다) 최소 두 배 이상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지표들을 반영하면 5200억~9000억 달러를 비축해야 한다는 근거다. “액수보다 방어력…미국과 통화스와프를”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IMF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대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최근 “외환보유액은 단기 외채의 2.6배로, 잠재적 충격에 대해 상당한 완충 효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IMF의 정량지표는 주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산식”이라며 “한국은 완전 변동환율제도 국가로 그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미투자와 관련해서도 “양해각서(MOU)에 한국 외환시장에 불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게 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은은 최근 “1조 달러가 넘는 순대외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채무) 증가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지만, 외환 안전판과 대외건전성이 강화됐다”는 진단도 내놨다. 상당수 전문가는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정식 교수는 “원화값 급락(환율 급등) 국면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오히려 환율을 자극할 수 있고,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환율조작으로 감시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달러 매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용도 많이 든다.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 발행한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이자로 지난해 4조원이 나갔다.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이자는 올해 6000억원에 달한다. 외환보유액 규모보다 ‘방어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외환시장은 숫자의 싸움이라기보다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정부와 외환 당국이 어떤 전략과 메시지로 시장의 불안을 관리하느냐가 ‘방어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어렵겠지만 정부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2025.12.25. 9:06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주요 해외 기관들이 한국의 내년 물가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환율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 37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로 나타났다. 11월 말 1.9%에서 보름 만에 0.1%포인트 상향됐다. 14곳이 전망치를 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크레디아그리콜은 각각 1.8%에서 2.1%로 상향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가 달러당 원화값 하락의 지연된 파급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며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에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면서도 “환율, 내수 회복세 등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은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내년까지 1470원 안팎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달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1.9%에서 2.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물가가 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원화값 하락이 생활물가 전반에 반영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체감 불안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12.25. 8:53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사진) 용문학원 명예이사장이 24일 별세했다. 97세. 김 이사장은 1928년 경북 포항에서 고(故) 김용주 전남방직 설립자의 장녀로 태어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다. 1949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평생 교육사업과 여성 권익 신장에 힘쓴 인물로 꼽힌다. 1966년 겸산학원과 강문고를 인수해 용문학원·용문고로 이름을 바꾸고 1000억원 이상 사재를 쏟아 명문 사학으로 키웠다. 우상호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백일섭, 조영남, 유재석 등의 인사를 배출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이다. 이수정([email protected])
2025.12.25. 8:32
고객 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쿠팡이 지난해 납품업체로부터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약 2조3424억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쿠팡 거래금액의 약 9.5%에 달하는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추산할 수 있는 ‘2025년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등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이 가운데 광고·홍보비, 할인쿠폰 등의 명목으로 1조4212억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쿠팡이 직매입으로 거래한 전체 금액 24조6953억원의 5.76%에 해당한다. 또 쿠팡은 직매입 거래 금액의 3.73%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장려금으로 받았다. 직매입 거래에서 납품업체가 판매 촉진을 위해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돈이다. 거래금액을 토대로 역산하면 9211억원 수준이다. 쿠팡의 판매장려금 비율은 온라인쇼핑몰(3.5%) 평균을 넘는 수준이다. 쿠팡은 납품받은 상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아 차액에서 이윤을 얻는 직매입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납품업체들로부터 광고비와 판촉비, 판매장려금 등을 추가로 받아 부수입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쿠팡에 납품한 업체는 2만169개다. 쿠팡은 2023년 6월 무렵 소매 거래를 100% 직매입으로 전환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주요 유통업체의 지난해 실질판매수수료율도 공개됐다. 올해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한 면세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43.2%로 가장 높았다. 이어 ▶TV홈쇼핑 27.7% ▶백화점 19.1% ▶대형마트 16.6% ▶아웃렛·복합쇼핑몰 12.6% ▶온라인쇼핑몰 10% 순이었다. 실질수수료율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와 추가비용(판촉비·물류비 등)의 합을 상품판매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김경희([email protected])
