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꿈의 지수’로 여겨졌던 5000선을 넘어섰다. 1983년 코스피 출범 이후 43년 만이자, 4000을 달성한 지 불과 87일 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 1분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5002.14를 기록했다. 오전 9시 30분쯤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5019.54까지 밟았다. 다만 이후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상승분을 반납했고, 전날보다 42.60포인트(0.87%) 오른 4952.5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5000선 돌파 기대는 이날 개장 전부터 컸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8개국 대상으로 예고했던 보복 관세를 철회하고,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21일(현지시간) 다우존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ㆍ나스닥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올랐고, 국내 증시로 열기가 옮아갔다. ‘트럼프 효과’에,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를 밀어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16만 전자’에 도달했고, 우선주를 포함해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최근 급등했던 현대차그룹주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로 약세였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며 조선·방산주 등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개인은 1558억원 매수 우위였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19억·1029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의 시선은 ‘5000 이후’에 쏠린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은 기대의 정점이 아니라 시장이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코스피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크게 다섯 가지가 꼽힌다. 기준금리와 환율 흐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상ㆍ하원 의원 선출)다. 이 가운데 당장의 관심은 환율 안정에 쏠린다.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보는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국제수지와 자본 이동이 좌우되기 때문에 가장 큰 단기 변수”고 짚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증시 활성화 정책이 환율 안정 대책에 밀리면 외국인 투자자 신뢰가 떨어지고, 환율 안정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열심히 해줘서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도 잘해 주셨는데, 조금 더 속도를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을 함께 했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현재 코스피 5000이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3차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하고, 시장의 다양한 요구들도 계속 점검ㆍ개선하겠다는 말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오찬에서는 기업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관행을 막는 내용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법 등)을 추진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법안 설명을 들은 뒤 김용범 정책실장에 ‘바로 추진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유미.황의영.오현석([email protected])
2026.01.22. 2:10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가 1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실적이 예고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포용금융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여 ‘축포’를 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추정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4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689억원) 대비 18.35%(3798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8조3610억원으로 2024년(16조5268억원)보다 11.1%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순이익 전망치는 5조6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5조1775억원, 하나금융은 4조987억원으로 각각 처음 ‘5조 클럽’과 ‘4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도 3조389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01조4933억원으로 전망했다. 2024년(105조8307억원)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영업이 위축된 영향”이라며 “다만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 수수료와 기업금융(IB)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나 전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실적시즌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하나금융이 오는 30일,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다음 달 5일, 우리금융이 6일 순서대로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은 사상 최대 성적표에도 환호하긴 어렵다. 정부가 ‘포용금융’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커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표현하며, 높은 이자이익을 취하는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5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는 이달 8일 서민자금 공급, 취약계층 고금리 부담 완화 등 포용적 금융에 향후 5년간 7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총 17조원을 취약계층ㆍ소상공인의 성장ㆍ재기와 자산형성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15조원)과 하나(16조원), 우리(7조원) 등 각 금융지주도 수십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 지주들은 잇따라 상생ㆍ포용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추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과징금 폭탄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국민ㆍ신한ㆍ하나ㆍ농협ㆍSC제일은행에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1일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보고 2720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확한 과징금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일정 부분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포용금융 정책은 사실상 정부 정책을 민간의 돈으로 집행하는 것”이라며 “시장경제 원리에 벗어나지 않도록 저금리 대출 등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별도 기금을 조성해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지속되면 국내 금융사는 ‘규제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2026.01.22. 2:10
주식 계좌 절반은 ‘마이너스’ 개인 투자자 윤모(39)씨는 연일 오르는 코스피에도 웃지 못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집중 투자했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져서다. 윤씨는 “일부는 중간에 팔아서 큰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다른 주식이 미친듯이 오르니까 가만히 있는 내가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종목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옮겨갈 데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팔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그동안 버틴 세월과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해버리는 꼴이 될까봐 버티고 있다”고 한탄했다. 코스피가 22일 장중 5000을 돌파하며 곳곳에서 축포를 터뜨렸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내 계좌만 안 오른다”는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 투자를 아예 안 한 이들 사이에서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말 내 계좌만 오르지 않은 걸까.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걸까. 중앙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약 400만 개의 고객 계좌를 전수 분석해 보니, 지난 16일 현재 손실 상태인 계좌는 전체 계좌의 50.01%로 과반을 차지했다. 코스피의 이례적인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있는 투자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실적은 ‘동학개미’보다 ‘서학개미’가 나았다. 국내 주식이 담긴 계좌만 따로 떼어 보면 손실 비중은 52.21%로 더 높아졌다. 반면 해외 주식 보유 계좌의 손실 비중은 그보다 낮은 36.79%였다. 올해 하락 종목만 1563개 종목별로 보면 증시 양극화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22일 코스피는 17.5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을 상회한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의 9%(86개)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48%(456개)나 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 또한 4.85%에 그쳤다. 