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식서비스 무역 적자 규모가 15조원을 웃돌며 2013년 이후 가장 컸다. 전년 대비 증가 폭만 보면 역대 최대다. BTS의 음악과 게임 등 K콘텐트 수출은 늘었지만, 챗GPT나 넷플릭스 같은 AI(인공지능)·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 등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크게 늘었다.
19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지식서비스 무역수지(수출-수입)가 102억5000만 달러(약 15조389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73억7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지식서비스 무역통계는 크게 지식재산권 사용료, 정보·통신 서비스, 문화·여가 서비스, 전문·사업 서비스 유형으로 나뉜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가 70억3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41억1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을 크게 키웠다.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으로 나뉘는데, 각각 35억4000만 달러·33억 달러 적자다.
특히 챗 GPT나 넷플릭스 등 구독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가 많이 늘어나면서, 컴퓨터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관련 저작권 사용료가 42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전년(-29억 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13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단위의 구독서비스 결제, 소프트웨어 구매 등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며 “글로벌 앱스토어 내에서 게임 등과 관련한 서비스 결제 역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문·사업서비스 부문에서도 93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제조업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다 전문 R&D(연구·개발) 발주를 맡기는 규모가 커지면서다. 김성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제수지팀장은 “자동차나 반도체 등 수출 상품이 주로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해외 R&D를 통해 현지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출 업황이 개선되면서 해외에 발주하는 법률·회계·광고 등 서비스가 늘어난 영향도 크다.
‘K콘텐트’는 강세를 보였다. 문화·여가 서비스 부문이 9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10억2000만 달러)에 이어 흑자 흐름을 지속한 것이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국내 가수의 해외 콘서트로 인한 수입이 늘어나면서, 공연·전시 관련 서비스는 4억4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영화·드라마 등이 해외 OTT로 들어가면서 지적재산권(IP) 수출이 증가하자, 멀티미디어 저작권(+6억6000만 달러)도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정보·통신 서비스 부문은 51억9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28억7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을 크게 키웠다. 전자제품에 탑재하는 해외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 관련 수입이 늘어나면서다. 예컨대 삼성 스마트폰이나 LG 스마트TV에 구글 AI 제미나이(Gemini)가 기본적으로 탑재되면, 구글이 삼성과 LG에 대가를 지불하는 식이다.
제조업 수출 호조에 따라 무역수지가 1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인 반면, 지식서비스 무역수지는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이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라 지식서비스는 일종의 중간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R&D 투자 비중이 높은데도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며 "제조업 분야가 국내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중을 키우도록 산업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