2025.12.25. 8:01
━ CES 2026 ‘AI홈 격돌’ 차세대 인공지능(AI) 혁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인 ‘CES 2026’이 다음 달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다. 세계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이번 CES의 주제는 ‘혁신가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다. 올해 1월 열렸던 CES 2025가 ‘몰입(Dive In)’이라는 주제로 AI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짚었다면, 이번엔 한발 나아가 AI 기술이 가전과 주거 공간에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바꿀지 화두를 던질 전망이다.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꼽은 4대 핵심 테마는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헬스다. 주목할 점은 AI의 진화 양상이다. 단순 이미지·텍스트를 만드는 생성AI를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더 나아가 로봇·모빌리티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소통하는 ‘피지컬AI’로의 전환이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기업 헥사곤, 중국 유니트리,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그룹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전망이다. 매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대규모 부스를 차렸던 삼성전자는 이번엔 윈(Wynn)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마련한다. 전시를 하나의 장소에 모아 관객 몰입도를 높이고 삼성 AI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전시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가전업계 최초로 구글의 생성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탑재한 ‘비스포크 AI 냉장고’를 전시할 예정이다. AI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를 인식하는데, 제미나이 탑재로 인식 가능한 대상이 기존 신선식품 37종, 가공·포장 식품 50종에서 크게 늘어났다. TV 제품에선 마이크로 RGB(적·녹·청) 기술을 적용한 TV 라인업을 확대한다. LG전자는 로봇 기술을 앞세워 ‘제로 레이버 홈(가사노동 해방)’ 비전을 구체화한다. 25일 공개한 차세대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 티저 영상에는 로봇 손이 등장해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집 안 물건을 집어 옮기는 장면이 담겼다. 기존 이동형 홈 로봇 ‘Q9’에서 진화해 두 개의 로봇 팔에 각각 다섯 개의 손가락을 장착, 집안일에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피지컬 AI의 모습을 예고했다. LG전자는 CES 개막 하루 전날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이라는 주제로 ‘월드 프리미어(1월 5일)’ 행사를 연다. 집 안을 넘어 모빌리티와 상업용 공간까지, 다양한 장소와 제품·솔루션을 연결해 고객에게 최적화한 ‘공감지능 AI’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CES는 직무대행 꼬리표를 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신임 류재철 LG전자 사장의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양사 모두 AI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생활 밀착형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리더십을 부각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기조연설에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양 위안칭 레노버 CEO, 롤랜드 부시 지멘스 CEO가 나선다. 지난 CES 2025의 기조연설자였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 라이브’ 행사를 열고 특별 연설자로 등장한다. 이우림([email protected])
2025.12.25. 8:01
미국 뉴욕 증시에 ‘산타랠리’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성탄절 하루 전인 2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 38번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32% 상승한 6932.05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다우지수도 0.6% 오른 4만8731.16으로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주식 매수 소식이 투자 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 공시에 따르면 쿡 CEO는 주당 58.97달러에 나이키 주식 5만 주를 매입해 약 295만 달러(약 43억원)를 투자했다. 그는 2005년부터 나이키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고, 2016년부터는 수석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거래는 나이키 이사나 임원의 공개 시장 매입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현 경영진 체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나이키 주가는 장중 4% 넘게 상승했다. 시장에선 이번 흐름을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에 나타나는 이른바 ‘산타 랠리’의 초입으로 해석했다. 올해는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가 해당된다. 외신들은 연말 연휴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지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거래량 감소로 변동성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문사인 글로벌트 인베스트먼츠의 토머스 마틴 매니저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1~2% 추가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이미 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강한 랠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12.25. 8:01