새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상승한 종목은 1328개였는데 그대로거나 하락한 종목이 1563개로 더 많았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는 2021년 ‘동학개미 운동(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 열풍)’ 당시 매입했던 종목의 손실이 워낙 큰 탓도 있다. 코스피 3000 돌파(2021년 1월 7일)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6위였던 셀트리온은 현재 14위, 8위였던 네이버는 현재 19위, 10위였던 카카오는 현재 28위로 밀려났다. 개인투자자 이모(27)씨는 2021년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전부 모아 카카오 주식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주가는 5년 만에 13만6000원에서 5만8200원으로 약 57% 내렸다. 이씨는 “다른 주식을 추가로 사도 카카오 때문에 계좌가 계속 죽어 있는 느낌”이라며 “이제 와서 뺄 수도 없고 이러다가 죽을 때까지 가져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일 기준 NH투자증권 고객 중 네이버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9.97%, 카카오는 -30.96%였다. 투자자 규모는 카카오가 약 24만 명으로 네이버(약 15만명)보다 많았다. 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 놓인 2차전지주 수익률도 LG에너지솔루션(-7.31%), 에코프로비엠(-26.81%) 등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000부터 5000까지 끌어올린 건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종목”이라며 “반도체 투자가 비교적 중년이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돼있다 보니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수익률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중앙플러스-코스피 질주, 돈 버는 알짜 정보 삼전·하닉 못샀어? 막차 남았다…실적 대박 앞둔 ‘소부장’ 14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603 3년만에 35억 찍고 은퇴했다…92년생 파이어족의 ‘몰빵 종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897 장서윤([email protected])
2026.01.22. 2:06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강세 속에서도 환율 영향으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22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복합 정제마진은 1배럴당 11~13달러 수준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배럴당 11~13달러의 정제마진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당분간 비슷한 수준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던 원유가격은 점차 하락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제설비 공격 등으로 석유제품 가격은 상승하며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였다. 덕분에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와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올 1분기 증권사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각각 3881억원, 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640억~4096억원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환율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내려간 원유를 실제로는 비싸게 구매할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 발언’을 한 뒤 다소 진정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예측 불확실성은 높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 헤지(회피)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거나 급변하는 경우 원유대금 결제와 제품 판매 등에서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환율은 하락) 1469.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도 원유 공급 확대로 유가 하락 우려가 있는 만큼, 정유업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미래 에너지 분야 먹거리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은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용액에 서버·배터리 등을 담가 열을 식히는 냉각기술인데,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올 6월 완공예정인 ‘샤힌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이슈로 글로벌 원유 과잉공급 우려가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환율 영향 등으로 국내 정유업계 전반적으로는 평균 수준의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현([email protected])
2026.01.22. 1:46
━ 신규 원전 후보지 영덕ㆍ울주 르포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이던 이재명 정부가 결국 돌아섰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선 재생에너지만으론 안된다는 현실적 인식 때문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나. 이 대통령과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계획(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이미 확정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을 마구 뒤집는 것은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 측면에서도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AI도 반도체도 전력이 관건이다,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이달 초 토론회에서 “마음 같아선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렇게 하긴 쉽지 않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 "국민 70%, 신규 원전 필요성에 찬성" 여론을 미리 읽은 것일까. 태세 전환 뒤 소관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한 여론조사가 21일 오후 나왔다.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0%에 가까웠다(한국갤럽 69.6%, 리얼미터 60.5%). 신규 원전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다음 순서는? 부지 확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유치공모’를 내고,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는 게 첫 순서다. 이후 부지선정위원회가 부지 조사와 주민 수용성 파악 등을 통해 부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과거 대통령 업무보고 때 얘기대로라면, 원전은 건설에만 7년, 부지확보까지 포함하면 15년이 걸린다. 어디가 가능할까. 주민들 반대는 없을까. 영화 ‘판도라’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탈원전을 부르짖는 주민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지난 12일 경북 영덕과 울산시 울주를 찾았다. 두 곳은 최근 유력한 신규 원전 부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영덕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천지’라는 이름의 신규 원전 부지로 확정됐다가,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때 지정이 해제된 곳. 울주는 이미 새울원전 1ㆍ2호기(옛 신고리 3ㆍ4)가 가동 중이고, 3ㆍ4호기가 순차적으로 들어올 곳이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주민들은 현 정부의 ‘신규원전 불가피’ 소식을 오랜 가뭄 뒤 비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 산불 폐허 속 '천지원전' 마을 석리 KTX 포항역에 내려 차를 타고 새로 난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40㎞를 달렸다. 영덕IC를 나오니 ‘동해안의 척추’라는 7번 국도가 이어진다. 10여분을 다시 달리다 동쪽으로 빠져나오니 굽이굽이 도로 양쪽 산하가 끝도 없이 숯더미다. 황토 민둥산에 새까맣게 탄 성냥개비들을 꽂아놓은 듯했다. 지난해 3월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ㆍ청송ㆍ영양ㆍ영덕에 이어 남쪽 울주까지 휩쓸었던 영남권 대형 산불의 흔적이다. 겨울산이라 더 그럴까. 10개월이 지났지만 참사의 현장은 세월이 멈춘 듯 그대로였다. 그 잿더미의 끝에 한때 ‘천지원전 부지’였던 영덕읍 석리마을이 있었다. 동해안 절벽에 마치 갯바위 조개처럼 붙어있어 ‘따개비 마을’이란 이름을 가진 곳이다. 마을회관에 걸린 사진 속 마을은 그림 같았다.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가파른 절벽에 붉은색ㆍ푸른색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곳. 그러나 이젠 옛 얘기가 됐다. 화재를 운 좋게 피한 몇 집을 빼곤 집터와 불타다 남은 소나무 몇 그루만 남았다. 절벽 아랫마을 포구엔 폐허와 어울리지 않는 4층 규모의 최신식 건물이 있었다. 원전부지에서 해제된 후 정부에서 마을 살리기 차원에서 지어준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건물이지만, 준공 직후 영남 산불이 덮치는 바람에 지금껏 한 번도 문을 열어보지 못했다. 20가구 70여명 마을 주민은 언덕 위에 마련된 27㎡(약 8.2평) 규모의 임시 조립주택 단지에서 지난봄부터 대책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마을 이장 이미상(65)씨는 “이번에 석리가 신규원전 부지로 되지 않으면 이젠 꼼짝없이 죽는 수밖에 없다”며 “먼저 원전부지로 정해졌다 해제되고 나서 마을 전체가 어둡고 침울하게 세월을 보냈는데, 작년에 산불까지 휩쓸고 가 이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영덕 바로 위 울진을 부럽게 얘기했다. “원래 영덕보다 인구도 적고 못살던 동네였는데, 원전이 들어서고 나서 위험하다는 말도 없고 사람 소리 나는 부자 동네가 됐다니까요.” 울진군에는 현재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ㆍ2호기 등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신한울 3ㆍ4호기가 각각 2032년과 2033년 준공될 예정이다. 따개비마을에서 남쪽으로 10여㎞ 내려오니 영덕 읍내다. 동해선 철도가 지나가는 영덕역 인근 상가건물 4층에 자리한 ‘영덕 수소&원전 추진연합회’를 찾았다. 백지화됐던 천지원전 부지를 활용해 신규 원전을 유치하기 위해 2024년 만들어진 주민 중심의 민간단체다. 사무실 안팎으로 ‘영덕을 수소&원전의 허브로!!’와 같은 플래카드들이 붙어있고, 원전 유치와 지역경제 효과 정보를 담은 패널이 전시돼 있었다.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성(66) 씨는 ”지역소멸과 지역경제 침체의 바닥에 이른 영덕군을 살릴 유일한 대안이 백지화됐던 신규 원전 재유치“라며 ”과거 천지원전 유치 당시 반대 의사를 보였던 군민 중 상당수도 이젠 원전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오락가락 정책 속 활력 잃은 마을 다른 목소리도 있다. 2019년 8월 당시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군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신규 원전 유치 반대가 61.7%, 찬성 30.6%로 반대가 우세했다. 과거 천지원전 지정 당시 찬반주민투표 위원장을 지낸 백운해 영해침례교회 목사는 ”주민 여론은 원전 반대가 월등히 높았는데, 군 의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천지원전 유치 신청을 했다“며 ”원전 반대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광성 위원장은 ”당시 여론조사는 원전 유치를 원하는 군민들은 아예 참여하지 않은 잘못된 조사“라며 ”최근 여론조사는 아직 없지만, 원전을 유치해야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천지원전 건설이 애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진작에 건설을 마치고 올해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해였다”며 “군민들이 넘쳐나던 읍내도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세월 속에 이젠 활력을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영덕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신규원전 부지로 지정됐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원전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 군 전체가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한수원이 전쳬 예정부지 324만㎡(약 98만평)의 18.9%(61만㎡)까지 사들였다가, 매입을 중단했다. 이후 환매가 시작돼 세 집이 땅을 찾아갔으나, 탈원전을 반대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매가 다시 중단됐다. 당시 군으로 내려온 380억원의 특별지원금은 쓸 틈새도 없이 이자까지 더해 국고로 회수됐다. 한때 12만명에 달했던 영덕군 인구는 현재 3만2000명. 군민의 73%가 사라져, 말 그대로 지역 소멸 수준이 됐다. 재정자립도는 7.72%로, 군 단위 기초지자체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 "원전은 주변 사람들이 제일 잘 알아" 영덕을 뒤로하고 동해고속도로와 국도를 타고 남쪽, 울주군으로 다시 달렸다. 읍내에서 떨어진 서생면 신암리. 새울원자력본부 바로 아래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와 한수원 인력개발원이 자리 잡은 곳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20만㎡(약 6만5000평) 규모의 이 부지가 신규 원전 2기가 들어설 규모가 된다. 캠퍼스에 들어서니 푸른 동해바다 해변을 끼고 5층 높이의 최신식 대학원대학교 건물이 등장했다. 바로 옆 학생 기숙사 건물은 휴양지 콘도 건물을 연상케 했다. 북쪽 철책 담장 너머로 새울원자력본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손복락(63) 서생면 신규원전추진위원장은 “울주는 한수원이 가진 부지를 활용하면, 별도의 토지수용을 할 필요가 없고, 초고압 송전선로도 이미 있어, 신규 원전 건설 기간을 대폭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원전은 원전 주변지역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며 “환경단체들이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위험을 강조하는데, 6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온 나는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길영 울주군 의회 의장은 “과거 신고리 5ㆍ6호기(현 새울 3ㆍ4호기) 건설 중단 때 주민들 서명을 모아 다시 살렸을 정도로 울주군은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원전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며 “원전 건설 비용과 기간,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덕은 울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을 위한 부지선정위원회는 지난해 2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이후 이미 구성됐다. 계획에 따르면, 신규 대형원전 2기(2.8 GW)가 2038년, 소형모듈원전(SMR) 1기(0.7 GW)가 2036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11차 계획 확정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1년이 또 그냥 지났다. 그 사이 안정적이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인공지능(AI) 시대가 불쑥 다가왔다. 미국ㆍ영국ㆍ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원전 되살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AI 수요뿐 아니라 계획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만도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며"올해 계획할 12차 전기본에 추가로 또 신규 원전이 포함되어도 중장기 국가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준호([email protected])
2026.01.22. 1:32
글로벌 주요 증시가 뛸 때, 코스피는 날았다.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최근 1년간 코스피는 2547.06포인트에서 4952.53포인트로 94.4% 상승했다. 상법 개정 등 증시 활성화 정책이 뒤에서 밀고 반도체 랠리가 앞에서 끈 결과다. 비슷한 기간(2025년 1월 21일~2026년 1월 21일) 미국 증시(S&P500 지수 기준)는 14%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인공지능(AI) 테마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계속된 랠리에 따른 부담과 실적을 중심으로 한 AI 기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증시(유로스톡스 50 지수 기준) 상승률 역시 약 14%로 코스피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냈다. 경기 방어주와 에너지주 중심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성장 산업에서의 소외, 그린란드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가가 선전했다. 중국 증시(MSCI China 지수 기준)는 현지 정부의 강력한 증시·산업 부양책에 따라 36% 정도 올랐다. 10여 년 전부터 증시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 대체 자금이 유입된 일본 증시(닛케이225 지수 기준)도 약 35% 올랐다. 아울러 20여년간 증시 활성화 정책을 펴고 반도체 산업 활황의 덕을 본 대만 증시(대만 가권 지수 기준, 34% 수준) 역시 높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코스피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가 ‘오천피(5000+코스피)’ 이후에도 ‘나홀로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주요 증권사 5곳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조사한 결과, 제일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곳은 KB증권(4200~5700), 가장 부정적인 전망을 한 곳은 키움증권(3900~5200)이었다. 계속 오르긴 오르지만, 지금과 같은 강한 랠리를 이어가긴 어렵고, 때에 따라 강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쉼 없이 달려온 데 따른 증시 피로감이 가장 큰 부담이다. 반도체 등 수출 산업에 대한 비중이 커 미·중 무역 갈등 등의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도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과열 부담이 누적된 데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율도 변수다.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보는 “환율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국제수지, 자본 이동 등이 좌우되기 때문에 단기 변수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이에 비해 앞으로도 주요국 대비 한국 증시가 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날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6에 불과하다”며 “이는 경쟁국인 대만(약 3.6배)은 물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벤치마크 지수(2.2배가량)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코스피가 여전히 저평가된 만큼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매출을 합하면 대만의 TSMC보다 많지만,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TSMC(미국 증시 상장 시가총액 기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회장은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 등의 정책이 꾸준해야 하고 실적이 안정적으로 장기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만큼 글로벌 반도체 수요도 한국 증시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양희창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는 “현재 AI 공급망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인 한국이 파운드리 중심인 대만보다 더 유리한 국면”이라며 “다만 AI 버블 우려가 고조되거나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의 수혜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중.김인경([email protected])
2026.01.22. 1:26