━ KDDX 입찰 방식 논란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이 ‘경쟁입찰’로 결론났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서는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내년 1분기까지 KDDX 상세설계 단계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에 KDDX 사업 입찰 공고를 한 뒤 내년 말까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까지 1년 남짓 남은 가운데 꺼야 할 불씨가 적잖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납기 등을 고려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이번에 경쟁입찰 방식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장 기존 ‘KDDX사업추진기본전략’을 변경하거나 재수립해야 한다. 2018년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의결한 기본전략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 공고 단계에서 절차를 설계하고 평가 지침을 마련하는 일도 난제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입장이 첨예했던 만큼 입찰 과정의 작은 공정성 시비에도 민감할 수 있어서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보안 감점’을 적용하는 문제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지난 9월 방사청이 “내년 12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감점 1.2점을 연장한다”고 밝혔을 때도 파장이 컸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방사청은 “특정 업체에 대한 보안 감점 적용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며 당장에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비쳤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이 입찰 참여 기회를 얻었단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지만, 기본설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보다 제안서 작성 등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보안 감점 적용 여부가 입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쟁입찰 결정이 함정 건조 기업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부분이다. KDDX뿐 아니라 향후 차기 함정 개발 사업 전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통상 연구·개발 과정에 속하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과정은 개발에 든 비용을 국가가 기업에 사후 정산해주는 절차가 있었다. ‘세상에 없는 배’를 만드는 방산 기업의 비용을 국가가 어느정도 보전해준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경쟁입찰에서는 사실상 이런 과정이 불가능하다. 장원준 교수는 “경쟁은 비용·성능·시간 싸움인데, 두 대기업 모두 성능은 충족한다고 보면, 결국 남는 건 비용이라 가격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사업비가 어느정도 될지 방사청도 판단이 어렵고, 기업들은 가격 상한이 생겨 부담이 커질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경쟁 입찰로 선도함 건조에 큰 비용을 쏟고도 후속함 수주를 못 하면 함정 업체는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고 우려했다. 해군 출신의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기업은 과당 경쟁으로 내상을 입고 방사청은 법·제도·규정을 공정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해군은 전력화 지연으로 막심한 손해”라며 “누구도 승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정([email protected])
2025.12.25. 8:01
자기주식을 의무소각하도록 하는 제3차 상법 개정이 논의 중이다. 한국은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보는 국가다.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도 바로 소멸하지 않고 의결권만이 제한된다. 이후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관련 이론 중 ‘미발행주식설’의 경우 자기주식은 자동소멸하여 주식이 발행되지 않은 상태가 되어 의무소각은 불필요하다. ‘자산설’에 의하면 자사주 강제소각은 재산권 침해다. 이런 이론적인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주식의 법제적인 일관성을 깨면서까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겠다면, 적어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취득한 ‘특정 목적에 의한 자사주’(상법 제341조의2)만큼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까다로운 자본금 감소 절차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사주와 달리 합병이나 지주회사 전환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감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며, 채권자 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주주 반대로 결의가 무산되거나 채권자 이의신청에 가로막히면 기업은 소각 의무를 이행하려 해도 불가능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둘째,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감자 공고와 이에 따른 채무 변제, 담보 제공 행위는 그 자체로 시장에 자본잠식이나 자금 경색의 ‘사전 징후’로 오인될 수 있다. 설령 이러한 오인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채권자가 시장 금리와 비교해 상환 요구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으며,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M&A가 위축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자사주 맞교환(스왑)은 기업 간 전략적 제휴의 핵심 수단인데, 각종 규제로 처분 절차가 까다로워지거나 협상 내용이 노출되면 신속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전환을 고려할 때, 향후 2∼3년 내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등 M&A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제약된다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가 기업 경쟁력 약화나 산업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게 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사주 의무소각 입법화가 산업 현장의 전략적 대응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
2025.12.25. 8:01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과 사단법인 대한노인회(회장 이중근)는 고령 회원의 금융 생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대한노인회 회원 전용 제휴카드 출시 ▶공적연금과 연계한 맞춤형 금융 상품 제공 ▶시니어 금융 상담 확대 등을 추진한다. 회원 전용 제휴카드는 신용카드 이용 시 월 최대 1만5000원, 체크카드 이용시 월 최대 5000원의 할인을 제공하며, 공적연금 수급 계좌를 하나은행으로 지정할 경우 최대 5만원 환급도 받을 수 있다.