" "퇴직연금을 정부가 외환시장 방어를 위해 마음대로 쓰려고 하는 헛소문이 퍼진다." "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퇴직연금 기금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퇴직연금 기금화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7일 만에 3900여 명의 동의를 얻는 등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이 있다. 퇴직연금 기금화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이르면 이달 말 퇴직연금 노사정 TF 합의를 거쳐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 관계자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정흥준 한국과학기술대 경영학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제도를 둘러싼 우려와 쟁점을 짚어봤다. Q : 퇴직연금 기금화 무엇이고, 왜 하려 하나. A : 퇴직연금 기금화는 기업·개인이 각각 운용하던 퇴직연금을 큰 기금 형태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려 국민의 노후 보장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기금화로 규모의 경제가 되면 경쟁력 있는 투자가 가능해지고, 전문가의 운용으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국민연금이나 푸른씨앗 같은 기금형 연금을 모범사례로 든다. Q : 기금화의 단점은 없나? A : 하지만 꼭 퇴직연금 기금화가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수탁자가 2000억엔 규모의 퇴직연금을 부실 운용하고 손실을 은폐해 근로자 88만명의 퇴직금을 날린 일본의 ‘AIJ 사태’가 대표적이다. 투자 결정 주체(기금)와 수익자가 다른 만큼 분쟁 가능성도 크다. 국민연금과 달리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운용 손실이 발생하면 퇴직금이 줄어드는 만큼 노후 자산의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Q : 내 퇴직연금 무조건 '기금화' 되는 건가. A :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내 퇴직금을 내가 직접 굴리고 싶은데, 왜 국가가 개입하느냐”는 인식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퇴직연금 노사정 TF’는 확정기여형(DC)만 대상으로 기금화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 관계자는 “퇴직금 액수가 이미 확정돼 있는 DB형은 수익률이 높아져도 그 이익이 가입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수익률이 근로자의 노후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DC형만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용어사전 > 퇴직연금 제도(DB·DC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한 뒤에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재직 기간 동안 미리 적립해 두는 노후자산이다. 퇴직금이 어떻게 정해지고, 누가 운용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 시 받을 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방식으로, 통상 퇴직 직전 평균임금 3개월분 ×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회사가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근로자는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약정된 퇴직급여를 받지만, 수익률이 높아져도 추가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며, 수익이 늘 수 있는 만큼 손실 위험도 근로자가 부담한다. 」 Q : 그럼 DC형 가입자면 무조건 기금화를 해야하나. TF에서는 기존의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는 유지한 채, 선택지로서 기금형을 추가 도입하는 병존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DB형과 DC-계약형(근로자가 스스로 운용)에 더해 DC-기금형까지 선택지가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사결정 방식은 현행 퇴직급여제도와 마찬가지로 사업장 단위에서 노조나 근로자대표가 결정하는 구조다. 노조나 근로자대표가 ‘DC-기금형’만을 선택하면 사실상 강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근로자 전체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선택지를 일방적으로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Q : 내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이 굴리는 건가. 퇴직연금 기금화가 곧바로 ‘국민연금 운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국민은행 등 기존 민간 연금 사업자들도 운용 주체로 참여하는 방향이라는 큰 틀은 마련돼 있다. 다만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비영리법인 형태로 참여할지, 영리법인으로 참여할지, 혹은 연합형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 될지 등 구체적인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 국회에 다양한 입법안이 제출돼 있다. 대기업이 ‘비영리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국민연금공단도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한정애 의원안)과, ‘퇴직연금기금전문운용사’를 신설해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기관이 퇴직연금기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방안(안도걸 의원안) 등이다. Q : 퇴직연금 기금화 되면 외환시장 방어에 내 퇴직금이 쓰인다? A :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최근 국민연금이 고환율 국면에서 환헤지 전략을 조정하는 등 이른바 ‘환율 방어’에 동원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쌓인 국민적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약 4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한꺼번에 기금화되고, 운용 주체가 국민연금 단일 사업자가 되는 방식은 현재로서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처럼 450조 원 규모의 자금을 하나의 단일 기금으로 운용하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퇴직연금을 그런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나친 우려라고 본다"고 짚었다. 다만 여전히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민간 사업자들이 운용을 맡더라도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퇴직금이 분산돼 있을 때보다 대규모 기금으로 통합될 경우 외부의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근로자의 수익률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해관계 충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매도에 나설 국내 주식 물량을 퇴직연금이 떠안게 되거나, 채권시장을 떠받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화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는 것 자체를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적 대화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고, 결국 그 책임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근로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6.01.22. 1:23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Siri)는 그간의 부진을 털고 설욕할 수 있을까. ‘AI 지각생’ 애플이 시리를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형태로 개편할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애플이 차기 스마트폰과 PC 운영체제(OS)에서 챗봇 기능을 갖춘 시리의 새 버전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캄포스’(Campos)라는 코드명이 붙은 이번 개편이 완료되면 시리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이용자와 보다 더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리의 성능은 과거 단답형 대화 수준에서 최근 문맥 파악 능력 등이 개선됐지만, 경쟁사의 AI 서비스보다 여전히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2024년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시장에 내놨지만, 실망스러운 성능과 기능 적용 지연 등으로 담당 임원이 교체되기도 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 수요에 맞게 서비스 전략을 바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오픈AI, 구글 등이 대중화 한 챗봇 방식의 AI 기능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애플은 사용자가 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채팅 창으로 이동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IT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챗봇 인터페이스가 익숙해지고, 주요 경쟁사들 역시 AI 챗봇을 운영체제 수준으로 통합하고 있어 애플도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애플은 그간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해왔던 ‘폐쇄주의’ 전략도 내려놨다. 새로 선보일 시리의 두뇌는 경쟁사인 구글이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져 왔던 애플은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공식 채택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캄포스는 구글의 제미나이 3에 필적하는 고급 맞춤형 모델로 구동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챗봇 기능을 갖춘 시리의 새 버전을 오는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공개하고, 9월에 출시하는 iOS·아이패드OS·맥OS 27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강광우([email protected])
2026.01.22. 1:03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 5.5GW(기가와트)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전력 공급 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용인 일반 산단 조성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경기도는 한국전력과 함께 용인과 이천을 잇는 약 27㎞ 구간의 ‘지방도 318호선’ 지하에 전력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민 반발이 컸던 송전탑 설치 대신 도로 하부에 전력선을 매설하는 지중화 방식으로 일반 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협약에 따라 경기도는 도로 포장과 용지 확보를 맡고, 한전은 도로 아래 전력망 구축 공사를 시행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반도체 산업은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문제의 마지막 퍼즐이 오늘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 산단 3·4기 팹 가동에 필요한 약 3GW 규모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할 전망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2~3기 발전량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1·2기 팹 가동에 필요한 2.83GW 전력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한전은 내년 2월로 예정된 1기 팹 조기 가동에 맞춰 동용인변전소 공사를 올해 7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발표로 용인 일반 산단 전력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클린룸의 온도·습도·공기 순환 유지를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순간적인 정전만으로도 수율 저하와 장비·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력망 구축만 계획대로 진행되면 발전원 확보는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수 공급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반도체 미세 공정은 극미량의 불순물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깨끗한 물이 중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조2143억원을 투입해 107만2000㎥ 규모 용수 공급 시설을 짓기로 했다. 변수는 정치권이다. 지난달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반도체 산단을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정부 방침으로 결정된 사안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전력·용수 문제를 언급하며 “인공지능 산업들이 에너지 먹는 하마들인데 (에너지가) 비싼 곳에 있겠느냐”며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들의 자진 이전 가능성도 전망했다. 이영근([email protected])
2026.01.22. 1:00
87일. 코스피가 4000선을 밟고 22일 장중 5000선까지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이다. 코스피는 1983년 출범 이후 ‘1000의 계단’을 밟을 때마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1000까지 6년, 2000까지 18년, 3000까지 13년, 4000까지 5년이 걸렸다. 5000까지 오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례적 속도다. ━ 건설·금융·무역 ‘트로이카’로 1000 돌파 한국 증권시장이 처음 개설된 건 1956년, 상장회사가 12개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당시 대한증권거래소)가 주가지수 산출 방식을 여러 차례 수정한 끝에 시가총액 방식으로 하게 된 건 1983년 1월 4일이다. 이날을 코스피 출범일로 본다. 이 때로부터 3년 전인 1980년 1월 4일 시가총액 기준(100)으로 추산한 1983년 코스피의 첫 종가는 122.52였다. 본격적인 코스피 상승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트로이카’라고 불리던 건설·금융·무역 3개 업종이 3저(저금리·저유가·저환율) 호황을 발판 삼아 증시를 이끌었다. 1989년 3월 31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1992년 외국인에게 주식을 전면 개방한 이후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지수는 1998년 6월 280선까지 추락했다. 1990년대 말 닷컴(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코스피는 1000선을 회복했지만, 세계적인 닷컴 거품 붕괴에 건설 경기 과열 후유증 등이 겹치면서 다시 추락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에는 지수가 하루 만에 12.02% 폭락, 400대로 주저앉았다. ━ IMF·닷컴거품 이겨낸 ‘적립식 펀드’ 붐 2000년대 중반 코스피는 적립식 펀드 붐을 타고 다시 살아났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바이코리아펀드’ ‘박현주 펀드’ 등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가계 자금이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코스피는 2007년 7월 25일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코스피는 10월 말 892까지 밀렸다. 2010년대 들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활약이 코스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한국과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 전반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국내외 경제 환경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때 쓴 사상 최고치(2011년 5월 2일 2228.96)는 6년간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코스피는 2000~2200선에 갇힌 ‘박스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끝없이 밀려나면서다. 2017년 10월 30일 2500선을 겨우 넘었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라는 악재가 계속해서 코스피 상승을 방해했다. ━ 동학개미 운동으로 3000 돌파 ‘코스피 3000’의 주역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개인, 이른바 ‘동학개미’(한국주식 개인 투자자)였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10년 만에 1500선을 깨고 1457.64(3월 19일)까지 내려앉았지만, 코스피는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V자’를 그리며 반등했다. 2021년 1월 6일 그렇게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다. 그러다 2024년 말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속 코스피는 다시 200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4월 9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으로 저점(2293.70)을 찍은 코스피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될 거란 기대 속에 다시 상승 기류를 탔다. 10월 27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었다. ━ 반도체가 이끈 꿈의 ‘오천피’ 이후 5000 돌파까지 이끈 주역을 하나만 꼽자면 반도체 기업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인공지능(AI)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반도체 가격이 급증하면서 기업 수익을 밀어 올렸고, 그 이익이 주가로 빠르게 전이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년간 약 189%, 242% 상승했다. 두 기업은 시가총액 1·2위이면서 22일 기준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의 약 35%를 차지한다. 4000에서 5000까지 오는 87일간 두 기업이 끌어올린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의 약 59%였다. 장서윤([email protected])
2026.01.22. 0:59
장중 ‘코스피 5000’은 숫자 자체로는 역사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시장의 고민은 오히려 지금부터다. 새해 들어 대형 수출주 중심으로 5000까지 빠르게 상승한 만큼,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성적표라는 한계가 있다. 22일 국내 증시 전문가 4인은 “5000 달성 자체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가치투자의 원조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대표적인 ‘닥터 둠(비관론자)’로 꼽히는 김영익 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증권사 리서치 책임자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①5000시대 평가=“실적이 끌어올렸다” VS “기대가 너무 앞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유례없는 상승장을 주도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박희찬 센터장은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50조~100조원가량 추가로 늘었는데, 지난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이를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센터장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약 1000포인트를 끌어올렸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또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머니 무브’가 강하게 작동하면서, 현대차처럼 테마성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례 없는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도 만만치 않다. 김 교수는 “실제 경제 상황보다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혁명 기대,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제도 변화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목 경제성장률(GDP)과 광의 통화(M2) 대비 코스피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출 실적과 통화량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과한 성적표라는 의미다. 이채원 의장도 지수의 질을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 3300선까지는 전 종목이 고르게 올랐고, 시장 친화적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것도 여기까지”라며 “이후 상승은 반도체가 거의 혼자 끌어 올린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는 실적이 아니라, 로봇 사업 진출 소식으로 급등하는 등 과열된 부분이 있다”며 “실적이 나빠지면 지수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②향후 주가 전망=“더 갈 여지 있다” VS “6000보다 4000 가능성” 전망에 대해서는 온도 차가 분명했다. 박 센터장은 “반도체ㆍ조선ㆍ전력기기 등 핵심 업종의 이익 증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 여지는 있다”고 봤다. 다만 “AI 열풍 속에서 회사채 발행과 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변수”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는 부침이 심한 비즈니스”라며, 업종의 특성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그는 “반도체는 돈을 많이 벌어도 다시 설비 투자로 들어가는 산업”이라며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그때마다 주가는 크게 흔들려 왔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숫자보다 ‘정착’을 강조했다. 