2025.12.25. 8:01
연금저축계좌에서 활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상품별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ETF 투자 수요 증가에 맞춰 비교공시시스템을 손질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보험협회 등 금융권 7개 협회와 함께 운영 중인 금융상품 비교공시시스템의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예·적금과 대출상품의 금리·거래조건을 제공하는 ‘금융상품한눈에’, 연금저축·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비교할 수 있는 ‘통합연금포털’ 등의 공시 항목과 검색 기능을 전반적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ETF는 연금저축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음에도 통합연금포털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앞으로는 연금저축 ETF 상품별 연평균 수익률과 수수료율 정보가 새롭게 공개된다. 금감원은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ETF 공시 근거를 마련하고, 연금저축상품 간 성과 비교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상품한눈에’의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공시 기능도 개선된다. 모바일 화면에서 일부 공시 항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바일에서도 주요 조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을 개편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공시정보에 대한 오픈API와 상품 간 비교 기능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금융권 협회별 공시 기능 개선도 병행된다. 신협중앙회는 예금상품 검색 시 판매지역을 기존 광역시·도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까지 세분화하고, 개별 조합명 검색 기능을 추가한다. 손해보험협회는 고령자 관련 보험상품의 검색과 비교가 쉽도록 공시 메뉴를 확대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련 보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현재는 간병·치매보험과 노후 실손의료보험에 한해 비교공시가 운영되고 있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12.25. 8:01
테슬라 차량의 ‘숨겨진’ 도어 손잡이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산하 결함조사국(ODI)이 정식 예비조사에 착수한다. NHTSA는 23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도어 손잡이에 대해 “숨겨져 있고, 명확한 표시가 없으며, 비상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22년식 모델3 17만9071대다. 테슬라 차량은 주로 버튼 형태인 전자식 도어 개폐장치를 사용한다. 전력이 끊길 때 사용할 수 있는 수동식 개폐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뒷좌석은 개폐 레버가 문 아래쪽에 숨겨져 있어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민원을 제출한 케빈 클라우스는 2023년 자신의 모델3를 운전하던 중 화재 사고가 났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을 깨고 탈출해야 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불타는 상자에 갇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도어 손잡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위스콘신에서는 모델S 화재로 탑승자 5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됐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도 유족 측은 도어 미작동이 원인이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일환으로 차량 내·외부에 도어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아 모델Y는 지난 9월부터 NHTSA가 도어 손잡이 안전성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테슬라의 대표 인기 모델인 모델3까지 조사받게 되면서 리콜이나 디자인 변경 등 적극적 조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남윤서([email protected])
2025.12.25. 8:01
성탄절인 25일 서울 명동 풍경. 올겨울 가장 혹독한 추위가 찾아 들었지만, 거리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뉴시스]
2025.12.25. 8:01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년부터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에 나선다. 이를 위해 총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4일 M.AX 얼라이언스 출범 100일을 맞아 제1차 정기총회를 열고 이 같은 구상을 공개했다. M.AX는 제조업 생산 현장 전반에 AI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산업부가 구성한 민관 합동 협의체(얼라이언스)가 추진한다. 참여 기관은 출범 당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1000여 곳에서 SK, 롯데호텔, 코넥 등 300여 곳이 합류하며 1300개로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출범 100일 만에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에 총 7000억원을 투입한다. 먼저 제조 데이터의 생성·공유·활용 사업을 본격화한다. 제조 AX의 출발점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AI 팩토리, AI 로봇 등 분과별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도 시동을 걸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약 1조원 규모의 사업을 기반으로 자동차·로봇·무인기·가전 등 4대 업종에 투입될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낸다. 2028년 시제품 출시가 목표다. AI 팩토리의 수출 기반 구축에도 나선다. 공정 설계부터 공급망 관리, 물류 최적화까지 제조 전 단계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공장(다크팩토리) 구현을 추진한다. 이날 총회에서는 분과별 내년 로드맵도 공개됐다. 반도체 분과는 수요 기업(현대차, LG전자, KAI 등)과 협력해 자동차, 기계·로봇, IoT 가전, 방산 등 4대 분야에 특화된 칩을 개발, 2030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도체 분과의 김용석 위원장(가천대 반도체 대학 석좌)은 “범용 칩과 경쟁하려면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능이 필요하다”며 “철저하게 기업 맞춤형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조선과 바이오 분야는 ‘공용 데이터’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김진환 자율운항선박 분과 위원장(KAIST 교수)은 “중국과 일본이 적극 뛰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 조선소들도 활용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돼 다양한 응용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범용 인공지능 모델)’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M.AX 얼라이언스가 출범 100일 만에 제조 혁신의 구심점이 된 것은 산업계의 절박함과 의지가 모인 결과로 정부가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5.12.25. 8:01
24일 서울 롯데슈퍼 원효로점에서 직원이 카트에 쌀·육류 등을 담고 할인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31일까지 새해 떡국 재료와 홈파티 먹거리 할인을 진행한다. [사진 롯데쇼핑]
2025.12.25. 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