그는 “5000이든 4000이든, 중요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가 해결돼 이 지수대에 정착할 수 있는지”라며 “테마나 장세에 휩쓸리지 말고, 왜 주가가 오르는지를 냉정하게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명목 GDP 대비 비율 등을 고려하면 다음은 6000이 아니라 4000일 가능성이 더 높다”며 “산이 높으면 내려오는 계곡(조정)도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과제는=“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시장 만들어야” 결국은 지수가 흔들릴 때도 투자자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기업이 의미 있는 배당을 주면, 나쁜 시기에도 배당을 가지고 버틸 수 있고, 그것이 장기 투자를 이끄는 힘”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으로 배당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5000선 달성을 계기로 기업 친화적, 자본시장 친화적인 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3차 상법 개정 속도전, 노란봉투법 등 재계의 우려도 균형감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의장은 “배당보다 기업 매각이 세 부담이 더 낮은 구조적 불균형 문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능력이 있어도 승계가 어려운 문제 등 구조적 세제 개선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ㆍ벤처기업 중심 코스닥의 만성적인 소외도 문제다. 이 의장은 “미국의 나스닥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혁신적ㆍ진취적 기업이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다”며 “코스닥의 위상을 높이려면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종목 수가 800개, 과거 일본 자스닥도 700개 정도 되는데, 코스닥은 1800개로 과도하게 많아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묻지마 투자도 심하다”며 “특례상장한 기업들이 몇 개나 성장했는지 등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중앙플러스-코스피 질주, 알짜 정보 여기에 3년만에 35억 찍고 은퇴했다…92년생 파이어족의 ‘몰빵 종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897 삼전·하닉 못샀어? 막차 남았다…실적 대박 앞둔 ‘소부장’ 14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603 박유미.장서윤([email protected])
2026.01.22. 0:46
다이슨이 22일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인 ‘스팟앤스크럽 Ai’을 공개했다. ‘로보락’ 등 중국 브랜드가 점유율 70%를 장악한 국내 로청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은 청소기 기술력을 앞세워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미디어 행사를 연 다이슨은 로봇청소기(로청)과 함께 ‘클린앤워시 하이진’ 물청소기, ‘허쉬젯 컴팩트’ 공기청정기 등 신제품도 함께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건 스팟앤스크럽 Ai다. 다이슨은 2024년 한국에 이미 로청 제품을 출시했지만, 자사 브랜드에서 AI를 탑재한 로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슨 로슨 맥클린 다이슨 시니어 디자인매니저는 “첨단 AI 기술로 반려동물의 배설물이나 커피 얼룩 등 액체 유형을 식별해, 깨끗해질 때까지 최대 15회까지 청소 과정을 반복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또 물청소 과정에서 발생한 오수가 다시 바닥에 닿지 않게 12개 지점에 물 공급 시스템을 적용해 롤러가 회전할 때마다 60도 고온수로 세척되도록 설계했다. 청소가 끝나면 45도 열풍으로 롤러를 건조해 박테리아 번식을 막는다. 클린앤워시 하이진 물청소기는 한국 소비자의 청소 방식에 주목한 제품이다. 지난해 다이슨이 세계 28개국 2만3311명을 대상으로 물청소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은 한번 청소할 때 평균 1시간 청소하며 이 중 20분 이상을 물청소에 할애한 것으로 조사됐다. 클린앤워시 하이진은 악취의 원인이던 필터를 없앤 ‘필터프리’ 제품으로 먼지와 부스러기는 물론 젖은 머리카락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또 완전히 눕힌 상태에서 작동시켜 11.3㎝의 좁은 틈새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다. 공기청정기 허쉬젯 컴팩트는 소음 저감 기술에 집중했다. 항공기 제트 엔진의 소음 저감 장치인 ‘허쉬 키트(Hush Kit)’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으며 작동 소음이 19dB(데시벨)로 일반적인 대화(60dB) 수준보다 조용하다. 이번 다이슨 신제품들은 국내 로청 시장의 지형 변화를 노린 승부수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200만원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스팟앤스크럽 Ai 가격을 179만원으로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클린앤워시 하이진 물청소기는 69만9000원, 허쉬젯 컴팩트 공기청정기는 49만9000원이다. 청소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 점도 강조했다. 맥클린 매니저는 최근 로청 경쟁사들이 도입한 ‘로봇 팔’ 기능을 두고 “청소기가 뭔가를 들어 올리고, 옮기려고 애쓰는 걸 지켜보기보다는 장애물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무엇을 치워야 할지 제안하는 등 신속하고 철저하게 청소를 끝내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더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2026.01.22. 0:42
<사진>안양대학교 전경 안양대학교(총장 장광수)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 연차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인 ‘우수’ 등급에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전국 12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안양대학교는 기존의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을 중심으로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사업, 졸업생 특화 프로그램 사업까지 총 3개의 고용노동부 연계 사업을 통합 운영하며 성과를 창출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안양대학교는 재학생, 졸업생, 지역 청년을 포괄하는 통합 고용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단계별 진로·취업 상담, 취업 역량 강화 교육, 지역 기업 및 유관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왔다. 안양대학교 취창업지원단 박주형 단장은 “2년 연속 ‘우수’ 등급 선정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재학생, 졸업생, 지역 청년을 아우르는 통합 고용 지원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결과”라며, “앞으로도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해 청년 개인의 상황과 경력 단계에 맞는 보다 실질적인 진로·취업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를 통해 안양대학교는 취업 지원 우수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였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청년들의 안정적인 사회 진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박선양
2026.01.22. 0:30
반도체가 ‘수퍼사이클’에 올라탔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0.3%)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성장률(1.0%) 역시 1960년 이후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이런 내용의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전기 대비 0.3% 역성장했는데, 이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전기 대비 0.2%)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치다. 연간 성장률은 1.0%에 턱걸이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이후 가장 낮다. 반올림하지 않은 실제 성장률은 0.97%로 집계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지난해 3분기 1.3%라는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내수의 한 축인 건설이 무너지면서 반도체 수출만으로 성장을 떠받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민간소비는 0.3%, 정부소비는 0.6% 늘었지만 건설투자는 3.9%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1.8% 줄었다. 수출(-2.1%)과 수입(-1.7%)도 동반 위축됐다. 생산 측면에서도 제조업(-1.5%)·건설업(-5.0%)·전기가스수도업(-9.2%)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렸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성장에 중립적이었다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4%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경기 반등의 불씨로 기대를 모았던 ‘소비쿠폰’ 효과도 3분기에서 소진됐다는 평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엔 민간 소비가 좀 높았지만(1.3%) 4분기에 들어와서는 눈에 띄게 줄었다(0.3%)”며 “소비쿠폰 같은 단기 정책은 소비를 계속 늘리는 ‘방아쇠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4분기 수출(-2.1%)이 역성장한 것은 가격 상승에 비해 물량 증가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반도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에 달한다. 특정 품목의 수출 호조만으로는 경제 전체 성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를 2.0%로 제시했지만, 한은은 1.8%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1% 후반대 성장을 달성하려면 분기 평균 0.4~0.5%의 성장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출과 자산시장만 뜨겁고 내수는 식은 구조가 이어질 경우 ‘K자형 성장’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중 자금이 실물경제가 아닌 증시 등 자산시장에만 몰리면 체감경기는 따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증시에만 집중되며 자산 쏠림을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시 등 자산시장만 과열되는 상황은 실물경제와 괴리를 더 키울 수 있다”며 “경제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처방인 통화완화 카드도 쉽지 않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금리 인하는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사실상 끝났고, 남은 건 재정이지만 추경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AI 등 민간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활성화되느냐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김원([email protected])
2026.01.22. 0:29
아마존이 인공지능(AI)에 기반해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AI 챗봇에 건강 정보를 묻는 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AI 기업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 유료 의료 서비스 플랫폼 ‘원 메디컬’(One Medical) 회원을 대상으로 AI 기반 의료 에이전트(비서) ‘헬스AI’를 출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헬스AI는 아마존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베드록’(Bedrock)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의료 기록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 검진 결과를 해석하고 복용 중인 약물을 고려해 건강 지침을 내려주는 식이다. 아마존 외에도 최근 오픈AI·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은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앤스로픽은 AI 챗봇 클로드가 이용자의 건강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건강 관리에 특화한 서비스 ‘클로드 포 헬스케어’를 공개했다. 이용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개인 건강 데이터를 의사와 공유할 수 있고,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진료 기록을 생성해준다. 앞서 오픈AI도 지난 8일 비슷한 기능의 ‘챗GPT 헬스’를 내놨다. AI 챗봇에 건강 정보를 묻는 이용자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오픈AI에 따르면 챗GPT 주간활성이용자(WAU) 8억 명 중 2억3000만 명 가량이 매주 챗GPT에 건강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AI 기업들은 이 수요에 따라 이용자들의 개인 건강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의료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헬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2일 미국 의료AI 개발사 ‘토치’(Torch)를 1억 달러(약 1470억원)에 인수했다. 2024년 설립된 토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인의 의료 기록을 통합해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의 의료 정보 AI 검색 스타트업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도 21일 기업 가치 12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2억 5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제공하는 건강 정보가 아직 부정확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연구기관 ECRI(응급의료 연구소)는 21일 ‘의료 AI에 숨은 위험’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의학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AI챗봇 오용’을 꼽았다. ECRI는 보고서에 “이미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하며 품질이 낮은 의료용품을 권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의료 비용이 증가해 환자들의 AI 의존도가 커지게 되면, 이는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email protected])
2026.01.22. 0:28
과거 소액을 연체한 적 있지만 이를 모두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 약 293만 명이 ‘신용 사면’을 받았다. 성실한 상환자에게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고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신용 평균 점수가 상향 평준화돼 변별력이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 문제가 우려된다는 과제가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5000만원 이하 금액을 연체한 이들 중 지난해 말까지 빚을 다 갚은 이들에게 신용회복 지원 조치를 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보통 밀린 빚을 다 갚더라도 최장 5년간 금융거래 제한 등 불이익이 생기지만, 이번 지원 대상자는 곧바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개인 약 257만2000명(나이스평가정보 기준), 개인사업자 35만6000명(한국평가데이터 기준) 등 총 292만8000명의 신용 점수가 올랐다. 개인의 경우 평균 29점, 개인 사업자는 45점씩 상승했다. 개인에선 20대 이하(약 31만7000명)에서 신용점수가 평균 37점 올라 연령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약 53만1000명)에서 30점, 60대 이상(약 57만800명)에서 29점이 올랐고 40·50대(약 114만6000명)에선 각각 26점씩 상승했다. 개인 사업자에선 숙박·음식점업이나 도·소매업과 같은 민생 밀접 업종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신용이 회복되며 이번에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은 인원은 3만8000명,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은 경우도 11만6000명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대출 한도가 늘고, 금리도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금융위는 “과거 신용회복 지원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개인 41만3000명과 개인사업자 5만명까지 포함하면서 오랫동안 누적된 금융 부담을 완화하고 재기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난해 8월 신용회복 지원 방침을 발표한 뒤 약 35만1000명이 연체 채무를 상환하는 등 채무 변제 독려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회복 제도엔 명암이 있다. 신용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하면서 대출 등을 실행할 때 변별력이 떨어지는 ‘신용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9~2024년 개인 신용평가 대상자 중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00∼1000점대인 고신용자가 전체의 42.7%(약 2247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이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943.26점인 점을 고려하면, 고신용자 중에서도 일부만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위는 신용평가 체계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대안 신용평가 체계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체를 부추긴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신용점수 400점 미만 차주 중 연체한 인원은 88만4401명으로, 1년 사이에 5만4320명(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고신용자의 채무 불이행 비율은 낮아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아등바등 빚 갚느니 버티다가 성실 상환자가 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며 “저신용자의 신용카드 발급, 은행권 대출은 연체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업계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2026.01.22. 0:10
향미(Flavor) 테크 기업 주미당은 CES 2026에 참가해 자연어 입력을 바탕으로 향과 맛의 레시피 후보를 생성하는 ‘AI 향미 생성 엔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주미당은 전시 기간 약 250개 기업과 부스 미팅 및 네트워킹을 진행하고, 후속 협업 검토를 위한 연락처 교환과 후속 미팅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시 기간 다수 기업과의 협업 논의를 진전시키며 MOU를 체결했으며, CES 이후 공동 개발과 검증을 통해 사업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주미당의 AI 향미 생성 엔진은 사용자가 원하는 경험을 문장으로 입력하면, 이를 향과 맛의 요소로 정리해 감각 방향을 제안하고 레시피 후보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주미당은 기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콘셉트 정리와 초기 레시피 탐색에 통상 3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되던 구간을, 자연어 입력 후 1분 내 레시피 후보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데모에서는 생성된 레시피 후보가 실제 음료로 구현돼 시음까지 이어지도록 구성해,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미당은 파트너사와의 협업 방향을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향미 생성에 이미지 기반 입력을 결합해 사용자의 상황 정보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사용자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이나 화면 정보 같은 단서를 활용해 추천을 정교화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주미당은 파트너와 함께 현장 환경에서도 구동 가능한 데모 및 상용 파일럿용 시스템을 공동 개발·검증하는 방향으로 협업을 추진한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스마트 양조·증류 환경에 고객 맞춤형 아로마와 향의 특징을 적용하는 제품 개발 PoC 협업이 논의됐다. 제조 현장 단계에서부터 향의 ‘캐릭터’를 설계하고, 그 결과가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모델을 함께 검증하는 방식이다. 주미당은 협업 과제별로 요구사항 정리부터 파일럿 설계, 검증 지표 수립까지 실행 단위를 정교화해 나갈 계획이다. 주미당은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기술 고도화와 제품화에 집중하고 있다. CES에서 체결한 MOU를 기반으로 후속 미팅과 공동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반복 검증이 가능한 형태로 PoC 과정을 표준화해 파트너 환경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제품 형태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주미당 김동완 대표는 “향미 테크의 핵심은 원하는 경험을 빠르게 레시피 후보로 전환하고, 바로 테스트 가능한 결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CES 현장에서 자연어 입력 후 1분 내 레시피 후보를 도출하고 시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파트너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됐고, 약 250개 기업과의 미팅을 통해 후속 협업 논의가 실무 단계로 빠르게 진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시리즈A 이후에는 기술 고도화와 검증 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파일럿과 제품화를 더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주미당은 최근 프리시리즈A 라운드에서 55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이번 CES를 계기로 글로벌 협업을 실행 단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2026.01.22. 0:10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전력변환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고성능 GPU와 고밀도 서버가 집약되는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효율과 안정성이 곧 운영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 솔루엠이 AI 데이터센터 전력변환 분야에서 완전한 기술 라인업을 갖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솔루엠은 삼성전기 계열사로 출발해 2015년 분사, 2021년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다. ESL 분야 세계 2위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전력변환 솔루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내 완전 라인업 보유 기업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솔루엠은 전력이 유입되는 지점부터 서버 내부 칩 레벨까지 모든 변환 과정을 자체 기술로 커버한다. 솔루엠의 전원공급장치(PSU)는 외부 교류 전원을 직류로 변환하는 1차 전력변환 장치로, 97.5%의 초고효율을 구현했다. 이는 투입 전력의 대부분을 GPU에 전달하는 수준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시 전력 비용 절감과 발열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워 셸프는 다수의 PSU를 통합 관리하는 장비로, 18kW부터 72kW까지 고출력 라인업을 갖춰 제한된 공간에서도 고밀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배터리 백업 유닛(BBU)은 순간 정전이나 전력 이상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의 무중단 운영을 지원하는 핵심 장비다. 솔루엠의 BBU는 리튬 배터리 기반으로 설계돼 기존 대비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 전력분배보드(PDB)는 랙 단위 전력 분배와 실시간 모니터링을 담당하며, DC-DC 모듈은 서버 내부에서 GPU가 요구하는 전압을 오차 범위 ±1% 이내로 정밀 제어한다. 이 같은 제품 구성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아키텍처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 역량을 의미한다. 솔루엠은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변환 전 과정을 일관되게 통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글로벌 생산·공급 체계 역시 강점이다. 베트남, 멕시코, 인도, 중국 등 4개국 생산 네트워크와 13개국 거점을 통해 지역별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멕시코 생산 시설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솔루엠은 고효율 전력변환 기술과 글로벌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기술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국산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6.01.22. 0:00
해외주식에 투자해 번 돈(차익)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이 처음 50만 명을 돌파했다. 22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귀속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은 52만3709명이다. 2023년 귀속 신고 인원(20만7231명)보다 152.7% 늘었다. 50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갖고 있던 해외주식을 팔아 번 돈(양도차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신고하고 양도세를 내야 한다. 연간 250만원까진 기본공제가 되고, 남은 금액에 22% 세금이 붙는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양도세 신고 인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많이 늘었는데 미국 증시 활황 덕분이다. 2024년 당시 1년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23.3%, 나스닥 지수는 28.6%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6%, 코스닥이 21.7% 하락한 것과는 대조된다. 2024년 이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가 신고한 양도차익은 총 14조4212억원에 이른다. 2023년 3조5772억원의 약 4배 수준으로, 역시 사상 최대다. 1인당 평균 양도차익은 2024년 기준 약 2800만원이다. 2020년 2100만원, 2021년 2800만원으로 늘었다가 2022년 1100만원 줄었다. 그러다 2023년 1700만원에 이어 2024년 다시 2800만원대로 올라섰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2년 442억 달러, 2023년 680억 달러, 2024년 1121억 달러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엔 더 늘어 16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인공지능(AI)발 미 증시 거품 논란, 원화가치 하락 등 부정적 요인에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급격히 늘어난 해외 투자가 원화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이른바 서학개미를 붙잡기 위한 당근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우선 해외 주식을 판 자금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매도 금액 5000만원 한도에서 양도소득세를 공제하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올해 2월 중 출시한다. 오는 6~7월 출시 예정인 국민참여형 성장펀드는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등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처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종목형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검토 중이다. 박성훈 의원은 “서학개미의 국내 시장 유턴을 위해 여러 카드를 쓰고 있지만, 고육지책일 뿐”이라며 “원화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규제를 뜯어고치고 기업 성장 사다리를 키우는 경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2026.01.21. 23:48
자율주행 기술 전문기업 에스더블유엠(이하 SWM)은 지난 21일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 로보택시 대중화 및 미래 모빌리티 상생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보유한 공공운송 운영 경험 및 인프라와 SWM의 자율주행 기술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가 공공운송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확산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양측은 기술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 운영 현실을 함께 고려해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융화되고 확산될 수 있는 ‘한국형 로보택시 상생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다. 양 기관은 자율주행 기술과 공공운송 인프라 협력을 바탕으로 단계적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자율주행택시 운영을 위한 인프라 지원, 차량 관리 및 운영 지원 등 실증 환경 조성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이후 시범 차량을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 공동 운영과 관제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 경험을 축적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운행책임 ▲데이터 관리 ▲관제운영 등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공동운행체계를 확립해 운송사업자와 기술 기업 간 상생모델을 검증·구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택시 상용화 토대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김동완 이사장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택시가 그 변화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택시와 자율주행 기술이 공존·상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WM 김기혁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1년 이상 실도로 기반 로보택시 실증과 운영을 통해 독보적인 데이터와 서비스 신뢰를 축적해왔다”며, “이번 택시업계와의 협력은 자율주행 확장의 핵심인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고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레노버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차세대 VLA(비전-언어-행동) 모델인 ‘알파마요’를 포함한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로보택시 상용화 모델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6.01.21. 23:30